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2헌마790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정○○
- 대리인
- 법무법인 신효담당변호사 한범수, 박재용, 정희용, 김도준, 홍민결, 오세정, 김상윤
- 피청구인
-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 선고일
- 2024. 6. 27.
피청구인이 2022. 2. 23.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4620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2. 23. 청구인에 대하여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4620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서울 송파구 (주소 생략) 소재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입주자 대표이고, 피해자 김○○(남, 60세)은 용역업체 소속 관리사무소장이다. 청구인은 2021. 11. 1. 12:10경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에서 김○○이 해고를 통보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출근하여 근무하고 있자, 자료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김○○이 실질적으로 사용ㆍ관리하는 컴퓨터(이하 ‘이 사건 컴퓨터’라 한다)가 정상 작동하지 못하게 본체의 하드디스크 케이블을 빼놓음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22. 5. 25.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컴퓨터는 김○○의 소유가 아니라, 청구인이 관리인(관리단 대표)인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 내지 청구인이 회장인 입주자대표회의 소유이다.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을 구성하는 입주자대표들은 김○○을 관리사무소장직에서 해임하면서 그가 이 사건 컴퓨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것을 예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케이블을 빼놓은 청구인의 행위가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청구인이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케이블을 빼놓은 것은 김○○이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직을 상실하고도 계속 관리사무소에 출입하면서 이 사건 컴퓨터에 접속하여 개인정보나 업무 관련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자신의 불성실한 업무 수행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위 케이블을 다시 연결하기만 하면 이 사건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으므로, 청구인의 행위는 정당한 목적 하에 이루어진 필요최소한의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설령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4조(피해자의 승낙)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4.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사건 당시 청구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단 대표(관리인)였고, 이 사건 컴퓨터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 내지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유였다.
(2)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은 2020. 8. 19. ○○ 주식회사(이하 ‘○○’라 한다)와의 사이에 시설 종합관리 용역 계약(이하 ‘이 사건 아파트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 용역계약에 기하여 ○○는 이 사건 아파트에 자사의 대행인인 관리사무소장을 포함하여 총 7명의 관리인원을 배치할 의무와,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이 관리업무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관리인원의 교체를 요청하는 경우 이를 수용할 의무 등을 부담하고 있었다.
(3) 김○○은 사건 당시 ○○ 소속으로, ○○와의 사이에 계약기간을 2021. 9. 1.부터 2021. 12. 31.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4) 청구인은 2021. 10. 29. 오전 7시 이 사건 아파트의 동별 대표자 회의(이하 ‘이 사건 회의’라 한다)를 개최하여,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위반, 이 사건 아파트 용역계약 위반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김○○을 관리사무소장직에서 해임하고 ‘관리서류 등 모든 자료 현장보존’, ‘귀가 조치’ 및 ‘공과금을 제외한 전체 관리 비용 지출 정지’를 결의하였다. 해임사유 중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관하여, 이 사건 회의 회의록에는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 김○○이 입주민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열람하고 동의 없이 도용하였으며, 동대표 해임에 관한 입주민 서명동의서를 동대표에게 제공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5) 청구인은 위 결의 당일 이를 공고하고 김○○에게도 메신저로 해임통지를 하였으나, 김○○은 해임통지를 수령한 후에도 계속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실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6) 청구인은 2021. 11. 1. 12:10경 김○○ 및 관리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관리실의 관리사무소장 자리에 놓여 있던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연결된 케이블을 빼놓음으로써 이 사건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끔 하였다.
(7) 자리로 돌아온 김○○은 이 사건 컴퓨터의 모니터에 하드디스크가 없다는 알림창이 뜨자, 청구인이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가져갔다고 생각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다. 김○○은 사건 당일 이 사건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관리비 지출 등 관리사무소장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8) 사건 다음 날인 2021. 11. 2. 김○○은 이 사건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 케이블이 하나 빠진 것을 발견하였고, 김○○이 이를 연결하자 이 사건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나.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
(1) 이 사건 컴퓨터가 청구인에 대하여 ‘타인의 재물’인지 여부
타인의 재물이란 재물의 소유권이 행위자 이외의 타인에게 속하는 것으로, 타인과 공유, 총유, 합유 등 공동소유에 속하는 재물도 타인의 재물에 해당된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도2432 판결 참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컴퓨터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 내지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유임이 인정된다. 그런데 집합건물의 관리단 내지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는 모두 일종의 비법인사단이고(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7다6307 판결;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다306904 판결 등 참조), 비법인사단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하므로(민법 제275조 제1항), 총유물인 이 사건 컴퓨터는 청구인에 대하여 타인 소유의 재물에 해당한다.
(2) 청구인이 이 사건 컴퓨터의 효용을 해하였는지 여부
(가)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손괴는 재물의 전부 또는 일부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여 물질적 내지 물리적으로 훼손함으로써 그 원래의 효용을 멸실시키거나 감손시키는 것, 은닉은 재물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하는 것을 말하고, ‘기타 방법’ 역시 형법 제366조의 규정 내용 및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 등에 비추어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 참조).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하나,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재물 본래의 용도와 기능, 재물에 가해진 행위와 그 결과가 재물의 본래적 용도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가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7도20455 판결;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컴퓨터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 내지 입주자대표회의의 총유물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비 집행 등 관리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효용 침해 여부 역시 위와 같은 용도와 기능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회의에서 이루어진 결의의 내용 및 취지를 고려하면, 김○○이 이 사건 컴퓨터를 계속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를 보존하기 위하여 청구인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법한 총유물의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청구인에 의하여 이 사건 컴퓨터의 효용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연결된 케이블 하나를 뽑았을 뿐으로, 비록 이로써 이 사건 컴퓨터의 정상적인 작동이 중단되기는 하였지만 해당 케이블을 다시 하드디스크에 연결하기만 하면 이 사건 컴퓨터를 원래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김○○은 빠진 케이블을 찾아서 다시 연결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컴퓨터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가치가 하락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바, 청구인의 행위가 형법 제366조의 ‘손괴’나 이에 준하는 유형력으로써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한 ‘기타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 위법성조각사유 인정 여부
(1)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는지 여부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만일 피해자가 행위의 내용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승낙하였을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에는 추정적 승낙이 인정되어 위 조항이 적용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의에서는 김○○을 관리사무소장직에서 해임하면서 ‘관리서류 등 모든 자료 현장보존’, ‘귀가 조치’ 및 ‘공과금을 제외한 전체 관리 비용 지출 정지’를 결의하였고, 이는 해임결의 이후 김○○이 이 사건 컴퓨터를 이용한 일체의 관리업무를 중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설령 청구인이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케이블을 빼놓은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인 공동소유자들의 명시적인 승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추정적 승낙이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도2118 판결 참조).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ㆍ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1도5380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 참조). 이 사건 아파트 관리단의 대표인 청구인이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에 관하여 ○○를 대리(대행)하는 김○○에게 해임안을 통지한 이상 이 사건 아파트 용역계약에 따른 교체요구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고, 김○○으로서는 이를 수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 통지 이후 김○○이 정당하게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청구인이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케이블을 빼놓은 것은 위 통지가 이루어진 이후이고, 그 동기 내지 목적은 김○○이 이 사건 아파트와 관련된 자료를 유출할 것 등을 우려하였기 때문인바, 김○○의 해임사유 중 하나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임을 고려할 때 그 동기나 목적에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청구인의 행위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케이블 1개를 잠시 뽑아 놓은 것에 불과하고, 해당 케이블을 쉽게 찾기 어려운 곳에 은닉하거나 전선이나 하드디스크,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문서 등을 물리적으로 파손하는 등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 것이 아니므로, 수단의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김○○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쉽게 케이블을 연결하고 이 사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그로 인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청구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라. 소결론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수사가 이루어진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행위가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의 행위가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이 인정되는 행위이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있는바, 피청구인이 아무런 추가 조사 없이 경찰 수사기록만을 토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 내지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으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