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2008. 9. 5. 선고 2008노303 판결 [병역법위반]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1. 박○○ (000000-0000000), 000 주거 등록기준지 2. 안○○ (000000-0000000), 000 주거 등록기준지 3. 여○○ (000000-0000000), 000 주거 등록기준지 4. 양○○ (000000-0000000), 000 주거 등록기준지
- 항소인
- 피고인들
- 검사
- 이세희
- 변호인
- 변호사 최승걸(피고인 모두를 위한 국선)
- 원심판결
- 1.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08. 4. 29. 선고 2008고단10 판결 2.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08. 1. 3. 선고 2007고단639 판결 3. 춘천지방법원 2008. 5. 8. 선고 2008고단199 판결 4.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07. 11. 28. 선고 2007고단580 판결
위 사건에 관하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제1항 제1호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공소사실
⑴ 피고인 박○○은 2007. 10. 9. 강원 평창군 ○○면 ○○리 ○○○-○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강원영동병무지청으로부터 “2007. 11. 6.까지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에 있는 102보충대에 입영하라”는 취지의 상근예비역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기일부터 3일 이내에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⑵ 피고인 안○○는 현역병 입영대상자로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다. 피고인은 2007. 8. 6.경 원주시 ○○동 ○○○-○○ ○○○타운 ○○○동 ○○○○호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07. 9. 11.까지 의정부시 용현동에 있는 306보충대로 입영하라”는 강원지방병무청장의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기일부터 3일 이내에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⑶ 피고인 여○○는 2007. 12. 17. 강원 화천군 ○○면 ○○리 ○○○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08. 1. 8.까지 춘천시에 있는 102보충대로 입영하라는 내용의 강원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상근예비역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기일인 2008. 1. 8.로부터 3일이 경과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⑷ 피고인 양○○는 2007. 6. 11.경 원주시 ○○동 ○○○ ○○아파트 ○동 ○○○호인 피고인의 집에서 같은 해 7. 10. 306보충대에 입영하라는 강원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았음에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하도록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다.
나. 재판 진행 경과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은 2008. 4. 29. 피고인 박○○에 대하여,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2008. 1. 3. 피고인 안○○에 대하여, 2007. 11. 28. 피고인 양○○에 대하여, 춘천지방법원은 2008. 5. 8. 피고인 여○○에 대하여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들은 위 각 원심판결에 대하여 불복·항소하여 그 항소심 사건들이 이 법원에 계속되던 중 이 법원이 피고인 박○○에 대한 항소심 사건(2008노303)에 나머지 피고인들의 각 항소심 사건(2007노829, 2008노31, 2008노327)을 병합하여 현재 이 사건이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
2. 위헌제청 대상 법률 조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입영의 기피)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또는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불참한 때에는 6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1. 현역입영은 3일
3. 재판의 전제성
제1심 법원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는 당해 재판의 전제가 된다.
4. 판단
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공동체의 주요한 현안이 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을 중심으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현상이 존재하였고, 최근에는 기타 종교적 이유나 평화주의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납세 등 각종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함을 부정하지 않고, 다만 자신의 종교적 신념 내지 양심에 의하여 집총병역의무만큼은 도저히 이행할 수 없어 그 대신 병역의무 못지 않게 어려운 다른 봉사 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소수에 불과하기는 하나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들 소수자들이 겪는 고뇌와 갈등 상황을 외면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하였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법·경제·정치·문화·군사 등의 전반적인 수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아니한 자를 가려낼 수 있는 사전심사 및 사후관리 제도를 마련하는 것,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병역면제의 혜택을 준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을 수준의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는 것, 위와 같이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국방력의 저하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아니한다1).
한편 1966년 국제연합(UN)에서 채택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8조는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1993년 국제연합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ttee)는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에 관한 일반의견 제22호(General Comment No.22)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위 제18조의 규정에서 도출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국제연합인권위원회(Commission of Human Rights)도 반복된 결의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등을 각국에 요청하여 왔는데, 우리나라는 1990년 위 규약에 가입하면서 제18조에 대하여 아무런 유보를 하지 아니하였고 2004년의 결의를 포함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인권위원회의 최근 결의들에 직접 동참하기도 하였는바(헌법재판소 2004. 8. 26.자 2002헌가1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우리나라가 위와 같은 국제사회의 요청을 외면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인 우리나라의 위상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최후적 수단인 형벌을 가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는 현재의 일방적인 방법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적 이념을 넘어서 정치적 내지 종교적 문제로 비틀고 재단하려는 사고를 경계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⑴ 헌법 제10조 위반 여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헌법 조항에 따르면, 절대적 기본권으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은 소수자(약자)라거나 주장하는 내용이 당시 사회에 있어서 보편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수자(강자)의 가치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유보되어서는 아니 되고, 그리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여타의 헌법 가치와 충돌하는 경우 그 충돌하는 인권 내지 가치 사이의 갈등을 피하거나 조화점을 찾을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여야 하며 비록 소수자(약자)의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그 보호를 위한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은 헌법 제19조가 정하는 ‘양심의 자유’와 헌법 제39조가 정하는 ‘국방의 의무’라는 서로 다른 헌법적 가치간 충돌의 문제라 할 것이다.
헌법 제3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가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집총병력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닌 이상, 집총병력으로서가 아닌 비전투요원으로서 군에 복무하거나 더 나아가 민간에서 대체복무에 종사함으로써 병역의무를 갈음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국방의무의 이행을 위해서 반드시 집총병력형성의무를 거부하는 개인의 양심이 완전히 제한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이는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여러 다른 국가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대체복무에 종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는 점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나아가 국방의무의 이행에 관한 형평성은 반드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현역 복무에 대한 등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 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도 달성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병역법제 하에서는 종교적 신념 내지 양심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운바,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로 하여금 집총병력의 일원이 되지 않으면서도 국방 의무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어떠한 입법도 하지 아니한 채 이들에게 집총을 강요하고 그 위반시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국가가 소수자(약자)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다수자(강자)의 가치에 의하여 소수자(약자)의 존엄과 가치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이는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2).
⑵ 헌법 제37조 제2항 위반 여부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바, 위 헌법 조항에 따르면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또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서도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 이는 이 사건과 같이 기본권과 여타의 헌법가치 사이에 충돌이나 갈등이 있는 경우 입법자는 다른 헌법가치만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충돌이나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여야 하며 대안 마련이 불가능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그 목적에 비례하는 범위 내의 제한에 그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3).
그런데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이들이 집총거부에 대한 종교적 신념 내지 양심을 지키면서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하는 대체복무제 등의 어떠한 대안도 마련하지 아니한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거하여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을 가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부분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있고, 형 집행을 종료한 이후에도 일정기간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으며(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3호), 병역기피자로 간주되어 공무원 또는 일반 기업의 임·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경우에는 해직되고(병역법 제76조 제1항, 제93조 제1항), 각종 관허업의 특허·허가·인가·면허·등록 등의 취득이 불가능하거나 상실되는(병역법 제76조 제2항) 법적 제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전과자라는 낙인으로 인하여 사회로부터 받게 되는 유·무형의 냉대와 취업 곤란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하는바, 이는 앞서 살핀 기본권 제한원리를 일탈한 과잉조치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된다고 판단된다.
5.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판단되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8.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