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6. 2. 선고 2010감고21 판결 [치료감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감호청구인
- 최○○ (000000-0000000), ○○ 주거 서울 강남구 ○○○ ○○ ○○○○○○○ ○○○○ 등록기준지 정읍시 ○○○ ○○○ ○○
- 검사
- 안희준
- 변호인
- 변호사 전상욱, 조은선
- 판결선고
- 2011. 6. 2.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를 기각한다.
1. 치료감호청구 원인사실
피치료감호청구인은 지능지수(IQ)가 40 이하인 자로서 정신지체 장애 1급에 해당하고, 사회성이 전혀 없으며, 위험을 모르는 행동을 수반하며 인지저하로 인해 충동조절이 되지 않고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등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피치료감호청구인은 2010. 7. 17. 08:50경 서울 강남구 ○○동 ○○역 지하철 3호선 개찰구에 있는 교통카드 충전소 앞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려는 피해자 반○○(70세)에 다가가 위 피해자가 현금 14만 원 등이 들어 있던 지갑을 꺼내는 순간 이를 빼앗으려 하였고, 이에 대해 피해자가 저항하자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리고 지갑을 강취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강도야”라고 소리치며 대항하자 도망하여 미수에 그쳤다.
이로써 피치료감호청구인은 피해자의 지갑을 강취하려다 피해자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코 부위의 피부가 찢어지는 상해를 가하였다.
피치료감호청구인은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들이 인정된다.
(1) 피치료감호청구인은 1984년생으로 태어날 때부터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었고, 1992. 2. 5. 지적장애 1급 장애인으로 등록되었다. 피치료감호청구인은 특수학교를 다니다가 이 사건 발생 무렵에는 어머니 김○○과 함께 집에서 지냈고, 집에서도 흥분을 하면 이를 참지 못하고 유리창을 깨기도 하였으며, 평소 밖에 나가면 동네 할머니를 때리거나 어린이들을 미는 등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있었다(수사기록 44쪽, 53쪽).
(2) 의사 신영민은 2004. 3. 18.자로 ‘피치료감호청구인이 지능지수 40 이하이며, 사회성이 전혀 없고, 위험을 모르는 행동이 수반된다.’라는 이유로 피치료감호청구인에 대해 정신지체 장애 1급의 진단을 하였다(수사기록 43쪽).
(3)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소속 의사 장○○는 2010. 10. 14.자로 ‘피치료감호청구인이 중증도 정신발육 지연에 해당하고, 인지 저하로 인해 충동조절이 되지 않아 폭력적이거나 부적절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약 및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하였고(수사기록 42쪽), 피치료감호청구인은 이 사건 발생 후인 2010. 7. 26.부터 2011. 1. 13.까지 한두 달 간격으로 서울의료원에서 지속적인 통원치료를 수행하였다. 이와 같이 통원치료가 이루어지던 2011. 1. 24. 의사 장○○는 ‘피치료감호인이 서울의료원 정신과에서 투약 이후 상당한 정도의 충동성 호전을 보이고 있음. 보호자 등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나, 지속적인 약물 투여 및 치료를 수행한다면 일반인에 비해 통상적 수준의 범법행위 위험성은 크게 높지 않다고 사료됨.’이라는 내용의 진단을 하였다(변호인 제출 증 제1, 3호증).
(4) 치료감호소 소속 정신과 의사 김○○은 2011. 4. 7.부터 2011. 4. 21.까지 치료감호소 검사병동에 입소한 피치료감호인에 대해 여러 가지 검사를 실시하고 행동을 관찰한 다음, ‘피치료감호청구인은 출생시부터 중증 정신지체를 갖고 있으며 근본적 개선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됨. 행동 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고 꾸준한 통원치료가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감정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치료감호의 요건에 관하여
구 사회보호법(2005. 8. 4. 법률 제7656호로 폐지)은 심신장애자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동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치료감호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구 사회보호법의 폐지와 동시에 제정된 치료감호법은 치료감호의 요건으로서 재범의 위험성 외에도 ‘치료의 필요성’을 명문화하여 치료감호 선고 요건을 강화하였다. 이는 사회 보호 측면보다는 치료감호 대상자에 대한 교화개선 및 인권보장에 중점을 두기 위하여 치료감호 요건을 강화하고 정신과 등의 전문의의 진단과 감정을 의무화하려는 취지이다[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05. 6. 29.자로 제안한 치료감호법안(대안, 의안번호 2148)에 기재된 제안 이유, 제254회 국회 본회의 회의록(2005. 6. 29. 오후 2시 30분) 등 참조)]. 따라서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없는 심신장애자를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보호를 위해 치료감호소에 격리·수용하는 것은 현행 치료감호법상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에 대한 검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치료감호청구인은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이 사건 치료감호청구 원인사실 기재 행위를 한 점, 피치료감호청구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충동 조절 능력이 없고, 흥분할 경우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심신장애 상태에 관하여 지속적인 약물 투여 및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동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의사 장○○는 피치료감호청구인이 6개월여 동안의 통원 치료를 통해 상당한 정도의 증상 호전을 보였다고 진단하였고, 치료감호소 소속 정신과 의사 김○○은 약 2주 동안 피치료감호청구인을 검사·관찰한 다음 피치료감호청구인에 대해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아니하며 통원치료가 더 바람직하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한 점, ② 피치료감호청구인의 어머니 김○○은 피치료감호청구인을 성실하게 보호하고 치료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김○○이 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참조) 등을 고려하면, 피치료감호청구인을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여 치료하는 것보다는 치료감호시설 외에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치료감호법의 목적은 심신장애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려는 것이므로(치료감호법 제1조), 치료감호시설 외에서 치료하는 것이 적절한 피치료감호청구인과 같은 심신장애자에 대하여 치료감호 처분을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치료감호법의 입법목적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치료감호청구인에게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피치료감호청구인에게 지속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 사건에서, 피치료감호청구인 본인에 대한 치료 및 사회의 안녕질서 보장 등을 위하여 적절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현행 치료감호법은 법원이 형법 제10조에1) 규정된 심신장애자에 대하여2)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15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동안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게 되고,3) 치료감호의 집행을 시작한 이후 6개월이 경과해야만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치료감호의 종료, 또는 가종료(假終了) 여부를 심사할 수 있으며,4) 치료감호 집행을 시작한 이후 1년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법정대리인 등에게 치료감호시설 외에서의 치료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5)
치료감호처분은 심신장애자의 보호 및 치료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당사자를 치료감호시설에 강제로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자유박탈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최소자유제한의 원칙(the least restriction doctrine)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보면, 피치료감호청구인의 경우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꾸준한 통원치료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완화된 수단을 통하여 좀 더 적절한 보호와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감정의견이 제시된 이 사건에서, 법원이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본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경우 위법한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성숙한 인격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형사책임무능력자’로 규정하고 있다.6) 이와 관련하여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소년법은, 법원이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하여 소년원에 송치하는 처분 이외에도 보호자 등에게 감호위탁을 하거나 보호관찰관에게 보호관찰을 하도록 하는 처분 등을 비롯한 다양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다음,7) 나아가 법원이 보호관찰에 관하여 상담이나 교육 등과 같은 부가처분을 명하거나,8) 필요한 경우 보호처분의 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9) 해당 사건에서 당사자의 사정과 사안의 특수성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고려하여 소년범의 품행 교정을 위한 적절하고 실효성 있는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07. 11. 22. 제안한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안번호 7924)에 기재된 대안의 제안이유 참조}. 형법 제10조 제1항이 심신상실자를 ‘형사책임무능력자’로 규정한 것은 형법 제9조의 규정취지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심신장애자가 범죄를 저지른 사안에서도 법원이 해당 사건에서 당사자의 사정과 사안의 특수성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검토한 다음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사회의 안녕질서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10)(예컨대, 이 사건에서 법원이 피치료감호청구인의 어머니에게 감호위탁처분을 하면서, 거기에 보호관찰관의 보호관찰, 치료명령 등을 병과할 수 있다면, 피치료감호청구인의 자유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피치료감호청구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 및 사회의 안녕질서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처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라. 결론
이 사건 치료감호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치료감호법 제12조 제1항 후단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