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 6. 30. 선고 2018헌바515 결정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최○○ 대리인 변호사 황성필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강을환, 박현수, 김승환
- 당해사건
- 대전지방법원 2018노1412 의료법위반 등
구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제2항 전문,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19. 4. 23. 법률 제16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33조 제2항 전문’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5. 15.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의사 등이 아님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7고단611). 이에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 청구인에게 적용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87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이 2018. 12. 13. 항소를 기각하고(대전지방법원 2018노1412)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각하하자(대전지방법원 2018초기656), 2018. 12. 21. 위 의료법 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9. 9. 25. 위와 같은 주위적 청구에 더하여, 위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자’ 부분은 ‘적법하게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의료법인을 설립ㆍ운영한 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 적용하는 한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청구를 예비적으로 추가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87조 제1항 제2호 전부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심판대상을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한편 청구인의 예비적 청구는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주위적 청구의 위헌 주장을 보충하는 것이어서 별도의 예비적 청구라기보다 주위적 청구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별도의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제2항 전문,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19. 4. 23. 법률 제16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33조 제2항 전문’ 부분(이하 두 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구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고, 2020. 3. 4. 법률 제17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개설 등)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후문 생략)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2.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3.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하 "의료법인"이라 한다)
4.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5.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고, 2019. 4. 23. 법률 제16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7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12조 제2항 및 제3항, 제18조제3항, 제21조의2 제5항·제8항, 제23조 제3항, 제27조 제1항, 제33조 제2항·제8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제10항을 위반한 자. 다만, 제12조 제3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3. 청구인의 주장
의료법은 의료법인 또는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하 통칭하여 ‘의료법인등’이라 한다)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면서(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3호, 제4호) 의료법인등을 운영하는 이사진 모두가 반드시 의료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의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법인 등의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여, ‘적법하게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의료법인을 설립ㆍ운영한 자’의 경우에도 수사기관의 자의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형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19. 8. 29. 2014헌바212등 참조).
(2)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로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이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의료기관’이란 의료인이 공중(公衆) 또는 특정 다수인을 위하여 의료·조산의 업을 하는 곳을 말하며(의료법 제3조 제1항), 의료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 조산원,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구분되고(의료법 제3조 제2항),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관의 종류별 표준업무를 정하여 고시하고 있으므로(의료법 제3조 제3항, 의료기관의 종류별 표준업무규정),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개설’의 사전적 뜻은 ‘설비나 제도 따위를 새로 마련하고 그에 관한 일을 시작함’이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시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라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거나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제33조 제3항, 제4항),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시설기준 및 규격에 관한 사항, 의료기관의 안전관리시설 기준에 관한 사항, 의료기관 및 요양병원의 운영 기준에 관한 사항, 의료기관의 위생 관리에 관한 사항 등 각종의 준수사항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6조). 이에 따르면, ‘개설’이란 의료법상 요구되는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고 필요한 준수사항을 지켜 신고나 허가를 거쳐 의료업을 시행·운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심판대상조항의 취지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법인, 기관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여 그 이외의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875 판결 참조)는 점을 더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 행위는,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함(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7도378 판결 참조)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개별·구체적 사안에서 비의료인의 어떠한 행위가 의료기관 개설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의료기관의 개설 경위, 비의료인의 관여 정도, 의료기관의 운영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의 해석ㆍ적용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법재판소의 선례
(가) 헌법재판소는 2005. 3. 31. 2001헌바87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하게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제한한 구 의료법(2001. 1. 16. 법률 제63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2항 본문 및 제66조 제3호 중 ‘제30조 제2항 본문의 규정에 위반한 자’ 부분(이하 ‘구법 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는데, 그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구법 조항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하여 그 이외의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것인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또한 의료인이 아닌 자 또는 공적인 성격을 가지지 아니한 자가 의료인을 고용한 다음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면 의료의 질을 관리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할 수 있으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의료기관의 개설을 의료인이 아닌 일반 개인이나 영리법인에까지 허용할지 여부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상황, 국민건강보험 재정, 일반국민의 의식수준과 사회실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재량사항으로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분야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의 실태, 비의료인이나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할 경우 의료계 및 국민건강보험 재정 등 국민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일반 재화와 달리 보건의료 서비스가 가지는 공급자와 수요자 등 시장참여자 사이의 정보비대칭,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적정한 의료급여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국가적 의무 등을 감안하면, 의료의 질을 관리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나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영리법인 등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면 공공의료가 축소될 수 있으며, 국민에게 기본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아닌 자나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은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
3) 구법 조항에 의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와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직업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으나 이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중대함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의 제한을 통하여 얻는 공익적 성과와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4) 따라서 구법 조항은 의료인이 아닌 개인 또는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경영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후 헌법재판소는 2020. 2. 27. 2017헌바422 결정에서, 위 2001헌바87 결정 당시보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비중이 더 줄어든 상황에서 의사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의료인이 외부의 자본에 종속되고, 의료기관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지나친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는 점,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러 의무들을 부담하는 자로서, 이를 단순히 일정한 장비를 갖추어 의료업을 시행하는 사업자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도 의사 등 일정한 자만 할 수 있게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이유로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없다고 보았고, 2020. 9. 24. 2020헌바54 결정에서도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2)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종전결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