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 9. 30. 선고 2020헌마1389 결정 [형법 제307조 제1항 등 위헌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1. 이○○ 2. 손○○ 3. 김○○ 4. 박○○
- 대리인
-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박성철, 김이안, 박상진, 오유림 변호사 엄선희, 이상현, 이선민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이○○은, 2020. 3. 6. 전 남편 이□□이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서 밀린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보드판을 들고 피케팅을 하였다는 이유로 이□□으로부터 형법 제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다.
나. 청구인 손○○는, 2020. 1. 17. 전 남편 박□□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청과가게 앞에서 박□□의 가정폭력 전과 사실을 말하며 소리쳤다는 등의 이유로 박□□의 어머니로부터 형법 제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다.
다. 청구인 김○○는, 2020. 5. 14.경 고등학교 정문 앞에 선생님에 대한 부당해임을 철회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고, 그 이후에도 관련 사실을 언론사에 제보하고 인터넷 등에 게시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학교법인 등으로부터 형법 제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제309조 제2항(출판물 등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2항(정보통신망 이용 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다.
라. 청구인 박○○은, 교수의 학내 성추행과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를 외부에 호소하여 2019. 11. 21. 법학전문대학원 건물에 ○○법학회 등의 규탄문이 부착되고 2019. 11. 20., 21., 25. 신문사 온라인 기사가 보도되게 하였다는 이유로 교수를 포함한 학교 측으로부터 형법 제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정보통신망 이용 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되었다.
마. 이에 청구인들은, 비록 청구인들이 형법 제307조 제2항, 제309조 제2항,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등으로 고소·고발되었으나, 청구인들에게는 비방할 목적이 없고 청구인들이 표현한 내용은 모두 진실한 사실이므로, 향후 검사는 형법 제307조 제1항(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기소하고 재판과정에서 제310조(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20. 10. 15. 형법 제307조 제1항 및 제310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형법 제307조 제1항 및 제310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면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와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형법 제307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을 청구인들이 문제삼는 범위로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1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 중 ‘공공의 이익’ 부분(이하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청구인들은 형법 제307조 제2항, 제309조 제2항,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등으로 고소·고발되었으나, 청구인들에게는 비방할 목적이 없었고 그 내용은 모두 진실한 사실이므로 향후 검사는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기소하고 재판과정에서 제310조가 적용될 것이다. 청구인들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는 표현행위를 하여 고소·고발로 처벌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되었으므로 법적관련성이 인정된다. 청구인들은 기존의 표현행위로 고소·고발되어 수사를 받게 되었고, 향후에도 유사한 표현행위를 할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위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그로 인한 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된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와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진실한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보호되는 것은 허명에 불과한데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이러한 허명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 적시에 관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당한 사실 적시에 관한 표현마저 침묵하게 하는 것은 공익에 반하는 점, 명예훼손죄는 고소·고발을 통해 정당한 표현행위를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 비록 형법 제310조에 위법성조각사유가 규정되어 있으나 그 공익성 판단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점,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손해배상이나 금지청구 등 명예훼손에 관한 민사적 구제수단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헌법재판소는 2021. 4. 21.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분결과(공소장 또는 불기소결정서)를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하였고, 이에 청구인들은 2021. 4. 28. 보정서를 제출하였는바, 해당 보정서와 관련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 이○○은 형법 제307조 제2항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었다(고소인은 청구인 이○○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도, 가사 그것이 사실이라면 예비적으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고소장에 기재하였음).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검사는, 청구인 이○○의 피케팅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표명에 불과할 뿐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려우며, 관련 상황을 종합하면 청구인 이○○이 고소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거나 이를 침해할 범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다(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2020년 형제13980호, 2020. 11. 23.자 불기소결정서).
(2) 청구인 손○○는 형법 제307조 제2항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는, 고소인이 주장하는 청구인 손○○의 발언 중 일부는 확인되지 아니하고, 청구인 손○○가 박□□의 가정폭력 전과를 발언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당시 고소인이 불특정 다수인 앞에서 청구인 손○○를 비난하자 청구인 손○○가 고소인의 발언을 반박하기 위해 그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전후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청구인 손○○의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더욱이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다(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28215호, 2020. 6. 30.자 불기소결정서).
(3) 청구인 김○○는 형법 제307조 제2항, 제309조 제2항,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었다(고소인은 청구인 김○○의 행위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대상이라는 내용을 고소장에 기재하였음). 광주지방검찰청 검사는, 현수막 게시에 대해서는 부당한 해임처분이라는 단어가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며 그 밖에 청구인 김○○에게서 명예훼손에 대한 범죄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보아,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고(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34526호, 2020. 8. 4.자 불기소결정서), 인터넷 등 게시글에 대해서는 그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달리 청구인 김○○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다(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57099호, 2020. 12. 23.자 불기소결정서; 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56457호, 2020. 12. 23.자 불기소결정서). 또한 광주서부경찰서는 그 밖의 사건에 대해 불송치결정을 하였다(광주서부경찰서 2020-7840, 2021. 4. 14. 불송치결정 수사종결).
(4) 청구인 박○○은 형법 제307조 제2항,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되었다(고소·고발인은 가사 강제추행이 있더라도 청구인 박○○의 행위는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훨씬 초과한다는 내용을 고소·고발장에 기재하였음). 광주지방검찰청 검사는, 규탄문 부착에 대해서는 규탄문의 주체는 ○○법학회 등 단체이므로 청구인 박○○이 아니고, 고소·고발인의 주장 외에 청구인 박○○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자료가 충분치 않으며, 그 밖에 청구인 박○○의 명예훼손 범의를 인정할 증거자료 또한 충분치 않다고 보았으며, 신문사 온라인 기사에 대해서는 기사에 관련자들의 실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청구인 박○○과 해당 신문사의 기자가 고소·고발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범의를 가지고 사전 공모하였다고 볼만한 증거자료가 없다고 보아, 모두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다(광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31640호, 2020. 12. 30.자 불기소결정서).
나. 권리보호이익
(1) 권리보호이익은, 국가적·공익적 입장에서는 무익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통제하는 원리이고,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소송제도를 이용할 정당한 이익 또는 필요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익 없으면 소 없다’라는 법언이 지적하듯이 소송제도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요청이다(헌재 2001. 9. 27. 2001헌마152 참조).
(2) 청구인들은 기존 표현행위에 대한 고소·고발로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들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들은 검사로부터 혐의없음의 불기소결정을 받거나 경찰에서 불송치결정을 받아 수사종결된 사실이 확인될 뿐, 달리 기존의 표현행위로 인한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받거나 공소제기된 사실은 확인되지 아니하므로, 기존의 표현행위와 관련된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특히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5호 다목은 "같은 사건에 관하여 검사의 불기소결정이 있는 경우(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어 고소인, 고발인 또는 피해자가 그 사유를 소명한 경우는 제외한다)"에 각하의 불기소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청구인들의 기존 표현행위에 대해 고소·고발인들이 다시 고소·고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그 고소·고발은 각하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3) 한편, 청구인들은 향후에도 유사한 표현행위를 할 의사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경우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기본권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차 새로운 표현행위로 심판대상조항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잠재적인 것에 불과하며, 향후 새로운 표현행위로 청구인들에게 심판대상조항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권리보호이익이 있음을 전제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향후의 표현행위로 장래 기본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기존의 표현행위에 관한 고소·고발을 사유로 한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권리보호이익이 새로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심리하여 2021. 2. 25. 이를 합헌으로 결정한 이상(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등),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