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5. 9. 3. 선고 2024재고합1 판결 [국가보안법위반]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A
- 재심 청구인
- B
- 검사
- 진주환(공판)
- 변호인
- 법무법인 정도, 담당변호사 이명춘, 최건섭
- 재심대상판결
- 피고인 A에 대하여 1950. 4. 18. 부산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국가보안법 및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포고제2호위반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사건
- 판결 선고
- 2025. 9. 3.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사건의 경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1) 피고인은 1949. 3. 20.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진해경찰서에 구속되었는데,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1949. 3. 25. 부산지방법원 마산지원 판사에 의하여 발부되었다.
2) 피고인은 1950. 4. 18. 부산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국가보안법 및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포고 제2호(이하 ‘포고 제2호’라 한다)[1] 위반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3) 위 재심대상판결과 관련한 1)항 및 2)항의 내용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라 한다)의 조사에 따라 확인되었으며, 위원회는 2023. 2. 14. 재심대상판결 사건과 관련한 진실규명 결정을 하였다.
나. 재심개시결정의 확정
이 사건 재심청구인은 피고인의 자녀로 2024. 1. 17. 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법원은 2025. 2. 18.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 및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
2. 판단
가. 공소사실
검사는 재심대상판결의 공소사실을 복원하지 못하였다.
나. 구체적 판단
1) 공소사실 중 포고 제2호 위반의 점 및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의 관계
공소사실이 복원되지 아니하여 구체적인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 포고 제2호 위반죄와 국가보안법위반죄의 죄수관계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포고 제2호 및 제정 국가보안법(법률 제10호) 및 1949. 12. 19. 전부개정된 국가보안법(법률 제85호)의 입법 목적 및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양 죄는 별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공소사실에 따라 실체적 경합범인지 또는 상상적 경합범인지의 문제가 남을 뿐이다). 이하 항을 나누어 판단한다.
2) 포고 제2호 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대하여 적용하여야 할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므로, 법원은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법령이 폐지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여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같은 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같은 법 제326조 제4호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뿐더러 범죄의 성립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바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1948. 7. 12. 제정되어 1948. 7. 17.에 공포된 대한민국헌법 역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금, 수색, 심문, 처벌과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제9조),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대하여 소추를 받지 아니하며 또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두 번 처벌되지 아니한다’(제23조)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또한 1948. 7. 17.에 공포된 대한민국헌법 부칙 제100조는 ‘현행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포고 제2호는 1945. 9. 7. 발표된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의 포고로, 1950. 4. 21. 시행된 군정법령 폐지에 관한 법률로 폐지되었다. 그런데 포고 제2호는 그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면서도 추상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하기 어렵고,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 역시 ‘사형 또는 타 형벌’로 되어 있을 뿐이어서 형벌의 종류조차도 가늠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참고로 포고 제2호는 1950. 4. 21. 시행된 군정법령 폐지에 관한 법률로 폐지되었으나 포고 제2호의 대상(“조선의 주민”) 및 목적(“본관 지휘하에 있는 점령군의 보전을 도모하고 점령지역의 공중치안, 질서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미군정’을 전제로 한 법령으로서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1948. 8. 15. 이후로는 사실상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바 이 사건에서 포고 제2호에 대하여 위헌·무효 판단을 하더라도 법적안정성에 장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1948. 9. 27. 시행된 일반사면령(대통령령 제6호)에 포고 제2호 위반의 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소요죄 등의 죄와 경합범으로 처벌받는 경우 등 사면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됨이 명백한 포고 제2호는 대한민국헌법에 의하여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위헌·무효인 법령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에 대한 재판규범으로서도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포고 제2호 위반 부분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마찬가지 이유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도 해당한다).
3)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가) 관련법리
재심 절차는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판단하는 후속 절차가 아니라 피고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판하는 별개의 소송절차인 까닭에,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데, 이는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후 진행되는 재심 심판절차의 경우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피고인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의 소송기록이나 증거들이 발견되거나 제출되지 않고 있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3. 결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및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