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2016. 4. 1. 선고 2014가합51899 판결 [손해배상(지)]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 김○○ 인천 부평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
- 피고
- 1. 장○○ 서울 관악구 외 55명 변론 종결 2016. 2. 26.
- 판결 선고
- 2016. 4. 1.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금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1. 청구원인
원고는 ‘만○○의 후예’, ‘걸인○○’, ‘나이트 ○○’ 등 소설의 저작권자인데, 피고들(장○○ 외 55명, 당초 116명의 피고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가 소장부본이 송달된 이후에 개별적으로 피고들과 접촉하여 합의한 뒤 60명의 피고들에 대한 소는 각 취하하였다)이 인터넷파일공유프로그램인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위 저작물들을 무단복제 및 전송함으로써 원고의 저작권을 각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하여 저작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2. 공동소송의 적법 여부
가. 법률규정 및 관련법리
공동소송이라 함은, 소를 제기하는 당사자와 상대방 사이의 각 분쟁이 시간 내지 장소의 근접성, 방법의 단일·동일성, 의사연락에 따른 공모나 과실, 권리의무의 연속성 등 분쟁이 발생하게 된 구체적인 관련성에 따라 그 쟁점이 공통되는 경우에 대하여, 당사자와 상대방 사이의 소송공방 및 법원의 심리 중복을 피하고 쟁점이 공통적인 분쟁들의 일회적, 통일적 해결을 달성하기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인정되는 소송제도이다.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 제65조는, “소송목적이 되는 권리나 의무가 여러 사람에게 공통되거나 사실상 또는 법률상 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생긴 경우에는 그 여러 사람이 공동소송인으로서 당사자가 될 수 있다.1) 소송목적이 되는 권리나 의무가 같은 종류의 것이고, 사실상 또는 법률상 같은 종류의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인 경우에도 또한 같다.2)”라고 규정되어 있다.
민사소송법상의 위 제1 규정은 공동소송제도의 본질에 충실한 문언으로 입법화되어 있어서 그 해석상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위 제2 규정은 법률문언상의 국어사전적인 의미만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경우에는 ‘쟁점의 공통’, ‘구체적인 관련성’ 등 공동소송의 특징 및 필요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 대하여도 소송당사자들 중 오로지 일방의 편익(= 즉, 타방의 불이익)만을 위하여 무분별하게 남용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형식적 공동소송에 대응하는 위 제2 규정의 해석에 대하여는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돌이켜 위 제2 규정상의 형식적 공동소송이 허용되는 사례들에 관하여 보건대, 가령 (ⅰ) 보험회사가 동종의 보험계약에 기하여 여러 명의 보험가입자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보험료청구소송, (ⅱ) 건설회사가 동종의 분양계약에 기하여 여러 명의 수분양자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양대금청구소송, (ⅲ) 주식회사가 주식발행에 기하여 여러 명의 신주인수인들에 대하여 제기하는 주금납입청구소송,3) (ⅳ) 어음채권자가 동종의 어음에 기하여 다수의 어음발행인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어음금청구소송, (ⅴ) 임대인이 여러 사람의 임차인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건물인도청구소송, (ⅵ) 소유자가 다수의 불법점유자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부동산인도청구 및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등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바,4) 이러한 유형의 소송들은 권리의무에 관한 법률관계가 정형적, 획일적인 특징이 있으며, 소송상의 주장정리와 증거조사 등의 절차에 있어서도 정형적인 양상의 서면심사에 의하여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오로지 일방의 편익이 아니라 쌍방 모두에게 편익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쟁점의 공통 및 구체적인 관련성이 발견되지 않는 이른바 형식적 공동소송에 있어서, 위에서 살펴본 정형성, 획일성, 일목요연한 서면심사의 특징조차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고 한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공동소송으로 지목된 수많은 당사자들에 대하여 각기 개별적인 쟁점에 관하여 각기 별개로써 충실한 소송상의 공방 및 법원의 심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위 제2 규정을 적용하여 공동소송을 허용하는 것은 타당성 및 합리성을 일탈한 부적절한 확대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회사와 법인, 자연인 등의 인간은 계속 반복의 의사로써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회활동은 자연스럽게 ‘같은 종류’의 특징을 갖는다. 위 제2 규정상의 ‘같은 종류’의 의미를 국어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공동소송의 허용범위는 무한히 확대될 것이다. 가령 보험회사가 100개에 이르는 별개의 화재사고들에 관하여 그 피보험자들을 상대로 100개의 채무부존재확인청구권을 1개의 공동소송으로 제기, 진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은 ‘같은 종류’의 사전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소송상황의 사법적 수용이 부당함은 명백하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당초 116명의 피고들에 대하여 저작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 각 5,000,000원씩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청구원인상의 근거는, 피고들이 ‘유토렌트(utorent)’라는 인터넷파일공유사이트를 사용하였다는 점 및 피고들의 IP 주소로부터 비롯하여 원고의 소설에 관한 캡처화면이 등장하였다는 점의 두 가지 뿐이다(피고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인적사항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의 일시, 장소, 방법, 경위 등이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다. 원고는 개인정보를 비롯한 모든 사항을 공공기관과 수사기관에 촉탁하여 수집한 뒤 이 사건 공동소송 절차를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에 의하여 공동소송으로 지목된 116명의 피고들 상호간에는 그들 각각의 행위와 관련하여 시간 내지 장소의 근접성, 방법의 단일·동일성, 의사연락에 따른 공모나 과실 등의 구체적인 관련성이 원고의 주장 자체로써 전혀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위 피고들로서는 오로지 소장부본의 송달만을 위하여 무려 1년 8개월이란 장기간이 걸려야만 하였으며(원고가 2014. 3. 14. 소장을 제출하여 116명의 피고들에게 2015. 11. 15.에 이르러서야 소장부본의 송달이 완료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위 피고들의 위치 및 각종 인적사항 등의 개인정보들이 상호간에 전혀 무관한 1개의 공동소송에서 광범위하게 탐지되는 불합리함이 발생하였다.
원래 손해배상금 5,000,000원의 청구소송은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하여 진행되는 재판인바(제2조), 소액사건을 관할하는 법원은 소가 제기된 경우에 상대방에게 이행권고결정을 할 수 있고(제5조의 3, 4), 소송대리와 심리절차, 증거조사, 조서작성, 판결작성 등에 관하여 여러 가지 법률상의 특별규정이 마련되어 있다(제7조 내지 제11조의2). 원고가 공동소송의 상대방으로 지목한 위 116명의 피고들은 상호간에 구체적인 관련성이 없으며 정형적, 획일적인 특징도 발견되지 않으므로,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하여 간이한 소송절차를 향유하고 신속하게 재판의 종료에 이를 소송절차상의 이익과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단지 116명의 피고들에 대하여 공동소송으로 지정함으로써 이와 같은 절차상의 편익을 박탈당해야만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원고가 소장에 적시한 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반드시 변론절차를 통한 판결이 아니더라도, 소장부본이 송달되면 이 사건 각 피고나 피고의 부모를 통하여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액수를 조정하여 합의할 의향이 있는바(원고의 소송대리인 사무실로 연락 가능: 연락처 ***-****), 이렇게 합의가 성립되면 곧바로 합의한 피고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러한 기재내용에 의하면 이 사건 소는 속칭 ‘합의금 장사’라고 일컬어지는 형태의 기획소송에 해당하는 것이며, 그 소송상대방은 수십 명에 달하는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들을 아울러 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원고는 실제로 60명의 피고들에 대하여는 합의금을 수령한 후 그 소를 각 취하하였는바, 이처럼 원고의 주된 목적이 속칭 ‘합의금 장사’에 있었다면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른 이행권고결정에 의하여 상호 무관한 116명의 피고들에 대하여 각기 별개로 간이하며 신속한 소송절차에 의하여 분쟁해결을 진행하여야 할 것이지, 원고의 합의금 제안에 대하여 각개의 피고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 피고들로 하여금 장기간의 공동소송 절차에 시달리게끔 하는 것은 민사합의부와 관련된 사물관할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형사법원은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용자의 파일공유행위에 대하여 저작권법위반의 점에 대한 무죄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되기도 하였는바{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15. 8. 12. 선고 2015고정11 판결(제1심), 창원지방법원 2015. 12. 17. 선고 2015노1982 판결(항소심, 확정)}, 위 형사법원 무죄판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명의 상대방으로부터 자료를 전송받는 ‘일대일’ 방식의 P2P 프로그램과는 달리, 토렌트 프로그램은 자료를 공유하게 하는 씨드 파일을 사용하여 다수의 사용자로부터 파일 조각을 나눠 받아 전체 파일을 완성하는 ‘일대다’ 방식을 사용한다.
씨드 파일은 파일의 공유정보(파일명, 용량, 해쉬값 등)가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 파일이다. 씨드 파일은 공유자 정보를 관리하는 ‘공유정보 관리서버(트래커 서버)’로부터 동일한 씨드 파일을 열고 있는 공유자들의 정보를 획득하여 사용자가 토렌트 프로그램을 통해 파일을 다운로드하도록 한다. 원하는 특정 씨드 파일은 토렌트 사이트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 및 다운로드를 할 수 있다.
<중략>
캡처한 출력물(증거목록 순번 제6번)에서 다운로드 사용자가 1.176.7.127 IP 사용자로부터 받은 자료는 씨드 파일 내 여러 가지 파일 중 일부 파일을 해당 IP 사용자가 업로드한 것이다. 다만, 토렌트 프로그램은 다수 공유자로부터 무작위로 파일 조각을 다운로드 및 업로드하기 때문에 특정 파일에 대한 업로드 여부는 해당 캡처 자료로는 특정할 수 없다. 따라서 캡처한 출력물(증거목록 순번 제6번)만으로 해당 씨드 파일 내의 파일 목록 중 특정 파일인 ‘나이트 ○○’ 파일을 해당 IP 사용자가 업로드하였는지는 특정할 수 없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이 사건의 원고)의 위 진술과 캡처한 출력물만으로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저작물인 소설 ‘나이트 ○○’을 업로드하였다고 선뜻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위와 같은 형사판결의 취지와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116명의 피고들에 대하여 제기하였던 이 사건 소는 그 속성상 정형적, 획일적인 특징을 갖추지 못하였고, 또한 서면심사에 의한 일목요연한 사건파악도 지극히 곤란하다고 할 것이며(수사기관의 기소유예 처분에만 의존하여 민사법원이 법적 책임을 부과할 수는 없다), 나아가 피고들이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구체적인 과정, 경과, 행위 등을 원고가 정확하게 특정하여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단지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피고들에 대하여 저작권침해의 책임을 묻기에는 상당히 어렵다는 사정이 발견될 뿐이다.
이상의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상호간에 전혀 무관한 피고들에 대하여 속칭 ‘합의금 장사’를 하기 위하여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65조의 본질과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위법한 공동소송에 대한 조치
소송당사자가 제기한 공동소송이 위법한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변론의 분리를 명하여5) 각각 별개의 절차로 심리, 판결하는 것이 원칙이다.6)
그런데 변론이 분리된 각개의 소송물이 법률규정상 지방법원 합의부의 사물관할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라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원래 민사단독이나 소액사건으로 처리해야 할 소송물이었던 경우에는 재판의 효율적인 업무분장에 관한 지방법원 합의부의 사물관할을 교묘하게 잠탈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즉, 지방법원 합의부가 그 본질에 걸맞는 심리와 판결에 스스로의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소액사건심판 등의 전담재판부에서 해야 할 성질의 업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이 강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물관할의 업무분장에 왜곡이 가해지는 불합리함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관할의 잠탈 현상은 결국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하여 간이하며 신속한 재판을 향유해야 마땅한 다수의 소송상대방들에 대하여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원래 사물관할에 의하여 집중적인 심리를 받고 있는 여타의 사건들에 대하여도 그 재판절차에 마땅히 투입되어야 할 시간과 노력이 축소되는 등의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모름지기,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그리고 신의칙은 비단 계약법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법률관계를 규제 및 지배하는 원리로 파악되며, 따라서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3. 5. 24. 선고 82다카1919 판결 등 참조).
이상의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상호간에 전혀 무관한 피고들에 대하여 속칭 ‘합의금 장사’를 하기 위하여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며, 피고들에 대하여 각 금 5,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은 원칙적으로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각개의 소송절차가 간이하며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온당한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지방법원 합의부로서는 사물관할에 관한 소송절차의 현저한 잠탈을 시정하기 위하여 소권 남용에 관한 위 법률규정 및 법리를 준용하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소를 모두 각하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