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5. 10. 30. 선고 2014가합205069(본소), 2015가합205622(반소)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보험금]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반소피고)
- 아이엔지생명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정문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
- 피고(반소원고)
- 1. 이□□, 2. 이■■, 3. 이oo (피고 2, 3의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이□□),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oo 변론 종결 2015. 9. 9.
- 판결 선고
- 2015. 10. 30.
1. 원고(반소피고)와 망인 사이의 별지(생략) 기재 보험계약 중 특약에 관하여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들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피고(반소원고)들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피고(반소원고)들이 부담한다.
1. 본소
주문 제1항과 같다.
2. 반소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 이□□에게 85,714,285원, 피고 이■■, 이oo에게 각 57,142,857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1. 18.부터 2015. 8. 31.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사실
가. 원고 회사는 보험업법이 규정하는 생명보험업무 등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생명보험회사이고, 망인은 2004. 4. 1. 원고 회사와 사이에 별지 기재 보험계약(이하 제1항 기재 보험계약을 ‘이 사건 주계약’, 제2항 기재 보험계약을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던 보험계약자이며, 피고 이□□은 망인의 남편, 피고 이■■과 이oo는 망인의 자녀들로서 위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수익자이다.
나. 망인이 2007. 10. 7. 23:00경 자살하자, 피고 이□□은 2008. 1. 9. 원고 회사에 피보험자의 자살로 인한 사망을 원인으로 하는 보험금지급청구서를 제출하였는데, 원고 회사는 2008. 1. 18. 1억 원의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하였다.
다. 이 사건 주계약 및 이 사건 특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주계약]
제14조(보험금의 종류 및 지급사유) ① 원고 회사는 피보험자에게 다음 사항 중 어느 한가지의 경우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수익자에게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1. 보험기간(종신) 중 사망하였을 때 : 보험가입금액
제16조(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 ① 원고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가지의 경우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드리지 아니하거나 보험료의 납입을 면제하여 드리지 아니함과 동시에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1.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활계약의 경우 부활청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등급분류표 중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제37조(회사의 손해배상책임) 원고 회사는 계약과 관련하여 임직원, 모집인 및 대리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관계법규 등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집니다.
<별표1> 재해분류표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인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에는 그 경미한 외부 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아니함)로서 다음 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 (이하 생략)
[이 사건 특약]
제10조(보험금의 종류 및 지급사유) ① 원고 회사는 이 특약의 피보험자가 특약의 보험기간 중 재해분류표(<별표2> 참조)에서 정하는 재해(이하 ‘재해’라 한다)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였거나 장해등급분류표(<별표3> 참조) 중 제1급의 장해(이하 ‘제1급의 장해’라 합니다) 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보험수익자(이하 ‘수익자’라 합니다)에게 보험금 지급기준표(<별표1> 참조)에서 약정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제12조(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 ① 원고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가지의 경우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드리지 아니함과 동시에 이 특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1.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특약의 책임개시일(부활계약의 경우 부활청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등급분류표 중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제19조(주계약 약관 및 단체취급특약 규정의 준용) ① 이 특약에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계약 약관의 규정을 준용합니다. ※ <별표2> 재해분류표 : 주계약 <별표1> 참조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⑴ 이 사건 특약 제10조, <별표2> 재해분류표 및 이 사건 주계약 <별표1>에 의하면 ‘재해’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정의하고 구체적인 재해의 종류 32가지를 재해분류표에서 일일이 열거하고 있는바, 자살은 우발성‧외래성을 결여하고 있고 재해분류표에 열거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자살은 이 사건 특약에 정한 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약관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특약 제12조 제1항 제1호 단서(이하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이라 한다)는 무익한 규정이거나, 예문에 해당하거나, 오(誤)표시 무해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⑵ 만약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을 ‘자살의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경우, 이는 강행법규인 상법 제659조에 반하고,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며,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반하여 무효이다. ⑶ 가사 원고 회사의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가 존재하더라도, 구 상법 제662조(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은 2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보험사고발생일인 2007. 10. 7.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인 2009. 10. 7.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나. 피고들
⑴ 주위적 청구 및 주장 ①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은 ‘가입 2년 경과 후 자살’을 독자적인 면책 제외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보험금지급사유로 특정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을 특별히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원고 회사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② 원고 회사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하여, 피고들이 원고 회사가 정한 보험금청구서를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주계약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지급도 청구한 것이므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고, 원고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악의적으로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서도 보험금 부지급 안내장을 교부하지 아니한 반면, 피고들은 원고 회사의 보험금지급거절이 정당함을 신뢰함으로써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 회사의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여 배척되어야 한다. ⑵ 예비적 청구 및 주장 ① 이 사건 주계약 제37조 및 사업방법서에 의하면 ‘보험금지급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임직원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 그 사유에 해당되는 보험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② 보험금지급의무는 상법 제658조에서 도출되는 법령상 의무이므로 신의성실에 맞게 이행되어야 하는 점, 보험업법 제17조, 내부통제기준, 금융감독원의 보험금지급업무에 관한 모범규준에 의하면 보험금 부지급시 안내장을 교부해야 함에도 원고 회사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주계약에 따른 1억 원의 보험금만 지급하면서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이유를 안내하지 아니한 점, 2006년 이후 금융감독원은 일관되게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이 포함된 약관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해 왔고, 대법원 역시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로써 이 사건 특약과 유사한 약관에 대해 보험금지급의무를 인정하였으며, 원고 회사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2007. 11. 경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을 삭제한 약관을 새로 작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회사는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피고들의 항의 내지 소송제기를 회피하기 위해 보험금 부지급 안내장도 교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주계약 제37조 및 사업방법서에 따라 피고들이 이로 인해 입은 손해로서 보험금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③ 위와 같은 원고 회사의 책임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으로서 민법 제766조에 의하여 안 날로부터 3년, 발생일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
3. 보험금지급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의 해석
⑴ 보통거래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6. 25. 선고 96다12009 판결, 2005. 10. 28. 선고 2005다35226 판결,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 등 참조). ⑵ 위와 같은 법리에 앞서 본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은 고의에 의한 자살은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되어 이 사건 특약 제10조에서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피보험자가 이 사건 특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 등을 특별히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자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① 이 사건 특약 제10조 제1항, <별표2> 재해분류표 및 이 사건 주계약의 <별표1> 재해분류표에 의하면 ‘고의에 의한 자살’은 ‘재해’ 자체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 사건 특약에서는 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 사건 특약은 제10조 제1항에서 보험금 지급사유를 규정하고, 제12조 제1항 제1호 본문에서 보험금 지급의무에 대한 면책사유를 규정하며, 다시 단서에서 면책사유가 제한되는 경우(정신질환상태 및 보험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의 경과)를 규정하는 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고객으로서는 ‘원칙적으로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 하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는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이해함이 합리적이다(게다가 이 사건 주계약도 동일하게 제14조 제1항에서 보험금 지급사유를, 제16조 제1항 제1호 본문에서 면책사유를, 단서에서 면책사유가 제한되는 경우를 각 규정하고 있는바, 평균적인 고객으로서는 이 사건 주계약과 특약을 동일하게 이해하여 ‘자살의 경우에도 2년이 경과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이해함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② 통상 보험약관은 보험회사가 사전에 작성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고 보험계약자와 사이에 개별적 합의로 인해 변경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보험회사로서는 보험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한 내용(보험금 지급사유 및 그 면책사유)을 사전에 정함에 있어서 보험회사에 유리하도록 보험금 지급사유를 축소하고 면책사유를 확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을 것인데, 보험회사 스스로가 보험금 지급사유를 확대하거나 면책사유를 축소한 보험약관을 작성한 경우 고객들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홍보 내지 강조할 것임이 경험칙상 당연하고, 보험계약의 상대방인 고객들로서도 확대된 보험금 지급사유 또는 축소된 면책사유를 고려하여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판단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을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보험계약 체결 전후의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및 진정한 의사에도 부합하고,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이 무익한 규정이라거나, 예문에 해당하여 구속력이 없다거나, 오표시 무해원칙이 적용된다고도 볼 수 없다. ③ 원고 회사는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45777 판결 및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을 근거로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나, i) 위 2010다45777 판결에서는 하나의 보험약관(공제약관)에서 재해(교통재해 또는 일반재해)로 인한 1, 2급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연금을, 사망 또는 재해 외의 원인으로 1급 장해가 발생한 경우 유족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사안에서 ‘면책제한규정은 면책조항에서 줄어든 재해 외의 원인으로 인한 공제사고의 객관적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일 뿐 재해로 인한 공제사고의 객관적 범위까지 확장하는 규정은 아니다’라는 취지여서, 이 사건 주계약과 별도로 보험사고, 보험금, 보험료 및 보험약관을 모두 달리 정한 이 사건 특약의 면책제한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적용하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ii) 위 2008다81633 판결은 주된 보험계약에 자살면책제한규정을 두고 재해특약에서는 주된 보험계약을 준용한 사안에서, ‘특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사항은 주계약 약관을 준용할 수 없으므로 위 자살면책제한규정 자체가 특약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어서, 특약 자체에 면책제한규정을 둔 이 사건과 사실관계를 달리한다.
나.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이 무효인지 여부
⑴ 상법 제659조에서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자살을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로 보아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정하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자살하는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며 보험금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자살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는 등을 이유로 하는 것인데, 자살에 이르게 되는 원인에는 순수한 본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타고난 기질, 생활환경 등의 외적 요소도 영향을 미치므로 자살한 경우 전적으로 보험계약자의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라면 이러한 위법한 목적으로 인한 자살의 가능성이 낮아질 것인 점, 보험금 지급을 통해 유족들의 생계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이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⑵ 민법 제103조,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것인데, 위 ⑴항에서 설시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보험회사에 대해 자살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멸시효 완성 여부
⑴ 구 상법(2014. 3. 11. 법률 제123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62조에 의하면, 보험금청구권은 2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인바, 피고들은 망 조성희가 사망한 2007. 10. 7.로부터 무려 7년이 지난 2014. 12. 12.에 원고 회사의 보험금지급의무 부존재확인의 소에 응소하여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2015. 8. 28.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반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의 이 사건 특약에 기한 보험금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⑵ 한편 피고들의 시효중단 주장에 대해 보건대, 피고들이 2008. 1. 9. 원고 회사에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민법 제174조의 시효중단 사유로서의 최고에 해당하여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멸하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반소는 2015. 8. 28.에 비로소 제기되었으므로 최고로서 시효중단의 효력은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⑶ 다음으로 피고들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해 살펴본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나(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다72599 판결 참조),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법원칙을 들어 말하자면 당해 법제도의 외부로부터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법의 해석·적용에서 구현되어야 할 기본적으로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법률관계에는 불명확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내재하는바 그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을 취지로 하는 소멸시효제도에 있어서는, 애초 그 제도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에 관하여 신의칙을 원용함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피고들이 이 사건 주계약과 이 사건 특약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의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하였음에도 원고 회사가 주계약에 따른 보험금만을 지급하면서 자살이 재해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험금 부지급 안내장을 교부하지 아니한 사실은 엿보인다. 그러나 ① 원고 회사가 피고들에게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사를 표시하거나, 시효완성 이후에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하고 보험금을 지급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 점(원고 회사가 재무제표상 이 사건 특약에 관한 보험금 상당액을 충당부채로 적립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에 대하여 보험금지급의무를 인정하는 태도를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② 피고들이 원용하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은 망인의 사망 이전에 선고된 것이어서 피고들이 소송을 통해 보험금지급청구를 하기 어려운 사실상 장애가 있었던 것도 아닌 점, ③ 오히려 원고 회사로서는 위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결론적으로 보험금지급의무를 부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으므로 보험금지급의무가 부존재하다고 믿고 업무를 처리해 왔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2014년경 보험회사의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보험금 미지급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피고들은 보험사고발생일로부터 6년이 지난 2014. 4. 21.에야 비로소 금융감독원에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에 관해 분쟁조정신청을 하였을 뿐이고 그 이전에 원고 회사에 ‘이 사건 면책제한규정이 적용되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를 제기하는 등 권리행사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앞서 엿본 사실관계만으로는 원고 회사가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의 존재를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피고들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 회사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원고 회사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 한다.
4.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주계약 제37조에는 ‘계약과 관련하여 임직원, 모집인 및 대리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관계법규 등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9,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표준사업방법서 제34조에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원, 직원, 보험설계사 및 대리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고 명기하고 있는 사실, 보험금 지급업무에 관한 모범규준에서는 보험금 지급내역, 보험금이 부지급 또는 감액된 경우 그 사유 및 결과를 설명하고 보험금 부지급 안내장을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나. 한편 피고들의 이 부분 청구원인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피고들의 2015. 7. 2.자 준비서면 제42면 참조) 원고 회사의 귀책사유 있는 위법행위 및 피고들이 입은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고, 위 주계약 약관 및 표준사업방법서에서도 원고 회사의 임원 등의 귀책사유 있는 행위가 존재하고, 위 행위와 피고들이 입은 보험금 상당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은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체결되는 사적 계약이므로 상법이나 보험업법 등 관계 법률의 강행규정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그 계약의 체결 및 이행에 관해서도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를 것이어서, 일방 당사자에게 계약상 의무가 존재함에도 이를 거절하는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이행을 강제할 수 있을 뿐이지 일방 당사자가 고의로 그 이행을 거절하는 행위 자체를 위법한 행위로 평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할 수는 없다. 또한 보험금 부지급 안내서의 교부의무의 근거는 보험금 지급업무에 관한 모범규준인데 이는 금융감독원이 행정감독적 목적에서 보험회사로 하여금 준수하게 하는 지침에 불과하므로, 이를 준수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성 있는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고{게다가 피고들이 제출한 모범규준(을 제11호증)은 2011. 3. 30. 개정된 것인데, 원고 회사가 피고들의 보험금 지급청구를 거절할 무렵에도 동일한 취지의 규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피고들의 주장·입증이 없다},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 회사가 악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금 부지급 안내장을 교부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들을 기망하였다거나 이에 준하는 평가할만한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원고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피고들이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음을 다투고 있는 만큼 그 확인의 이익이 있고 앞서 보았듯이 청구원인이 합당한 것으로 보여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며, 피고들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