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 2023. 6. 8. 선고 2022카합50245 판결 [독점판매권침해금지 가처분]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채권자
- A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세연, 박지연, 김지환, 조동희
- 채무자
-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라이트, 담당변호사 이병주, 김민혜
1. 이 사건 신청을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1. 채무자는 채무자가 제조한 C 제품을 홍콩, 마카오, 타이완을 제외한 중화인민공화국 내에서 채권자를 통하지 않고 채권자 이외의 자에게 판매, 양도, 공급, 인도하는 등으로 채권자의 위 제품에 관한 독점판매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채무자는 D를 비롯한 제3자로 하여금 채무자가 제조한 C 제품을 홍콩, 마카오, 타이완을 제외한 중화인민공화국 내에서 채권자를 통하지 않고 채권자 이외의 자에게 판매, 양도, 공급, 인도, 광고, 마케팅, 전시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채무자는 제1, 2항 기재 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회당 1,000,000,000원을 지급하라.
1. 소명사실
아래의 사실은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거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및 이 사건 계약 관련 사실관계
1) 채권자는 스위스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이고, 채무자는 대한민국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이다.
2) 채권자와 채무자는 2017. 3. 16.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생산하는 C 제품 및 E 제품에 대한 중화인민공화국(홍콩, 마카오, 타이완 제외, 이하 ‘중국’이라 한다) 내 독점판매권을 그 각 제품 등록일로부터 10년간 부여하고, 채권자는 그 대가로 채무자에게 각 제품당 미화 500,000달러씩 총 1,000,000달러를 지급하되, 채무자는 그 지급받은 대가를 이들 제품의 중국내 판매 및 유통을 위하여 요구되는 제품등록비용에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하는 독점판매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한 분쟁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스위스법이다. 이 계약 제20.7조에는 다음과 같은 중재합의 조항이 있다.
20.7 중재. 이 계약의 존재, 유효성 또는 해지에 관한 질문을 포함하여 이 계약으로부터, 또는 이 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싱가폴국제중재센터(SIAC)에 회부되어 해당 시점의 유효한 싱가폴국제중재센터 중재규칙(SIAC 중재규칙)에 따라 SIAC가 주관하는 중재에 의해 최종 해결되며, SIAC 중재규칙은 본 조항에 언급됨으로써 이 계약에 편입된 것으로 간주된다. 중재지는 싱가폴로 한다. 중재판정부는 3인의 중재인으로 구성된다. 중재 언어는 영어로 한다.
3) 위 중재합의 조항에 의하여 이 사건 계약에 편입된 SIAC 중재규칙에는 아래와 같은 임시처분 및 긴급임시처분에 관한 규정이 있다.
30. 임시처분 및 긴급임시처분
30.1 당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중재판정부는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가처분이나 기타 임시처분을 명하는 명령 또는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중재판정부는 임시처분을 요청한 당사자에게 적절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30.2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기 전에 긴급임시처분이 필요한 경우, 일방당사자는 별지 1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긴급임시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30.3 일방 당사자가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기 전 또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그 이후에 사법기관에 요청하는 임시처분은 이 규칙과 상충되지 아니한다.
4) 채무자는 2020. 10. 26.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C에 대한 제품등록증을 취득하였고, 이후 채권자는 채무자가 공급한 C를 자사 브랜드인 ‘F’로 중국에 출시하여 2022. 1.경부터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5) 채권자와 채무자는 2021. 9. 6. 이 사건 계약에 대한 부속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를 통해 채권자의 독점권 유지를 위한 연간 최소 주문 수량 및 그 단가 등에 관하여 새로이 합의하였다.
나. SIAC의 긴급중재판정 관련 사실관계
1) 2022. 8.경부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중국 내 독점권을 해제하기 위한 논의를 요청하는 한편으로, ‘2022. 10.부터 다른 회사에 C 공급을 개시할 예정’이라는 뜻을 거듭 밝혔다.
2) 채권자의 경쟁업체인 D는 2022. 10. 12. ‘G’ 제품의 중국 내 출시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D의 위 제품과 채권자의 ‘F’ 제품은 모두 채무자가 공급한 C로 제조된 것이어서 그 제품식별번호 및 제품등록번호가 동일하였다.
3) 채권자는 2022. 11. 18. SIAC에 채무자를 상대로 한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하는 한편으로, 그에 더하여 아래 ①, ②, ③의 임시처분을 구하는 긴급임시처분신청도 하였다. ① 채무자는 스스로 또는 D 또는 그 계열사들 또는 제3자에게 중국 내의 유통을 목적으로 C를 직·간접적으로 판매하는 행위을 중단하라. ② 채무자는 D에 중국 내에서 C의 광고, 마케팅, 전시 및 판매를 즉시 중단하도록 서면 요청하라. ③ 적절한 추가 또는 기타 임시처분
4) SIAC 중재규칙에 따라 선임된 긴급중재인은 2022. 12. 5. 채권자의 위 긴급임시처분신청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긴급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긴급중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중 a처분은 위 ①신청을 중재판정부에 의한 종국 판단 시까지 인용하는 내용이고, b처분은 위 ②신청을 기각하는 한편으로 ③신청에 따라 적절한 처분을 명하는 내용이며, 채권자의 나머지 여타 처분신청은 기각되었다.1) a. 이 사건 계약 20.7조에 따라 구성될 중재판정부에 의한 종국 판단 시까지, 채무자는 스스로 또는 D 또는 그 계열사들 또는 제3자에게 중국 내의 유통을 목적으로 C를 직·간접적으로 판매하는 행위을 중단하라. b. 채무자는 이 긴급중재판정을 2022. 12. 5.로부터 2일 이내에 D에 알리고, 그렇게 한 사실을 같은 기한 내에 채권자에게 확인시키라.
5) 이 사건 긴급중재판정이 내려진 이후로 채무자가 a처분에 반하는 판매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 아니하고, a처분을 명하는 위 긴급중재판정이 내려진 사실을 채무자가 기한 내에 D에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b처분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사실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채무자의 계약 취소 및 해지 통지
한편 채권자가 채무자와 이 사건 계약 및 그 부속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채무자의 C 제품과 동종의 경쟁제품인 H을 채권자의 협력사로부터 공급받아 이 또한 중국에서 유통할 목적으로 그 제품등록을 위한 임상시험 등의 절차를 밟고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채무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채무자를 기망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호 신뢰를 훼손하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채무자는 2022. 12. 13. 채권자에게 이 사건 계약 및 그 부속계약을 취소 또는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2. 채권자의 주장 요지와 신청취지 요약
가. 채권자의 주장 요지
채무자는 채권자의 중국 내 경쟁사인 D에 C를 공급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채권자에게 부여된 C에 대한 중국 내 독점판매권을 침해하였다. 그로 인하여 채권자는 중국 시장 내에서 매출 감소는 물론 신용과 업계 내에 구축된 인지도가 훼손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채무자는 긴급중재판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침해행위를 계속하고 있으므로, 채무자에 대하여 신청취지와 같은 내용의 결정을 구한다.
나. 신청취지의 요약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취지를 간략히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채권자는 신청취지 제1, 2항에서 채무자에 대한 침해행위 금지 가처분을 구하는 한편으로, 제3항에서는 위 제1, 2항의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간접강제결정을 구하고 있다.
1. 채무자는 C 제품을 중국 내에서 채권자를 통하지 않고 채권자 이외의 자에게 판매, 양도, 공급, 인도하는 등으로 채권자의 위 제품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채무자는 D를 비롯한 제3자로 하여금 C 제품을 중국 내에서 채권자를 통하지 않고 채권자 이외의 자에게 판매, 양도, 공급, 인도, 광고, 마케팅, 전시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채무자는 제1, 2항 기재 각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회당 1,000,000,000원을 지급하라.
3. 이 사건 신청의 적법 여부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이 부적법하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이 사건 신청의 중재합의 및 SIAC 중재규칙 위반 여부
○ 앞서 본 것처럼 중재합의 조항인 제20.7조에 의하여 이 사건 계약에 편입된 SIAC 중재규칙 제30.3조는, 일방 당사자가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기 전 또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그 이후에 사법기관에 요청하는 임시처분은 이 규칙과 상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위 규정을 반대해석하면, 중재재판부가 구성된 후에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한 사법기관에 요청하는 임시처분은 SIAC 중재규칙과 양립불가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그러한 임시처분 요청은 중재합의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런데 이 사건 계약을 둘러싼 독점권 침해 여부에 관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본 분쟁과 관련하여 이미 SIAC의 중재재판부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리고 SIAC 중재규칙 제30.1조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중재판정부는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가처분이나 기타 임시처분을 명하는 명령 또는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편 채권자가 SIAC의 중재재판부에 이 사건 신청으로 구하는 가처분과 동일한 임시처분을 요청하지 못할 별다른 장애사유는 없어 보인다. 채권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나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채권자가 사법기관인 이 법원에 이 사건 신청과 같은 임시처분을 요청해야만 하는 예외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인정하기 곤란하다.
○ 채권자는 이 사건 계약 제20.12조에서 ‘이 계약 조항에 의해 부여된 어떠한 구제수단도 여하한 구제수단을 배제하는 것으로 의도되지 않으며, 모든 개별 구제수단은 다른 구제수단에 대해 누적적’이라고 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SIAC 중재규칙 제30.3조는 채권자가 대한민국 법원에 이 사건 가처분을 신청함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 제20.12조에서 인정하는 비배타적인 여러 구제수단을 활용하여 권리구제를 도모함에 있어 당사자들은 중재합의 조항인 제20.7조에 따라 그 분쟁해결을 위한 절차는 SIAC 중재규칙이 적용되는 SIAC 중재에 의하여야 한다. 채권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채권자는 중재지가 대한민국이 아닌 경우에도 적용되는 중재법 제10조가 “중재합의의 당사자는 중재절차의 개시 전 또는 진행 중에 법원에 보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SIAC 중재규칙 제30.3조와 상관없이 채권자가 법원에 이 사건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허용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중재법 제10조는 당사자의 중재합의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인데, 이 사건 계약 제20.7조의 중재합의 조항에 의하여 계약에 편입된 SIAC 중재규칙 제30.3조가 사법기관에 요청하는 임시처분의 보충성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이상, 당사자는 이들 규정에 구속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반대의 견지에 선 채권자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이 사건 신청의 중재법 위반 여부
○ 중재법 제6조는 “법원은 이 법에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 관한 사항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정하여 법원이 중재절차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를 ‘이 법에서 정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법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분쟁해결절차인 중재절차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8. 2. 2.자 2017마6087 결정 참조). 여기에 중재법 제2조, 제18조의7, 제37조, 제39조 등의 규정을 종합하면, 우리 법원은 -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문제와는 달리 - 외국 중재판정부가 내린 임시처분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는 관여할 수 없다.
○ 한편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채권자가 가지는 중국 내 독점판매권에 따라, 채무자는 채권자의 허락 없이 D 기타 제3자에게 중국 내의 유통이나 판매를 목적으로 C를 공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D 기타 제3자에게 중국 외에서의 유통을 목적으로 위 제품을 공급하는 행위 또는 채무자의 C에 대한 중국 내 광고나 전시와 같은 행위까지도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금지되는 채무자의 행위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권자가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채무자가 D를 상대로 이미 공급한 C의 판매나 양도 등을 저지할 어떤 권리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감안하면, 채권자가 이 사건 신청취지 제1, 2항에서 구하는 채무자에 대한 행위금지 가처분 중 인용가능한 부분은, 채권자가 이미 발령받은 SIAC의 이 사건 긴급중재판정 중 a임시처분과 대동소이하거나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단된다.2) 그리고 채권자는 이 사건 신청취지 제3항에서는 위 가처분의 내용인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간접강제결정을 구하고 있다.
○ 그렇다면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실질적으로 SIAC의 이 사건 긴급중재판정에서 명하여진 a임시처분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신청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인데, 중재법에 따라 우리 법원은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관여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한다.
2023.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