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0. 8. 13. 선고 2019구합76207 판결 [법무법인허가처분무효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서울행정법원
- 제14부
- 판결
- 원고
- 공동법률사무소 A (선정당사자)
- 피고
- 법무부장관
- 피고보조참가인
- 법무법인 C
- 변론종결
- 2020. 8. 13.
- 판결선고
- 2020. 8. 13.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주위적으로, 피고가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한 2019. 6. 20.자 법무법인 설립 인가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으로 위 처분을 취소한다.
1. 처분의 경위
공동법률사무소 A는 변호사법이 정하는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업무 등을 수행할 목적으로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이 설립하여 2017. 4. 1. 대한변호사협회에 신고한 법률사무소이다.
B는 2019. 5. 22.경 공동법률사무소 A에서 나와서 '변호사 B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고 2019. 6. 13.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무법인 C' 설립인가신청서를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청').
대한변호사협회는 2019. 6. 14. 피고에게 이 사건 신청서를 송부하였고 피고는 2019. 6. 18. '법무법인 C'의 설립인가를 결정하여 2019. 6. 20. 인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이에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업무 등을 할 목적으로 2019. 6. 24. 피고보조참가인(C를 의미하고, 이하 '참가인')이 설립되었다.
2. 소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와 B는 공동법률사무소 A(이하 '이 사건 법률사무소')의 구성원이었는데, B가 2019. 5. 22. 이 사건 법률사무소를 탈퇴하고 그 무렵 '법무법인 C'라는 명칭으로 이 사건 신청을 하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사건 신청서를 접수한 후 참가인의 예정 명칭인 'C'와 동일·유사명칭인 'A'를 사용하는 이 사건 법률사무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사한 후 해당 내용을 첨부하여 피고에게 송부하였다.
이 사건 법률사무소가 사용하는 'A'라는 명칭은 법학과 의학을 접목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칙(이하 '이 사건 회칙') 제40조는 '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의 명칭은 제30조, 제40조의2의 사무소와 동일 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사용하고자 하는 법무법인의 명칭이 기존에 등록된 법률사무소 등의 명칭과 동일·유사하여 회칙에 위반하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설립신고를 불허하거나 등록취소에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동일·유사한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A'는 'C'의 약칭으로서 명칭 자체가 동일·유사할 뿐만 아니라, B는 기존 영업을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사무소 명칭의 동일·유사성을 이용하려는 부정한 목적으로 'C'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이 사건 회칙의 관련 규정을 위반하여 이 사건 법률사무소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신청은 법규명령인 이 사건 회칙 제40조에 위반되므로 인가가 거부되었어야 하는데, 피고는 동일·유사명칭을 사용하는 이 사건 법률사무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아무런 심사 없이 이 사건 처분을 하는 중대한 위법을 저질렀다.
참가인은 이 사건 법률사무소의 'A'라는 명칭의 사용권 및 명칭 사용과 관련된 영업상 이익이라는 법률상 이익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있다. 원고는 주위적으로 위와 같은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중대·명백함을 이유로 무효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그 취소를 구한다.
나. 피고, 참가인의 본안전 항변
변호사법 제42조 제1호의 기재사항은 법무법인을 특정하고 다른 법무법인과 구별하기 위한 내용에 불과하고, 변호사법 및 관련 법령은 변호사 사이의 경쟁을 제한하는 내용을 규정하지 않는다. 이 사건 회칙은 자치규범으로서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인 변호사법 제41조 및 제42조 제1호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경영의 불합리를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수익적 처분의 제3자로서 행정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 판단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의 명문규정 또는 합리적 해석에 의하여 개별적, 구체적 이익이 보호됨이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신의 개별적, 구체적 이익이 이 사건 처분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
1) 변호사법에 의하면 변호사는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고(제21조 제1항), 그 직무를 조직적·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법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으며(제40조), 법무법인을 설립하려면 구성원이 될 변호사가 정관을 작성하여 주사무소 소재지의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거쳐 법무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제41조). 법무법인은 3명 이상의 변호사로 구성하며 그중 1명 이상이 통산하여 5년 이상 법원조직법 제42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에 있었던 자여야 하고(제45조 제1항), 법무법인이 제1항에 따른 구성원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3개월 이내에 보충하여야 하며(제45조 제2항), 법무법인이 3개월 이내에 변호사법 제45조 제2항을 위반하여 구성원을 보충하지 아니하거나(제1호), 업무 집행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한 경우(제2호) 피고는 법무법인의 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제53조 제1항). 위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되는 변호사법 관련 규정은 법무법인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수, 구성원의 경력 등을 제한함으로써 조직적·전문적인 법률 조력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할 것이지, 더 나아가 기존 법률사무소 또는 법무법인의 명칭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거나 명칭으로 말미암은 영업상 이익을 법률상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인정되지 않는다.
2) 그 외 원고가 원고적격의 근거로 내세우는 명칭과 관련한 영업권, 부정경쟁방지의 필요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살펴본다.
가) 변호사법 및 시행령은 변호사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거나 명칭으로 말미암은 부정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규의 내용을 종합할 때, 변호사법에서 법률사무소의 기존 명칭을 보호하거나 동일·유사한 명칭으로 인한 영업상의 이익 침해 우려를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근거도 없다. 기존 법률사무소가 동일·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신규 법무법인의 설립인가 처분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영업상 손실 등의 불이익은 간접적·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고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
나) 한편 변호사법 시행령 제11조 제4항은 법무법인의 등기에 관하여 변호사법 및 변호사법 시행령에 정한 것 외에는 상업등기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상업등기법 제29조는 동일한 특별시 등에서는 동종의 영업을 위하여 다른 상인이 등기한 상호와 동일한 상호를 등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나 변호사가 그 직무를 조직적·전문적으로 행하기 위하여 설립한 사단의 형태인 법무법인은 모두 상인에 해당하지 않고, 법무법인은 변호사법 제42조 제1호에 의하여 정관에 '상호'가 아닌 '명칭'을 기재하고 같은 법 제43조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설립등기시 '상호'가 아닌 '명칭'을 등기하도록 되어 있는 등 법무법인의 설립등기를 '상호' 등을 등기사항으로 하는 상법상 회사의 설립등기나 개인 상인의 상호등기와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2007. 7. 26.자 2006마334 결정 참조), 상업등기법과 관련된 규정이 곧바로 원고의 법률상 이익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무법인의 '명칭'에 대하여 상호의 등기와 보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사무소는 상업등기법을 준용하여 등기하는 대상이 아니므로, 상업등기법 관련 사항을 준용하여 법률상 이익을 주장할 대상에 해당할 수 없다.
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가사 참가인의 명칭 사용이 이 사건 법률사무소와 동일·유사한 명칭의 사용에 해당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이 문제될 수 있는 경우라고 가정하더라도, 원고가 그와 관련하여 사법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별론으로 이를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한 법률상 이익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3) 원고는 이 사건 회칙 제39조, 제40조, 제40조의2가 합동사무소,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은 기존 합동사무소,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과 동일 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이를 금지하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고(이하 이 사건 회칙 중 해당 내용을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법규명령인 이 사건 규정에 의해 이 사건 법률사무소의 명칭권 내지 영업권 등이 법률상 이익으로서 인정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규정이 동일·유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법무조합·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공동법률사무소의 설립 및 명칭 변경시 신고 서류와 함께 '사무소 설립시 명칭사용 관련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동일 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사무소가 없음을 확인'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사무소의 명칭이 기존에 등록된 사무소의 명칭과 동일·유사하여 회칙에 위반되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설립 또는 명칭 변경신고를 불허하거나 등록이 취소되는 등 미사용 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하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9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은 법규명령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가)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사명이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제1조), 나아가 변호사를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 규정함으로써 직무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제2조). 이를 위하여 변호사의 자격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과정을 마친 자, 판사나 검사의 자격이 있는 자,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로 엄격히 제한되고(제4조),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품위유지의무(제24조), 회칙준수의무(제25조)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함은 물론, 일정한 경우의 수임제한(제31조), 겸직제한(제38조) 등의 통제를 가하는 동시에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제91조). 이는 변호사가 법률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니는 법률가로서 사회적 책임성과 직업적 윤리성을 함께 지닐 것을 요청하고 있음이 반영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7헌마667 전원재판부 결정 취지 참조). 변호사법은 이러한 변호사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변호사로 하여금 소속 지방변호사회, 대한변호사협회 및 법무부장관의 감독을 받도록 규정하여(제39조), 피고가 직접 변호사의 직무수행을 감독·통제함과 아울러 변호사의 품위를 보전하는 등의 목적으로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결합한 법인인 변호사회에 징계등 감독·통제와 관련된 일부의 권한과 경비의 징수 등에 관한 공권을 부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에 대한 감독·통제와 관련하여 중대한 권익제한의 성격을 지니는 경우 국가행정기관이 직접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변호사법 제102조는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은 피고가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징계개시의 청구 등은 변호사협회가 하도록 하는 등(변호사법 제97조는 징계개시의 청구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이 하도록 규정한다) 사안에 따라 규정을 두고 있음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단체로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받아 변호사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자치적 성격과 위와 같이 특정한 행정목적을 수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변호사법은 법무법인의 인가 및 인가취소와 관련하여 앞서 보았듯이 법무부장관이 인가 요건 또는 인가취소 요건에 따라 이를 하도록 규정하고 법무법인 설립시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거쳐" 인가를 받도록 정하는 외에, 대한변호사협회가 인가 요건을 구체화하도록 위임하거나 그 외 인가와 관련하여 권한을 행사하도록 위임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이 설립인가 과정에서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거치도록' 하는 절차를 두었다고 하여 그러한 위임 근거나 권한을 부여하였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
다) 그러므로 이 사건 회칙 중 법무법인의 설립인가 또는 설립인가 취소에 관련된 이 사건 규정은 대한변호사협회가 행정주체로서 위임받은 구체적 권한을 행사하고자 위임 범위 내에서 세부요건을 정한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법규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규정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자율권에 기초하여 변호사의 공공성을 유지하고자 규정한 내부적 규정으로서 대외적 기속력이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피고가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거쳐" 이루어진 설립인가 신청을 심사하면서 변호사협회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마련한 기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도 있음은 별론으로, 그러한 내용이 피고의 판단 의무가 되거나 이 사건 규정이 피고의 판단 규범으로 작용하지는 않으며 피고의 판단 내용을 기속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더 나아가 본안에 관하여 살펴 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소는 모두 부적법하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또는 참가인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