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10. 16. 선고 2025고합33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청○○○(CHEUNG *** ***, 77년생, 남) 무직, 국적 중국
- 검사
- 이**(기소), 이**(공판)
- 변호인
-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김**
- 판결선고
- 2025. 10. 16.
피고인을 징역 15년에 처한다. 압수된 증 제1호를 몰수한다.1)
피고인은 중국 국적의 홍콩자치구 거주민이다. 피고인은 2025. 4. 18. 20:25경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프랑스 A 공항에서 케타민 약 24.26kg이 은닉된 여행용 수하물을 기탁한 후, 일본항공 JL*4*편을 통해 프랑스에서 출발하여, 2025. 4. 19. 17:20경 일본 B 공항에 도착하였다가 2025. 4. 19. 19:30경 위 B 공항에서 일본항공 JL*9*편으로 환승한 후 2025. 4. 19. 22:35경 C공항에 도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프랑스에서 일본을 경유하여 시가 1,576,900,000원 상당의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 24.26kg을 국내로 수입하였다.
생략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제1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6호, 제4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3호 나목, 형법 제30조, 유기징역형 선택
1. 몰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본문,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요지
피고인은 운반하는 수하물을 ▣▣으로 알고 있었을 뿐 케타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마약류 수입에 관한 고의가 없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2025. 3. 20. 일명 ‘◈◈’로부터 ‘여자 동행인과 부부로 위장해 한 달 동안 배를 타면서 물건을 지키는 일’ 또는 ‘물건이 담긴 캐리어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는 일’을 해주면 2인 기준 20만 위안화(원화 약 3,900만 원 상당)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2) 피고인은 혼자서 항공편을 이용해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운반하기로 하고, ◈◈와 2025. 3. 23.부터 같은 해 4. 6.까지 수회에 걸쳐 구체적인 날짜, 이동 경로, 보수액 및 그 지급 시기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최종적으로는, 피고인의 개인 일정과 점괘 결과 등을 고려해 2025. 4. 9. 홍콩을 출발하여 덴마크로 가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교부받은 다음, 대만에 입국하여 다시 홍콩으로 돌아온 후 2, 3일 뒤에 10만 위안화(혹은 홍콩 달러. 원화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위안화와 홍콩 달러 사이에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을 지급받기로 하였다.2)
3) ◈◈와 그 상선인 일명 ‘▣▣’은 피고인을 위하여 항공권과 3박 숙소를 예약해 주었다. 그런데 피고인이 2025. 4. 10. 도착한 곳은 덴마크가 아닌 독일이었고, 피고인은 ◈◈에게 ‘덴마크로 가야 하는데 왜 독일로 왔냐,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냐, 조금 무섭다’고 항의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으로부터 ‘네덜란드로 가 3일간 머무르면서 물건을 기다리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네덜란드로 이동하여 대기하였다.
4) 피고인에게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교부하기로 한 ▣▣ 측 사람이 약속한 날짜에 나타나지 않는 등 피고인과 ◈◈의 당초 계획과 달리 네덜란드에서의 체류 기간이 연장되었고, 도착지도 대만에서 한국으로 변경되었다. 피고인은 2025. 4. 18. 오전경 네덜란드에서 프랑스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 측 사람을 만나, 은박지 재질의 봉투에 소분 포장된 총 24.26㎏의 케타민이 들어 있는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교부받았다(증거목록 순번 1, 2번).
5) 피고인은 2025. 4. 18. 20:25경 프랑스 A 공항에서 출국하여 같은 해 4. 19. 17:20 일본 B 공항을 경유한 후 같은 날 22:35경 C공항에 도착하였으나, 세관 직원이 이 사건 여행용 가방과 내용물을 엑스레이 판독 및 정밀 검사한 결과 케타민이 발견되어 김포공항세관 특별사법경찰관에 의해 긴급체포되었다.
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한국으로 수입하려는 물건이 케타민 등 마약류임을 알았거나 적어도 마약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이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적어도 케타민 수입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되고, 그 밖에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부터 공범인 ◈◈와 수회 연락하며 피고인이나 ◈◈가 명시적으로 지칭하지 않는 물건의 항공 운반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행 일정과 방법을 논의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점괘로 출국일자를 정하거나 범행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려 하고, ◈◈에게 수하물 검사로 적발된 사례가 있는지, 만약 적발될 경우 가족에게 보상금이 지급되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계속하여 범행 발각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한 피고인은 ◈◈가 제안한 보수가 적다면서 ◈◈에게 ‘천만3) 이상을 받으면 좋겠다, 이런 일을 한 사람들은 보통 5천이상 1억 정도 받고 도망가는 거로 알고 있다, 이런 일은 하고 난 뒤 성공을 해도 가족들을 못 보고 도망가야 하니까,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죽을지언정 감옥에 가지 않겠다, 내가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거액의 보수와 가족에 대한 보상 및 보호를 요구하면서, 적발 시 극단적 선택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5, 42, 44, 46번, 증 제1호증). 이처럼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불법성 및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 실행을 통해 얻을 거액의 금전적 이익과 실패에 따른 가족에 대한 보상 계획까지 고려하고 있었던바, 단순히 ▣▣을 밀수하는 것으로 알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2) 아래와 같은 피고인과 ◈◈ 사이의 대화 경과와 범행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게 된 피고인이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여행용 가방에 들어 있는 물건이 ▣▣이 아니라 마약류와 같은 불법적인 물건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가) 피고인은 2025. 3. 20. ◈◈에게 ‘에토미데이트4) 뭐야? 약물이냐? 네덜란드 들어가면 합법 맞나?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네덜란드에서 대만으로 운반하려는 수하물이 무엇인지, 각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취급되는 물건인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을 결심한 같은 해 4. 4. 무렵부터는 ◈◈에게 ‘근데 엑스레이 통과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결국 누군가에게 잡혀서 검사를 받게 될지 보는 거네’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범행이 발각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이나 보수액 증액 등에 관한 대화만을 나누었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의 대화에서 ▣▣에 관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대화 중 상당 부분이 삭제되어 있다), 피고인은 출국 전 날에서야 ▣▣과 연락하여 ‘(피고인) ▣▣을 만드는 거잖아요’, ‘(▣▣) 응, ▣▣은 대만에 간다’는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다. 그런데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직전까지 피고인이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의 운반에 관하여 ◈◈에게 보인 태도나 반응에 비추어 위 대화에서의 ▣▣이 실제 ▣▣을 의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5) 이전에 ◈◈에게 자신이 운반할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 피고인으로서는 특별한 잠금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열어 그 내용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확인이나 점검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나 ▣▣에게 이에 대하여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아니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9번 중 8, 9쪽, 42번 중 45, 46쪽).
다) 피고인은 2025. 4. 19. 한국에 입국하여 세관 직원에 의해 케타민이 적발되기 직전에 수하물 수취용 컨베이어 벨트를 돌고 있는 이 사건 여행용 가방에 세관 검사용 전자표지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와 연락해 상황을 알려주며 이를 인수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수하물 처리 직원으로부터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이 자신의 수하물임을 확인 받게 되자, ‘화장실에 들렀다가 가지고 가겠다’고 한 다음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묶었던 머리를 풀고, 겉옷을 벗어 외양을 바꾼 후 위 가방을 찾지 않은 채 그대로 입국하려 하였으나, 수하물 처리 직원이 피고인에게 위 가방을 가져가라고 하여 이를 수령해 세관 검사를 받게 되었다. 피고인은 검사대에서도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이 자신의 수하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개봉을 거부하였고, 이에 세관 직원이 절단기로 위 가방을 강제로 개봉하여 검사가 실시되기도 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1, 33, 40번).
라) ◈◈는 2025. 4. 21. 연락이 되지 않는 피고인에게 ‘너의 명의로 물건 나가면 상대방에 제 값 못 받는다, 개인 행동 하지 마라, 너가 돈을 필요로 하는 걸 알고 있어, 너무 급하게 하지마‘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한국에 반입하기 위해 특별한 체류 목적 없이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을 경유하는 복잡한 경로를 이용하였는데, 여러 국가를 경유하여 최종 목적지로의 반입을 용이하게 하는 범행 방법은 국제 마약조직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 또는 ▣▣으로부터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의 운반뿐 아니라 티켓 예매를 위한 매크로 시스템 점검을 위한 IT 업무도 제안 받아 이를 처리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체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과 ◈◈의 대화는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의 운반을 위한 출국 일정과 보수 지급에 관한 내용이고, 실제 출국일과 체류 기간, 이동 경로 또한 피고인의 점괘 결과나 ▣▣의 물건 준비 및 전달 상황에 맞추어 조정되었으며, 피고인과 ◈◈ 또는 ▣▣ 사이에 위 IT 업무에 관하여 대화한 자료를 찾아 볼 수 없다. 더구나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IT 업무라는 것은 ▣▣이 D(SNS) 메시지로 자문을 요청하면 답변을 해주는 정도에 불과하고, 피고인은 ▣▣을 직접 만난 사실 조차 없으므로, ◈◈ 또는 ▣▣이 이러한 업무를 위해 피고인의 항공권과 숙박비를 부담하며 네덜란드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의 운반을 위한 대기 외에 다른 목적으로 네덜란드에 체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단순히 수하물을 운반하는 것만으로 항공권과 숙박비는 물론 최소 10만 위안화의 거액의 보수비까지 약속받는다는 것은 마약류와 같은 불법적인 물건을 운반하며 범행 발각에 따른 형사처벌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정하기 어렵다.
4) E검찰청 월간동향 마약류 암거래가격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수입한 케타민 24.26㎏의 도매가격(100g 이상)은 1,576,900,000원(= 24,260g × g당 65,000원)으로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가액인 5,000만 원을 넘는 금액이다(증거목록 순번 8, 9, 48번). 피고인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중량의 마약류의 가액이 상당할 것이라는 사실, 국내 마약류의 가격은 마약류 제조원가 또는 구입가액, 외국 마약류 수출자의 적정 이윤, 외국에서 국내로 수입하는 비용 및 국내 판매자의 적정 이윤을 모두 합산한 금액을 상회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피고인은 호주 소재 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콩 정부에서 IT 관련 업무를 하는 등 다양한 사회 경험도 가지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여행용 가방을 운반하는 대가로 최소 10만 위안화를 지급받기로 하였는데, 이는 위 5,000만 원의 약 39%에 달하는 금액이고, ◈◈ 또는 ▣▣이 피고인의 항공권과 숙박비 등 체재비를 부담하였으며,6) 피고인이 ◈◈에게 위 10만 위안화를 초과하는 거액의 보수 및 가족에 대한 보상까지 요청하였던 점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수입하는 마약류의 가액이 5,000만 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봄이 타당하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0년 ~ 3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마약 > 04. 대량범 > [제4유형]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10년 ~ 15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5년
마약류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환각성, 중독성 등으로 인하여 이를 사용하는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큰 점, 국내에 수입·유통되는 마약류가 급증하고 있는 최근의 현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수입한 케타민의 양이 무려 24.26kg에 이르러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점, 케타민은 데이트 강간 약물의 일종으로 일명 ’클럽마약‘으로 불리는 것으로, 피고인이 수입한 케타민은 수십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그 규모가 막대하고, 역대 케타민 밀수입 사례에서 최대 분량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반면에 피고인은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수입한 케타민이 모두 압수되어 마약류 유통 등 추가적인 범행의 위험성이 현실화되지 않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정상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