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2013. 9. 27. 선고 2012가합2216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 1. 유00 2. 안00,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호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성길
- 피고
-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황교안, 소송수행자 이규재, 허은영, 윤성식, 유달상
- 변론종결
- 2013. 9. 13.
- 판결선고
- 2013. 9. 27.
1. 피고는 원고 유00에게 90,000,000원, 원고 안00에게 4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2013. 9. 13.부터 2013. 9. 2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7/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 유00에게 180,000,000원, 원고 안00에게 27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1948.경 제주도에서 일어난 이른바 '제주 4·3 사건'의 진압을 위해 1948. 10. 19.경 정부로부터 출동명령을 받은 전남 여수 지역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에서, 이에 반대하는 소속 군인 약 2,000명이 반란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위 제14연대 반군은 1948. 10. 19. 여수 지역 점령을 시작으로 1948. 10. 22.까지 순천, 보성, 광양 지역을 장악하였다.
나. 정부는 1948. 10. 21.부터 순천 지역에서 전개한 반군 진압작전을 시작으로 같은 달 22. 여수·순천 지구에 계엄령을 선포하여, 같은 달 23. 순천 지역을, 같은 달 24. 보성, 벌교, 광양 지역을, 같은 달 25. 고흥 지역을 탈환하고, 같은 달 27. 여수 지역까지 탈환하였고, 그 직후 경찰과 군은 반군과 그 협조자를 색출하기 시작하였다.
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는 원고 유00을 비롯한 보성·고흥 지역 여순 사건 관련자들의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하여 위 사건을 조사한 결과, 2009. 11. 27. 망 유××(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주민들의 밀고로 인해 보성경찰서로 연행되어 1948. 12. 26.경 보성읍 00리 00마을 골짜기에서 경찰에게 사살된 사실을 인정하여 망인을 위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
라. 1948. 12. 26. 당시 망인의 가족으로는 처 원고 안00, 아들 원고 유00이 있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호증의 1 내지 10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가. 원고들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 소속의 군경들은 1948. 12. 26.경 망인이 여순반란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하거나 가담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의심이 있다는 근거 없는 밀고만으로 적법한 절차나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고 재판절차도 없이 사살하였으므로, 피고는 피고 소속 군경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주장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은 전문증거 조사에 의한 것이므로 신빙성이 없고, 그 밖에 망인이 피고 소속 군경들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판단
(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희생자 확인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인정 근거의 연관성이나 신빙성 등에 대해 심사를 할 것도 없이 그 대상자는 모두 군인이나 경찰 등의 불법행위에 의한 희생자라는 사실이 다툼의 여지없이 확정된 것이고 그로 인한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이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갑 3 내지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0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 4.경부터 2009. 7.경까지 보성·고흥 지역 여순사건에 관한 진실규명 신청인들을 조사하고, 위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 군, 언론사 및 해외에서 작성된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성·고흥 지역 여순사건을 조사한 끝에 진실규명결정을 한 점,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신청인인 원고 유00과 참고인 000에 대한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을 위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한 점, 망인의 사촌동생인 000은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당시 망인이 사살된 장소에서 망인의 시신을 찾아 장사를 지내게 되는 과정에서 망인의 시신에 있는 총상을 보았고, 1991.경 망인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시신에 박혀 있던 총알을 발견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한 점, 원고 유00은 위 총알을 현재까지 보관하여 온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보성·고흥 지역 여순사건 당시 적법한 수사와 재판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의 소속 공무원인 경찰에 의해 사살된 희생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피고 소속 공무원의 위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위법한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 및 망인의 가족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망인이 사망한 날로서 피고의 불법행위일인 1948. 12. 26.경부터 5년이 경과하여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고(1921. 4. 7. 조선총독부법률 제42호로 제정되고, 1951. 9. 24. 법률 제217호로 제정된 구 재정법 제8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구 회계법 제32조), 이 사건 소가 1948. 12. 26.경부터 5년이 경과한 2012. 4. 13.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일응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2) 그러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권리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나아가,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망인에 대하여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신청이 있었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9. 11. 27. 망인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망인의 유족들인 원고들로서는 위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3)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망인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을 한 2009. 11. 27.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2. 4. 13.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원고들이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그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였으나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4)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의 범위
가. 위자료의 산정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과 그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불법의 중대함, 망인의 유족들이 그 후 겪었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유사 사건과의 형평, 망인의 사망 당시 일실수입 산정을 위한 통계소득 자료가 없어 망인에 대한 일실수입을 산정할 수 없는 점,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그동안 변동된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이 사건은 변론종결일부터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여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위자료 원본을 산정할 때 참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에 대한 위자료는 80,000,000원,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안00에 대한 위자료는 40,000,000원, 망인의 아들인 원고 유00에 대한 위자료는 1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나. 상속관계
1960. 1. 1. 민법이 공포·시행되기 전에 있어서는 조선민사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하여 친족 및 상속에 관하여는 관습에 의하도록 되어 있었는바, 호주 아닌 가족이 사망한 경우에 그 재산은 동일 호적 내에 있는 직계비속인 자녀들에게 균등하게 상속된다는 것이 당시의 우리나라의 관습이었다(대법원 1990. 2. 27. 선고 88다카33619 전원합의체판결 참조).
살피건대, 갑 4호증의 4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당시 호주가 아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재산은 그 직계비속인 원고 유00에게 상속된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 유00에게 망인 및 원고 유00 고유의 위자료 합계액인 9,000만 원(= 망인의 위자료 8,000만 원 + 원고 유00의 위자료 1,000만 원), 원고 안00에게 위자료 4,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3. 9. 1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3. 9. 2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