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5. 10. 23. 선고 2022헌바229 결정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 주식회사 대표이사 김○○
- 대리인
- 법무법인 일원 담당변호사 유진
- 당해사건
- 서울고등법원 2021나2004718 상품대금 청구의 소
- 선고일
- 2025. 10. 23.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1. 11. 14. 법률 제11086호로제정된 것) 제2조 제6호 중‘일정액’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식품 제조 및 가공,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로서 아로니아 분말 등 건강식품을 주식회사 □□(이하 ‘□□’이라 한다)의 판매방송을 통해 판매해 온 납품업자이고, □□은 방송채널사용사업을 하는 회사로서 직전 사업연도의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 원 이상인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연혁과 상관없이 ‘대규모유통업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정한 대규모유통업자이다.
나. 청구인은 2016. 6.경 □□과 대규모유통업법 제2조 제6호에서 정하고 있는 위ㆍ수탁거래 방식에 따라 기본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두 차례 더 □□과 기본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청구인은 2016. 7.경부터 2018. 6.경까지 총 57회에 걸쳐 아로니아 분말, 아로니아 주스, 히비스커스 분말을 □□의 TV홈쇼핑 판매방송을 통하여 판매하였는데, 청구인은 □□에 상품판매대금 중 12% 내지 16%의 정률수수료를 지급하는 것 외에 판매방송 1회당 3,500만 원 내지 약 2억 원의 위탁판매 방송비(정액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위탁판매 방송비 약정’이라 한다).
다. 청구인은 □□이 청구인으로부터 받은 위탁판매 방송비는 대규모유통업법상 상품대금 감액 금지 조항(제7조 제1항),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금지 조항(제11조 제1항), 방송법상의 금지행위 조항(제85조의2 제1항 제7호) 등을 위반하여 무효이고, □□은 위탁판매 방송비를 수취함으로써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방송법을 위반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청구인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상품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21. 1. 8. 일부 승소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가합100319). 이에 □□은 그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24. 8. 28. 위 항소를 전부 인용하였으며(서울고등법원 2021나2004718), 위 판결은 2024. 9. 20.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2022. 8. 3. 대규모유통업법 제2조 제6호 중 ‘일정액’ 부분이 명확성원칙,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2. 8. 31.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22카기20048), 2022. 9.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통하여, 대규모유통업법 제2조 제6호 중 ‘일정액’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 또는 위 조항 중 ‘일정액’ 부분을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후자의 청구는 전자의 청구의 일부분에 불과하므로 별도의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헌재 2016. 5. 26. 2015헌바176; 헌재 2024. 4. 25. 2022헌바65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1. 11. 14. 법률 제11086호로 제정된 것) 제2조 제6호 중 ‘일정액’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1. 11. 14. 법률 제11086호로 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6. "위ㆍ수탁거래"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가 납품한 상품을 자기 명의로 판매하고 상품판매 후 일정률이나 일정액의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거래를 말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의 문언만으로는 ‘일정액’이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을 의미하는지,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하지 않는 일정한 금액’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판매실적과 관계없이 언제나 수익을 얻는 반면 납품업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상품을 납품하고도 상품판매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떠안게 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119조와 제123조 제3항에 위배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우월적 지위를 완화ㆍ조정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납품업자가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를 ‘일정액’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고 그 한도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한바,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납품업자의 계약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라. 입법자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위ㆍ수탁거래’를 함에 있어서 수취할 수 있는 수수료의 범위를 합리적인 한도 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와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17. 4. 27. 2014헌바405; 헌재 2018. 6. 28. 2016헌바77등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한 대규모유통업법 제2조 제6호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위ㆍ수탁거래’에 관하여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가 납품한 상품을 자기 명의로 판매하고 상품판매 후 일정률이나 일정액의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거래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일정액’이 ‘상품판매대금 중 일부인 금액’을 의미하는지 혹은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일정액’은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을 의미하는 것이 명백하고, 대규모유통업법의 다른 조항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일정액’이라고 해석될 여지는 없다. 거래 실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TV홈쇼핑사업자와 납품업자가 정액제 혹은 혼합제 수수료 방식을 채택한 경우 TV홈쇼핑사업자는 납품업자로부터 ‘상품판매대금과 무관하고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을 수수료로 수취하고 있다. 이 사건 외에 청구인이 그와 계약을 체결한 TV홈쇼핑사업자들에 대하여 제기한 다른 소송들에서도 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의 ‘일정액’을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였다.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도 심판대상조항의 ‘일정액’이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임을 전제로 대규모유통업자에 의하여 자행되고 있는 불공정한 계약 체결을 규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의 ‘일정액’이 그 의미가 모호하여 수범자가 통상의 법감정과 합리적 상식에 기하여 구체적 의미를 충분히 예측하고 해석할 수 없다거나 법관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의 위험성이 있다거나 혹은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에 의한 법집행이 자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상품판매대금과 무관하게 정해진 일정한 금액으로서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을 의미하는 것이 문언 및 그 해석상 명확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헌법 제119조 및 제123조 제3항 위배 여부
(1)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에게는 유리한 것에 반해 약자의 지위에 있는 납품업자에게는 불리하므로 헌법 제119조 및 제123조 제3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우리 헌법이 사유재산제도와 경제활동에 관한 사적자치의 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헌재 2002. 7. 18. 2001헌마605 참조).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 간의 거래형태도 원칙적으로 사적자치를 따르는데, 청구인의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위ㆍ수탁거래’를 납품업자를 보호하는 내용으로 규정함으로써 사적자치를 더 제한하고 있지 않아 위헌이라는 취지이므로, 이는 헌법 제119조 제1항 위반 여부와 무관하다. 한편,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유지’라는 경제정책적 목표를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공익의 하나로 하고 있다(헌재 2002. 7. 18. 2001헌마605 참조). 이와 같이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경제영역에서의 국가목표에 관한 규정으로 국가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규정이라 할 것인데, 청구인의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대규모유통업자의 경제적 자유를 더 규제하지 않아 위헌이라는 취지이므로, 헌법 제119조 제2항 위반 여부와도 관련이 없다. 또한, 대규모유통업자와 거래하는 납품업자에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기업만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이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ㆍ육성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123조 제3항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2) 나아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래 실정과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정 체계를 고려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이 대규모유통업자로 하여금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정액’인 ‘일정액’의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지나치게 불공정하여 납품업자에게 불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 TV홈쇼핑사업자는 판매방송을 위하여 제작비나 송출비 등 고정된 비용을 지출하는바, 납품업자로부터 ‘일정률’의 수수료보다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정률’의 수수료 수취만이 허용될 경우 TV홈쇼핑사업자는 상품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진 때에는 방송 제작에 지출한 비용을 전부 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으나 판매 실적이 부진한 때에는 수수료 수취만으로는 방송 제작에 지출한 비용을 다 보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V홈쇼핑사업자는 판매량의 변동이 크고 판매 실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품을 취급하기보다는 유행의 영향을 덜 받고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온 대중적인 상품의 취급을 선호하게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일정률’의 수수료 수취만 허용하거나,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하는 ‘일정액’의 수수료 수취를 금지할 경우에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신생업체나 중소기업에게 TV홈쇼핑을 통하여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상호 협의 하에 구체적인 수수료 수취 방식을 정하는 것이 거래 당사자들에게 더 적합할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자는 신생 상품이어서 혹은 계절이나 유행에 따라 판매량이 유동적이어서 구체적인 판매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품에 대하여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수취함으로써 방송 제작에 투입한 비용을 보전할 수 있고, 납품업자는 신생 상품이나 유행성 상품의 TV홈쇼핑 매체를 통한 판매를 위하여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에서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각자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일정률’의 수수료나 ‘일정액’의 수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에 부합한다.
(나) 한편, 대규모유통업자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일정액’의 수수료를 납품업자에게 부당하게 요구함으로써 납품업자 등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이익을 제공하게 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시정명령이나 시정권고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대규모유통업법 제17조 제10호, 제32조, 제33조 제1항, 제35조 제1항). 이처럼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일정액’의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납품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판매 실적에 따른 위험을 전가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납품업자에게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에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다.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 대하여 가지는 우월적 지위를 완화ㆍ조정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납품업자에게 더욱 불리하므로 납품업자의 계약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위ㆍ수탁거래’를 함에 있어서 ‘일정액’의 수수료 수취 방식만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지 않으므로, 납품업자의 계약의 자유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 청구인은 대규모유통업상 ‘위ㆍ수탁거래’를 함에 있어서 대규모유통업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수수료의 범위를 합리적인 한도 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도 주장하는데, 이는 그 내용상 심판대상조항이 대규모유통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완화·조정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일부에 해당한다. 또한, 거래 실정과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정 체계에 비추어볼 때 수수료를 상품판매대금과 관계없이 상품판매대금을 초과할 수도 있는 ‘일정액’으로 정하는 방식의 ‘위ㆍ수탁거래’가 납품업자에게 지나치게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별도로 납품업자에 대한 기본권보호의무와 관련된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배 여부가 문제 되지도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