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2025. 9. 18. 선고 2024가단25390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용성
- 피고
- B, C, D 변 론 종 결 2025. 6. 26. 판 결 선 고 2025. 9. 18.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22. 7. 5.자 금전소비대차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4,231,341원 및 이에 대하여 2024. 7.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주문과 같다.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22. 7. 5. 17:00경 휴대전화를 통해 원고의 딸 E를 사칭한 성명불상자(메신저피싱범 일당, 이하 ‘성명불상자’라 한다)로부터 “아빠, 나 폰이 고장 나서 임시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아빠 휴대전화를 좀 사용할 일이 있어”라는 문자를 받고, 성명불상자가 보내준 ‘팀뷰어(Teamviewer) 프로그램’ 설치용 링크(URL 주소)를 클릭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의 휴대전화에 팀뷰어 프로그램이 설치되었다.
나. 성명불상자 일당은 팀뷰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원고 휴대폰에 관한 일체의 실행권한을 장악한 직후, 이를 이용하여 한국투자저축은행에 원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고, 같은 날 19:41경 원고 명의로 피고의 웹페이지 메인화면에 접속하였다.
다. 이후 성명불상자 일당은 원고에 대한 본인확인 절차(휴대폰 인증, 운전면허 발급일자 확인, 토스인증서 인증 및 타행계좌 확인 등)를 거쳐, 같은 날 19:52경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방식으로 원고 명의로 피고와의 대출약정(이하 ‘이 사건 대출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새로 개설한 원고 명의의 한국투자저축은행 계좌로 대출금 3,800만 원(이하 ‘이 사건 대출금’이라 한다)을 송금받은 후 그 전액을 제3자의 계좌로 이체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로부터 대출금 상환을 요구받고 2022. 8.경부터 2022. 12.경까지 피고에게 5회에 걸쳐 합계 4,231,341원(이하 ‘이 사건 변제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대출약정은, 원고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체결된 것이 아니라 성명불상자 일당이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것이고, 피고도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방식으로 위 대출약정을 체결함에 있어 취하여야 하는 본인확인 조치 및 사고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대출약정은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이 사건 변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휴대폰 본인인증, 운전면허증 진위여부 확인, 토스 인증서를 통한 인증 및 원고 명의 은행계좌 확인 등 4가지 방법으로 원고 본인 여부를 확인하였다. 이는 피고가 원고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이라 한다) 제7조 제2항 제2호[1]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
나. 판단
1) 금전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대출약정은 원고의 의사가 아닌 성명불상자 일당이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하였음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대출약정은 원고에 대하여 유효하게 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이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유효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수신한 전자문서가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고는 여신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회사로서 채무를 부담하게 될 당사자에게 직접 그 의사를 확인하는 등 보다 신중하게 대출을 실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므로, 영업의 편의를 위해 그 절차를 간이하게 하여 발생하는 위험은 원칙적으로 피고가 부담하여야 한다. 특히 비대면 금융거래의 경우 대면거래와 달리 의사표시자를 직접 확인할 수 없고, 제3자에 의한 해킹 등 명의도용 가능성, 조작 실수로 인한 오입력 등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가능성 및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대면거래보다 높으므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성이 크다.
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하목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피고와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를 포함한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하는 실명확인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의무가 부과된 모든 금융거래에 적용되는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이하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이라 한다)’을 제정하였는데,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는 위 방안을 준수한 경우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의 실명확인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금융위원회도 2015. 12.경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을 금융회사 등이 준수할 실명확인방법으로 유권해석하고 있다.
다)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은 금융회사 등은 실명확인을 위해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② 영상통화, ③ 접근매체 전달 과정에서 실명확인증표 확인, ④ 타 금융회사에 개설된 기존계좌 활용, ⑤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생체정보 이용) 중 2개 이상의 절차를 의무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⑥ 타 기관 확인결과 활용(인증기관 등에서 신분확인 후 발급한 공인인증서, 아이핀, 휴대폰 번호 등을 활용), ⑦ 다수의 고객정보 검증(고객이 제공하는 개인정보와 신용정보회사 등이 보유한 정보를 대조)의 방식을 추가로 거칠 것을 권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라) 피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피고가 원고의 휴대전화로 보낸 문자메시지의 인증번호 확인을 통한 본인인증, 운전면허증 발급일자를 이용한 진위 여부 확인, 토스 인증서 본인인증 및 성명불상자 일당이 당일 원고 명의로 개설한 한국투자저축은행 계좌 확인 절차를 거쳐 곧바로 이 사건 대출을 승인하고 성명불상자가 대출금 수령 계좌로 등록한 원고의 한국투자저축은행 계좌로 대출금 38,000,000원을 송금함으로써,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따른 의무적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마) 원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 이전 피고와 거래관계가 없었고, 피고가 원고 본인 확인을 위해 사용하고 이 사건 대출금을 입금한 원고 명의의 한국투자저축은행 계좌는 원고가 이용하던 기존 계좌가 아니라 위 본인 확인을 하고 위 대출금을 입금하기 직전(같은 날)에 성명불상자가 원고의 명의를 모용하여 개설한 계좌이다.
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원고 명의로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이 사건 대출약정서(갑 제17호증)에는 원고의 직장이 “현대”라고만 기재되어 있고, 부서명, 직위, 급여일자, 근무시작일, 연소득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며, 원고의 주민등록지 주소와 직장 주소가 모두 ‘경남 김해시 F’로 기재되어 있음에도, 직장 전화번호는 김해시(055)가 아닌 서울(02) 전화번호로 기재되어 있는 등 제출된 서류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피고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사) 전자문서법 제11조, 구 전자서명법(2020. 6. 9. 법률 제1735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조 등에 따르면, 전자문서에 공인인증서에 의한 공인전자서명이 있는 경우에는 서명자가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의도로 문서에 서명하였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반면, 공인전자서명 이외의 전자서명은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으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된다. 따라서 토스 인증서 본인인증은 서명자를 확인하고 서명자가 당해 전자문서에 서명을 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고, 서명자 신원의 동일성이 추정되거나 거래상대방이 신뢰할 만한 외관이 창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아) 휴대전화를 이용한 본인인증은 금융거래에 이용되는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에 비해 제3자에 의하여 악용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고, 최근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대출을 받는 등의 범죄가 종종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본인 확인을 위한 절차로서의 신뢰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고, 신분증 발급일자와 같은 개인정보 역시 쉽게 도용될 수 있어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보완하는 추가적인 본인 확인 수단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토스 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 역시 이 사건에서와 같이 팀뷰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원고의 휴대전화를 제어할 수만 있으면 쉽게 통과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본인 확인 수단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3) 결국 이 사건 대출약정은 유효하게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대출약정에 기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위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또한, 원고가 존재하지 않는 위 대출약정에 기하여 2022. 8.경부터 2022. 12.경까지 피고에게 5회에 걸쳐 이 사건 변제금 4,231,341원을 지급하였음은 앞서 본 것과 같은바, 이로써 피고는 같은 금액의 부당이득을 얻고, 원고는 같은 금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4,231,341원 및 그 이행기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의 다음날인 2024. 7.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되, 이 사건의 발생 경위 및 이 사건 소의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여 민사소송법 제98조, 제99조에 따라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