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7. 18. 선고 2023헌마1273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최○○
- 대리인
- 법무법인 명재 담당변호사 이재희 외 2인
- 피청구인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피청구인이 2023. 9. 2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5355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3. 9. 20. 피청구인으로부터 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3년 형제53552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고,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모든 자동차 소유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해 튜닝을 하려는 경우 관할 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을 받지 아니한 자동차인 것을 알면서 이를 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학교 ○○협력단은 그 소유의 (차량번호 생략) 그랜드 카니발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 내 4열 좌석을 관할 관청의 승인 없이 탈거하여 튜닝하였다. 청구인은 이를 알고도 2023. 7. 26. 14:26경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305 강변북로 보광고가 부근 도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여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하였다(이하 ‘이 사건 피의사실’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23. 11. 16.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관련규정을 종합하면 자동차를 소유하여 그 운행이익을 얻었고 관할 관청의 승인 없이 튜닝된 사실을 알고도 운행한 자만이 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20호에서 정한 ‘제34조를 위반하여 튜닝된 자동차인 것을 알면서 이를 운행한 자’가 될 수 있다. 청구인은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도 아니고 이 사건 차량이 관할 관청의 승인 없이 튜닝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위 자동차관리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
나.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 사건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대학교 ○○협력단은 2012. 4. 3. 소유자로서 이 사건 차량을 신규등록하였다. 이 사건 차량 장비이력카드에 이 사건 차량의 보유부서는 ○○연구센터로, 관리책임자는 서○○ 교수로 기재되어 있다.
(2) 청구인은 ○○대학교 ○○학부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으로서, 2023. 7. 26.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305 강변북로 보광고가 부근 도로에서 뒷좌석이 탈거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다.
(3)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청구인은 2020년부터 ○○대학교 ○○학부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고, 2023년 초부터 이 사건 차량을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이 사건 차량을 별도로 관리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연구실 내에 열쇠를 걸어놓고 연구를 위해 필요할 때 사용하고 있다. 장비이력카드상 관리책임자인 서○○ 교수가 이 사건 차량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행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사건 차량 좌석이 탈거된 상태로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기는 하였으나, 이와 같이 언제 어떻게 좌석이 탈거되었는지 모른다. 단속 이전에는 자동차의 구조를 변경하려면 등록관청의 변경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이 관할 관청의 승인 없이 튜닝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20호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가)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참조).
(나) 한편,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자동차관리법은 제2조 제2호에서 ‘운행’이란 사람 또는 화물의 운송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운행’ 정의 조항에 비추어 보면 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20호의 ‘운행한 자’에는 자동차의 소유자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운전한 자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한편 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20호는 ‘제34조(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튜닝을 하려는 경우 시장ㆍ군수ㆍ구청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소유자의 의무)를 위반하여 튜닝된 자동차인 것을 알면서 이를 운행한 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즉, 위 제81조 제20호에서 정한 자에 해당하려면, ‘관할 관청의 승인 없이 튜닝된 사실’을 알았을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관할 관청의 승인 없이’ 이 사건 차량이 튜닝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청구인에게 이 사건 피의사실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1) 이 사건 차량은 ○○대학교 ○○협력단의 소유로 2012년부터 연구를 위한 차량으로 사용되었는데, 이 사건 피의사실 당시 이 사건 차량 내 뒷좌석이 탈거되어 있었으므로, 이는 자동차의 안전운행에 필요한 성능과 기준이 설정되어 있는 자동차의 구조ㆍ장치가 일부 변경된 경우로서(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도1589 판결 등 참조) 자동차관리법 제34조 제1항에서 정한 자동차를 ‘튜닝’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청구인은 이 사건 차량을 위와 같이 튜닝한 사실을 부인하였고,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이 사건 차량의 실질적인 관리자라는 취지로 진술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청구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연구를 위하여 공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차량을 위와 같이 언제, 누가 튜닝하였는지 추단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2) 이 사건 차량은 2012년부터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어 왔으므로 청구인이 2023년 초 이 사건 차량을 처음 이용할 무렵 이 사건 차량은 이미 위와 같이 튜닝되었을 수 있다. 더욱이 이 사건 차량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므로, 위와 같이 튜닝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한 청구인으로서는 위 차량이 ○○대학교 ○○협력단 소유 차량으로 당연히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여 운행되었을 것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고, 청구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이 사건 차량이 위법하게 튜닝된 사실을 알았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위와 같이 튜닝할 경우 관할 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가 아닌 청구인에게 이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3) 경찰은 이 사건 차량이 위법하게 튜닝된 것임을 몰랐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 이는 ‘몰랐다면 위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청구인의 주장을 ‘법률의 부지’ 주장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이나, 자동차관리법 제81조 제20호에서 ‘제34조를 위반하여(관할 관청의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튜닝된 자동차인 것을 알면서’라는 고의를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바, 청구인의 주장은 이러한 고의를 부정하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
다. 소결
사정이 이와 같다면,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이 사건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