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5. 7. 17. 선고 2022헌바68 결정 [근로기준법 제36조 등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권○○
- 국선대리인
- 변호사 이윤구
- 당해사건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고단4681 근로기준법위반
1.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본문, 구 근로기준법(2007. 7. 27. 법률 제8561호로 개정되고, 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중 제36조에 관한 부분,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중 제36조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서울 ○○구 (주소 생략)에 있는 ○○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약 50여 명을 사용하여 물질성분검사 및 분석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나. 청구인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범죄사실 및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22. 2. 16.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고단4681, 당해 사건)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노347). 청구인은 별도의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22. 7. 13.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20고정545)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노1144).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한 후 2023. 4. 6. 청구인에게 벌금 330만 원을 선고하였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22노347, 2022노1144(병합)],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대법원 2023도5033), 2023. 11. 2.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청구인은 당해 사건 소송 계속 중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제13조, 제116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2. 2. 16. 기각되자(서울남부지방법원 2021초기2343), 2022. 3.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라. 한편 청구인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중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 부분, 근로기준법 제13조 중 ‘사용자’에 관한 부분,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제1호 중 ‘사용자’에 관한 부분, 근로기준법 제102조 제1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23. 11. 7. 지정재판부에서 모두 각하되었다(2023헌마1133).
2. 심판대상
가. 변호사의 자격이 없는 사인인 청구인이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나 주장은 변호사인 대리인이 추인한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있다(헌재 1992. 6. 26. 89헌마132 참조). 청구인은, 국선대리인이 청구이유 보충서를 제출한 이후인 2023. 10. 19. 이 사건과 2023헌마1133 사건이 병합되어야 하고 병합사건에서의 청구취지를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제13조, 제116조 제2항, 제102조 제1항, 제36조, 제109조 제1항, 제115조는 대한민국헌법에 위반된다.’라고 변경한다는 취지의 ‘병합신청서 및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의 국선대리인이 청구인의 이러한 주장을 추인하지 아니하였고, 청구인이 새로이 심판대상으로 주장하는 조항들에 대하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결정이 없었음도 명백하므로 국선대리인이 제출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청구이유 보충서)에 따라 심판대상을 확정하기로 한다.
나. 청구인은 근로기준법 제36조 및 제109조 제1항 전부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청구인은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로 처벌을 받았으므로, 그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또한 청구인은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전부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그 중에서 청구인은 근로기준법 제13조를 위반한 경우에 대하여 과태료 부과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제1호를 다투고 있으므로 그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본문(이하 ‘의무조항’이라 한다), 구 근로기준법(2007. 7. 27. 법률 제8561호로 개정되고, 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중 제36조에 관한 부분 및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중 제36조에 관한 부분(이하 합하여 ‘처벌조항’이라 하고, 의무조항과 합하여 ‘금품청산의무 조항’이라 한다), 근로기준법(2010. 6. 4. 법률 제10339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근로기준법(2021. 4. 13. 법률 제1803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연혁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 ‘근로기준법’이라고만 한다) 제116조 제2항 제1호(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보고·출석의무 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금품 청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구 근로기준법(2007. 7. 27. 법률 제8561호로 개정되고, 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6조, 제65조 또는 제72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고, 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6조, 제65조 또는 제72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근로기준법(2010. 6. 4. 법률 제10339호로 개정된 것) 제13조(보고, 출석의 의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이 법의 시행에 관하여 고용노동부장관·「노동위원회법」에 따른 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원회”라 한다) 또는 근로감독관의 요구가 있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보고하거나 출석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2021. 4. 13. 법률 제18037호로 개정된 것) 제116조(과태료)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 제13조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 노동위원회 또는 근로감독관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 보고 또는 출석을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된 보고를 한 자 [관련조항]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금품청산의무의 불이행은 그 성질이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부당하고, 나아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회사의 경영자에 불과한 청구인을 고의나 중과실, 인과관계 등의 증명 없이 처벌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반하며, 평등원칙에도 반한다.
나. 금품청산의무 조항의 ‘사용자’ 개념에 법인의 경영자가 포함되는 것은 명확성원칙에 반하고, 그 밖에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인과관계 없이 형사처벌을 하고 있어 인과관계의 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에도 반하여 헌법에 위배된다.
다.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가지는데, 보고·출석 의무 조항으로 인하여 피의자가 사법경찰관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할 것이 강요되고 있다. 따라서 보고·출석의무 조항은 진술거부권을 보장한 헌법 제12조 제2항에 반하고,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며, 일반 형사사건의 피의자와 비교하여 차별취급을 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4. 보고·출석의무 조항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의 경우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라 함은 문제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21. 2. 25. 2019헌바53 참조). 보고·출석의무 조항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로 하여금 고용노동부장관, 노동위원회 또는 근로감독관의 요구가 있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보고하거나 출석하도록 하고, 위와 같은 보고·출석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인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와 제36조 위반으로 청구인을 처벌한 형사재판인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이라 볼 수 없으므로 보고·출석의무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보고·출석의무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5. 금품청산의무 조항에 대한 판단
가. 쟁점
(1)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으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종료하면 임금을 포함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모든 금품(이하 ‘임금 등’이라 한다)을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때에는 사용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청구인은 이 중 ‘사용자’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므로 금품청산의무 조항 중 ‘사용자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살핀다.
(2) 청구인은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인과관계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서의 기재를 살피면 청구인이 다투고자 하는 바는 금품청산의무의 위반이 있으면 민사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이루어지는 것이 부당하고, 금품청산의무 위반 사실이 있으면 고의, 중과실, 인과관계의 입증 없이도 형사처벌이 이루어져 부당하며, 사업주가 아닌 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이다. 결국 청구인의 주장은 사적 자치 내지 기업의 자율 영역에 있는 금품청산의무의 문제를 법으로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물론 사업주가 아닌 자까지 형사처벌하는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및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므로,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및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계약의 자유 등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위반 등 주장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은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은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주장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비교집단과 어떠한 차별취급이 존재하는지 전혀 밝히고 있지 않고, 그 실질적인 주장 내용 역시 금품청산의무를 위반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므로 계약의 자유 등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평등원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 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16. 11. 24. 2015헌바218 참조).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사용자’에게 금품청산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의 개념을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여기에서의 ‘사업 경영 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고(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근로기준법 제32조, 제36조 소정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때에도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300 판결) 사용자의 개념을 형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전제하에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사주로서 회사를 사실상 경영하여 온 자는 임금 지불에 관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자로서 근로기준법 소정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388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규범의 문언과 이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사람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충분히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금품청산의무 조항의 ‘사용자’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릇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당사자간의 자유로운 계약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경우 일반적으로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에게 불리한 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에 적합하도록 최저기준을 법률로 정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감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을 제정하게 하고 있는 위 헌법 제32조 제3항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수정을 의미한다(헌재 2005. 9. 29. 2002헌바11 참조). 금품청산의무 조항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 등을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자유롭게 정할 근로조건에 관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수정하여 법률이 일정한 제한을 설정한 것이므로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와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필요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의 위와 같은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인지 살펴본다.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가) 근로기준법은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를 위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조건의 기준을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가지는 최저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15조).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임금 등의 청산 기한은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고(헌재 2005. 9. 29. 2002헌바11 참조), 임금 등의 청산 기한에 관하여 강행적 최저기준을 정한 것도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환에 해당한다.
(나) 먼저 의무조항에 관하여 본다.
근로관계가 근로자의 사망 또는 퇴직으로 종료된 후에 임금 등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임금 등을 생계의 원천으로 하는 퇴직근로자 및 그 가족 내지는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이하 ‘퇴직근로자 등’이라 한다)의 생활이 불안하게 될 수 있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임금 등의 지급에 불편과 위험이 따를 우려가 있다. 금품청산의무 조항 중 의무조항은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일정 기한 내에 임금 등의 지급을 명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이 임금 등을 제때에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 퇴직근로자 등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가지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다) 다음으로 처벌조항에 관하여 본다.
근로관계가 종료될 경우 사용자가 청산하여야 하는 임금 등은 근로자의 생활의 기초로서 반드시 제때 지급받아야만 하는 중요한 금품이므로 입법자는 의무조항을 통하여 임금 등의 청산 기한을 정하는 한편 의무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강력한 제재인 형벌에 처해질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의무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퇴직근로자 등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려 한 것이다.
(라) 나아가 금품청산의무 조항에서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업주가 아닌 자에 대하여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그 위반의 책임을 묻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금품청산의무의 준수의무자는 ‘사용자’인데, 앞서 본 것처럼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의 준수의무자의 범위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않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에게까지 확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위와 같이 제2조 제1항 제2호를 두어 그 법의 준수의무자인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로서(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4도1309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손익계산의 귀속자에게 형식적인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근로기준법의 이행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고려하에 근로자에 대하여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까지 넓게 사용자로 파악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금품청산의무 조항에서 금품청산의무의 준수의무자와 그 위반 시 형사책임을 부담할 자 등을 사업주에 한정하지 않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을 포함한 사용자로 넓게 규정한 것도 임금 등의 청산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퇴직근로자 등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마) 종합하면,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퇴직근로자 등이 임금 등을 제때에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기한 내에 임금 등을 청산할 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금품청산의무의 위반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며, 그 준수의무자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또한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보다 성실한 태도로 근로자의 생계수단인 임금 등을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퇴직근로자 등에게 임금 등은 근로의 대가로서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고, 금품청산의무 조항 중 의무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 등의 지급의무를 퇴직근로자 등의 기본적 생활 보장 등에 부합하도록 제때에 이행하라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또한 의무조항은 계약자유의 원칙의 수정조항으로 기능하는 헌법 제32조 제3항의 요청에 따라 규정된 것이므로 청산하여야 할 임금 등의 지급기한을 며칠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입법자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5. 9. 29. 2002헌바11 참조). 금품청산의무 조항 중 의무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퇴직근로자 등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 등의 발생 기초는 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형성되어 있는 점, 근로기준법 제36조 단서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위 14일이라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무조항에서 위와 같이 정한 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지나치게 짧은 기간을 규정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나) 청구인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임금 등 미지급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은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07. 8. 30. 2003헌바51등; 헌재 2015. 7. 30. 2014헌바257; 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등 참조). 사용자의 금품청산의무 위반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등 민사상의 구제절차만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 퇴직근로자 등은 소송절차와 집행절차 등을 거친 이후에서야 비로소 임금 등을 실제로 수령할 수 있고, 사용자로서는 임금 등을 미지급함으로써 얻는 이득과 손해를 비교하여 임금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아니할 가능성이 있으며, 나아가 앞으로의 임금 미지급 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민사상 손해배상 등의 방법만으로는 임금 등의 적시 지급을 통하여 퇴직근로자 등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한다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형벌을 통하여 사용자에게 임금 등의 지급을 강제하여 퇴직근로자 등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판단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편 청구인은 고의나 중과실, 인과관계 등의 증명 없이 금품청산의무 위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사용자가 단순히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조항이 아니다. 사용자에게 금품청산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고의가 있었음이 형사재판에서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비로소 죄가 성립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하여 형사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근로기준법 제36조 단서 참조). 한편, 금품청산의무 위반죄는 사용자의 임금 등 미지급행위가 있으면 성립하는 죄이고 특별히 결과 발생을 요구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인과관계가 문제될 여지는 없다. 또한 사용자가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 등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사유는 범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용자가 금품청산의무를 위반하여 범죄가 성립하였더라도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를 할 경우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이처럼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한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보장되어 있으며, 사용자의 고의를 비롯한 구성요건 등이 엄격하게 증명된 경우에만 처벌하는 조항으로 임금 등의 미지급 행위에 대하여 필요하고도 최소한의 한도에서만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 청구인은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사업주가 아닌 자에게까지 금품청산의무를 부담시키고, 그 위반의 책임을 묻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금품청산의무 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금품청산의무의 준수의무자를 널리 사용자로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아가 살피건대,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떠한 사람이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므로(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300 판결 등 참조), 결국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임금 등을 지급할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자에 한한다고 볼 것이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도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구성요건 등이 엄격하게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형사처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사업주 이외의 자에게 금품청산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것이 지나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따라서 금품청산의무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균형성
퇴직근로자 등의 생계수단인 임금 등의 지급이 제때에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적 요청의 필요성은 헌법 제32조 제3항에 따라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비추어 매우 중대하다. 따라서 금품청산의무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및 기업활동의 자유의 제한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헌재 2005. 9. 29. 2002헌바11 참조).
(4) 소결론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 및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금품청산의무 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