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15. 선고 2024가합61085 판결 [손해배상(국)]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9. I 10. J 11. K 12. L
- 피고
- 대한민국
- 변론종결
- 2025. 3. 13.
- 판결선고
- 2025. 5. 15.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별지1 목록 해당 항의 ‘인용금액’란 기재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5. 3. 13.부터 2025. 5. 1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각 부분의 별지1 목록 ‘소송비용’ 중 ‘원고’란 기재 비율을 해당 원고가, 나머지 같은 목록 ‘소송비용’ 중 ‘피고’란 기재 비율을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별지1 목록 해당 항의 ‘청구금액’란 기재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의 지위
1)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는 ‘원고 L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이 사건 피해자들‘이라 한다)이 명목상 윤락의 방지와 요보호여자의 선도를 목적으로 설치된 여성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되어 감금 상태에서 폭력에 방치되고, 의식주, 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 생활을 지원받지 못한 가운데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받은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하,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2024. 1. 16. 이 사건 피해자들을 진실규명대상자로 인정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각 진실규명결정통지를 하였다.
2) 원고 L은 원고 H의 모친이다.
나. 여성수용시설 설치 경과
1) 정부는 5·16 군사정변 직후 사회악 일소의 일환으로 윤락행위 단속을 강화하였고, 1961. 11. 9. 윤락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시키고 더 나아가 윤락여성 등에게 기술교육을 시켜 건전한 사회인으로 갱생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윤락행위등방지법1)을 제정하였다.
2)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윤락행위의 상습이 있는 자와 환경 또는 성행으로 보아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자를 ‘요보호여자’라고 정의하고, 요보호여자를 선도보호하기 위한 보호지도소와 요보호여자에 대하여 자립갱생의 정신과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직업보도시설을 설치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윤락행위등방지법시행령에 보호지도소와 직업보도시설은 동일 구내에 병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로써 보호지도소와 직업보도시설이 병설된 여성수용시설이 전국에 설치되었다.
3) 1962년 전국 시·도에 17개소의 여성수용시설이 설치되었고, 이에 따라 885명이 수용되었다.2) 여성수용시설에서는 수용된 여성을 대상으로 갱생자립을 위하여 미용, 양재, 봉재, 자수 등의 기술을 가르쳤고, 이에 대한 예산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였다.
4) 한편 전두환 정부는 기존 여성수용시설 사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여성수용시설을 기능에 따라 ‘윤락여성 수용시설’과 ‘윤락우려여성 수용시설’, ‘미혼모시설’, ‘일시보호소’로 분류하여 운영하였다.
5) 윤락행위등방지법은 1961. 11. 9. 제정된 이래 한차례의 개정도 없이 1995. 1. 5. 개정까지 그대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1980년대 후반부터 여성수용시설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여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1995. 1. 5. 전부 개정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2004. 3. 22. 폐지되었으며, 모든 여성수용시설은 1998년 폐쇄되었다.
다. 여성수용시설 입소과정 및 강제수용 등
1) 경찰은 윤락행위등방지법위반 혐의로 요보호여자, 장소 제공자, 윤락행위를 유인하는 자 등을 단속했고, 행정기관의 협조 요청에 의해서도 요보호여자를 단속하였다. 또한 보건소는 성병을 통제하고자 특정지역에 있던 미군 상대 성판매 여성 등 요보호여자를 단속하였다. 나아가 경찰과 보건소는 합동으로 행정기관의 협조에 의해 요보호여자를 단속하였다. 이를 통하여 단속된 사람들은 여성수용시설로 인계되었다.
2) 여성수용시설은 내부 규정으로 수용기간을 정하였다. 여성수용시설은 수용기간이 종료되어도 규칙 위반이 있으면 수용기간을 연장하였고, 무연고자는 퇴소할 수 없었다. 대부분 여성수용시설은 중도 퇴소가 허용되지 않았다.
3) 한편 여성수용시설 내에서의 폭력, 수용기간 연장 등으로 인하여 여성수용시설에서 탈출하는 사건이 매년 발생하였는데, 여성수용시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높은 담을 설치하고, 담 위에 가시철조망을 달았으며, 일부 시설은 초소를 두기도 하였다. 또한 기숙사 출입문을 일과 시간 외에는 잠그고 창문마다 쇠창살을 달기도 하였다.
4) 여성수용시설의 운영비는 정부보조금과 지방비에서 지원하였다. 그러나 여성수용시설의 기본생활 비용, 특히 의료비가 부족하였고, 시설 장비의 노후화로 보호 환경이 불량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내지 15, 3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수용시설에 강제로 수용되었고, 여성수용시설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폭행 및 가혹행위를 당하고, 적절한 의식주 등을 제공받지 못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하였는데,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위와 같은 행위에 가담하거나, 관리감독을 해태하였다. 이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의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 또는 그 모친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로서 별지1 목록 해당 항의 ‘청구금액’란 기재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하여
가) 여성수용시설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운용하였고,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어느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존재하였는지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며, 이 사건 피해자들이 여성수용시설에 강제수용 등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제1항3)에 의하면,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피고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국가배상법 제8조4),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하면,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그런데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의 불법행위는 1964년경부터 1985년경까지 사이에 있었던 것이고, 그 무렵에는 원고들이 이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사실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것이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5년 또는 3년이 경과한 2024. 4. 12. 비로소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설령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구하는 위자료 액수는 이 사건 피해자들 상호간의 형평과 손해의 공평한 분담 및 원고들이 주장하는 구금 및 가혹행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다소 과도하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관련법리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때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 만약 이러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개별 공무원의 구체적인 직무집행행위를 특정하고 그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엄격히 요구한다면 일련의 국가작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오히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어려워지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것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작용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법령을 위반한 가해행위가 된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8다224408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 피해자들을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대상자로 인정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각 진실규명결정통지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6 내지 29, 31 내지 3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피해자들이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성수용시설에 일정 기간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가) 이 사건 피해자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여성수용시설 입소 및 퇴소 경위, 수용기간 중의 생활상, 수용된 시설의 현황, 함께 생활한 피해자 등을 포함하여 여성수용시설에서의 수용경험에 관하여 기억나는 것을 최대한 성실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기억나지 않는 것에 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나) 즉, 이 사건 피해자들의 진술을 상호 비교하였을 때, 여성수용시설에 대한 진술과 같이 객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아래에서 이 사건 피해자 별로 살펴보는 것처럼 그 구체성에서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들 중 일부는 주민등록초본이나 여성수용시설의 내부 규정 등과 같이 피해 진술들과 비교할 만한 자료가 있고, 피해 진술 외에 수용여부를 증명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수용 경위나 퇴소 내지 탈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거나 각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 및 제3자의 진술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진술들을 충분히 믿을 수 있다.
(비실명처리 과정에서 생략)
3) 판단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하여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이 사건 피해자들 및 그 모친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피해자들 및 그 모친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구 윤락행위등방지법과 구 윤락행위등방지법시행령은 보호지도소의 업무와 관계기관의 협조조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 경찰과 보건소에서 여성수용시설 입소 대상자들을 체포, 구금할 수 있는 규정을 정해두지는 않았다. 또한 구 경찰관직무집행법(1988. 12. 31. 법률 제40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경찰관직무집행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항5)의 규정에 의하면 경찰서 보호실에의 유치는 정신착란자, 주취자, 자살기도자 등 응급의 구호를 요하는 자를 24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경찰관서에서 보호조치하기 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이라고 할 것이어서 비록 구 윤락행위등방지법 소정의 요보호여자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경찰서 보호실에 유치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위반한 위법한 구금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구 윤락행위등방지법 및 구 윤락행위등방지법시행령에 의한 요보호여자에 대한 수용보호처분은 영장에 의한 구속이나 재판에 의한 형벌이 아닌 행정기관의 복지처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구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의한 직업보도시설의 시설기준령은 직업보도소의 장이 수용기간, 입소·퇴소와 상벌에 관한 사항 등을 소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고, 여성수용시설의 장이 자체 운영규정에 근거하여 요보호여자에 대한 수용기간, 입·퇴소를 결정하고 면회를 제한하는 것은 영장주의 및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구금이라고 할 것이다.
② 구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요보호여자의 자립갱생을 위하여 필요한 곳에 여성수용시설을 설치하여 직업교육을 실시하고(제8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공익법인은 보건사회부장관의 허가를 얻어 보호지도소 또는 직업보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9조). 또한 구 윤락행위등방지법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 또는 법인이 여성수용시설을 설치하였을 때에는 보건복지부령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시설의 운영상황보고서, 수지예산서 및 업적보고서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고(제3조), 보건복지부장관은 여성수용시설의 운영상황과 보호선도중인 요보호여자의 수용 및 선도상황을 조사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여성수용시설의 설치자에게 필요한 장부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며(제4조), 경찰관서 또는 관계기관이 요보호여자를 발견하였을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인근 보호지도소에 연락하도록 하였다(제7조 제1항). 이와 같은 구 윤락행위등방지법 및 구 윤락행위등방지법시행령 규정 등에 비추어 보면, 요보호여자의 단속의 주체는 피고이고, 이에 경찰 공권력에 의한 단속과 인계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며, 해당 관청의 공무원이 여성수용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등 여성수용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피고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피해자들은 여성수용시설에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수용된 이후 결혼 등의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자의적 중도 퇴소가 불가능하였고, 여성수용시설은 도망을 막기 위해 높은 담과 가시철조망, 기숙사 등지의 창문에 쇠창살을 달고, 일과 시간 이후에는 외부에서 출입문을 잠그고, 초소까지 설치하여 엄격하게 감시하는 등으로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피해자들은 여성수용시설에서 폭력, 상해, 구타, 가혹한 기합 등을 당하기도 하였으며, 적절한 의식주, 의료적 처우 등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받지도 못하였고, 실질적인 기술 훈련을 수행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는 여성수용시설에서의 강제수용 등 인권침해가 공론화되기 전까지는 이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수용시설에 강제수용되는 과정에 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후 이 사건 피해자들이 여성수용시설에서 인권침해를 당할 당시 여성수용시설에 대한 조사·감사·감독을 해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③ 결국 이 사건 피해자들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수용시설에 강제수용되고, 여성수용시설에서 인권침해를 당함으로써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침해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같은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여성수용시설 강제수용 등 인권침해는 구체적 적용·집행하는 다수 공무원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모여 이루어졌으므로 그 적용·집행 과정에서 개별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거나 개별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증명 또는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처럼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6)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0다270633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및 이를 전제로 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가) 관련법리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한다.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이때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손해를 안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20526 판결 참조).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06384 판결 참조).
나아가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대하여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 그 피해자 및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닌 그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때가 불명확하더라도 적어도 그 결정일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분명한 이상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05455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피해자들이 겪은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하고, 이 사건 피해자들은 2024. 1. 16.경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각 진실규명결정을 받았으며,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인 2024. 4. 12.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한 점, ②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 사건 피해자들 및 원고 H의 모친인 원고 L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기 이전에 이 사건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피해자들이 불법행위가 있었던 1964년경부터 1985년경까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위자료의 액수
1) 관련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과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0다270633 판결 참조).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배상이 변론종결시까지 장기간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에 있어서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피해자들은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호해야 하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위헌·위법한 행위로 인하여 여성수용시설에 강제수용 등 인권침해를 당하였고, 이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까지도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불법행위는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에 의하여 또는 이들의 허가·지원·묵인 하에 장기간 이루어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그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하고 유사한 인권침해행위가 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도 위자료 산정에 고려되어야 하는 점, ③ 나아가 애초 이 사건 피해자들의 수용기간과 상황을 증명할만한 자료가 제대로 작성되지도 않았고 그나마 존재하였던 자료도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많이 소실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피고가 여성수용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였던 것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하여 현재까지도 어떠한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⑤ 이 사건 불법행위가 일어난 때로부터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되었고 그 기간 동안 국민 소득수준과 통화가치가 변동하였으므로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는 점, ⑥ 그 밖의 이 사건 피해자들의 수용 경위와 당시 연령, 추정되는 수용기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이 사건 피해자들 및 그 모친의 위자료는 별지1 목록 해당 항의 ‘인용금액’란 기재 각 금액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나.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불법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약 40년 이상 경과하여 그 사이에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이 상당한 정도로 변동하였고, 이를 고려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의 위자료 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5. 3. 13.부터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장 송달일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 전날까지의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별지1 목록 해당 항의 ‘인용금액’란 기재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5. 3. 1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5. 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각 인용하고,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모두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