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 5. 25. 선고 2020헌바309 결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 등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1. 김○○(2020헌바309)대리인 변호사 안병민 2. 김□□(2020헌바592)국선대리인변호사 이석화
- 당해사건
- 1. 서울고등법원 2019노2316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상해)(2020헌바309) 2. 대법원 2020도6810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주거침입강간등)(2020헌바59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2항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제3조 중 제20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2020헌바309
청구인 김○○는 ‘2001. 8. 6.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여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채 피해자를 강간하고 상해를 가하였다.’라는 공소사실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소시효 연장에 관한 특례규정에 따라 2019. 5. 2. 기소되어 2019. 9. 27. 1심 법원에서 징역 7년 등을 선고받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9고합136등). 위 청구인은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9노2316) 계속 중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 및 부칙 제3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0. 4. 24.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20초기79) 2020. 5.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20. 4. 24.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2020. 7. 29. 상고가 기각되어 그 형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20도5323).
나. 2020헌바592
청구인 김□□은 ‘2001. 7. 29.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여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라는 공소사실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소시효 연장에 관한 특례규정에 따라 2018. 10. 31. 기소되어 2019. 10. 17.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 6월 등을 선고받았고(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고합212), 2020. 5. 21.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며(대구고등법원 2019노537), 2020. 9. 3. 상고가 기각되어 그 형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20도6810). 위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형사소송법 제318조를 ‘제1심에서 한 증거동의를 항소심에서 취소할 수 없다.’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고(2020초기615)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 및 부칙 제3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20초기710) 2020. 9. 3. 모두 각하되자 2020. 12.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또한 위 청구인은 2021. 1. 7. 대법원 2020도6810과 관련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를 다투는 내용의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청구인 김○○는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9. 8. 20. 법률 제164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2항 및 부칙 제3조에 대하여, 청구인 김□□은 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 및 부칙 제3조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청구인들의 범죄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적용되는 법률을 심판대상으로 삼는다.
나. 청구인 김□□은 대법원 판례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318조에서의 증거동의 철회시기를 증거조사 완료 전까지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한정위헌청구 형태의 심판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위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의미 있는 헌법문제에 관한 주장이라기보다는 증거조사에 관한 당해 사건 법원의 법률해석 내지 적용을 다투는 내용에 불과하여 현행의 규범통제제도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이 부분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헌재 2022. 10. 27. 2021헌바305 참조).
다. 또한 청구인 김□□은 2021. 1. 7. 청구취지를 추가하여 당해 사건인 대법원 2020도6810과 관련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도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청구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청구로 보더라도 이는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연혁에 상관없이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20조 제2항(이하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이라 한다) ②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제3조 중 제20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하고, 위 조항들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공소시효 기산에 관한 특례) ② 제2조 제3호 및 제4호의 죄와 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죄는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제3조(공소시효 진행에 관한 적용례) 이 법 시행 전 행하여진 성폭력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도 제20조를 적용한다. [관련조항]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성폭력범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한다. 3.「형법」제2편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 중 제297조(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제300조(미수범), 제301조(강간등 상해ㆍ치상),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ㆍ치사), 제302조(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 제303조(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및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의 죄
5. 이 법 제3조(특수강도강간 등)부터 제14조(미수범)까지의 죄
② 제1항 각 호의 범죄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죄는 성폭력범죄로 본다. 제3조(특수강도강간 등) ①「형법」제319조 제1항(주거침입),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제331조(특수절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0조 및 제331조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의 죄를 범한 사람이 같은 법 제297조(강간)부터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까지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8조(강간 등 상해ㆍ치상) ① 제3조 제1항, 제4조, 제7조 또는 제14조(제3조 제1항, 제4조 또는 제7조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은 수사기관이 언제라도 과학적인 증거를 제출하여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여 공소시효제도 자체를 형해화하고, 법정형이 더 무거운 다른 죄보다 공소시효를 길게 연장한 것은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 평등원칙,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원칙을 바탕으로 한 법적 안정성, 적정성의 원칙, 신뢰보호원칙에 반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재판받을 권리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과학적인 증거’ 부분은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된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을 바탕으로 한 법적 안정성, 적정성의 원칙,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평등원칙, 재판받을 권리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먼저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의 ‘과학적인 증거’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은 특정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디엔에이증거 등 과학적인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고 있는바, 법정형이 더 무거운 내란죄 등 다른 범죄보다 법정형이 더 가벼운 특정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더 길게 연장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문제된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이 헌법 제10조, 제27조, 제37조 제2항에 반한다는 주장도 하나, 이는 평등의 문제를 다른 측면에서 주장한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한편 청구인들은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이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 근거한 법적 안정성, 적정성의 원칙, 신뢰보호원칙에도 반한다는 주장도 하나, 이는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도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개정 규정을 적용하는 측면을 지적하는 내용이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다.
(2) 이 사건 부칙조항이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의 형벌불소급의 원칙 및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펴본다. 청구인은 이 사건 부칙조항이 법적 안정성, 적정성의 원칙, 헌법 제10조, 제11조, 제27조 및 제37조 제2항에도 반한다는 주장도 하나, 이는 형벌불소급의 원칙 및 신뢰보호원칙 위배의 문제를 다른 측면에서 주장한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에 대한 판단
(1)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명확성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고, 이는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될 수 없으며,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성원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법 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2. 12. 27. 2011헌바225; 헌재 2014. 5. 29. 2012헌바383 등 참조). 최근 새로운 수사기법이 발달하여 범죄 발생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더라도 범죄 입증이 가능한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 개인의 특이한 유전자형을 담고 있고 중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디엔에이증거처럼 범죄 입증이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기간의 경과와 상관없이 범죄규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성폭력범죄의 경우 디엔에이증거는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에 관한 논란의 여지없이 범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의 ‘과학적인 증거’는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정확성과 타당성이 담보되어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범죄의 증거로서 객관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증명력이 확보되는 증거를 의미한다. 한편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은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라고 규정하고 있어, 과학적인 증거의 증명력이 디엔에이증거에 준할 정도로 확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그 의미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우려는 없다. 나아가 실체적 진실 발견을 가능하도록 하는 과학적인 증거의 종류와 범위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인 증거에 해당하는 모든 경우를 미리 구체적으로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고, 어떠한 증거가 과학적인 증거에 해당하는지는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이 문제된 성폭력범죄의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사안마다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의 ‘과학적인 증거’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거나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이 개개의 사안에서 ‘과학적인 증거’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집행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의 ‘과학적인 증거’ 부분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평등원칙 위배 여부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공소권이 소멸하는 제도로서, 그 적용범위와 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공소시효를 모든 범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그 적용을 배제하는 범죄를 인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형사사법 체계와의 관계, 범죄의 실태, 국민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특히 사회와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범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분야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소시효제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폭넓은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그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에 위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12. 2. 23. 2011헌바154; 헌재 2014. 5. 29. 2012헌바383 등 참조).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은 성폭력처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신설된 규정으로, 특정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디엔에이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여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성폭력범죄는 그 특성상 범죄가 은밀하게 행해지고 범인 특정이 어려워 수사가 장기화될 여지가 다른 범죄에 비하여 높은 점, 범행에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수반되어 범인의 고유한 디엔에이증거 등이 피해자나 범행 현장에 잔존할 가능성이 높은 점,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오랜 기간이 경과한 증거도 증거수집이 가능하게 되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지 않게 된 점, 성폭력범죄는 피해자에게 장기간 심각한 정신적ㆍ정서적 장애를 입힌다는 점에서 그 죄질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은 모든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성폭력범죄에 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이 특정 성폭력범죄에 대하여만 공소시효를 연장하더라도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부칙조항에 대한 판단
(1) 형벌불소급의 원칙 위배 여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3조 제1항 전단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13조 제1항의 근본 뜻은 형벌법규는 허용된 행위와 금지된 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여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어 있고, 그에 위반한 경우 어떠한 형벌이 정해져 있는가를 미리 개인에게 알려 자신의 행위를 그에 맞출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 위 헌법조항은 실체적 형사법 영역에서 어떠한 소급 효력도 금지하고 있고,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표현함으로써 절대적 소급효금지의 대상은 ‘범죄구성요건’과 관련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헌재 1996. 2. 16. 96헌가2등; 헌재 2021. 6. 24. 2018헌바457 참조). 한편, 헌법이 위 조항에서 비록 범죄구성요건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범죄구성요건과 형벌은 불가분의 내적인 연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 헌법조항은 소급적인 범죄구성요건의 제정과 소급적인 형벌의 가중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1996. 2. 16. 96헌가2등; 헌재 2021. 6. 24. 2018헌바457 참조). 이처럼 우리 헌법이 규정한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행위의 가벌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소추가능성에만 연관될 뿐이고 가벌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소시효에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행위의 가벌성은 행위에 대한 소추가능성의 전제조건이지만 소추가능성은 가벌성의 조건이 아니므로, 공소시효의 연장규정을 과거에 이미 행한 범죄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하는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헌재 1996. 2. 16. 96헌가2등; 헌재 2021. 6. 24. 2018헌바457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의 공소시효 문제는 형벌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신뢰보호원칙 위배 여부
이 사건 부칙조항은 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된 성폭력처벌법 시행 당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성폭력범죄에 대하여도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당사자로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신법 대신에 기존에 적용되던 유리한 구법이 계속 적용될 것을 신뢰할 수 있고, 이러한 신뢰가 보호할 만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신뢰보호원칙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새로운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ㆍ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9. 8. 29. 2014헌바212등 참조). 이 사건 부칙조항에 의하여 침해받은 신뢰이익은 공소시효가 완성됨으로써 처벌을 받지 아니할 수 있는 이익이다. 공소시효제도는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미약해져 가벌성이 감소하고 범인이 장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과 증거가 산일되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범인이 범죄 후 일정한 기간 기소되지 아니함으로써 형성된 사실상의 상태를 존중하여 법적 안정을 도모하고 형벌권의 적정을 기하기 위한 제도이다(헌재 2017. 11. 30. 2016헌바157 참조). 이처럼 공소시효제도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피의자에 대한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하여 피의자를 보호한다. 그러나 공소시효의 완성 전에 장차 공소시효가 완성될 것이라는 공소시효에 대한 이익은 형사소추에 대한 국가의 이익, 즉 범인필벌의 실체적 정의의 요청과 필연적으로 충돌되는 것이므로 상반되는 두 가지 이익을 조정함으로써 그 보호범위와 정도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헌재 2021. 6. 24. 2018헌바457 참조). 이 사건에서처럼 법률개정으로 공소시효가 연장된 경우 개정 법률 시행 전에 범죄를 범하였다면, 기존 법률에 따른 공소시효 적용에 대한 신뢰가 보호가치 없는 신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가의 형벌권 행사가 갖는 의미 및 공소시효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아직 공소시효가 진행 중인 범죄에 대하여는 경우에 따라 공소시효의 정지ㆍ연장ㆍ배제가 이루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새로운 수사기법의 발달로 범죄 발생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더라도 범죄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확대되고 있고, 성폭력범죄에서 디엔에이증거 등은 시간의 경과와 상관없이 확실하게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이므로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연장하여 불법적인 상태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크다.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아직 공소시효가 진행 중인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한 이 사건 공소시효 특례조항을 적용하도록 하였더라도,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성폭력범죄자의 신뢰이익이 불법적인 상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실체적 정의라는 공익에 우선하여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21. 6. 24. 2018헌바457 참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칙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3) 소결
이 사건 부칙조항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