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8헌바350 결정 [민법 제197조 제1항 등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이○○
- 대리인
-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광범 외 2인
- 당해사건
- 대법원 2018다228783 소유권이전등기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 제1항 중 ‘소유의 의사로’ 부분, 제245조 제1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01. 11. 22. 서울 강동구 (주소 생략) 도로 162㎡(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소유자이다.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강동구는 1987. 10. 17.부터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음을 주장하면서 청구인을 상대로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청구가 인용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7가합103717).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으며(서울고등법원 2017나2070633), 상고하였으나 2018. 7. 13. 심리불속행 기각되었다(대법원 2018다228783). 청구인은 위 상고심 계속 중,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점유자인 경우에도 사인이 점유자인 경우와 동일하게 그 점유를 자주점유로 추정하여 사인의 부동산을 점유시효취득 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5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8. 7. 13.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8. 8.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5조 제1항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제197조 제1항 중 당해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는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 제1항 중 ‘소유의 의사로’ 부분(이하 ‘추정조항’이라 한다), 제245조 제1항(이하 ‘취득조항’이라 하고, 추정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점유의 태양) ①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관련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246조(점유로 인한 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 전항의 점유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개시된 경우에는 5년을 경과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제247조(소유권취득의 소급효, 중단사유) ① 전2조의 규정에 의한 소유권취득의 효력은 점유를 개시한 때에 소급한다. ② 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한 규정은 전2조의 소유권취득기간에 준용한다. 제249조(선의취득)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토지는 조선총독부가 1938년경 도로부지로 그 점유를 개시한 것으로 서울특별시 강동구가 이를 전전승계 하였는데, 이러한 점유는 실질적으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사용 또는 제한’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이하 ‘국가 등’이라 한다)가 점유자로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국가 등이 ‘20년 이상 점유했다는 점’만 증명하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청구인의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사실상 수용과 동일한 효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에서 정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악의의 무단점유임이 증명되면 민법 제197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2005. 12. 9. 선고 2005다33541 판결을 기점으로 하여 국가 등의 점유에 관하여는 정당한 권원취득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멸실된 경우에도 그 점유용도와 점유개시 당시 사정에 비추어 자주점유의 추정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후 대법원은 당해사건과 같이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도로부지로 점유되기 시작한 토지에 관하여 그 등기부와 지적공부가 6·25 전란으로 멸실된 경우에도 추정조항에 따라 일견 자주점유로 추정함으로써 국가의 적법한 취득절차가 없었다는 사정을 청구인과 같은 국민이 증명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취득조항에 의해 국가 등이 시효취득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국가 등 이 점유자로서 사인의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쟁점
추정조항은 점유자의 점유를 자주점유로 추정하는 조항이며, 취득조항은 자주점유 및 평온, 공연한 점유의 추정을 받는 점유자가 20년간 점유사실을 증명하면 등기를 통해 그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정한 조항이다. 추정조항과 취득조항은 통상 함께 적용되어 점유자와 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유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추정조항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2019. 9. 26. 2016헌바314 결정에서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는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 제1항 중 ‘소유의 의사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는데, 그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점유에 대하여 일정한 법적 권능을 인정하는 점유 제도는 고대 로마법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점유의 개념과 점유를 보호하는 근거에 대하여 다양한 입장이 가능하나, 역사적으로 점유는 물건에 대한 지배를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온 점, 점유를 일정한 법적 권능과 결부될 수 있는 사실(事實)로 보면서 취득시효(usucapio)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중요하게 여긴 점은 외국 입법례에서도 공통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객관적으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할 때 비로소 증명책임분배에 관한 조항으로 기능하고, 점유는 물건에 대한 지배를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 경험을 고려하면,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그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특별히 부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주점유를 추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이며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자주점유 추정조항은 취득시효의 요건과 관련하여 실익이 있다. 점유취득시효제도는 고대 로마법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대륙법을 거쳐 우리나라에 계수되었는데, 세계 각국이 취득시효제도를 인정하는 이유로는 법률질서의 안정과 사회질서의 유지, 증명곤란의 구제와 소송경제, 권리 위에 잠자는 형식적 권리자보다는 권리의 객체에 대하여 두터운 실질적 이해관계를 갖는 자의 보호를 들 수 있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참조).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는 증거를 잃은 진정한 권리자에게 권리의 증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그 취지라거나, 부동산 점유취득시효는 형식적 권리자보다는 실제로 목적물로부터 수익을 얻고 있는 자를 보호함으로써 재화의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 미등기부동산이 많고 등기절차가 허술한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인 점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부동산 점유취득시효가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기도 한다. 이러한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자주점유인데,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자주점유가 추정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20년의 점유만 증명하면 반대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한 취득시효를 인정하게 되어 진정한 권리자의 희생 하에 시효취득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다양한 제도적 기능을 가진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제도의 주된 취지는 점유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민법 제245조 제1항에 대해서는 헌법상 재산권 보장에 반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이 여러 차례 있었던 점(헌재 1993. 7. 29. 92헌바20; 헌재 2013. 5. 30. 2012헌바387; 헌재 2014. 3. 27. 2013헌바242), 대법원 판례가 악의의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판단함으로써 점유 사실로부터 곧바로 소유의 의사를 추정하는 것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하고 있는 점, 점유취득시효가 쉽게 인정되어 점유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문제는 심판대상조항뿐 아니라 현행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취득시효가 선의, 무과실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은 점에도 기인하는바, 이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을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에 대한 추정의 문제로 볼 때에도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의 점유자가 국가 등이라 하여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는지 살펴본다. 이 사건 추정조항에 기하여 국가 등의 점유가 자주점유로 추정되는 것은 국가 등이 사인과 동일하게 토지 등을 점유한 사실에 따른 결과일 뿐, 국가 등이 공권력을 행사하여 우월적 지위에 서게 된 데 기인한 것은 아니다. 국가 등이 타인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 그 토지의 소유자는 국가 등을 대상으로 본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여 승소함으로써 국가 등의 점유를 타주점유로 전환시킬 수 있고(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다19857 판결 등 참조), 국가 등이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며 소를 제기한다면 국가 등의 점유가 타주점유라는 점 또는 악의의 무단점유라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그 점유를 타주점유로 전환시키거나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시키는 데 있어서 토지의 소유자는 점유자인 상대방이 국가 등이라 하여 어떠한 법적 제약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점유자가 국가 등이라 하여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추정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취득조항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1993. 7. 29. 92헌바20 결정에서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245조 제1항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이래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왔고(헌재 2013. 5. 30. 2012헌바387; 헌재 2014. 3. 27. 2013헌바242 등 참조), 특히 2015. 6. 25. 2014헌바404 결정에서는 부동산의 점유자가 국가인 경우, 국가를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의 주체에서 제외하지 않은 위 민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는데, 그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가가 언제나 공권력의 주체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국민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명령, 강제하는 행위만을 하는 것은 아니고, 공적 임무를 적정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물품 등을 사인과의 계약을 통해 조달하거나 일정한 영리활동을 하는 등 사경제주체로서 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가 심판대상조항에 기하여 사인의 부동산을 시효취득하는 것은 공권력을 행사하여 우월적 지위에서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인과 대등한 사경제주체의 지위에서 취득하는 것이다. 또한 소유자에 대하여 아무런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취득시효제도 자체의 속성이지 그 점유자가 국가인 경우에 특유한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사경제주체로서 타인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 그 토지의 소유자는 국가를 상대로 토지인도청구, 소유권확인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하여 취득시효의 진행을 중단시킴으로써 국가의 시효취득을 저지할 수 있고, 상대방이 국가라 하여 그와 같은 권리 행사에 어떠한 법적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국가가 사경제주체로서 토지를 점유하는 경우 사인에 비하여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고 할 수 없고, 토지의 점유자가 사인인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반면 법률질서의 안정과 사회질서의 유지, 증거보전의 곤란 구제 및 소송경제의 실현 등 점유취득시효제도의 필요성은 부동산의 점유자가 국가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선례들의 태도는 이 사건에서도 타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취득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의 추정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의 추정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추정조항 중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인 부분’에 관하여는, 그 점유시효취득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소유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증명책임분배규범에서 입법형성의 한계와 이 사건 추정조항의 본질
(1) 헌법상 재판청구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
헌법은 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비록 헌법에 ‘공정한 재판’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재판청구권이 국민에게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의한 재판이 공정하여야 할 것임은 당연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의하여 함께 보장된다고 보아야 하고, 우리 재판소도 헌법 제27조 제1항의 내용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해석하고 있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헌재 2002. 7. 18. 2001헌바53 참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소송의 당사자에게 공격·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변론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증거의 판단, 법률의 적용 등 소송 전 과정에서 적용된다. 특히, 어떠한 요증사실의 존부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 그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불이익인 증명책임의 분배 문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범위에 해당한다(헌재 2013. 9. 26. 2012헌바23 참조). 한편, 특정 법률규정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범위에 포섭되는 증명책임 분배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여부는, 해당 법률규정의 법문언상 내용에 국한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함께 심판대상이 된 여타 법률규정과의 유기적인 역할분담 속에서 당해사건 당사자에게 미치는 실제적인 효과를 조망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 특히 구체적 규범통제제도는, 심판대상이 된 해당 규범이 당해사건에 적용되어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에서 다른 재판을 하게 되는 데 그 실제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 증명책임분배의 원칙과 예외 및 그 한계
증명책임분배규범은 사실의 존부가 불명확한 경우 법관으로 하여금 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보조수단으로서,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증명책임을 분배할 것인가는 정의의 추구라는 사법의 이념, 재판의 공정성, 다툼이 되는 쟁점의 특성 및 관련 증거에 대한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견 입법자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영역이라 할 것이다(헌재 2014. 6. 26. 2012헌가22; 헌재 2015. 3. 26. 2014헌바202 등 참조). 그러나 우리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제적으로 보장되기 위하여는 이러한 입법형성권 또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입법자에게 허여된 입법재량은 그러한 한계 내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하여는 해당 법규의 구조와 형식에 따라 정해져야 하고, 권리의 존재를 주장하는 당사자는 권리근거사실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하며, 권리의 존재를 다투는 당사자는 권리장애사실, 권리소멸사실 또는 권리저지사실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진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헌재 2007. 10. 25. 2005헌바96; 헌재 2015. 3. 26. 2014헌바202 등 참조). 다만, 위와 같은 일반론이 언제나 보편타당한 것은 아니어서, 확고한 경험칙에 의하거나, 증거가 편재된 사정·증명의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공평의 관점에서 새롭게 증명책임을 분배해야 할 분명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영역, 예컨대 제조물책임소송, 환경 및 토양오염책임소송 등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별도의 증명책임분배규범을 두어, 일반론과 달리 증명책임을 분배하기도 한다. 일반론에 기하든 이와 달리 정하든, 적어도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하여는 정의의 추구라는 사법의 이념, 재판의 공정성, 다툼이 되는 쟁점의 특성과 관련 증거에 대한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그와 같이 증명책임이 분배되어야 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요구되는데, 특히 일반론과 달리 분배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필요성이 보다 분명하게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실제적 측면에서 증명책임분배규범의 일반원칙성 또한 담보되어야 한다. 개개 소송에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증명책임분배규범의 해석·적용을 달리하는 것이 불가피해지고, 동일 법률요건에 근거한 소송들에 관하여 그 패소부담의 귀속주체가 달라진다면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3) 이 사건 추정조항의 성격과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추정조항의 실제적인 존재 의의와 기능은 그 법문언상 의미보다는, 함께 심판대상이 된 취득조항의 적용을 받는 국면에서 점유자의 점유가 자주점유로 추정되도록 함으로써 상대방인 소유자로 하여금 점유자의 점유가 타주점유임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 즉 점유자가 아닌 소유자에게 타주점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귀속시키는 데 있다(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708등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다카1891 판결; 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다17829 판결 등 참조). 추정조항과 취득조항이 각기 독립적인 심판대상조항이 되었던 여러 선례들과는 달리, 이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추정조항과 취득조항이 함께 심판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도 두 조항이 함께 적용되는 국면을 중심으로 하여 그 증명책임분배의 위헌성에 관하여 다투고 있으므로, 증명책임분배규범으로서 이 사건 추정조항이 위와 같이 증명책임을 배분하도록 정한 것에 관하여 합리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겠는지, 그리하여 그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준수하였는지 문제된다. 그렇다면, 추정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을 법정의견과 같이 재산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재판청구권의 일종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또한 재산권과 함께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한편, 청구인의 주장과 당해사건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인 부분’으로 한정하여 추정조항의 위헌성을 다투고자 하는 취지가 분명하므로, 이에 관한 부분으로 판단의 범위를 한정한다.
(4) 소결
우리는 이상의 점들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추정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살펴본다.
나. 입법형성권의 한계 일탈 여부
(1) 추정조항의 역사적 연원과 현실적인 필요성 유무
(가) 점유자의 점유를 자주점유로 추정하는 이 사건 추정조항을 비롯하여 점유에 권리 또는 특정사실의 추정과 같은 법적 권능을 부여하는 점유제도(이하 ‘점유제도’라 한다)는, 결국 점유시효취득제도에서 실제로 점유를 지속하는 자를 소유자보다 더 보호한다는 점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점유시효취득제도가 점유자로 하여금 소유자와 사이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자 간 이해관계의 추를 형성하는 데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면, 점유제도는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점유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되도록 증명책임을 분배함으로써 그 이해관계의 추를 점유자에게 기울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점유제도는, 11세기경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동된 이래 로마법을 계수한 중세 시민법과 교회법을 아우르며 유럽 각 국에 보급되어, 특히 대륙법계 국가들의 법률적 전통의 토대가 되어왔던 유럽 보통법(ius commune)의 발전과정에서부터 그 당위성에 적지 않은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왔고, 그 현실적인 필요성에 관하여 보더라도, 이는 점유자를 두텁게 보호하여 점유시효취득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취득제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마다 다르다. 먼저, 주요 국가들의 부동산 취득제도와 점유시효취득제도를 살펴본다.
1) 등기를 매개로 부동산 소유와 거래제도를 안착시킨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은 일찍부터 국가가 마련한 공적 확인제도인 등기를 통해 ‘공적으로 확인된 소유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권리관계를 재편해 왔고, 점유시효취득제도가 이와 조응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여 부동산 점유시효취득은 미등기 부동산이나 등기된 소유자의 실존이 불분명한 부동산으로만 제한하는 등 점유를 통한 취득제도 자체를 한정적으로 운용해 왔다(독일 민법 제927조, 스위스 민법 제662조, 오스트리아 민법 제1468조, 제1470조). 이와 같이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성립요건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은 부동산 물권의 증명에 관하여 등기부의 기재에 추정력을 부여하고 있고(독일민법 제891조), 부동산의 점유에는 자주점유 추정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2) 이와 달리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대항요건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프랑스는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등기를 대항요건으로 하면서도 물권 공시의 장부가 아닌 부동산 물권취득 권원을 증명하는 서류의 편철로 등기부를 구성하여(프랑스 민법 제2453조) 등기부에 추정력을 인정하지 않고, 부동산의 점유에 자주점유 추정조항을 두고 있다(프랑스 민법 제2256조).
3) 영미법계의 대표적인 국가인 영국은 과거 등기된 토지에 대해서도 점유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Land Registration Act 1925, 제75조 제2항), 2002년 토지법을 개정한 이래(Land Registration Act 2002) 등기된 토지에 관하여는 무주부동산을 제외하면 점유시효취득을 계속 불허해 왔다.
(나) 우리나라는 1960. 1. 1. 민법 시행 당시부터 운영되어 왔던 부동산 점유시효취득제도를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정조항이 정한 바와 같이 증명책임의 분배라는 적극적인 방법을 통하여 소유자보다 점유자를 더 보호하는 고전적 점유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와 6·25 전란 등을 거치면서 등기부나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가 멸실되는 사정 등으로 점유시효취득제도를 통하여 부동산 권리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시기가 있었고, 위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건 추정조항을 두어 점유자를 더 보호하는 점유제도를 운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공적 확인제도로서 일찍이 ‘부동산 등기법’을 제정하여 등기제도를 운영해오면서 지속적으로 등기제도의 정착과 완비를 도모해 왔던 점을 함께 고려할 때, 위와 같은 고전적 점유제도를 정한 지 60여 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까지 소유자에게 타주점유의 증명책임을 부여하는 이례적인 증명책임분배규범을 두어 점유자를 더 보호해 줄 필요성이 있는지, 추정조항이 여전히 그 입법형성의 재량을 일탈하지 아니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 점유시효취득제도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등기를 마치지 못하였을 뿐 종전부터 실질적 권리자였던 자의 증명책임 곤란을 구제해 줄 현실적 필요가 있다는 점과, 본래 무권리자라도 장기간 물건을 점유하는 자에 관하여는 실체법적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 법률관계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이 각 제시되어 왔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등 참조). 취득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점유시효취득 본연의 요건(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함)만 놓고 살펴본다면, 종전부터 실질적 권리자였던 자는 가사 소유권 취득에 관한 직접증거 등을 분실하여 이를 온전히 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잔존하는 간접증거 등을 통해 위 요건들을 비교적 용이하게 증명할 수 있겠으나, 본래 무권리자였던 자까지 적극적으로 보호되기는 어렵다. 무권리자 또한 점유시효취득제도로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취득조항과 별도로 추정조항을 두어 점유자의 점유가 자주점유 및 평온, 공연한 점유로 추정되도록 한 데에 보다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본래 실질적 권리자였는지 혹은 무권리자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20년간 점유한 사실만 증명하면, 나머지 요건들은 추정조항에 따라 모두 점유사실로부터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추정조항을 두어 소유자에게 적극적으로 타주점유의 증명책임을 귀속시키면서까지, 본래 실질적 권리자였던 점유자 외에 무권리자였던 점유자도 손쉽게 점유시효취득할 수 있도록 점유사실 그 자체를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겠는지, 나아가 그와 같이 보호하는 것이 재판의 공정성과 정의의 추구라는 사법이념에 부합하겠는지, 상당한 의구심을 갖지 아니할 수 없다.
(라)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대법원은 일찍부터 점유자가 스스로 무권리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외형적·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 즉 ‘악의의 무단점유’라는 사정이 소유자에 의해 증명된 경우에는, 그러한 점유는 타주점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그 자주점유 추정을 번복함으로써(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소유자의 증명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평을 도모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정조항이 잔존하는 사정으로 인하여, 타주점유의 증명책임 자체는 여전히 소유자에게 유보될 수밖에 없었다.
(마) 그런데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지 20년 이상 경과된 현 시점에서 살펴보면, 정보처리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특정 부동산의 등기명의인뿐만 아니라 그 등기이력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부동산에 관하여는 취득과 더불어 등기하는 관행이 거의 정착되었으므로, 부동산 점유사실 그 자체로부터 소유가 표상되는 것보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기에 의하여 공적으로 확인된 소유자를 중심으로 권리관계가 인정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더하여, 부동산 물권변동에 있어 형식주의(성립요건주의)를 취하고 등기를 공시방법으로 택하면서 등기에 추정력을 인정함으로써 등기제도의 정착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우리 부동산 법제의 근간이므로(민법 제186조) 등기까지 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장기간 점유한 사실의 증명만으로 손쉽게 상실되도록 하는 것은 전체 민법체계에 반할 수 있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추정조항을 두어 점유시효취득 여부가 다투어지는 소송에서 타주점유의 증명책임을 소유자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점유자와 점유사실 그 자체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공정한 재판을 도모하고 실질적인 공평을 구현하는 데 현저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 증명의 난이도, 관련증거에 대한 접근성과 재판의 공정성
(가) 앞서 살펴 본 증명책임분배 일반론에 의하더라도, 점유시효취득의 이익을 얻는 점유자가 스스로 자주점유임을 증명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고, 소유자에게 점유자가 타주점유임을 증명하도록 하는 추정조항은 이례적인 입법에 속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증명책임을 분배한 데 대하여 관련증거와의 접근성 등에 근거한, 보다 분명한 필요성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이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추정조항과 같이 증명책임을 분배해야 할 필요성에 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아니할 수 없다.
(나) 특히 국가 등이 부동산 점유자가 된 경우의 문제점에 대하여 면밀히 살펴본다. 1950. 12. 1. 제정되고 시행된 구 지적법은 일찍부터 국가 등으로 하여금 토지에 관하여 그 소재·지번 등을 조사하거나 검사·측량하여 지적공부에 등록하도록 의무를 부과하였고[구 지적법(2009. 6. 9. 법률 제977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에서 구 지적법을 칭할 때는 연혁을 생략한다) 제3조 내지 제7조], 지적공부 중 토지대장과 임야대장에는 그 소유자의 성명, 명칭,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도 등록하여 비치하도록 해 왔다(구 지적법 제8조, 제9조). 나아가 1960. 1. 1. 제정되고 시행된 부동산등기법은, 각 지역별로 관할등기소를 설치하여 등기부를 작성·관리·보존하도록 함으로써, 일찍부터 전 토지의 소유관계에 관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도모해 오도록 국가 등에게 권한과 책무를 부여해 왔다(부동산등기법 제7조 내지 제21조). 한편, 국가 등이 취득한 재산에 관하여는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에서 지체없이 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하고 관련내용을 공부에 등록할 의무를 부여해 왔고(국유재산법 제14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9조), 그 재산취득과 보상에 관한 자료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과 같은 법 시행령, 구 공문서분류및보존에관한규칙 등에서 영구 또는 준영구 보존자료로 정하여 관리·보존 의무를 두었던 바 있다(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 제1항 별표 1 등). 이러한 국가 등의 책무 및 이에 따른 권한과 의무에 의하면, 국가 등이 정당하게 특정 부동산에 관한 권원을 취득한 경우 국가 등은 공무(公務)로서 이를 지체없이 등기·등록하고 취득관련 자료들을 관리·보존해야 하며, 취득재산 등의 소유관계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부여된 공적 권한에 기하여 조사·검사·측량하여 이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 등이 취득한 재산에 관하여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여 국가 등이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한다는 것은, 국가 등에게 단순한 사경제주체와 달리 공무(公務)로서 부여된 권한과 의무들을 해태한 결과라는 점이 먼저 고려될 필요가 있다. 실제 재판에서 국가 등이 점유자로서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자주점유를 추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한데, 분산 보관하던 각종 자료들이 6·25 전란으로 모두 멸실된 이례적 사례를 제외한 상당수는, 단순한 의무 해태를 넘어 국가 등이 사인의 재산을 처음부터 무단점유했던 결과일 개연성도 현저하다. 나아가, 국가 등은 단순한 사법상 주의의무가 아닌 공무(公務)의 일환으로 취득재산 등기·등록, 관련자료 보존·관리 업무 등을 수행해 왔고, 필요한 경우 공적 권한을 활용하여 조사·검사·측량업무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만큼, 정당한 권원 취득 여부에 관하여 사인과의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관련증거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그 입증능력에서도 여타 사경제주체들과는 다른 현격하게 우월한 지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는 부동산의 점유자가 국가 등인 경우에는, 그 점유사실만으로 자주점유로 추정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국가 등이 스스로 자주점유임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 재판의 공정성과 공평의 원칙, 나아가 정의의 추구라는 사법이념에 보다 확연하게 부합한다고 판단하지 아니할 수 없다.
(다) 그렇다면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인 경우를 달리 정하지 아니하여 사인인 소유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귀속되도록 한 추정조항은 점유자인 국가 등을 과잉보호하고 있다고 아니 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입법을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필요성을 발견할 수도 없으며, 도리어 관련증거의 접근성과 그 입증능력,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게 된 근원적 책임 소재, 등기를 매개로 한 부동산 제도 정착에 관한 국가 등의 책무 등을 종합하면, 결국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가 된 경우 추정조항에서 정한 증명책임분배방식은 공평의 이념과 공정한 재판에 현저한 장애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소유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지 아니할 수 없다.
(3) 일반원칙성과 재판의 공정성
위와 같이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가 된 경우에 추정조항에 따른 증명책임분배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공평의 원칙에 기한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는 데 심대한 장애가 되는 점을 감안하여, 대법원은 앞서 살펴본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소유자의 증명부담을 완화한 것에서 더 나아가, 특히 6. 25 전란 후 국가 등이 점유를 개시한 사례들 중 일부에 관하여는 국가 등에 ‘자주점유 추정이 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극반증책임’ 또는 ‘사실상의 증명책임’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안별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해 온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2다7398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증명책임분배규범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증명책임에 관한 일반원칙으로서 개개 소송마다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각 소송에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증명책임규범의 해석·적용이 달라지고, 동일한 법률요건에 근거한 소송들에 관하여 패소부담의 귀속주체가 달라진다면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점들에 더하여, 법원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안별로 증명책임분배규범인 추정조항의 일반원칙성을 현격하게 저해하는 해석론을 취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까지 고려하면, 추정조항 중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가 된 부분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부여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아니할 수 없다.
(4) 정의의 추구라는 사법의 이념 및 국민의 재산권 보장
마지막으로 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추정조항은 취득조항으로 이미 형성되었던 점유자와 소유자 간 이해관계의 추를 점유자에게 적극적으로 기울게 한다는 점에서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하는 규범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재산권 보장에 관하여 헌법 제23조에서 입법자에게 부여한 내용형성의 한계 또한 준수하여야 한다. 재산권과 관련하여 우리 헌법은, 특히 국가 등이 도로, 학교, 관공서의 설치 등 공공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한 사업목적의 재산을 취득함에 있어, 우선 헌법 제23조 제3항을 두어 공공필요가 인정된다면 법률로써 공용수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며, 헌법 제23조 제1항, 제2항의 범위 내에서 기존에 형성된 민사법상 거래제도를 활용하여 매매계약, 임대차계약 등을 통해 그 대금을 지불하고 권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열어두고 있다. 그런데 국가 등이 취할 수 있는 이러한 민사법상 제도에 20년간 자주, 평온, 공연한 점유를 요건으로 점유자와 소유자 간 이해관계를 새로이 정한 이 사건 취득조항을 넘어서서, 특히 그러한 점유를 자주점유로 추정하여 점유자에게 그 재산적 이해관계의 축을 현격하게 기울게 한 이 사건 추정조항까지 포함되겠는지 의문이다. 위와 같은 제도들이 결과적으로 공행정(公行政)을 구현하는 데 있어 사인의 부동산에 관하여 이루어진 국가 등의 무단점유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우리 헌법이 정한 재산권보호의 이념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정기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국가 등이 무단점유하고 있는 사인의 토지가 국가 등에 의해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만 2012년 약 2조 3000억 원, 2018년 약 2조 5000억 원(각 공시지가 기준 대장가액) 상당에 이른 반면, 이에 대한 보상정책은 극히 미온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간은 계속 경과되고 있고, 국가 등의 무단점유를 증명할 수 있는 관련자료들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조적으로 편재되어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추정조항이 취득조항과 함께 적용됨에 따라 향후 국가 등이 이를 점유시효취득할 개연성이 잔존하게 되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등기제도의 정착과 이를 근간으로 한 부동산 소유제도의 확립에 관한 책무를 부여받은 국가 등의 점유를 과잉보호하여 결과적으로 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은 국가 등의 재산취득을 돕는 이해관계 조정규범으로 기능하는 추정조항이 과연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겠는지, 심대한 의구심을 갖지 아니할 수 없다. 국가 등이 정당하게 취득하였지만 행정역량이 상당 수준으로 구현되기 이전에 취득한 관계로 등기·등록을 해태하였거나 관련자료를 분실한 사례군에 관하여는, 잔존하는 간접증거를 통해 국가 등이 취득조항이 정한 점유시효취득의 일반 요건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하여 구제되도록 하는 것으로 족하고, 6·25 전란으로 등기부 등이 멸실된 경우에 관하여는 추정조항 개선입법 과정에서 소급규정 등을 적절히 두어 배려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명시적으로 추정조항을 유지하여 국가 등이 종전부터 무단점유 한 경우까지 적극적으로 보호되도록 할 필요성이 없다. 나아가 추정조항이 잔존함에 따라 법원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기 위하여 일반원칙성을 저해하는 해석론으로 재산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국가 등의 조세권이 실질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국가 등이 공행정(公行政)을 구현함에 있어 가사 민사법상 사경제적 틀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국민 개개인의 재산을 보호하도록 한 헌법 제23조에 여전히 기속된다는 사실에 관한 국민들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신뢰는 국가 등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할 때에만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국가 등이 종전부터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었음에도 상당 기간 점유를 지속해왔다는 사정만으로 국가 등의 부동산 점유에 대하여도 여타 사경제 주체의 점유처럼 곧바로 자주점유로 추정되도록 추정조항이 그 이해관계를 조정함에 따라, 증거가 편재된 사정까지 종합하여 결과적으로 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은 국가 등의 무단점유에 따른 재산취득을 용인하게 된다면, 이는 헌법 제23조가 정한 재산권보호의 이념에 부합될 수 없으므로, 그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지 아니할 수 없다.
다. 결론
추정조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인 점유시효취득소송에서 소유자인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