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9헌바118 결정 [의료법 제8조 제4호 등 위헌소원 등]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1. 최○○(2019헌바118)대리인 변호사 오채근 2. 강○○(2019헌바171)대리인 변호사 하광호 3. 윤○○(2019헌바176)
- 대리인
- 법무법인 세영 담당변호사 최덕수 외 4인
- 당해사건
- 1.서울행정법원 2018구합72666 의사면허자격취소처분취소(2019헌바118) 2.서울행정법원 2018구합80926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청구의 소(2019헌바171) 3.대전지방법원 2018구합103111 의사면허자격취소처분 취소청구의 소(2019헌바176)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가운데 제8조 제4호 중 ‘의료법 위반에 관한 부분’ 및 ‘형법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 위반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2019헌바118
(1) 청구인은 2017. 4. 27.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였다는 의료법 위반 사실과 환자의 퇴실 요구에 불응하였다는 정신보건법 위반 사실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서울고등법원 2016노816), 2017. 8. 18. 청구인의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대법원 2017도7134)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2018. 7. 11. 청구인에 대하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등을 근거로 의사면허를 취소하였다.
(2)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2018구합72666), 그 소송 계속 중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부분 및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중 ‘제8조 제4호에 해당하게 된 경우도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18아12884) 2019. 3. 21. 모두 기각되자, 2019. 3. 23. 위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9헌바171
(1) 청구인은 2018. 4. 13. 허위입원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려는 환자들을 도와 실제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발급해 주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사기미수방조 사실, 환자들을 입원시킨 사실이 없음에도 입원치료를 한 것처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급여를 청구하여 지급받았다는 사기 및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사실, 거짓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였다는 의료법 위반 사실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인천지방법원 2017노4036), 상고하지 않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2018. 8. 27. 청구인에 대하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등을 근거로 의사면허를 취소하였다.
(2)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2018구합80926), 그 소송 계속 중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18아13040) 2019. 4. 26. 기각되자, 2019. 5. 21.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2019헌바176
(1) 청구인은 2016. 12. 14. 타인 명의로 된 처방전을 작성하고 환자에게 교부하였다는 의료법 위반 사실과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여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고 있는 자에게 차량 제공 등을 하였다는 범인도피 사실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창원지방법원 2016고단3283), 검사의 항소가 기각됨에 따라(창원지방법원 2016노3437) 2017. 6. 8.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2018. 2. 19. 청구인에 대하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등을 근거로 의사면허를 취소하였다.
(2) 청구인은 대전지방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2018구합103111), 그 소송 계속 중 의료법 제8조 제4호,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18아1522) 2019. 5. 15. 모두 기각되자, 2019. 5. 27.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가운데 제8조 제4호 중 의료법 위반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2019헌바118 사건의 청구인은 의료법 제8조 제4호와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중 제8조 제4호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에게 적용된 법률조항은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가운데 제8조 제4호 중 의료법 위반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한정한다.
나. 2019헌바171 사건의 청구인은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대하여 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의사면허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8조 제4호’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면허의 필요적 취소사유로 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가운데 제8조 제4호에 관한 부분’이므로,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가운데 제8조 제4호 중 의료법 위반에 관한 부분 및 형법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 위반에 관한 부분’을 심판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가운데 제8조 제4호 중 ‘의료법 위반에 관한 부분’ 및 ‘형법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 위반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료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된 것) 제65조(면허취소와 재교부)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제1호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1.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관련조항]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결격사유 등)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 4.이 법 또는「형법」제233조, 제234조, 제269조, 제270조, 제317조 제1항 및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지역보건법」,「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 조치법」,「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혈액관리법」,「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약사법」,「모자보건법」,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19. 8. 27. 법률 제16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면허취소와 재교부)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 자라도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 다만, 제1항 제3호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된 날부터 1년 이내, 제1항 제2호 또는 제4호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된 날부터 2년 이내, 제1항 제6호 또는 제8조 제4호에 따른 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는 취소된 날부터 3년 이내에는 재교부하지 못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가. 명확성원칙 위반
(1) 심판대상조항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이외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2)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규정된 범죄(이하 ‘의료관련범죄’라 한다)와 기타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되는 경우, 분리 선고 규정이 없어 기타범죄에 대해 선택된 형이 의료관련범죄에 대한 형의 선택 및 이에 따른 면허 취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나. 평등원칙 위반
(1)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를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인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와 합리적 이유 없이 동일하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반한다.
(2)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관련범죄와 기타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되는 경우’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안인 ‘각 범죄가 분리 기소되는 경우’와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르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반한다.
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1) 심판대상조항은 실형 선고 여부, 죄질, 형기, 재범의 가능성, 결격기간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관련범죄와 기타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되는 경우 분리 선고 규정을 두지 않은 점에서, 최소침해원칙에 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1)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 대해서까지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의료관련범죄와 기타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되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는바,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019헌바171 사건의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관하여, 다른 법률들과 달리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까지 적용하는 것은 수범자에게 불리한 유추·확장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으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의 포함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므로,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며 같이 살핀다.
(2) 심판대상조항은 의료인이 의료법 및 형법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를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019헌바118 사건의 청구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를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도 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며 같이 살핀다(헌재 2013. 6. 27. 2012헌바102; 헌재 2017. 6. 29. 2016헌바394 참조).
(3)2019헌바118 및 2019헌바176 사건의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의료관련범죄와 기타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된 경우’와 ‘각 범죄가 분리 기소된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각 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되어 처벌되는 경우라도 의료관련범죄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선택되는 경우에만 면허취소 요건이 구비되는 것인바, 이러한 형태의 차별은 애당초 발생하지 아니하므로(헌재 2005. 12. 22. 2005헌바50 참조; 헌재 2017. 5. 25. 2015헌바373등 참조) 위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그 밖에 2019헌바171 사건의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재산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과 가장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이상 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위 주장에 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지 여부
(가)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하면서 그 집행만을 유예하는 것이므로(형법 제62조 제1항 참조) 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에도 당연히 ‘형의 선고’는 있는 것이다. 우리 형법상의 형벌체계에 의할 때 집행유예의 선고와 형의 선고는 서로 배타적인 택일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의 선고가 먼저 있고나서 그에 후속하여 집행유예의 선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관계이다. 따라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라고 규정할 뿐 그에 이어서 아무런 제한도 부가하지 않고 있는 이상, 이는 형의 선고만 있으면 되고 그에 후속하여 집행유예의 선고가 있든 없든 가리지 않는 의미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분명히 드러난다(헌재 2003. 1. 30. 2002헌바53 참조). 대법원도 범죄 종류의 제한이 없는 점을 제외하고는 현행 의료법 제8조 제4호와 내용 및 문언이 동일한, 구 의료법(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되고, 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5호에 관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하여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되기까지 사이의 자 등이 포함된다’라고 해석한 바 있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누18042 판결 참조).
(나) 2019헌바118 및 2019헌바171 사건의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건축사법 제9조 제2호, 공직선거법 제19조 제4호 다목,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제4호, 기술사법 제7조 제3호, 변호사법 제5조 제1호 등에서 규정한 ‘형을 선고받고’라는 문언은 실형의 선고만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조항들에 관하여는 건축사법 제9조 제3호, 공직선거법 제19조 제4호 나목,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제5호, 기술사법 제7조 제4호, 변호사법 제5조 제2호 등에서 별도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라고 규정한 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형을 선고받고’라는 문언에서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는 제외됨이 당연하다. 심판대상조항의 경우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라는 문언이 실형의 선고만 의미하는 것으로 축소해석 될 여지가 없다.
(다) 이상과 같이, 집행유예의 개념, 유사조항에 관한 해석, 다른 법률조항들과의 규정형식 차이 등에 비추어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도 적용됨이 명확하다.
(2) 기타범죄와 동시 기소된 경우에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지 여부
(가)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 의료법(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1항 단서 제1호 중 제8조 제1항 제5호 부분’(이하 ‘구 의료법 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는데(헌재 2005. 12. 22. 2005헌바50 참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구 의료법 조항은 면허취소의 요건으로 의료관련범죄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을 것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 그 장단기에 관하여 별도의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판결 이유에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법령의 적용에는 각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법조문뿐만 아니라 법정형이 선택적으로 규정된 죄의 경우 형의 선택을 명시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의료관련범죄와 기타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 그 중 당해 의료관련범죄에 대하여 선고된 형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으므로, 다른 내용의 추가 없이 현재의 규정내용만으로도 의료인의 면허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명확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한다.』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구 의료법 조항에 대한 위 선례의 판단은, 그 연혁 및 조문의 형식적인 위치만 다를 뿐 실질적 내용이 동일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이를 변경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소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되는 것이 명확하고, 의료관련범죄와 기타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되는 경우에 관한 2005헌바50 결정의 판단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 중 의료법 위반에 관한 부분(헌재 2013. 6. 27. 2012헌바102; 헌재 2017. 6. 29. 2017헌바164 참조) 및 형법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 위반에 관한 부분(헌재 2017. 6. 29. 2016헌바394 참조)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의료인이 의료관련범죄로 인하여 처벌 받는 경우에는 당해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고, 이는 곧바로 의료인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의료관련범죄로 인하여 처벌 받은 의료인에게 면허취소라는 불이익을 과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나) 의료관련범죄 중 벌금형만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그 위반행위만으로는 면허취소사유가 되지 아니하고, 징역형 또는 금고형과 벌금형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법원이 구체적 범죄의 정황 및 죄질을 고려하여 당해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함이 상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할 수 있다. 의료관련범죄 중 징역형 또는 금고형 이상만 가능한 경우에도 예외적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이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면허가 취소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면허취소제도는 법원의 재판작용을 거치면서 구체적 타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의료법 제65조 제2항 단서는 면허취소의 경우 의료인의 자격을 영구히 상실하게 하고 있지 않고 3년이 경과하는 경우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둠으로써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3년의 기간은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다른 자격 제도들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로 인하여 자격 제한을 받는 기간들과 비교해 볼 때 크게 불합리할 정도로 길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다) 면허취소로 인하여 의료인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불이익이 의료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확보라는 공공의 이익과 비교하여 더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면 의료 업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에 비추어 볼 때 형의 집행을 유예받았거나 그 형기가 단기라 하여 그에 대한 공공의 신뢰 손상 및 사회적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었다.』
(2)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가) 2019헌바176 사건의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의료관련범죄와 기타범죄가 경합범으로 동시 기소되는 경우 분리 선고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동시적 경합범에 대해 분리 선고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 형의 금액이나 기간은 판결주문에서 하나로 선고될 뿐 각 범죄마다 별도로 기재되지 않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의 종류는 판결이유에서 각 범죄마다 별도로 기재된다. 따라서 의료관련범죄에 대한 금고 이상의 형의 선택 여부는 그와 동시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기타범죄에 대한 형의 선택과는 독립적으로 결정되므로, 면허 취소 여부는 분리 선고를 하는지 여부와 무관하다. 분리 선고를 한다면 의료관련범죄에 대한 형의 금액이나 기간은 명확하게 밝혀질 수 있지만, 의료관련범죄에 대한 형의 종류 및 이에 따른 면허 취소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으므로, 분리 선고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여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7. 5. 25. 2015헌바373등 참조).
(나) 따라서 위 2012헌바102, 2017헌바164, 2016헌바394 선례들의 판단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이를 변경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아래 6.과 같은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보충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나, 입법론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더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그러나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어떠한 규정이 부담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비하여 명확성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 따라서 부담적 성격을 가지는 심판대상조항은 수범자가 그 의미 내용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헌재 2016. 3. 31. 2015헌바227 참조).
나. 의료법 제8조 제4호와 유사하게 범죄 관련 결격사유를 규정한 다른 법률조항들을 살펴보면, (1)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와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를 구분하여 별개의 조문으로 규정하거나 (2) ‘형의 선고’에는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도 포함된다는 확인적 의미의 규정을 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제12조 제3호 및 제4호), 공인노무사법(제4조 제5호 및 제6호), 공인중개사법(제10조 제1항 제4호 및 제5호), 공인회계사법(제4조 제2호 및 제3호), 관세사법(제5조 제4호 및 제5호), 국가공무원법(제33조 제3호 및 제4호), 법무사법(제6조 제3호 및 제4호), 변리사법(제4조 제1호 및 제2호), 세무사법(제4조 제7호 및 제8호)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관세사법 제5조는 제4호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규정한 뒤, 제5호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교육공무원법(제10조의4 제2호), 국가공무원법(제33조 제6호의4), 군인사법(제10조 제2항 제6호의4), 지방공무원법(제31조 제6호의4)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6호의4는 “미성년자에 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러 파면·해임되거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그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사람을 포함한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 의료법 제8조 제4호 역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관한 조항과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 관한 조항을 분리하여 규정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포함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법보완이 가능하다. 더 구체적인 입법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헌재 2013. 8. 29. 2011헌바176 참조), 입법자는 수범자인 국민의 예측가능성 제고와 법치국가원리의 충실한 실현을 위해 심판대상조항이 형의 집행유예 선고 시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더 알기 쉽도록 입법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