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 9. 30. 선고 2020헌마1298 결정 [형법 제307조 제1항 등 위헌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이○○
- 대리인
-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박성철, 김이안, 박동열, 박상진, 오유림, 문성원 변호사 엄선희, 이상현, 이선민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논산시에 있는 종합병원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에 관한 취재를 진행한 후, 2020. 1. 15.경부터 2020. 2. 7.경까지 라디오방송·팟캐스트방송에 출연하여 이를 보도하고 자신이 소속된 인터넷방송사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기사를 보도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의료법인으로부터 형법 제309조 제2항(출판물 등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다.
나. 이에 청구인은, 비록 청구인이 형법 제309조 제2항으로 고소되었으나, 청구인에게는 비방할 목적이 없고 청구인이 표현한 내용은 모두 진실한 사실이므로, 향후 검사는 형법 제307조 제1항(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기소하고 재판과정에서 제310조(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20. 9. 25. 형법 제307조 제1항 및 제310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형법 제307조 제1항 및 제310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면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와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형법 제307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을 청구인이 문제삼는 범위로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 제1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 중 ‘공공의 이익’ 부분(이하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형법 제309조 제2항으로 고소되었으나, 비방할 목적이 없고 그 내용은 모두 진실한 사실이므로 향후 검사는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기소하고 재판과정에서 제310조가 적용될 것이다. 청구인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는 표현행위를 하여 고소로 처벌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되었으므로 법적관련성이 인정되고, 위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그로 인한 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된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와 제310조의 ‘공공의 이익’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진실한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보호되는 것은 허명에 불과한데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이러한 허명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 적시에 관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당한 사실 적시에 관한 표현마저 침묵하게 하는 것은 공익에 반하는 점, 명예훼손죄는 고소를 통해 정당한 표현행위를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 비록 형법 제310조에 위법성조각사유가 규정되어 있으나 그 공익성 판단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점,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손해배상이나 금지청구 등 명예훼손에 관한 민사적 구제수단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헌법재판소는 2021. 4. 21. 청구인에 대한 고소사건에 관한 검찰의 처분결과(공소장 또는 불기소결정서)를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2021. 4. 29. 보정서를 제출하였는바, 해당 보정서와 관련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형법 제309조 제2항의 출판물 등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었다.
(2)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검사는, ‘피의자(청구인)는 기자로서 제보를 받고 확인한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기사자료를 생성 및 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허위사실을 인지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기자 신분으로 공익목적으로 기사화한 점을 고려할 때 범죄에 대한 고의를 단정짓기 어렵고 범죄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2021. 1. 4.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다(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2020년 형제33595호).
(3) 고소인(의료법인)은 위 불기소결정에 대해 항고를 제기하였다. 이에 서울고등검찰청은, ‘사건 기록과 항고인의 주장 및 항고인이 제출한 모든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아도 원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고 보아, 2021. 3. 31. 고소인의 항고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검찰청 2021 고불항 제1632호).
(4) 고소인은 위 불기소결정에 대해 2021. 4. 21. 재정신청을 접수하였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기록과 신청인이 제출한 모든 자료를 살펴보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달리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보아, 2021. 7. 22. 고소인의 재정신청을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1초재1687).
나. 권리보호이익
(1) 권리보호이익은, 국가적·공익적 입장에서는 무익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통제하는 원리이고,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소송제도를 이용할 정당한 이익 또는 필요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익 없으면 소 없다’라는 법언이 지적하듯이 소송제도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요청이다(헌재 2001. 9. 27. 2001헌마152 참조).
(2) 청구인은 기존 표현행위에 대한 고소로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에 대한 고소사건은 검사로부터 혐의없음의 불기소결정을 받아 종결된 사실이 확인될 뿐, 달리 기존의 표현행위로 인한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받거나 공소제기된 사실은 확인되지 아니하므로, 기존의 표현행위와 관련된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특히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5호 다목은 "같은 사건에 관하여 검사의 불기소결정이 있는 경우(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어 고소인, 고발인 또는 피해자가 그 사유를 소명한 경우는 제외한다)"에 각하의 불기소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청구인의 기존 표현행위에 대해 고소인이 다시 고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그 고소는 각하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
(3)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심리하여 2021. 2. 25. 이를 합헌으로 결정한 이상(헌재 2021. 2. 25. 2017헌마1113등),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헌법질서의 수호와 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