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15. 7. 2. 선고 2015고단1104 판결 [가. 수산자원관리법위반, 나. 식품위생법위반, 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1.가.나.다. A (58년, 남), 식당업 2.가.나. B (60년, 남), 운전사 3.가.나. C (63년, 남), 농업 4.가.나. D (62년, 여), 식당업
- 검사
- 김성현(기소), 김미혜(공판)
- 변호인
- 변호사 박춘기, 민병환(피고인 A를 위하여)
- 판결선고
- 2015. 7. 2.
피고인 A를 징역 1년에, 피고인 B, C를 각 벌금 5,000,000원에, 피고인 D를 징역 6개월에 각 처한다. 피고인 B, C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피고인 D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압수된 증 제1호를 피고인 A로부터 몰수한다. 피고인 B, C에 대하여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각 명한다.
누구든지 수산자원관리법 및 수산업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하여 포획·채취한 수산자원이나 그 제품을 소지·유통·가공·보관 또는 판매하여서는 아니되고, 식품접객업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위반하여 포획·채취한 야생동물·식물을 사용하여 조리·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
1. 피고인 A, B, C의 수산자원관리법위반 및 식품위생법위반
피고인 A와 피고인 B는 고향 친구 관계이고, 피고인 A와 피고인 C는 사회생활 중 알게 된 선후배 관계이다. 피고인들은 함께 2015. 3. 17. 20:00경 울산 울주군 ○○○에 있는 피고인 C가 운영하는 ○○냉동창고 앞에서, 피고인 A가 그 무렵 성명불상의 불법 고래포획업자로부터 매수한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 1마리(약 1,000kg)를 절단·해체하는 작업을 한 후 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피고인 B는 그 무렵부터 일주일에 1~2회씩 봉고차를 이용하여 위 냉동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위 고래고기를 울산 중구 ○○○에 있는 피고인 A가 운영하는 ◉◉식당(일반음식점)으로 운반하고, 피고인 A는 위 ◉◉식당에서 피고인 B가 가져다준 고래고기를 삶거나 회로 조리하여 위 식당을 찾은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판매한 것을 비롯하여 2013. 4. 30.경부터 2015. 4. 8.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 A는 성명불상의 불법 고래포획업자로부터 약 12마리 상당의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매수하여 이를 피고인 C의 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피고인 B는 위 ○○냉동창고에서 위 ◉◉식당으로 위 고래고기를 운반하고, 피고인 A는 이를 조리하여 위 ◉◉식당을 찾은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판매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불법으로 포획한 밍크고래 고기를 가공·보관·판매함과 동시에 식품접객업자의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
2. 피고인 D의 수산자원관리법위반 및 식품위생법위반
피고인 D는 피고인 A의 처형으로서 2012. 5. 23.경부터 2015. 4. 8.경까지 울산 남구 ○○○에 있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식당(일반음식점)에서, 피고인 A로부터 위 제1항과 같이 피고인 A가 성명불상의 불법 고래포획업자로부터 매수한 밍크고래 고기 약 675kg을 수시로 공급받아 이를 삶거나 회로 조리하여 위 ◉◉식당을 찾은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판매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불법으로 포획한 밍크고래 고기를 가공·판매함과 동시에 식품접객업자의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
3. 피고인 A의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피고인은 2011. 1. 10.경 울산 중구 ○○○에 있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고향 후배인 김○○으로부터 김○○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9002-134-970981)의 통장, 체크카드 및 비밀번호를 양수하여 위 제1항과 같이 불법 포획한 고래고기의 판매대금 관리에 사용하였다.
1. 피고인들의 각 법정진술
1. 정○○, 허**, 조○○, 김○○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각 내사보고(냉동고래 보관창고 분석에 대한 건, ‘◉◉’ 판매용 고래고기 시료채취에 대한 건, 냉동고래 보관장소 특정에 대한 건)
1. 각 수사보고(‘◉◉’ 고래판매량에 대한 건, 고래고기 시료 유전자감정 결과 회신에 대한 건, ○○냉동 주변 CCTV 확인에 대한 건)
1. 범행기간 및 매출금액 특정, 김○○ 명의 압수계좌 금융거래 내역 분석보고, 포획고래 매입수량 및 판매대금에 관한 수사보고, 김○○ 명의 새마을금고 거래내역 분석에 관한 수사보고, 고래고기 시료 유전자감정 결과 회신에 대한 수사보고, ◉◉ 신용카드 매출내역 압수조서, 압수목록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 피고인 A : 수산자원관리법 제64조 제1호, 제17조, 형법 제30조(불법어획물 보관·유통·판매의 점), 식품위생법 제97조 제6호, 제44조 제1항, 형법 제30조(멸종위기종 동물 조리·판매의 점),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 제6조 제3항 제1호(접근매체 양수의 점) ∘ 피고인 B, C : 수산자원관리법 제64조 제1호, 제17조, 형법 제30조(불법어획물 보관·유통·판매의 점), 식품위생법 제97조 제6호, 제44조 제1항, 형법 제30조(멸종위기종 동물 조리·판매의 점) ∘ 피고인 D : 수산자원관리법 제64조 제1호, 제17조(불법어획물 보관·유통·판매의 점), 식품위생법 제97조 제6호, 제44조 제1항(멸종위기종 동물 조리·판매의 점)
1. 상상적 경합
각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 피고인 A, D : 각 징역형 선택 ∘ 피고인 B, C :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 가중(피고인 A)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노역장 유치(피고인 B, C)
각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집행유예(피고인 D)
형법 제62조 제1항
1. 몰수(피고인 A)
수산자원관리법 제68조 제1항
1. 가납명령(피고인 B, C)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1.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임을 알고서도, 피고인 A는 2년여에 걸쳐 이를 매입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판매하고, 피고인 C는 위 고래고기를 자신 소유의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피고인 B는 고래고기를 냉동창고에서 식당까지 운반해 주고, 피고인 D는 피고인 A로부터 고래고기를 일부 공급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판매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들 모두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선선히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등 유리한 정상이 있다. 그러나 다음 사정 즉, ① 피고인 A가 운영하는 식당에 자체 냉동창고가 있음에도 인적이 드물고 식당과 상당한 거리에 있으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C의 냉동창고에 고래고기를 보관하다가 소량씩 운반한 점으로 보아,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에 대비하여 불법 포획한 고래고기를 은밀하게 보관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두 달에 밍크고래 한 마리 정도 분량의 고래고기를 판매한 것으로 보이고, 평일과 주말을 불문하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영업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 A는 ‘가끔씩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판매자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현금을 주고 밍크고래를 구입하였으나 판매자를 알 수는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운영한 식당의 규모나 판매량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특정 판매자로부터 고래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않고서 장기간 영업한다는 것을 선뜻 믿기 어려운 점, ④ 즉 피고인 A가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의 판매책을 은비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고, 이러한 사정에다 피고인이 피고인의 처 명의로 이 사건 식당을 운영하다 이 사건과 동일 범행으로 2013. 4. 29.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계속하여 식당을 운영한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공급책을 은비하려는 의도가 추후에도 동종 영업을 계속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점, ⑤ 피고인 A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고래고기 공급을 통한 폭리를 취할 목적으로 불법 포획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간 점, ⑥ 피고인 A는 이 사건 식당을 운영하는 4년여 간 적법하게 구입하여 판매한 고래고기가 전무한 것으로 보이고, 2013. 4. 30.부터 단속일인 2015. 4. 8.까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약 12마리 정도의 밍크고래를 판매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현금매출을 제외한 이 사건 식당의 카드매출내역이 16,626회에 2,135,393,100원에 이르는 점, ⑦ 피고인 A는 불법 포획된 고래와 관련된 금전거래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지인으로부터 통장을 양도받아 사용하는 등 지능적으로 범행한 점, ⑧ 피고인 A의 범행은 결과적으로 적법하게 유통되는 고래고기를 구입하여 정직하게 판매하는 식당의 영업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정상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의 죄질 및 정상이 상당히 불량하고, 이에 가담한 나머지 피고인들도 죄책이 가볍지 않아 피고인들은 상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이상의 정상에 피고인들의 연령, 이 사건 범행에서의 역할, 가담 정도, 범죄전력[피고인 A(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도박개장, 방조, 음주운전 등 20여 회), 피고인 C(음주운전 등 벌금형 5회), 피고인 B(1980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벌금 10만 원), 피고인 D(2012. 5. 22. 수산자원관리법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 가정환경, 범행에 이른 경위, 범행 전후 정황 및 아래 추가로 설시하는 양형의 이유 등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3. 피고인 A와 변호인은 많은 수의 고래고기 판매 식당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혼획 등으로 공급되는 고래가 소량으로 한정되다 보니, 불법 포획한 고래를 구입하여 판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비난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기록에 의하면, 2015. 3. 17. 현재 울산에서만 104곳의 고래고기 판매 식당(남구 69, 동구 20, 중구 11, 북구 4)이 영업 중이고, 2015. 3. 17. 기준 ‘2015년 전국 고래종류별 혼획현황’은 밍크고래 19마리(울산 2마리), 참돌고래 81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 상괭이 24마리, 쇠돌고래 1마리인 사실, 돌고래 등은 식용가치가 떨어지므로 실제 식용으로 유통되는 고래의 대부분은 밍크고래인데, 우연히 그물에 걸려 혼획된 밍크고래는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에 비해 신선도가 크게 떨어지고, 물량이 적어 가격도 훨씬 비싸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가 전문 식당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유통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실정에 불구하고 당원이 피고인들의 죄책을 엄중히 묻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4.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밍크고래 등을 포획하고 유통·판매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용인되지 않는다. 알려져 있다시피 1949년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가 구성된 이래 IWC는 1982년 남획으로 인한 멸종을 우려하여 상업포경을 금지할 것을 결의하였고, 이어 1986년부터 세계적으로 포획이 전면 금지되었는데, 관련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도 그 무렵부터 연근해 수역에서 고래포획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어망과 통발 등에 걸려든 고래만 절차에 따라 유통시키고 있다. 그 후 포경과 관련하여 현재까지도 국제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있고, 국가에 따라서는 일본과 같이 포경을 찬성하고 일부 목적 하에서 포경을 강행하는 국가도 있으며, 우리나라도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 포경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있고, 실제 우리 정부가 2012년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포경을 실시하려 하였으나, 국내외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즉 다양한 논의에 불구하고 여전히 고래의 포획과 유통·판매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5. 일각에서는 포경 금지 이후 고래의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여 어민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기 때문에 어민 보호를 위해서라도 제한적으로나마 포경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이러한 이유와 고래 식용이 우리의 오랜 식문화라는 점이 고래의 포획과 유통·판매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주된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제한적 포경 재개가 추진될 당시 국내 자료에 의하면, 한국 연근해에서 서식하는 고래들이 막대한 양의 연근해 어류를 먹어치우고, 어민들의 조업을 방해하며, 고가의 어구를 훼손시키는 등 그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기는 하다. 만약 이러한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민 보호 차원에서 고래의 개체수 조절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조사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반론이 적지 않았고, 위 연구 외에 우리 연근해의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만큼 고래의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였다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는 찾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10년간 5,000마리 가까운 고래가 혼획되어 국제적으로 불법적인 포경국으로 인식될 지경이라는 것이고, 전세계적인 고래 개체수 증가에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일본 근해의 밍크고래는 그 개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집중적으로 밍크고래만을 포획하는 이유는 오로지 식용을 통한 돈벌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고래는 과거 개체수가 풍부하고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는, 주요한 먹거리이자 해양자원으로서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으로까지 취급된 적도 있었으나,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멸종의 위기에 몰리게 되고, 1986년 포경이 전면적으로 금지된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세계적으로 인류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서 그 의미가 크게 변화되었다. 고래는 2~3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 포유동물이라 남획할 경우 쉽사리 멸종 위기에 몰릴 수 있어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며, 포경이 성행하던 세계 주요 지역에서도 포경이 아닌 관경이 주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울산 역시도 이러한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오랜 식문화를 일거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겠으나, 국민의 다수가 여전히 포경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과 달리, 우리 국민의 상당수(국민의 67% 가량이 포경을 반대한다는 2009년 여론조사 결과 있음)는 이제 고래를 식용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할 대상으로 인식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므로, 더 이상 식문화 때문에 불가피하게 포경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7. 결국 혼획을 가장하거나 노골적인 불법 포획이 근절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고래고기를 즐기는 소비자가 여전히 존재하고, 즐비한 판매 식당에서 이를 비교적 손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포획자나 판매자가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다양한 요즘, 상식이 있는 소비자라면 불법으로 밀렵된 멸종위기종 동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결국 혼획을 통한 합법적 유통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합법적 영업을 가장한 판매 식당의 상술로 인해 고래고기의 소비가 끊임없이 조장된다는 결론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 고래 불법 포획의 일차적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포획자에게 있다 할 것이지만, 그보다 더 큰 책임은 불법 포획된 고래임을 알면서도 폭리를 위하여 이를 소비자들에게 마구 유통시키는 판매처에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성싶다.
8. 우리 시대의 고래는 더 이상 어족자원이 아니라, 생명성과 바다를 상징하는 경이로운 생명체이자, 위대한 자연 그 자체이다. 어떤 시구(詩句)처럼, 푸른 바다 위를 타앙탕 힘차게 꼬리치며 항진하는 고래를 보고 아이들은 온갖 상상을 하고, 시인들은 기꺼이 생명을 노래한다. 전 인류의 노력으로 일부 고래의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고래의 멸종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쉽사리 떨쳐낼 수 없는 이유는, 통제되지 않는 인간의 탐욕,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래가 자주 출몰한다는 울산 지역조차 산 고래 구경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이나 죽은 고래는 식당마다 넘쳐나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 고래를 포획하고 유통·판매하는 것이 비난가능성 높은 범죄라는 점을 거듭 환기하고자 함은, 도도새를 비롯하여 인간의 탐욕으로 멸종되어 사라져 간 수많은 비잠주복, 그 숨탄 것들처럼, 고래를 더 이상 아이들의 그림책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로 남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고래고기 몇 점을 앞에 두고 자연을 노래할 시인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