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 2025. 10. 1. 선고 2024노966 판결 [살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자, 피부착명령청구자
- A
- 항소인
- 검사
- 검사
- 박영수(기소, 치료감호 및 부착명령 청구), 임종필, 김진남(공판)
- 변호인
- 변호사 김영천(국선)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24. 8. 22. 선고 2024고합250, 2024감고3(병합), 2024전고7(병합) 판결
- 판결선고
- 2025. 10. 1.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자,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이 사건 발생 전후의 행동이나 행적 등에 관하여 일관성이 없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으면서 피해자에 대해 수회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여 온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적발 당시 피해자의 아들과 경찰관, 소방관들에게 현관문을 열어주지 아니하였고 방문을 걸어 잠그기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행동은 범행이 발각되는 것을 면피하고자 한 행동으로 봄이 상당한 점, 피해자의 휴대전화 수발신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추단되는 범행 시각 및 피고인의 행적 등에 비추어 보면 제3자 범행가능성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커피포트 등의 범행 도구로 피해자를 수회 때려 살해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조현병 등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으로, 피고인의 부모가 사망하여 더 이상 피고인을 보살필 사람이 없게 되자, 약 30년 전부터 작은아버지인 피해자 B(남, 76세)의 보살핌을 받으며 수원시 영통구 C, D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24. 1. 31. 21:00경부터 2024. 2. 1. 08:20경까지 사이에 위 주거지에서, 불상의 이유로 십자드라이버, 커피포트 등으로 피해자의 머리, 얼굴, 목 부위 등을 수회 때려 피해자를 머리, 얼굴 부위의 다발성 손상 등을 원인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증명 정도 등에 관한 판시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후,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과 관련되는 뚜렷한 동기나 행적을 가진 제3자가 발견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은 조현병 등으로 인하여 과거부터 수차례 피해자에 대하여 공격적 성향을 보여 왔던 점, 피고인의 진술 중 상당 부분이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여지는 있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최초 경찰수사 단계부터 일관하여 살인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사망 경위나 피고인의 범행 방법, 사건 당시 상황 등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증거가 없으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들고 있는 유죄의 간접사실 내지 정황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1) 제3자의 범행가능성에 관하여
가) 검사는 이 사건 범행 현장인 위 주거지 개별 호실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훼손되지 아니하는 등 제3자의 침입을 인정할 만한 파손흔적이나 제3자의 디엔에이형 등이 발견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이 사건 범행 현장인 위 주거지에 자신과 피해자 외에 들어올 사람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453, 519쪽) 등에 기초하여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공동현관문은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장소인 점(증거기록 260쪽), 이 사건 범행 추정 시기에 이 사건 범행 현장에 출입한 제3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제출되지 아니한 점, 이 사건 범행 현장은 수사기관에서 추정하는 범행 시기로부터 약 1주일이 경과한 뒤에 발견되어 그 이전에 이미 변경 내지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아니한 점, 피해자가 제3자에게 개별 현관문을 열어주는 등 이 사건 범행 발생 당시 개별 현관문에 설치된 잠금장치가 알 수 없는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해제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수사단계에서 이 사건 범행 현장 내 일부 물품들에 대해서만 혈흔 반응검사 및 유전자감정이 이루어졌을 뿐 범행 현장 내 물건들에 남아있는 지문 또는 족적흔의 유무 등 제3자의 흔적 여부에 대해 정밀하게 관찰되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위 주거지에 피해자의 지인들이 방문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한 점(증거기록 428쪽), 피해자의 아들인 E은 피해자가 과거 운영하던 사업으로 인해 민사소송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42쪽), 실제 피해자의 방에서 소송관련 서류가 발견되는 등(증거기록 304쪽) 피해자와 원한관계에 있는 제3자가 존재할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록상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제3자의 흔적이 발견되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제3자의 침입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고, 밝혀지지 않은 제3자에 의한 다른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
2) 이 사건 범행 경위에 관하여
가) 검사는 피해자가 사용하는 안방 우측 벽면에서 피고인 및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혼합되어 검출된 점, 피고인이 사용하는 작은방에서 발견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에서 인혈반응이 확인되고, 위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된 점, 커피포트가 파손된 채 발견된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커피포트와 십자드라이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주장한다.
나) 수사기관의 현장 감식 결과 및 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가 사용하는 안방 우측 벽면에서 혈흔 형광 반응이 관찰되어 멸균면봉을 이용하여 유전자를 채취한 결과 피고인과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었다(증거기록 246, 320, 484쪽). 그러나 피해자가 사용하는 안방 우측 벽면에서 피고인 및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된 감정 결과 그 자체만으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제3자의 범행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과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된 사실은 제3자에 의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에 해당할 수도 있고, 이 사건 발생일 이전에 이 사건과 무관하게 피고인과 피해자의 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것일 수도 있는 등 여러 가능성이 상존한다.
다) 수사기관의 현장 감식 결과 및 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용하는 작은방에서 발견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인혈반응이 확인되었고, 멸균면봉을 이용하여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의 유전자를 채취한 결과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었다(증거기록 310, 373, 446쪽). 그러나 통상적인 십자드라이버의 용도 및 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인혈반응이 나왔다거나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었다는 사정(이러한 결과는 드라이버의 일상적 용법에 따른 사용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상처 입은 손으로 드라이버를 쥐고 사용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만으로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십자드라이버가 범행도구일 경우, 피고인이 위 십자드라이버를 잡는 것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어 위 십자드라이버 손잡이에서 피고인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어야 할 것임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는 피해자의 디엔에이형만 검출되었을 뿐 피고인의 디엔에이형은 검출되지 아니하였다(증거기록 446쪽). 또한 위 십자드라이버가 실제 범행도구로 이용되었다면, 피해자의 상처 형태 등에 비추어 범인이 십자드라이버 날 부분으로 피해자를 공격했을 것으로 추론되나, 위 십자드라이버 날 표면에서는 디엔에이형 자체가 검출되지 아니하였다(증거기록 446쪽).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공소사실에서 특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십자드라이버가 이 사건 범행도구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 확신하기 어렵다. 위와 같이 위 십자드라이버와 이 사건 범행과의 관련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위 십자드라이버가 피고인의 방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이 사건의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라) 검사가 이 사건 범행도구 중 하나로 특정한 커피포트는 이 사건 범행현장 내 주방에서 파손된 채 발견되었다(증거기록 94쪽 이하, 329쪽 이하). 위 커피포트가 범행도구로 사용되었다면 커피포트에서 피해자의 혈흔 내지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어야 하나, 커피포트의 표면 및 뚜껑에서 피고인의 디엔에이형만이 검출되었을 뿐,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은 검출되지 아니하였고(증거기록 484쪽), 혈흔 반응 또한 음성으로 판정되었다(증거기록 500쪽).1) 이러한 감정 결과에 비추어 보면, 커피포트가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파손된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커피포트를 이 사건 범행도구로 단정하기 어렵다.
마) 수사기관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착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한 의복과 범행 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혈흔을 정리하는 데 이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 핑크색 수건에서 피고인의 디엔에이형만 검출되었을 뿐,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은 검출되지 아니하였고, 특히 위 수건에서는 혈흔 반응 또한 음성으로 판정되었다(증거기록 247, 356, 484, 500쪽).2) 이는 피해자가 상당한 양의 피를 흘린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사정과 부합하지 아니한다.
바) 물론 유전자 등 채취 시기와 방법 등 여러 외부 요인에 따라 유전자형의 검출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연구관도 피고인의 의복에서 피해자의 혈흔보다 피고인의 혈흔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피고인의 디엔에이형만 검출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500쪽). 그러나 위 의복에서 실제로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지 아니한 이상 거기에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에 기대어 공소사실 증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형사재판의 증명 책임과 엄격한 증명의 정도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범행시각에 관하여
가) 검사는 피해자 휴대전화기의 수신 및 발신통화내역, 피고인이 위 주거지에서 외출한 시각 등을 근거로 이 사건 범행 시간을 피해자가 위 주거지에 귀가한 무렵인 2024. 1. 31. 21:00경부터 피고인이 위 주거지에서 외출한 시각인 2024. 2. 1. 08:20경까지로 특정하였다.
나) 피고인이 외출 당시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 검은색 캐리어 가방을 가지고 영통역으로 갔다가 다시 위 캐리어 가방을 들고 귀가하는 등 피고인의 행동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임상심리전문가는 ‘피고인이 자신이 사는 동네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편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점(증거기록 206쪽), 피고인이 외출 당시 들고 다녔던 위 검은색 캐리어 가방 안에 있는 물건들이 기록상 확인되지 아니하는 점(증거기록 260, 340, 341쪽), ‘부재중 전화’ 기록은 피해자의 생존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위 기록만으로 피해자의 생존 여부를 단정지울 수는 없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제3자의 범행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외출한 시점 이후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하였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4)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공격적 성향에 관하여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를 삽으로 내리쳐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피해자의 목을 조르려고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조현병으로 인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공격적 성향 내지 행동양상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살인 범행을 의심케 하는 하나의 정황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이를 인정할 정도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5) 피고인의 진술 및 태도에 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전후 자신의 행동, 행적과 관련하여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였고, 피해자의 아들이 위 주거지에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렸음에도 문을 열어주지 아니하거나 이 사건 현장 발견 당시 촬영한 피해자의 사진을 보며 모르는 사람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 및 태도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생활한 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정신병력(조현병)과 지적 능력(2024. 3.경 실시된 F병원의 정신감정 결과 지능지수가 58임)이 위와 같은 진술 또는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고, 더욱이 제3자의 범행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피고인의 진술이 모두 거짓이라고 속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행동이나 진술이 논리적이지 못하고 믿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심이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도861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 및 앞서 본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검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도구로 십자드라이버와 커피포트를 지목하면서 ① 십자드라이버와 관련하여서는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인혈반응이 확인되었고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었으므로 피고인이 위 십자드라이버로 피해자를 공격하였을 개연성이 상당하고, 피고인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이 범행 이후 혈흔을 닦거나 범행 당시에 장갑을 착용하는 등의 조치를 했을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② 커피포트와 관련하여서는 ‘현장 감식 당시 커피포트 뚜껑 및 표면에서 J 검사결과 혈흔 형광 반응이 관찰된 바 있으며, 이후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이 검출되지 않고 혈흔 반응 또한 음성으로 판정된 것은 피고인이 범행 이후 증거인멸 행위를 하였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 당시에 피고인이 장갑을 끼고 있었다든가 범행 이후에 증거인멸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에 부합하는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앞서 본 바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혈흔을 정리하는 데 이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 핑크색 수건에서는 피고인의 디엔에이형만 검출되었을 뿐 피해자의 디엔에이형은 검출되지 아니하였고, 혈흔 반응 또한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게다가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소속 연구관인 G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경찰의 혈흔 반응 검사와 국과수의 혈흔 반응 실험의 차이에 관하여 ‘경찰에서 시행하는 J 시험법은 혈액 속에 있는 철 성분에 반응을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철 성분이 있다면 일반금속이라든지 놀이터에 있는 흙에도 철 성분이 있기 때문에 혈흔은 아니지만 위양성반응으로 혈흔처럼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국과수에서는 H라는 시약을 이용해서 혈흔반응 검출여부를 실험하는데, 이 H 시약 속에 있는 I트라는 성분이 촉매작용을 한다. 혈흔이 너무 적어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혈흔이 맞다면 헤모글로빈의 철 성분에 I트가 반응하여 청록색으로 변한다. 같은 철이라고 하지만 H는 혈흔을 타깃으로 특정한다고 보면 된다. 커피포트 같은 경우는 금속 재질이어서 J이 위양성반응을 하여 현장에서는 혈흔인지 알고 채취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하였는데(G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K 3, 4쪽), 이에 의하면 경찰의 J 검사 방식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H 시약을 이용한 혈흔 반응 실험의 결과가 더 정확성이 있다고 보이고, 십자드라이버, 커피포트, 핑크색 수건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배제하고 경찰의 혈흔 반응 검사의 결과를 신빙하여야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나아가 G은 이 법원에서 ‘피고인이나 피해자의 디엔에이형 중 하나만 검출되었다고 해서 꼭 다른 사람의 디엔에이형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는 검출된 디엔에이형만 있다고 보고, 거기에 다른 사람의 디엔에이형이 없다고 100%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진술한 점(G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K 3, 8, 9쪽)에 비추어 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디엔에이형 검출 결과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고,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십자드라이버와 커피포트를 범행도구로 단정할 수 없다.
나)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결과, 머리와 얼굴, 목 부위의 다수의 찢긴 상처와 피부까짐 및 멍, 왼갈비뼈 앞쪽 및 오른갈비뼈 뒤쪽의 골절, 혈흉 등이 관찰되었으며, 시반이 미약하고, 내부 실질 장기가 다소 창백한 상태였으며, 그 외 사인으로 고려할 만한 특기의 사정은 확인되지 않았는바, 부검의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수석법의관 L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다발성 손상’을 피해자의 사인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다발성 손상’이 피해자의 사인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살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위 ‘다발성 손상’이 피고인의 폭행에 의한 것이었다면 통상적으로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저항이 예상되고, 그에 따른 흔적이 피해자와 피고인의 신체나 범행 장소 등에서 나타나야 할 것인데, 경찰이 현장에 최초 출동하였을 당시 피고인의 신체에서 외상이 발견되었다거나 피고인이 입고 있던 옷 등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L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해자가 반항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외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피해자한테서 그 당시에 눈에 띄는 어떤 방어손상 같은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실은 그런 흔적이 안 남을 수도 있고 해서 피해자가 당시에 의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반항을 할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 부검소견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렵다. 저항흔은 보통 손이나 이런 걸로 막으면서 생기는 경우를 말하는데 머리를 감싸 쥔다든지 아니면 손으로 막는다든지 팔로 막는다든지 했을 때 나오는 손상들이 있는데, 그런 흔적들을 부검하면서 발견한 적 없다’라고 진술하였다(L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K 3, 4쪽). ② L은 부검감정서에서 ‘위 찢긴 상처, 골절 등의 부위에 외력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부검 소견만으로는 손상의 기전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L은 이 법원에서 ‘이마, 마루부위, 오른눈썹활부위, 오른광대부위에서 다수의 찢긴 상처, 관자부위, 오른귀부위 등에서 피부까짐이 보이나, 손상의 경계가 좀 불규칙하고 열어봤을 때 가교조직이 있어서 날카로운 예기보다는 둔기, 둔력에 의한 손상이라고 생각해서 찢긴 상처라고 표현을 했다. 저런 찢긴 상처는 오만가지로 다 생길 수가 있어서 저것만 가지고 흉기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데(책상 가장자리)에 부딪혀서 생길 수 있고 여기(선서서의 모서리)에 부딪혀서 생길 수 있고 여러 가지 정말 다양한 형태로 생길 수 있어서 동일한 물건으로 인해 다친 것인지 여부도 알기 어렵다. 상처 모양 상 외력에 이용된 물건은 알 수 없다’, ‘부검 당시를 기준으로 봤을 때 사체 여러 부위에서 발견된 상처들의 발생시기가 근접한지, 상처들이 사망 전에 발생했는지 후에 발생했는지, 시간적 간격을 두고 생긴 건지 비슷한 시기에 생긴 건지 여부도 상처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부검 당시에 상처가 난 부분과 커피포트, 목걸이를 대조해 봤는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찢긴 상처는 여러 가지 물건에 의해 다 나타날 수 있고 이렇게 정형이 확실하지 않으면 추정하기 어렵다’라고 진술하였다(L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K 3, 6~8쪽). 이어 ‘찢긴 상처라고 표현하긴 하였으나 움푹 패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냐’는 질문에는 ‘일단 사람이 사망하고 나면 피하 연조직층이 사멸되면서 움푹 패일 수는 있는데 특별히 특이한 소견은 아니다’라고 답변하였으며, ‘머리나 얼굴부위가 드라이버의 손잡이 부분 등에 의해서 손상이 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것도 가능하긴 한데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라고 답변하였다(L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K 9, 10쪽). 이처럼 피해자의 사인으로 추정된 다발성 손상을 초래한 외력의 형태나 방법, 손상의 기전 등이 어느 것도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③ 여기에 L이 이 법원에서 ‘부검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5%로 확인되었고, 법화학 감정서에 따르면 혈액에서 27.7배 정도까지는 에틸알코올이 생성될 수 있다고 하였으나, 최대치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보였기 때문에 사망 전 음주상태라고 감정서에 기재하였다. 만취 상태였는지는 모른다’라고 진술한 점(L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K 7쪽), 피해자의 지인으로 피해자가 2024. 1. 31. 주거지로 귀가하지 직전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M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2024. 1. 31. 우리 집에서 본 게 마지막이다. 당시 나랑 N, 피해자, O이 있었는데 다 사이가 좋았다. 술 한 잔 하면서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3명이서 소주 3병정도 마셨고, N은 안 마셨다. 밤 9시에서 10시까지 마시고 피해자는 기분 좋게 집으로 갔는데 당시 인사불성은 아니고 멀쩡하게 갔다’라고 진술한 점(추가 증거기록 41, 42쪽), N은 수사기관에서 ‘2024. 1. 31. M씨 집에서 피해자를 만났다. 저는 술을 안마시고 당시 술자리가 거의 끝나있었는데, 제가 집에 데려다주면서 “오늘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먹었냐”라고 물어보니 다른 곳에서 술을 먹고 왔고, 여기에서는 별로 안마셨다고 이야기했다. 제 차로 피해자를 연립 출입문 앞에 내려줬고, 공동현관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보지 않고 잘 가라고 손 흔들어주는 모습만 보고 차를 돌려서 나왔다’라고 진술한 점(추가 증거기록 54, 55쪽), 피고인의 집안 여러 곳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으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몸싸움을 벌인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에게 발견된 여러 상처나 골절 중 일부 내지 다수가 피해자가 주거지 등에서 술에 취하여 어딘가에 부딪히는 등 피고인의 폭행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고, 당시 음주 상태였던 피해자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사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피고인은 이 법원에서도 ‘검정색 캐리어 가방을 끌고 피고인이 집을 나가서 지하철역 갔다가 돌아온 날 있는데 생각나는가요’라는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작은아버지(피해자)가 베란다에서 이불을 덮은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피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식사도 했을 텐데, 작은아버지께서 사망하신 사실을 몰랐나요’라는 질문에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등(당심 피고인신문 K 7, 8쪽) 여전히 피고인의 진술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으로 사촌지간인 피해자의 아들에게 상해를 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위 판결이 확정되었는데(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고단1945, 대구지방법원 2024노4602호 사건), 위 사건의 수사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아들을 때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추가증거기록 148~160쪽)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그러나 형사소송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피해자의 지인인 O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고, 피고인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여 삼촌인 피해자가 보살피고 있다고 알고 있으며 평소 둘 사이가 나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였고(추가 증거기록 35쪽), 피해자의 조카이자 피고인과는 사촌지간인 P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피고인을 데리고 대구에 있는 집에 데려다 주면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했는지 물어봤으나 “모르는 사실이다”라고 대답했으며, 다른 사람이 집에 들어온 사실이 있는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을 사실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피고인은 “방에 있어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라고만 대답할 뿐 피해자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평소 피고인이 온순한 성격이라고만 알고 있고,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한바(추가 증거기록 36쪽), 피고인의 공격적, 폭력적인 성향이나 범행의 동기에 관하여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반대되는 사정도 존재한다.
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이 사건 범행의 동기를 ‘불상의 이유’라고만 기재하여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 범행도구로 본 십자드라이버, 커피포트의 통상적 용법, 피해자에게 남아 있는 상처의 부위 및 정도 등을 종합하면, 설령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로 피해자가 다발성 손상을 입게 되어 사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른 것인지(폭행치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른 것인지(상해치사), 살인의 고의 하에 피해자를 살해한 것인지를 알기 어렵다.
3. 치료감호청구사건 및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한 판단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과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8항에 의하면 검사가 피고사건에 관하여 항소를 제기하는 경우 치료감호청구사건과 부착명령청구사건에 관하여도 각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간주되나,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는 이상,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청구사건과 부착명령청구사건에 대한 항소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51조,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