부산지방법원 2018. 2. 1. 선고 2017노3008 판결 [[형사] 현역 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해진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한 사례(부산지방법원 2017노3008)]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A 항 소 인 검사 검 사 양찬규(기소), 박광호(공판) 변 호 인 변호사 B 원 심 판 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7. 8. 8. 선고 2017고단210 판결 판 결 선 고 2018. 2. 1.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I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 법이 있다. II. 원심의 판단 피고인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입영을 거부한 행위는 자신의 종교관, 가치 의하여 형성된 양심실현의 자유에 따른 것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 또는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중요한 것이지만 이를 쉽게 선택하고 양심의 자유를 일 방적으로 희생시켜서는 아니 되며, 그 제한은 목적에 비례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최소 한도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공익근무 등 대체복무형태의 군복무가 연간징집인원의 약 10%를 넘고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체 입영인원의 0.2%에 불과한 점, 국제사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되고 있는 점, 군복무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대체복무제도를 도 입함으로써 병역기피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양심적 병 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병역법 조항에 대한 합 헌적 해석에 따라 피고인에게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은 무죄이다. III. 당심의 판단
1.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와 법원의 합헌적 법률해석 의무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병역법의 규정에 의하여 추상적 으로 존재하던 병역의무가 병무청장 등의 결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 후 그 내 용이 담긴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여 국가안보의 인적 기초인 병력구성을 강제 하기 위하여 입법된 법률조항으로서,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를 입영기피로 인한 병역 법위반죄의 적극적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 인 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다만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통 상적으로 질병, 상해 등의 사유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대법원 1967. 6. 13. 선고 67도677 판결, 2003. 12. 26. 선고 2003도5365 판결,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 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라면, 그래서 위 조항을 적용하여 입영을 강제하는 것이 거부 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그의 헌법상의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 것이라면, 헌법 제101조 및 제103조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법령해석·적용 권한을 전속적으로 부여받은 법원으로서는 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헌법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그의 헌 법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하고, 그 결과 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헌법상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상 황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합헌적 법률해석의 결과로써 그에게 입영을 거 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양심의 자유'의 의의 및 한계
가. 양심의 자유의 개념
헌법 제19조는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 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 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다. 이러한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 하지 않을 수 있는 개인적 현상이자 지극히 주관적인 것으로서, 그 대상이나 내용 또 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고,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 러므로 양심은 어떠한 종교관·세계관 또는 그 밖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지와 관 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한다.
나. 양심의 자유의 내용과 한계
양심의 자유는 크게 내심의 자유인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 현하고 실현하는 '양심실현의 자유'로 구분된다. 양심형성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제한할 수도 제한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심 실현의 자유는 구체적인 실현과정에서 다른 법익과 충돌할 수 있고 이때에는 필연적으로 제한이 수반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이므로,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받는다고 하여 곧 바로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헌법상 기본권의 행 사가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에 공통된 한계이므로, 양심실현의 자유도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고 그 제한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한다면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
다. 양심실현의 자유로서 양심적 병역거부
피고인은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여호와의 증인의 신자로서 신앙생활을 해왔고, 자신이 믿는 종교적 교리에 좇아 형성된 인격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입영을 거부 하고 있다. 이러한 피고인의 입영거부는 분명 우리나라의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 그에 따라 형성된 법질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심은 그 내용이나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고,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인정되거나 부정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피고인을 비롯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인간의 살상을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한다는 종교적 신 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고, 군사훈련이 포함되지 않은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된다면 어떤 불리한 조건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복무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위와 같은 자신들의 내심적 결정을 지키기 위하여 기꺼 이 징역형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교를 갖고 있는 자신의 아들과 손자, 형제 들에 대한 형사처벌까지도 감수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입 영거부는 단순히 군복무의 고역을 피하려거나 국가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무임승차 식의 보호를 바라는 것으로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선택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강력하고 진지하게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것이다. 다만 입영거부 행위는 위와 같이 형성된 양심이 내심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표 출된 것으로서 양심의 실현의 자유 중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행사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법률에 의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양심실현의 자유로서 입영을 거부하는 행위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 따라 형사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됨이 없는지 살펴본다.
3. 국방의 의무와의 충돌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 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하고, 제39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는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의무로서 납세의 의무와 더불어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 할 것이고, 특히 남북이 분단되어 여전히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 되고 있어 불안정성과 불가예측성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적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국방의 의무는 보다 강조되어도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와 같은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 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므로, 병역 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국방의 의무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라는 불가결한 헌법적 가치를 위한 것이 라 하더라도 그것이 곧 헌법상 보장되는 양심의 자유보다 우월한 가치를 갖는 것을 의 미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상 보장되는 양심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 치의 핵심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직결되는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 이라 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헌법 제20조),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헌법 제22조)의 뿌리가 되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헌법적 가치는 결코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할 수 없고, 어느 하나의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가 일방적으로 포기되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이 두 헌법적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경우 법원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따라, 가치의 우월성을 양적으로 형량하여 어느 하 나의 가치만을 선택하고 나머지 가치를 희생시킬 것이 아니라 충돌하는 가치나 법익이 모두 최대한으로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 내지 경계를 찾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법률을 해석을 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기본권 제한에 있어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따라야 할 것 이다. 이에 대하여는 항을 바꿔 살펴본다.
4.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따른 '정당한 사유'의 해석
가. 목적의 정당성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병역의무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입영 또는 소집거부를 처 벌하는 것은 형사처벌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입영 및 소집에 응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국방전력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나. 수단의 적절성과 침해의 최소성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입영거부로 받게 되는 불이익에 대하여 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징역형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받고 있고, 통상 1년 6개월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수형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일 정기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도 없다(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3호). 또한 병역기피자로 간주되어 일반 기업의 임·직원으로도 채용될 수 없 고 근무 중인 경우에는 해직되며(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93조 제1항), 각종 관허업의 특허·허가·인가·면허 등을 받을 수 없고 이미 받은 특허·허가 등도 모두 상실하게 된다 (같은 법 제76조 제2항). 특히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와 신념을 가족들이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경우 부자가 대를 이어 또는 형제들이 차례로 처벌받게 되고(피고인의 조부와 부 친도 병역법위반죄로 징역형의 처벌을 받았다), 그에 따라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족에 게도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강제하게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양심적 결 정을 지키기 위하여 감수해야만 하는 위와 같은 불이익과 고통은 실로 심대하다. 국가가 공익을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국가는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 중 기본권에 대한 제한정도가 가장 약한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그 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는 국가가 국민에게 가하도록 허락되는 가장 강력 하고 무거운 제재인 형벌이 가해지고 있고, 형을 마친 후에도 단순한 사회적 냉대나 사실상의 불이익을 넘어 법률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이 일정 부분 박탈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국가의 위와 같은 제재들은 앞서 본 공익을 위한 '효율적' 수단일지는 모르나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의 조화점을 찾고 그들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최소한으로 이루어지도록 선택한 결과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형벌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일반예방 이나 특별예방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의하여 행해지고 있는데 이들은 위와 같은 심대한 법적 불이익과 강도 높은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난 50여 년간 계속하여 입영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들의 병역거부행위가 법질서의 명령보다는 종교적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자 신들의 종교적·양심적 확신에 기한 것으로서 애초부터 형사처벌을 통한 교정·교화라고 하는 형벌집행의 근본적인 목적을 이룰 수 없음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나아가 이 들에 대하여는 반성 여부나 연령, 성행, 전과의 유무 등 형법 제51조의 양형조건이 참 작된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1년 6개월의 징역형이 일률적으로 선고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미 형벌로서의 본질까지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다가 뒤에서 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가능성을 보태어 본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 중 가장 무거운 제재인 형사 인 처벌을 택한 것은 수단의 적절성이나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다. 법익균형성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불이익 및 제재와 그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즉 국방전력의 유지,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의 실현 정도를 비 교하여 살펴본다.
1) 먼저 전체적인 국방전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본다. 병무청의 자료에 의하 면 현역병으로 병역처분이 되는 인원은 매년 약 30만 내지 35만 명이고, 신체검사결과 보충역으로 병역처분이 되는 인원은 매년 약 4만 명,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영하는 인원 은 매년 약 3만 명 정도로 나타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매년 약 600명 정도이므로 이는 연간 징집인원의 약 0.2% 정도에 불과하다. 아울러 2015년 병무통계연보 등에 따 르면, 현역병 약 63만 명, 상근예비역 약 14,000명, 의무경찰 등 전환복무자 약 30,000 명, 보충역 약 83,000명(사회복무요원 48,000명, 산업기능요원 17,000명, 전문연구요원 6,000명, 승선근무예비역 3,000명,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등 특수병과 8,000명)의 인 원이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전체 병역의무이행자의 약 12%가 현역 병 이외의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북이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고 북한의 계속된 핵무기 개발과 실험 등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 할 수 있겠으나 현대 전은 정보전·과학전의 양상을 띠고 있어 인적 병력자원이 국방전력에서 차지하는 중요 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또한 이미 비전투 형태의 복무가 전체 병역의무이행자의 12%에 이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비율도 연간 징집인원의 0.2%에 불과한 점을 고 려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행위가 직접적으로 군사력의 저하를 초래한다거나 국가안보에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로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가장 큰 공익상의 위험은 국민개병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우리 병역제도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에 관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비록 현 단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형벌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병역기피를 억제하였던 예방효과가 대체복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병역비리와 병역기피풍조가 줄기차게 이어져 왔었다는 우리 사회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제도적 대비책만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하려는 의도적 병역기피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본다. 특히 병역부담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력하고 절 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의무이행의 형평성문제가 사회적으로 야기된다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사회적 통합을 결정적으로 저해함으로써 국가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고 나아가 국민개병제에 바탕을 둔 전체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위와 같은 지적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을 유지해 온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 보이고 또 우리나라 국민 다수가 실제로 우려하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 견해를 뒤집어보면, 현역병으로의 입영과 비교하여 형평성이 담보되는 대안을 마련하고 병역의무와의 등가성을 확보함으로써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차단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가 가능하다면 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을 일탈한 것인지 여부는 곧 국민개병제 하에서 병역의무와의 등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 로 가능한지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심사의 어려움과 관리의 관점에서 대체 복무제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 된다고 하겠다. 위와 같은 대체복무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그것이 바로 양심적 병 역거부자의 양심과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두 법익을 최대한으로 실현할 수 있는 조화 점 내지 경계라 할 수 있고, 국가가 이러한 조화점 내지 경계를 설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태하여 공익만을 우선시 하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양심 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3)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요건을 갖춘 대체복무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집 총병력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입영을 거부 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국가가 적지 않은 인적·물적 자원을 소비해가 면서 장기간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보다는 그들로 하여금 국가·공공단체 또는 사회복지 시설의 공익목적에 필요한 지원업무(구제활동, 환자수송, 소방업무, 장애인을 위한 봉 사, 환경미화, 농업, 난민보호, 청소년보호센터 근무, 문화유산의 유지 및 보호, 감옥 및 갱생기관 근무 등)를 수행하도록 하거나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가진 자의 경우 해당 분야에 공익 목적으로 복무하도록 하여 국가공동체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안보에 실질적으로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그 전제로서 대체복무제의 기간과 부담 등이 현역복무이행의 그것과 실질적으로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정도에 이름으로써 병역의무와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병역기피를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 능해야만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남북전쟁 중에도 종교교리에 따른 병역거 부를 인정하였고 본격적인 국민개병제가 시행되던 제1차 세계대전 시에도 종교적 결정 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시행하였다. 또한 영국은 1916년, 스웨덴과 네델란드는 1920년, 프랑스는 1963년, 벨기에는 1964년, 스위스는 1995년, 그리스는 1997년, 러시아는 2001년에 각각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등 약 31개에 이르는 국가 들이 대체복무제도를 도입·시행한 바 있고, 독일은 1949년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와 대체복무제도를 헌법인 기본법에까지 직접 규정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국가안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도 2000년부터 이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대만의 경우 2000년경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면서 대체복무기간을 군 복무기간인 1년 10개월보다 장기인 2년 9개월로 정하였는데 2007년경에 이르러는 대 체복무기간을 오히려 단축하였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들은 병역의무와의 등가성이 확 보되고 또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아니하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 병역법 또한 현역병근무가 가 능한 사람들에 대하여도 사회복무요원, 의무경찰, 의무소방요원 등의 영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고, 보충역에 편입된 경우에도 공중보건의사나 국제협력의사, 공익법무관 등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두어 이미 집총 내지 전투와는 무관한 다양 한 형태의 복무를 인정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전항에서 본 바와 같은 대체복무제, 즉 병역의무이행과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병역기피수단으로의 악용을 차단할 수 있는 대체 복무제를 마련하는 것은 법률적·제도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공익과 개인의 기본권 사이의 조화점이라 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의 마련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그와 같은 조화점을 찾지 아니한 채 공익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개인의 인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요구하고 있는 법익균형성을 갖춘 것이라 볼 수 없다.
라. 입법부의 입법형성의 자유와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 판단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가능 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징병제 국가에서도 대체복무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함은 위에 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자체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권한에 속 한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우리의 병역제도와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과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의 구체적인 내용, 특히 현행 병역의무이행과의 등가성을 확보하 기 위한 복무의 종류와 기간, 부담의 정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심사방법 및 병역기피 자를 가려낼 기준 등은 모두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속하는 사항들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징병제도가 실시된 1950년대 이래 오늘날까지 약 6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오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그들이 주장하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의 충돌에 관한 논의를 오랜 기간 다루어 왔고, 이 문제는 2004년경 처음으로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의한 사법적 판단에까지 이르 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병역법 제 8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입법자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갖는 양심상의 갈등을 완화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하고 그들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결정에서의 반대의 견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면으로 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고, 4 년 뒤에 있은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에서도 반 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위헌이라고 거듭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 벌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위와 같은 해석이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바 있는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과 논의의 시급 함을 부인하는 의미로는 결코 받아들여져서는 아니될 것'이라 하였다. 입법자가 갖는 입법에 관한 재량은 광범위한 것이지만 기본권 제한의 영역에서 그 재량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여야 할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 내에 있다. 앞서 보았듯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에 대하여는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으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양심의 자유라는 두 가지 중요한 헌법적 가치들을 최대한 조 화롭게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함에도 가장 무거운 제재인 형사처벌만을 선택하여 그들의 양심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결과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지적하고 대안의 마련을 권고한 헌법재판소의 2004년 전원재판부 결정이 있은 후로도 약 14년이 지났고 위 결정 이후에도 위에서 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의 반대의견, 대법원의 일부 설시 등을 통하여 이 문제에 관한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명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현재까지 이들의 양심적 갈등을 완화할 방안이나 대체복 무제도의 도입 등을 위한 별다른 논의나 조치를 취한 바 없다. 또한 현 시점에서 입법 자가 장차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등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한 어떤 입법적 조치나 노력을 취하리라 기대할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이상 입법자의 광범 위한 입법형성권에만 기대어 현재의 위헌적 상태를 지속시키는 것에 대해 법관은 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는 입 법자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국가기관의 의무이고 이 국가기관에는 법원 또한 포함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있어 어떤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위헌 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그 위헌 성을 제거하여야 한다. 불확실하고 기약 없는 입법부의 입법적 조치만을 기다리며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결코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다 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마. 소결론
이와 같은 견지에서, 피고인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강력하고 진지하게 형성된 양 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병역기피로 보아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일탈하여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처벌의 근거법률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한 합헌적 법률해석으로써 피고인에 대하여는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헌법상 국제법 존중의 원칙에 따른 '정당한 사유'의 해석
가. 자유권규약과 국내법적 효력
우리나라는 1990. 4. 10. 국제연합(UN)이 1967년경 채택·발효한 '시민적·정치적 권 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자유 권규약'이라 한다)에 가입하였다. 자유권규약 제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 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 지거나 받아들일 자유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 또는 사적으로 예 배, 의식, 행사 및 선교에 의하여 그의 종교나 신념을 표현할 자유를 포함한다(제1항).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아니한다(제2항).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는, 법률에 규정되 고 공공의 안전, 질서, 공중보건, 도덕 또는 타인의 기본적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인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고 규정하고 있고, 자유권규약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 이므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위 자유권규약 제18조는 직접적인 법 원(法源)이 된다고 할 것인데 위 조항으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가 권리로서 도출되는 것인지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론이 표출된 바 있다. 이하에서는 위 조항의 해석론에 대해 검토하여 본다.
나.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자유권규약에 대한 해석
대법원은, 자유권규약의 조문에 양심적 병역거부권(right of conscientious objection)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규약의 제정 과정에서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포함시키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관여 국가들의 의사가 부정적이었으며, 강제노역금지를 규정한 규약 제8조 제3항 (C) 제(ii)호는 강제노역금지의 예외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있는 국가에 있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법률에 의하여 요구되는 국민적 역무'를 인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있는 국가(where conscientious objection is recognized)'라는 표현은 개개 가입국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및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아 위 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된다고 볼 수 없고, 이는 가입국의 입 법자에게 맡겨진 광범위한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판시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 벌하는 것이 자유권규약의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위와 같은 취지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
다. 자유권규약 제18조에 대한 국제사회의 해석 및 사례들
1) UN자유권규약위원회의 해석
자유권규약 제28조에 의하여 설립된 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UNHRC, 이하 '자유권규약위원회'라 한다)는 위 규약 제18조에 관하여 1993. 7. 20. 일반의견 제22호(General Comment No.22) 제11항에서 "자유권규약은 양 심적 병역거부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동 위원회는 살상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양심의 자유 및 자신의 종교 및 신념을 표현할 권리와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규약 제18조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 법률이나 실무관행에 의하여 그 권리가 인정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그들이 가진 특정한 신념의 성격을 이유로 취급을 달리 해서는 안 되며 또한 마찬가지로 양심적 병 역거부자가 병역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2) UN인권위원회의 해석
UN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 UNCHR)1)는 1989년 결의 제 59호에서 '모든 사람은 자유권규약 제18조 및 세계인권선언 제18조에 규정된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관한 권리의 합법적 행사로써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권리를 가 지고 있다'고 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가 권리임을 최초로 명시하였다. UN인권위원회는 이후 1993년 결의 제84호, 1995년 결의 제83호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권리임을 거듭 확인하였고, 1998년 결의 제77호에서는 이전의 결의를 총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재차 확인하면서 군복무 중인 자에게도 인정되는 권리임을 선언하고 대체복무제도의 도입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결정기관
1) UN경제사회이사회의 산하 위원회이다. 2006. 3. 15. UN총회 결의로 폐지되면서 UN총회 산하 보조기구인 UN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UNHRC)로 개편되었다. 의 설립, 이들에 대한 구금 및 반복적 형벌부과 금지, 경제·사회·문화·시민 또는 정치적 권리 등에서의 차별금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박해를 피해 자국을 떠난 사람들을 난민으로서 보호할 것 등을 표명하였다. 이후 UN인권위원회의 2000년 결의 제34호(양 심적 병역거부권의 근거로 앞서 본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의견 제22호가 추가되었다), 2002년 결의 제45호, 2004년 결의 제35호, UN인권이사회의 2012년 및 2013년 결의에 서도 위와 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표명되었다.
3)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개인통보 사건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에 가입하면서 '개인통보'(Individual Communication) 제도를 규정한 위 규약의 제1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에 가입하였다. 개인통보 제도는 당사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개인이 그 당사국으로부터 규약상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당사국을 상대방으로 하여 자유권규약위원회에 '통보'(communication)를 신청하고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개인과 당사국으로부터 주장·자료를 제출받은 다음 심리 를 거쳐 규약의 위반 여부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제도로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 하는 일종의 진정 절차라 볼 수 있다. 종래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자유권규약 제18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당사국의 재량에 달린 문제라는 입장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인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위에서 본 UN인권위원회의 1989년 결의 제59호, 자 유권규약위원회의 1993년 일반의견 제22호 등이 있은 후에도 여러 개인통보 사건에서 차별의 합리성이 인정된다거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인지 입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건을 기각하여 왔다. 그러나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 11. 3. 대한민국 국적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C, D의 개인통보 사건에서 종전의 입장을 뒤집어 양심적 병역거부 인 자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인정하 고 신청인들에 대한 석방과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개인통보 사건에서 양심 적 병역거부자들의 신청이 인용된 첫 사례이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이어진 2011. 3.
24. E 외 99명의 개인통보 사건, 2012. 10. 15. F 외 387명의 개인통보 사건에서도 같 은 취지로 결정하였고, 나아가 2014. 10. 15. G 외 49명의 개인통보 사건에서는 자유권 규약 제18조 위반을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구금이 자 의적 구금(arbitrary detention)에 해당하여 자유권규약 제9조 제1항을 위반한 것임을 인정하는 데 이르렀다.
4) 2011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ECtHR)는 2011. 7.경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문제된 H ARMENIA 사건(Application no. 23459/03)에 서 대재판부(Grand Chamber) 판결로,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제9조(양심의 자유에 관한 규정으로 자유권규약 제18조에 해당)에 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신청자를 구금한 것이 위 협 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위 판결이 국제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양심 적 병역거부권을 사법적 판단을 통해서 인정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위 재판소가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부정했던 판결을 스스로 변경하였다는 데 있다. 유럽인권재판소 는 위 H ARMENIA 사건에서, 과거 1966년경 및 1973년경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 지 아니했던 판결의 논거인 유럽인권협약 제4조 제3항(강제노역 금지에 관한 규정으로 자유권규약 제8조 제3항에 해당)의 일부 문구, 즉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있는 국가'라는 표현에 대하여, "협약이 위 표현을 사용한 것은 강제적 또는 의무적 노동의 뜻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전혀 없고,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 정하는 것도 배제하는 것도 아니어서 협약 제9조(양심의 자유)에 보장된 권리에 제약을 가할 수 없다. 따라서 협약 제4조(강제노역금지) 및 제9조(양심의 자유)를 연계하여 해 석하여서는 안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협약 제9조(양심의 자유)만을 적용해야 한다. "며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고 협약 제9조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였
다. 위 재판소는 이러한 판례 변경의 이유에 대해, "협약에 사용된 용어와 개념을 정의 함에 있어 다른 국제법의 요소와 권위 있는 기관의 해석을 고려해야 하고 특화된 국제 기구로부터 도출된 합의는 협약의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밀접하게 고려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자유권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있다고 본 자유 권규약위원회의 일반의견 제22호(General Comment No.22) 및 위 위원회가 2006년경 대한민국에 대한 개인통보 사건에서 자유권규약 제8조(강제노역금지)를 배제하고 제18 조(양심의 자유)에만 의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이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하였다고 결정하였던 것을 판례 변경의 주요 근거로 적시하였다.
5) 대한민국 국적자의 난민 인정 실태
UN인권위원회 1998년 결의 제77호에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박해를 피해 자 국을 떠난 사람들을 난민으로서 보호할 것'이 포함되어 있음은 앞서 보았다. 실제로 양 심적 병역거부로 수형을 마쳤거나 입영을 앞둔 대한민국 국적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외국에 입국하여 난민 자격을 신청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2004. 10.경 캐나다가 이러한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고, 2010. 5.경 호주에서도 재판을 통하여 난민 자격이 인정되었 으며, 2013. 5.경에는 프랑스에서도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도 가입되어 있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러한 난민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캐나다, 호주,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이 대한민국 국적자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와 위 국가들이 바라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라. 국제법 존중의 원칙에 따른 자유권규약 제18조의 해석
1967년경 자유권규약이 제정될 당시 여러 국가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리로 인 정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었고 실제로 규약 제18조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명문으로 규정되지 아니하였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권리'로서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고, 과거에는 국제사회도 그 권리성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UN인권위원회가 1989년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 리성을 최초로 인정한 이래 자유권규약위원회도 1993년경 일반의견으로 규약 제18조 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고,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성은 UN인권위원회의 1993년, 1995년, 1998년, 2000년, 2002년, 2004년의 각 결의, 그리고 UN인권위원회의 지위를 이어받은 UN인권이사회의 2012년 및 2013년의 각 결 의를 통해서도 누차 확인되고 있다. 나아가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경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개인통보 사건에서 종전의 입장을 뒤집어 최초로 규약 제18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구금한 것이 위 규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 후 2011년, 2012년, 2014년에 있은 개인통보 사건에서도 같은 결론을 유지 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경 자유권규약 제18조과 동일한 유럽인권협약 제9 조에 대하여 과거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성을 부정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여 그 권 리성을 인정하였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금이 위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사법 적 판단을 내렸다. 자유권규약 제18조에 관하여 국제사회에서 이루어져 온 위와 같은 여러 결의나 판 단의 흐름을 살펴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 여부를 국가의 재량 사항으로 보고 권 리성을 부정하였던 초창기의 논의에서 벗어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이를 권리로 인정 하고 이들에 대한 구금과 처벌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분 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가 자유권규약 제18조의 해석에 있어 강 제노역 금지에 관한 규약 제8조 제3항의 일부 문구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 성을 부정한 것은 유럽인권재판소나 자유권규약위원회가 1990년대 이전 시기에 취했던 고전적 논리로서, 앞서 본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06년 개인통보 사건, 유럽인권재판소 의 2011년 대재판부 결정 등을 통하여 국제법질서 속에서 극복된 논리라고 볼 수 있다.
마. 소결론
우리나라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구금, 형사처벌하고 있는 것은 자유권규약 제 18조에 관한 국제사회의 일관되고 분명한 해석에 어긋난다.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지속 적으로 개인통보 사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점, 나아가 일부 주요 국가들이 대한민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난민으로까지 인정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표명하고 있는 일관된 해석과 결정들을 단순한 해석론으로 치부하여 서는 결코 헌법상 요구되는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구금,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유권규약 제18조에 합치 한 합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헌법 제6조 제1항의 국제법 존중의 원칙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IV. 결론 피고인이 자신의 종교관, 가치관에 따라 진지하게 형성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 한 것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 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