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23. 3. 23. 선고 2021가합211758 판결 [손해배상(국)]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맑은뜻, 담당변호사 김무락
- 피고
-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한동훈, 소송수행자 신가희, 한동훈, 이연수 변론 종결 2023. 3. 2.
- 판결 선고
- 2023. 3. 23.
1. 피고는 원고에게 4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3. 2.부터 2023. 3. 2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 5. 18. 경북 대구시(현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소재 B대학교에서 계엄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연행·구금되었다.
나. 피고 소속 수사관들은 구금 및 조사 과정에서 원고의 얼굴에 물수건을 덮고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
다. 원고는 1980. 8. 28. 석방될 때까지 103일간 구금되었다.
라. 원고는 위 B대학교로부터 1980. 4.부터 1980. 5. 18.까지의 시위 참여 등을 이유로 근신을 명하는 징계처분을 받았다.
마. 원고는 2001. 11.경 위와 같은 징계처분이 민주화운동에 따른 학사 징계로 인정되어 구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2004. 3. 27. 법률 제7214호로 개정되어 2004. 3. 27. 시행되기 전의 것)에 따라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결정을 받았다.
바. 원고는 구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되어 2010. 3. 19. 시행되기 전의 것)에 기초하여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 한다)에 보상금 등의 지급을 신청하였으나, 2008. 12. 22. 이 사건 위원회로부터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서의 객관성이 결여되어 보상금 등의 지급 신청을 기각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받았고, 원고는 이에 대하여 재심의를 신청하였다.
사. 원고는 2012. 7. 17. 이 사건 위원회로부터 위 103일 간의 연행·구금 부분에 대한 보상 결정을 받고, 2013. 6. 27. 위 결정에 동의하여 보상금 26,869,600원(=연행·구금·수형일수 보상 18,869,600원 + 생활지원금 8,000,000원)을 지급받았다.
아. 원고는 석방 후 불안장애, 협심증, 신경증, 다발성 늑골골절, 좌측 주관절 내 골편 등을 앓고 있다.
자. 헌법재판소는 2021. 5. 27. ①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1990. 8. 6. 법률 제4266호로 제정되고, 2006. 3. 24. 법률 제7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이라 한다) 제16조 제2항의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 부분 및 ② 구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6. 3. 24. 법률 제7911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9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5·18민주화운동보상법’이라 한다) 제16조 제2항의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헌법재판소 2021. 5. 27. 선고 2019헌가17 전원재판부 결정, 이하 ‘이 사건 위헌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 소속 공무원은 1979. 10. 25. 긴급조치 위반을 이유로 원고를 구금하였고, 1980. 5. 18.부터 1980. 8. 28.까지 계엄령 위반 등을 이유로 원고를 103일간 구금하였으며, 그 조사 과정에서 원고에게 가혹행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출소 후에도 원고를 지속적으로 사찰하고 감시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 소속 공무원의 행위는 전두환 등이 1980. 5. 18.을 전후하여 저지른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직무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설령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소는 원고의 구금이 끝난 1980. 8. 28.부터 5년이 지난 시점에 제기되었거나, 원고가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을 받은 2001. 11.경 또는 늦어도 원고가 보상금 등 지급 결정을 받은 2012. 7. 17.로부터 각 3년이 지난 시점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가 도과되어 소멸하였다.
3.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관련 법리
(1)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금·압수·수색·심문·처벌·강제노역과 보안처분을 받지 아니한다.’(제1항),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제2항), ‘체포·구금·압수·수색에는 검사의 요구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3항 본문)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구 형사소송법(1980. 12. 18. 법률 제3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법관에 의한 사전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고(제201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의 증거 인멸,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 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그 사유를 고하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으나(제206조), 이에 의하여 피의자를 구속한 경우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지방법원 판사가 있는 시 또는 군에서는 구속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기타의 시 또는 군에서는 72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발부받도록(제207조) 각 규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권리를 구체화하였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피의자 등을 함부로 체포·구금하는 것은 위법하고, 영장에 의하여 체포·구금할 경우에도 형법,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규정된 체포요건과 구속영장 발부요건 등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위법하다. 또한 국가는 물론 그 어떠한 권력의 주체도 필요한 정보나 형사소추를 위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이나 협박과 같은 직·간접적 수단을 이용하여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일을 자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구 대한민국헌법은 제8조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제17조에서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여야 하며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수호하여야 할 임무가 있다.
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
(1) 1979. 10. 25. 체포·구금 및 가혹행위 부분
원고는 1979. 10. 25.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 긴급조치 위반을 이유로 위법하게 구금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6호증 중 공소기각 결정문(제29, 30쪽)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되었다가 1979. 12. 26.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검사의 공소취소에 따른 공소기각결정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위 공소기각결정문에 기재된 죄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일 뿐,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은 아닌 점1), ② 원고가 주장하는 1979. 10. 25.의 구금 사실을 인정할 만한 다른 객관적인 자료는 제출되지 않은 점, ③ 원고가 위 1979. 10. 25. 무렵의 구금 또는 위 공소기각결정으로 인하여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지정되었다거나 관련 보상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긴급조치 위반을 이유로 1979. 10. 25. 위법하게 구금되었다거나 그에 따른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1980. 5. 18.부터 1980. 8. 28.까지의 체포·구금 및 가혹행위 부분 전두환 등이 1980. 5. 18.을 전후하여 저지른 행위는 내란의 죄로서 헌정질서파괴범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와 같은 헌정질서파괴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영장 없이 위법한 방법으로 원고를 103일간 원고를 체포·구금하고, 구금하는 동안 원고에게 가혹행위를 하였다. 피고 소속 공무원이 원고에 대하여 행한 위와 같은 일련의 공무집행행위(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들은 공권력을 남용한 직무상의 불법행위로서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타당하고, 이 사건 불법행위에 관한 피고 소속 공무원의 고의·과실 또한 인정할 수 있다.
(3) 출소 후의 지속적인 사찰 및 감시 부분
원고는 출소한 이후에도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원고를 지속적으로 사찰하고 감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관련 법리
(1)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은 물론,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및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지위와 연령, 사고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9. 12. 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참조).
(3)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고, 공무원들의 인권침해행위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그 행위의 불법성의 정도, 그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고통의 내용과 기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53419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위자료의 산정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과 불법의 중대성, 유사한 국가배상판결에서 인정된 정신적 손해배상금과의 형평성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액은 4,000만 원이고, 그 지연손해금은 변론종결일인 2023. 3. 2.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기관이 헌법질서파괴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 ② 피고 소속 공무원은 위헌·무효임이 명백한 계엄포고에 따라 원고를 영장 없이 체포하여 103일간 구금하였고, 원고는 그 과정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폭행, 가혹행위 등을 당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석방 이후에도 협심증, 불안장애 등 여러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는 계엄군에 의한 불법 구금 등으로 인하여 재학 중이던 대학교로부터 징계처분을 받는 등 사회적 활동에 있어 상당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2012. 7. 17. 이 사건 위원회로부터 연행·구금·수형일수 및 생활지원금으로 보상금 26,869,600원을 지급받았다(다만 위 보상금은 정신적 손해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적 지원의 일종일 뿐이므로, 고유한 의미의 위자료와는 구별된다). ⑤ 이 사건 불법행위가 있었던 1980년경으로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4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 수준 등이 크게 상승하였고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발생하였다.
3) 소결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4,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3. 3. 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3. 3.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소멸시효 항변
1) 장기소멸시효 항변
가) 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1항, 제2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제1항(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제1항)에 따르면,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주관적 기산점,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1항)로부터 3년(단기소멸시효)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객관적 기산점,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로부터 5년(장기소멸시효)의 소멸시효가 적용됨이 원칙이다.
나)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 및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사건의 국가배상청구권에는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다259363 판결 등 참조).
다) 살피건대, 기초사실 및 앞서 본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으로서 피고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1항에 규정된 3년의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달리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 사건 소가 1980. 8. 28.부터 5년이 지난 시점에 제기되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2) 단기소멸시효 항변
가) 관련 법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나, 여기에도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되어 시효기간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이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 함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원고가 2001. 11.경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결정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갑 6호증 중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통지서(35쪽 내지 37쪽)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은 이유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학사 징계로 인한 것일 뿐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가 2001. 11.경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원고가 이를 통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명백히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이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을 받은 시점인 2001. 11.경을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볼 수 없다.
(2) 원고가 이 사건 위원회로부터 위와 같이 103일 간의 연행·구금 부분에 대한 보상 결정을 받은 2012. 7. 17.부터는 위자료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일응 진행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기초사실, 갑 3,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은 적어도 원고가 이 사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한 때부터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위헌결정이 선고될 때인 2021. 5. 27.까지는 권리 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및 구 5·18민주화운동보상법은 제16조 제2항에서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다. ② 원고는 2012. 7. 17. 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고, 2013. 6. 27. 이 사건 위원회에 위 결정에 동의하는 취지의 동의 및 청구서를 제출하였다. ③ 헌법재판소는 2021. 5. 17. 2019헌가17 전원재판부 결정을 통하여,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소극적 손해의 배상에 상응하는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해당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하여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려 한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헌법 제10조 제2문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유죄판결을 받게 하거나 해직되게 하는 등으로 관련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음에도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제10조 제2문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및 구 5·18민주화운동보상법 제16조 제2항 가운데 ‘광주민주화운동(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이 위헌임을 선언하였다. ④ 대법원은 2021. 7. 29. 2016다259363 판결에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이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및 구 5·18민주화운동보상법 제16조 제2항의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일부 위헌결정으로서 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⑤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및 구 5·18민주화운동보상법 제16조 제2항으로 위 법률에 따른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사람의 위자료 청구권이 제한되었던 이상, 앞서 살펴본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위헌결정으로써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및 구 5·18민주화운동보상법 제16조 제2항 일부의 헌법 위반이 선언되기 전까지는 원고가 자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
(3) 따라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위 보상금 등의 지급 결정을 받은 날부터 일응 진행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동시에 원고에 대한 보상금 등의 지급 결정 및 동의의 효력에 따라 권리 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발생하여 그 사유가 해소된 이 사건 위헌결정 선고일인 2021. 5. 27.까지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3년 내인 2021. 11. 26.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한 이상,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위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