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3. 7. 26. 선고 2012구합24344 판결 [해임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 김○○(68년 남)
- 소송대리인
- 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김건수, 최윤성
- 피고
- 국가정보원장
- 소송대리인
-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서규영, 김영두
- 소송수행자
- 원준연, 최중석
- 변론종결
- 2013. 6. 14.
- 판결선고
- 2013. 7. 26.
1. 피고가 2011. 12. 7.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1. 처분의 경위
가. 강등처분 및 이에 대한 불복 과정
(1) 원고는 1992. 6. 15. 국가정보원에 9급으로 임용되고, 2004. 6. 1. 6급으로 승진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2010. 12. 30. 피고로부터 원고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출입할 당시 직권을 남용하고 피고의 비노출·간접활동 지시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강등처분을 받았다.
(2) 원고는 위 강등처분에 불복하여 2011. 1. 27.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같은 해 6. 22. 기각결정을 받았고, 2011. 8. 23. 서울행정법원에 2011구합27674호로 위 강등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1).
(3) 원고는 소청심사청구를 하기 전 국가정보원 직원으로부터 소청심사청구 시 제출할 서류에 대하여 국가정보원 보안업무관리규정(이하 '보안업무관리규정'이라고만 한다) 제82조에 따른 보안성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2011. 1. 27. 피고에게 소청심사청구서와 관련 입증서류 등의 보안성검토를 요청하였으나, 같은 날 그 결과를 통보받기 전에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서와 강등처분에 관한 징계의결서, 징계처분사유설명서 등을 제출하였다.
(4) 피고는 그 다음 날인 2011. 1. 28. 원고에게, “징계처분사유설명서와 소청심사청구서에 국가정보원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으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는 표현이나 불필요한 국가정보원의 내부동향에 대한 기술이 있고 직제가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삭제 또는 비닉처리 후 제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보안성검토 결과를 통보하였다. 한편 위 보안성검토 결과 통보서에도 국가정보원의 직제나 직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5) 원고는 이후 강등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서울행정법원에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하였던 서류들을 위 보안성검토 결과에 따른 비닉처리 등을 하지 않은 채 다시 제출하였고, 위 보안성검토 결과 통보서도 입수하여 함께 제출하였다.
(6) 원고는 2011. 11. 7. 및 같은 달 8. 보안업무관리규정 위반 혐의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변호사를 조사에 참여시켜 달라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였고, 이에 위 조사 담당 직원은 이는 단순히 징계절차를 위한 행정조사에 불과하여 원고에게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에 원고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였다면서 진술을 거부하였다.
나. 이 사건 징계절차
(1) 국가정보원 보통징계위원회는 2011. 12. 5.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를 들어 원고의 행위는 구 국가정보원직원법(2011. 11. 22. 법률 제111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비밀엄수),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및 보안업무관리규정 제82조(직무관련 내용의 진술, 증언 등)·국가정보원 감찰업무규정(이하 '감찰업무규정'이라고만 한다) 제12조(조사방해)를 위반한 것으로서,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4조 제1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파면을 의결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1. 12. 7. 원고를 파면에 처하는 처분을 하였다.
『◎ 직권남용 및 비노출·간접활동 지시사항 위반에 대한 강등처분에 불복, 소청심사를 청구 - 소청위에 국가정보원 관련 자료를 ○○실 보안성검토가 완료되기 전 인의뢰당 일무단제출 - 그 결과 국가정보원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으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는 사항 및 원 직제·내부동향 등이 소청위에 노출
◎ 이후 원고는 소청위가 동 소청을 기각하자 이에 불복하여 강등처분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 - 서울행정법원에 소청시 제출하였던 자료뿐만 아니라 ○○실 '보안성검토 결과통보' 제하 내부공문을 무단반출하여 제출 * ○국○○팀장은 원고가 소청서류 작성에 참고하겠다며 동 공문을 요구하자 '외부반출 금지'를 단서로 전달 - 이로 인해, 공문상 기재된 ○○실 기안·결재 직원 실명(3명) 및 직함(○○실장 등)이 그대로 노출되는 결과 초래
◎ 또한, ○○실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권 침해·보복조사 등을 주장하는 한편, 절차·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진술거부 및 조사방해』
(2) 원고는 위 파면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하였고, 이에 소청심사위원회는 2012. 6. 29. 위 파면처분을 해임처분으로 변경한다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해임으로 감경된 2011. 12. 7.자 징계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 15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호증은 이를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징계사유의 존부 관련
(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 자체가 위헌·위법이라는 취지의 주장
1)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
구 국가정보원직원법(2003. 12. 30. 법률 제70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 중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사건 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은 2002. 11. 28. 헌법재판소로부터 “국가정보원장의 허가에 대하여 국가이익에 대한 중요도와 비공개의 불가피성 여부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요건이 설정되어야 하며, 이 요건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국가정보원장이 불허가처분을 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요건을 전혀 설정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행정소송의 제기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여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2001헌가28)을 받았다.
이에 2003. 12. 30. 법률 제7012호로 “원장이 위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군사, 외교, 대북관계 등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17조 제4항 등이 신설되었으나,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요구하고 있는 피고의 불허가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방안은 여전히 마련된 바 없으므로, 위 법률개정에도 불구하고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의 위헌성이 온전히 제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률이 될 수 없다.
2) 보안업무관리규정 제82조 제1항
보안업무관리규정 제82조 제1항은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의 내용 및 절차를 구체화한 규정임에도, 위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내용을 넘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즉, 보안업무관리규정 제82조 제1항은 위 법률조항과는 달리 국가정보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진술 범위를 '직무상의 비밀'이 아닌 '직무상 관련된 내용'으로 확대하고 있고, 허가의 대상도 '증언하거나 진술하려는 경우'에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를 추가하고 있으며, 허가를 요하는 진술 대상 기관 또한 '법원'이 아닌 '국가기관' 전체로 확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규정 조항도 이 사건 처분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
3) 감찰업무규정 제12조가 위법이라는 주장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4조는 그 각 호에 직원의 징계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위 규정 조항은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이와 별개의 새로운 징계요구 사유를 창설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위 규정 조항도 이 사건 처분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
(나)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은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소청심사위원회 및 법원에 제출한 징계의결서, 징계처분사유설명서 등은 징계처분에 대한 불복 과정에서 원고가 취득한 문서이므로 그 내용을 원고가 '직무상 지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 각 서류나 보안성검토 결과 통보서에 기재된 국가정보원의 직제나 직원의 인적사항, 국가정보원의 내부동향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거나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다. 더욱이 보안성검토 결과 통보서는 대외비가 아닌 일반 문서 형식으로 되어 있는 문서를 피고의 직원으로부터 별다른 제한 없이 교부받은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위와 같은 서류들을 법원 등에 제출하였다고 하여 위 법률조항상 '비밀을 누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감찰업무규정 제12조의 징계요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
원고는 위 규정 조항 소정의 답변 불응 내지 조사방해 행위를 한 바 없고, 원고의 행위가 그와 같이 비춰진다 하더라도,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규정상 징계요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징계양정 관련
설령 앞서 본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징계사유에 기재된 행위를 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이 사건 처분은 너무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징계사유의 존부 관련
(가)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헌법재판소 2002. 11. 28.자 2011헌가28 결정 이후, 2003. 12. 30. 법률 제7012호로 “원장이 위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군사, 외교, 대북관계 등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17조 제4항 등이 신설되는 내용으로 국가정보원직원법의 개정이 있었는바, 신설된 제17조 제4항의 내용은 피고가 제17조 제2항에 따른 허가를 하지 않는데 대한 명확한 요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요건이 설정됨으로써 불허가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피고의 불허가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자의적인 처분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받을 실효적 방도가 부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반하여 피고의 불허가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방안이 마련된 바 없어, 위 법률개정에도 불구하고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의 위헌성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보안업무관리규정 제82조 제1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우선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에서 허가를 요하는 진술 대상을 '법원'으로만 한정하고 있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고, 같은 조 제3항 또는 제6항에 '법원'이라는 언급이 있다 하더라도, 법원과는 무관한 내용의 제5항이 같은 조 내에 위치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진술 대상이 '법원'에 한정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또한 법원 등에 사건 당사자로서 진술을 하는 데에는 서류의 제출이 수반될 수 있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272조 제1항, 제273조, 제274조, 제275조는 당사자로 하여금 증거방법과 첨부서류를 붙여 변론을 서면으로 준비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이러한 준비서면은 상대방에게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민사소송법 제148조 제1항은 서면에 적혀 있는 사항을 당사자가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비밀누설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는 오히려 그와 같이 제출되는 서류에 대한 보안성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보이므로, 위 법률조항에서 허가의 대상으로 규정한 '진술하려는 경우'에는 '진술하기 위하여 서류를 제출하려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규정 조항에서 '서류를 제출하고자 하는 경우'를 추가해 놓았다고 하여 위헌 또는 위법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피고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진술 범위를 법률조항에서는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하여 위 규정 조항에서는 '직무상 관련된 내용'이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 규정 제2항에 '진술·증언할 직원의 소속 부서장(퇴직자의 경우에는 원소속 부서장) 또는 관련 사건 수행 부서장은 원장의 허가를 받기 전에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료를 첨부하여 진술·증언 내용에 대한 ○○○의 보안성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에 '증언 또는 진술하고자 하는 직무상의 비밀 내용과 그 범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의 체계에 비추어 볼 때, 보안업무관리규정 제82조 제1항 소정의 '직무상 관련된 내용'은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도 위헌 내지 위법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에 반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들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감찰업무규정 제12조가 위법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감찰 내·조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의 요구 등 위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57조 소정의 복종의무를 위반한 것이거나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는 데 어려움이 없으므로, 위 규정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4조가 규정하고 있는 징계사유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규정이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4조와는 별개의 새로운 징계요구 사유를 창설하고 있어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은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32조는 “제17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비밀이라 함은 그 요건 중 하나로서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하고, 한편 위 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보원 직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것인데, 그 비밀의 범위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의 영역을 최대한 넓혀 줄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5547 판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원고가 국가정보원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것으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는 사항을 누설하였다'는 부분은 위와 같은 사항이 누설된다고 하여 국가의 기능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조항에서 말하는 '비밀의 누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의 직제, 직함, 그 소속 직원의 실명 및 내부동향 등은,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을 포함하는 국가정보원의 직무 내용과 범위(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실이 누설될 경우 국가정보원의 정상적인 정보수집 활동 등에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국가 또는 국가정보원의 기능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그 서류의 입수 경위나 대외비 표시 유무를 불문하고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서류를 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여 이를 노출시킨 행위는 위 조항에서 말하는 '비밀의 누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아울러 위와 같은 비밀은 원고가 자신의 징계절차 과정에서 입수하였으므로, 원고가 이를 '직무상 지득'하였다고 보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일부만 이유 있다.
(마) 감찰업무규정 제12조의 징계요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고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감찰조사 시 진술을 거부하며 답변 요구에 불응한 바는 앞서 본 바와 같고, 헌법상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형벌권 행사에 대항하기 위한 피의자·피고인의 권리이므로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징계절차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음은 피고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원고는 당시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 구 국가정보원직원법은 제32조에서 “제17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제17조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고,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은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기도 하므로, 위 법률조항 위반에 대한 조사는 그 형식을 피의자 신문이 아닌 행정조사라고 내세우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징계사유에 대한 조사와 형사소추를 위한 수사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정보원이 위 법률조항 위반 혐의를 조사함에 있어서는 피조사자인 원고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권리를 침해당하여 조사관의 답변 요구에 불응하고 진술을 거부한 데에는 위 감찰업무규정 제12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고,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징계양정 관련
위 처분의 경위 내지 앞서의 판단에서 알 수 있거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위에서 본 대로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일부는 부존재한다고 판단되는 점, 이 사건 비위행위는 원고가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인 점, 특히 원고가 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한 징계처분사유설명서 등 서류는 일부 노출되지 말아야 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만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다투는 데 필수적인 증거자료에 해당하는 점, 비밀이 노출된 대상이 불특정 사인이 아니라 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비위행위에 비하여 너무 가혹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계법령
▣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4조(징계사유) 직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1. 이 법 및 「국가공무원법」과 이 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2.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3. 직무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직원으로서의 품위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 구 국가정보원직원법(2011. 11. 22. 법률 제111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비밀의 엄수) ①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법령에 의한 증인·참고인·감정인 또는 사건 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증언 또는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직원을 증인·참고인·감정인으로 신청한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 관계인은 당해 직원이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신청하지 아니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원장에게 증언 또는 진술의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④ 원장은 제2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또는 군사·외교·대북관계 등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를 거부하지 못한다. ⑤ 직원이 국가정보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발간 그 밖의 방법으로 공표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제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⑥ 원장이 제2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증언 또는 진술의 허가를 한 경우에 법원은 공무상 비밀보호 등을 위한 비공개 증언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제32조(벌칙) 제17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구 국가정보원직원법(2003. 12. 30. 법률 제70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비밀의 엄수) ①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 있어서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법령에 의한 증인·참고인·감정인 또는 사건 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증언 또는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국가정보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발간 기타의 방법으로 공표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57조(복종의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 국가정보원법
제3조(직무) ① 국정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 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 국가정보원 보안업무관리규정
제82조(직무관련 내용의 진술, 증언 등) ①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증인, 참고인, 감정인 또는 사건 당사자로서 국가기관에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증언 또는 진술하거나 서류를 제출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② 진술·증언할 직원의 소속 부서장(퇴직자의 경우에는 원소속 부서장) 또는 관련 사건 수행 부서장은 원장의 허가를 받기 전에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료를 첨부하여 진술·증언 내용에 대한 ○○○의 보안성검토를 거쳐야 한다.
1. 사건의 전체적인 내용
2. 증언 또는 진술하고자 하는 직무상의 비밀 내용과 그 범위
3. 사건 관련자, 사건 담당 국가기관
4. 증언 또는 진술 출두 예정 일시 및 장소
5. 변호인의 변론문 및 반대신문의 내용과 범위(사건 당사자의 경우)
6. 관련 보안대책
▣ 국가정보원 감찰업무규정
제12조(행정조치) ○○실장은 이 규정에 의한 감찰 내·조사와 관련하여 비위혐의 직원 및 협조요구를 받은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될 경우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1. 감찰 내·조사에 필요한 출석,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요구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불응한 때
2. 정당한 사유 없이 감찰조사를 방해한 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