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6. 25. 선고 2017헌바516 결정 [민사소송법 제45조 제2항등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장○○
- 대리인
- 변호사 송호신
- 당해사건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7카기5130 기피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6조 제1항 중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의 관할’에 관한 부분과 제45조 제2항, 제46조 제2항 단서 중 각 ‘기피’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항소심(서울동부지방법원 2017나23037) 계속 중이던 2017. 11. 2. 재판장과 주심판사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피신청을 하였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7카기5130). 청구인은 그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 계속 중 민사소송법 제45조 제2항, 제46조 제1항, 제2항 단서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17카기5136), 2017. 11. 23. 위 기피신청이 기각됨과 동시에 위헌제청신청도 기각되자, 2017. 12.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민사소송법 제45조 제2항, 제46조 제1항, 제2항 단서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당해 사건은 청구인의 법관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고 청구인도 법관 기피신청에 관한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문제 삼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을 당해 사건에 적용되고 청구인의 주장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6조 제1항 중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의 관할’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관할조항’이라 한다)과 제45조 제2항, 제46조 제2항 단서 중 각 ‘기피’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의견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관할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5조(제척 또는 기피신청의 각하 등) ② 제척 또는 기피를 당한 법관은 제1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로 제척 또는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제46조(제척 또는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 ① 제척 또는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은 그 신청을 받은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에서 결정으로 하여야 한다. ② 제척 또는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은 제1항의 재판에 관여하지 못한다. 다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관련조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3조(당사자의 기피권) ①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② 당사자가 법관을 기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을 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을 하지 못한다. 제44조(제척과 기피신청의 방식) ① 합의부의 법관에 대한 제척 또는 기피는 그 합의부에, 수명법관(受命法官)·수탁판사(受託判事) 또는 단독판사에 대한 제척 또는 기피는 그 법관에게 이유를 밝혀 신청하여야 한다. ② 제척 또는 기피하는 이유와 소명방법은 신청한 날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제48조(소송절차의 정지) 법원은 제척 또는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 다만, 제척 또는 기피신청이 각하된 경우 또는 종국판결(終局判決)을 선고하거나 긴급을 요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들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고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중립성을 담보하여 판단한다는 외형 아래 사실상 법원 내부의 조직체계에 구속되거나 동료 법관을 감싸기에 급급하여 일률적으로 기피신청을 기각하도록 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법관들에게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판결할 것을 요구할 권리를 침해하며, 헌법 제1조 제2항, 제7조 제2항, 제11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
나. 이 사건 관할조항은 우리나라의 연고주의 문화 아래에서 실질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상급심에 의한 시정의 기회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그 관할을 동급의 지방법원이나 상급법원으로 정하거나, 법관 자격을 가진 다른 기관이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을 맡도록 해야 한다.
다. 이 사건 의견조항은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제출한 의견서나 그 재판에서 진술한 의견에 사실상 기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서뿐만 아니라 소명자료도 제출하게 하고, 기피신청인의 주장과 함께 그 당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4. 판 단
가. 이 사건의 쟁점
(1)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하 ‘기피재판’이라 한다)에 대하여 그 신청을 받은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에서 관할하도록 하고, 기피를 당한 법관에게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의견을 진술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기피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27조에 의해 보장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청구인은 그 외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평등권, 법관들에게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판결할 것을 요구할 권리, 헌법 제1조 제2항, 제7조 제2항, 제11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재판의 관할과 절차를 정하고 있는 내용이고, 그 자체로 법관의 독립이나 헌법 제1조 제2항, 제7조 제2항, 제11조 제2항을 위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다만, 위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기피재판의 관할이나 절차를 공정하게 형성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이러한 청구인의 주장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3)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재판을 하는 법원의 직분관할과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재판절차를 정한 규정이다. 이러한 재판의 관할과 절차에 관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자가 사법정책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헌재 2013. 3. 21. 2011헌바219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관할조항
(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3. 3. 21. 2011헌바219 결정에서 이 사건 관할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기피재판은 일반적인 재판절차보다 신속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만약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의 소속이 아닌 법원에서 기피재판을 담당하도록 한다면, 소송기록 등의 송부 절차에 시일이 걸려 상대방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저해할 수도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피를 신청하는 당사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상대방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조화롭게 보장하기 위하여 기피재판을 당해 법관 소속 법원의 합의부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 자신은 기피재판에 관여하지 못하고,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의 소속 법원이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을 제외하면 합의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바로 위 상급법원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기피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상급심에 의한 시정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민사소송법에는 기피신청을 한 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담보할 만한 법적 절차와 충분한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관할조항에 관한 위와 같은 선례의 판단은 여전히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한다. 따라서 이 사건 관할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2) 이 사건 의견조항
(가)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한다. 또한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동시에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1조 제3항, 제103조, 제106조, 제109조). 이처럼 헌법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법관의 신분 및 독립성 등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법관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개별·구체적 사건에서는 법관이 사건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등 재판의 공정성 및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담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법관과 개별 사건과의 관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재판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재판이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신뢰를 갖게 함으로써 구체적인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민사소송법은 제척 제도 외에도 기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나) 민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기피이유로서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 즉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적 관계 또는 법관과 해당 사건 사이의 특별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때를 말한다. 그러므로 평균적 일반인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위와 같은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실제로 그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9. 1. 4. 자 2018스563 결정 참조).
(다) 그런데 민사소송법은 기피이유를 제척이유처럼 일일이 열거하지 않고 위와 같이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기피이유에 대한 입증도 소명만으로 충분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당사자가 기피신청권을 법관에 대한 주관적인 불만이나 소송지휘에 대한 불복수단으로 남용하거나 소송지연의 도구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 이에 민사소송법은 기피를 신청하는 당사자에게 기피이유를 밝혀 신청하도록 하고(제44조 제1항), 기피신청을 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기피하는 이유와 소명방법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제44조 제2항). 또한 민사소송법은 이 사건 의견조항을 통해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기피재판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여,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 개인에게도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기피이유에 대해 소명할 책임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민사소송법은 기피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으로 하여금 기피신청인과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의 의견을 모두 고려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피신청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기피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기피이유에 관한 쟁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피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라) 한편 이 사건 의견조항에 따라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경우, 기피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이 사실상 이 의견에 기속되어 법원 스스로 온정주의적인 재판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의 의견서나 진술은 하나의 판단 자료에 불과할 뿐이고 특별한 법적 효과가 부여되어 있지 않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피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평균적 일반인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제출한 의견서나 진술한 의견에 사실상 기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도 법관기피신청사건에서 민사소송법 제45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의 의견서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고, 제46조 제2항 단서 규정에 따른 법관의 의견진술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2. 12. 30.자 92마783 결정 참조).
(마) 기피신청이 있을 경우 본안소송 절차는 원칙적으로 당해 기피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되므로 기피재판은 일반적인 재판절차보다 신속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헌재 2013. 3. 21. 2011헌바219 참조). 이에 따라 민사소송법은 기피재판을 결정으로 하도록 정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므로(제46조 제1항, 제3항 참조),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서나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바) 또한 기피신청을 한 당사자가 기피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에 불복하고자 할 때는 즉시항고를 하거나 본안에 대한 상소를 통해 이를 시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절차적 기회도 보장되어 있다.
(사) 따라서 이 사건 의견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