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3. 26. 선고 2018헌바206 결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항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김○○
- 대리인
- 법무법인 율천 담당변호사 황태영
- 당해사건
- 대법원 2018도105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상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8조 제1항 중 ‘제4조 제2항 가운데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한 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7. 7. 13.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청구인이 2017. 3. 9.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에게 욕정을 느껴 강제로 피해자의 팬티에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고, 피해자가 거부하자 테이블에 놓여 있던 위험한 물건인 맥주병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1회 내리쳤으며, 병에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며 도움을 청하는 피해자의 입을 주먹으로 1회 때려 소파에 쓰러뜨리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타 주먹으로 피해자의 입 부위를 몇 회 더 때려 피해자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피해자의 팬티를 강제로 벗김으로써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고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7고합3).
나. 청구인과 검사가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원심이 청구인에게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이를 이유로 법률상 감경을 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청구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17노416). 이에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18도1051).
다. 한편, 청구인은 위 상고심 계속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8조 제1항 중 ‘제4조 제2항 가운데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한 때’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8. 4. 12. 위 신청이 기각되자(대법원 2018초기128), 2018. 5.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이하 개정 연혁에 관계없이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8조 제1항 중 ‘제4조 제2항 가운데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한 때’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8조(강간 등 상해·치상) ① 제3조 제1항, 제4조, 제6조, 제7조 또는 제15조(제3조 제1항, 제4조, 제6조 또는 제7조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조(특수강간 등) ①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형법」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방법으로「형법」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된 것)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7조의2(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301조(강간 등 상해·치상)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이하 ‘흉기 등’이라 한다)을 휴대하여 강제추행상해를 저지른 경우라 하더라도 추행의 정도, 상해의 정도 등에 따라 죄질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가 존재할 수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일률적으로 하한이 10년 이상인 중형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경미한 유형의 강제추행을 저지른 경우에도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강간으로 인한 경우와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이 징역 5년인 점과 비교해 보더라도 지나치게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어 형벌의 체계정당성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1)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의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비례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1998. 5. 28. 97헌바68; 헌재 2017. 7. 27. 2016헌바42 참조).
(2) 그리고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어떤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특별형법법규를 제정한 경우에는 단순히 형법규정의 법정형만을 기준으로 하여 그 특별형법법규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쉽사리 논단해서도 안 될 것이다(헌재 2010. 3. 25. 2008헌바84; 헌재 2015. 11. 26. 2014헌바436 등 참조).
(3) 심판대상조항은 흉기 등 휴대에 의한 특수강제추행범이 피해자를 상해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제추행행위가 흉기 등을 휴대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피해자는 두려움으로 인해 쉽게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되고, 가해자는 범행수법이 대담해지고 잔인해질 가능성이 있어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과 사회 일반에 대한 위험성이 모두 증가한다는 점에서 가중처벌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가해자가 흉기 등을 휴대하고 강제추행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가하였다면 이는 피해자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은 물론 신체의 안전성까지도 동시에 해쳤다는 점에서 그 불법성은 더 커질 것이므로 더욱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의 행위유형이 다양하고 폭행·협박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할 수 있으나, 이것이 ‘흉기 등 휴대’의 행위태양과 결합하는 경우에는 폭행·협박의 정도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강제추행행위와는 행위태양의 불법성에서 분명히 차이가 나고, 강간과 강제추행의 행위 요소로서 구분되던 폭행·협박의 의미의 차이도 상당 정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더욱이 상해는 신체의 안전성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법익은 생명권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바(헌재 2015. 9. 24. 2015헌가17 참조), 흉기 등을 휴대하여 강제추행행위를 저지른 행위자가 나아가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가하였다면, 비록 결과의 경중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행위자의 행위는 고도의 불법성을 지닌 행위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흉기 등을 휴대한 강제추행범이 상해를 가한 경우 법정형을 무겁게 가중하고 있는 것이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한편,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유기징역형의 하한이 10년이므로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법관이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입법자가 흉기 등 휴대에 의한 특수강제추행상해죄의 죄질과 비난가능성의 정도 등을 높게 평가하여 법관이 작량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위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헌재 2012. 5. 31. 2010헌바401; 헌재 2015. 11. 26. 2014헌바436 등 참조).
(5) 따라서 흉기 등 휴대에 의한 특수강제추행상해죄의 보호법익, 죄질, 형사정책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한 법정형이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한,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평등원칙 위배 여부
(1)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0. 2. 25. 2008헌가20; 헌재 2015. 11. 26. 2014헌바436 등 참조).
(2) 청구인은 특수강제추행상해죄를 특수강간상해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제추행이란 성욕을 만족시키거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성기 삽입 외의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강간에 비해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불법의 정도가 낮은 경우가 많기는 하다. 그러나 강제추행범의 흉기 등 휴대는 피해자를 공포심에 빠뜨리고 범죄를 감행한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특수강간죄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행위의 다양성과 경중의 차이를 상당 부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특수강제추행범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 피해자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신체의 안전성을 훼손하였다는 점에서 그 행위의 다양성과 경중에 관한 차이는 더욱 축소되고, 그 죄질은 더욱 무거워진다. 결국 특수강제추행상해와 특수강간상해는 흉기 등을 휴대하였다는 점과 상해까지 가하였다는 점에서 기본범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행위태양과 죄질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없고, 사정이 이러하다면 양자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행위자의 흉기 등 휴대로 상당한 공포심을 느낀 상태에서 상해까지 입은 것이므로, 피해자가 입은 육체적·정신적 충격이나 법익침해의 측면에서 당초 의도한 범죄가 강간이었는지 강제추행이었는지 여부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특수강제추행상해죄의 법정형을 특수강간상해죄보다 가볍게 정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3) 청구인은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5년인 점을 들어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살인죄의 보호법익은 생명권으로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과 차이가 있고, 살인의 경우 범행 동기나 수법 등이 매우 다양하여 결과가 사망이라 할지라도 법적 평가를 달리해야 할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를 포괄할 수 있는 법정형이 필요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 하한이 살인죄의 그것보다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체계의 정당성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12. 5. 31. 2011헌바10 참조).
(4)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이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