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 4. 29. 선고 2020헌마1415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강○○
- 대리인
- 법무법인 대한중앙 담당변호사 조기현, 이동규, 신예원
- 피청구인
-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피청구인이 2020. 8. 4. 수원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5879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8. 4. 피청구인으로부터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5879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피해아동 이○○(12세)의 친모로, 2020. 6. 5. 19:50경 용인시 기흥구 ○○로에 있는 주거지에서,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피해아동을 훈계하였으나 오히려 피해아동이 청구인에게 대들면서 청구인의 팔을 때리고 배를 차자, 죽비(대나무 소재, 길이 40㎝)로 피해아동의 발등과 등을 각각 1회 때려 피해아동을 학대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0. 20.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은 청구인이 피해아동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평소 ‘사랑의 매’로 정해놓은 죽비로 피해아동을 때린 정당한 훈육행위로 아동학대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청구인에게 아동학대의 고의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친권자인 청구인이 12세의 피해아동을 훈육하면서 죽비로 두 대 때린 행위를 아동학대행위로 보고 청구인에게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로, 이는 청구인의 체벌 경위, 체벌 방법, 피해아동의 가정환경과 양육여건, 양육사정 등을 종합하여 청구인이 피해아동을 체벌하였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나. 관련 조항
아동복지법(2011. 8. 4. 법률 제1100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복지법(2014. 1. 28. 법률 제12361호로 개정된 것) 제17조(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복지법(2017. 10. 24. 법률 제14925호 개정된 것) 제71조(벌칙) ① 제17조를 위반한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2. 제3호부터 제8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913조(보호, 교양의 권리의무)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2021. 1. 26. 법률 제179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5조(징계권)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치과의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쌍둥이 형제인 피해아동인 이○○(12세)과 이□□을 두고 있다. 청구인은 여러 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거쳐 어렵게 임신하였고 위 쌍둥이 형제를 출산하였다. 피해아동은 1.96㎏의 미숙아로 태어났으며 알레르기성 질환도 있어, 청구인은 피해아동의 양육에 전념하면서 수년 동안 피해아동의 미술치료, 아동심리치료를 병행하였고, 피해아동 형제의 교육을 위해 미국에 머무르기도 하는 등 피해아동의 교육에 힘써왔다.
(2) 청구인은 2020. 6. 5. 19:50경 용인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피해아동이 미국 현지 영어강사와의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것을 보고, 온라인 강사에게 피해아동의 수업을 중단하고 이후 예정된 피해아동의 남동생 수업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피해아동은 청구인에게 화를 내면서 주먹으로 청구인의 팔을 두 번 때렸다. 이에 청구인은 피해아동을 붙잡고 훈계하였으나 피해아동은 이를 뿌리치면서 발로 청구인의 배를 차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3) 청구인은 피해아동에게 문을 열라고 하였으나, 피해아동이 문을 열지 않고 오히려 과격한 욕설을 하자, 마침 안방 문 앞의 장식장에 있던 죽비를 꺼내어 들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를 본 피해아동은 청구인을 밀쳐 넘어뜨린 뒤 도망다녔고, 청구인은 피해아동을 쫓아다니다 죽비로 피해아동의 발등과 등을 각각 1회 때렸다. 그 직후 청구인은 울면서 피해아동을 안고 기도하였고 피해아동도 청구인을 때린 부분에 대하여 사과하고 반성문과 편지를 써서 청구인에게 주는 등 청구인과 피해아동은 자연스럽게 화해하였다.
(4) 이로 인하여 피해아동은 등에 죽비 자국이 남을 정도의 경미한 피부 발적을 입었으나 다음날 옅어지는 등 자연 치유되었고 별다른 외상을 입지 않았다. 피해아동은, 기존에 청구인으로부터 체벌당한 적이 없었는데 이 사건 당시에는 청구인에게 욕설을 하며 청구인의 배를 발로 차 죽비로 맞은 것으로 생각되고, 맞을 때에도 아프지 않았으며, 청구인이 죽비로 때리고 나서 바로 자신을 안아주고 같이 기도하며 화해하였다면서 청구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5) 한편, 청구인의 가정에서는 자녀들에 대한 체벌 기준을 도둑질, 거짓말, 부모에게 욕하거나 부모를 때리는 경우로 정하였고, 청구인은 절제된 체벌을 위하여 공방에서 죽비를 마련하여 ‘사랑의 매’로 정하였다. 다만, 이 사건 전에 죽비는 체벌 수단으로 사용된 적이 없고 주로 피해아동이 청구인을 안마해 주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6)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청구인과 피해아동을 상담하면서 이 사건의 발생경위, 평소 관계, 가정환경 등을 조사한 다음 청구인에 대하여 아동학대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수사기관에 제시하였다.
라. 판단
(1)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로 규정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나도록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아동복지법의 목적(제1조)에 비추어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행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 행위의 정도와 태양, 아동의 반응 등 구체적인 행위 전후의 사정과 더불어 아동의 연령 및 건강상태, 행위자의 평소 성향이나 유사 행위의 반복성 여부 및 기간까지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7도12742 판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에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고,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인격의 건전한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행사되어야만 한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6468 판결).
(2) 청구인은 죽비로 12세의 피해아동의 발등과 등을 때렸는바, 이는 피해아동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피해아동의 신체의 건강과 발달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면에서 청구인의 행위는 피해아동의 친권자인 청구인이 피해아동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징계를 한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청구인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면, 청구인은 피해아동을 어렵게 잉태하여 출산하였고, 피해아동이 저체중으로 태어난 데다 알레르기성 질환도 있어 청구인은 그간 피해아동에 대하여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훈육해 왔으며, 그로 인해 피해아동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해 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구인의 가정에서는 일관된 훈육을 위해 아동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에게 대들거나 욕하는 경우에 체벌하기로 그 기준을 미리 정하였고, 체벌방법에 있어서도 신체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도구를 사용한 절제된 체벌을 위해 죽비를 마련해 두고 ‘사랑의 매’로 칭하였다.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은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피해아동을 훈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아동은 청구인에게 대들면서 청구인의 팔을 때렸고 이를 제지하는 청구인을 뿌리치며 청구인의 배를 발로 찬 다음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욕설을 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객관적으로 훈육이 필요한 상황임이 명백한 점, 민법상 친권자인 청구인은 자(子)인 피해아동을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는 점, 청구인의 가정에서는 아동들이 부모에게 대들거나 욕하는 경우에 체벌하기로 기준을 미리 정해 놓은 점, 피해아동은 만 12세의 남아로 신체적으로 매우 약한 영유아는 아닌 점 등을 고려한다면, 피해아동에 대한 적정한 훈육방법으로 미리 정하여 놓은 도구를 이용한 체벌을 선택한 청구인의 판단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러한 판단이 청구인의 순간적인 격분이나 감정 등에 의해 비합리적이거나 비훈육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나아가, 청구인이 피해아동을 때린 횟수는 2회에 그친 점, 피해아동이 맞은 부위도 발등과 등으로 생명·신체에 위험이 있는 중요한 부위는 아닌 점, 그로 인한 상처도 자연 치유될 정도로 그리 중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청구인이 피해아동을 죽비로 때린 행위가 만 12세의 남아인 피해아동을 훈육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청구인은 이 사건 전에는 피해아동을 체벌한 적이 없고, 기록상 평소 청구인이 피해아동을 지나치게 체벌한다거나 학대하는 등의 정황이나 징후도 찾을 수 없다. 이 사건 당시에도 청구인이 피해아동을 때린 직후 바로 피해아동을 안고 울면서 기도하였고, 피해아동은 청구인을 때려 미안하다는 내용의 반성문과 편지를 써서 청구인에게 주는 등 청구인과 피해아동은 자연스럽게 화해하였다. 또한, 피해아동은 수사기관에서도 이 사건은 자신이 청구인을 발로 차고 욕을 하여 체벌을 받은 것이라며 잘못을 반성하였고, 청구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였다. 이와 같이 청구인이 피해아동을 체벌한 동기 및 경위, 체벌의 정도, 그로 인한 결과, 체벌 직후의 청구인의 태도, 피해아동의 반응, 청구인의 평소 양육태도와 성향, 피해아동의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청구인은 객관적으로 피해아동을 훈계하여야 할 필요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친권자로서 훈육의 의도로 피해아동을 체벌하였고, 그러한 체벌이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잃은 정도로 피해아동의 인격 성장에 장애를 줄 정도라고 볼 수 없으며, 사춘기에 이른 피해아동이 반항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훈육의 일환으로서 일시적인 체벌에 이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향후 청구인의 체벌행위가 반복되어 피해아동의 복지나 건강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청구인의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의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도의적 감정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정당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