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8. 2. 9. 선고 2017나2023996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항소인
- □□투자증권 주식회사
- 피고, 피항소인
- 1. ○○○은행 2. ○○○증권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4. 11. 선고 2015가합582818 판결
- 변론종결
- 2018. 1. 19.
- 판결선고
- 2018. 2. 9.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7,699,753,76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11. 1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인정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주장 및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구 자본시장법(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6조 제4항 제1호는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와 관련하여 장내파생상품 매매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그 장내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의 시세를 변동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77조 제1항은 “제176조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에 의하여 해당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거나 위탁을 한 자가 그 매매 또는 위탁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금융투자상품 시장에서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고 그 결과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시세조종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 시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것이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은행 홍콩지점의 A, B, C, 피고 ○○○증권의 D가 2010. 11. 11. 코스피200 주가지수 하락에 관한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한 다음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의 주식 대량 매도를 통해 코스피200 주가지수를 하락시켜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서 피고들로 하여금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는 시세조종행위(이하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라 한다)를 하였다고 판단되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금융투자업자이자 위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원고에게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4항 제1호, 제177조 제1항, 민법 제756조, 제750조에 따라 위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는 별도로 인정되는 법정책임이므로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피해를 입은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과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함께 물을 수 있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7다26555 판결 참조)].
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피고들의 주장
(1)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2항에 따른 소멸시효 완성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2항에 따라 ‘청구권자가 제176조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3년’이 도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는 2010. 11. 11.에 있었고, 원고는 그 무렵 그 위반행위를 알았는바, 원고는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2항의 ‘그 위반 행위를 안 때부터 1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3년’이 도과한 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4항 제1호, 제177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
(2) 민법 제766조에 따른 소멸시효 완성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도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그런데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2010. 11. 11. “피고들의 주식 대량매도로 인하여 코스피200 지수가 급락하였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피고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여 2011. 2. 23.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피고들 직원들의 시세조종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 고발, 정직요구,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을 공식발표 하였으며, 2011. 8. 19. 검찰에서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증권을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기소하였다.”고 발표하였으므로, 원고는 2010. 11. 11.이나 2011. 2. 23., 늦어도 2011. 8. 19.에는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하였다.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
나) 원고의 주장
피고들의 민법 제766조에 따른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무렵에 언론보도가 있었다거나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서 피고들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였다고 보도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의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에 의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서 2011. 2. 23.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조치 등에 대한 공식발표를 하였고, 검찰에서 2011. 8. 19.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증권을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기소(이에 따른 형사소송을 ‘관련 형사소송’이라 한다)하였다고 하더라도, 관련 형사소송에서 피고들 및 그 직원들이 시세조종사실을 극렬하게 다투며 부인하였고, D와 피고 ○○○증권에 대한 제1심 형사판결 선고일까지 약 4년 6개월 동안 심리가 계속된 점에 비추어 보면,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발표 또는 검찰의 공소제기 발표 시점에 원고가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의 존재를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하 ‘관련 민사소송’이라 한다)에서 법원이 2015. 11.경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정상적인 코스피200 지수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피고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기 이전에는 원고가 ‘손해의 발생 및 손해와 가해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
따라서 관련 형사소송에서 D와 피고 ○○○증권에 대한 제1심 형사판결이 선고된 2016. 1. 25. 또는 관련 민사소송에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한 2015. 11.경부터 3년이 도과하지 않은 2015. 12. 31.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상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구 자본시장법 제177조 제2항의 소멸시효 도과 여부
구 증권거래법(1991. 12. 31. 법률 제4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6조 제2항에서 같은 법 제105조 소정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단기로 한 취지는 유가증권거래로 인한 분쟁을 빨리 끝냄으로써 유가증권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위반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라 함은 문언 그대로 피해자가 같은 법 제105조 소정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때라고 볼 것이고, 그 인식의 정도는 일반인이라면 불공정행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정도면 족하다(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다30402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는 2010. 11. 11.에 있었고, 을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2011. 2. 23.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피고들 직원들의 시세조종행위를 확인하고 검찰 고발, 정직요구,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의 공식발표를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는 늦어도 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공식발표 시점에 피고들이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위반행위를 하였음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위반행위를 안 때부터 1년,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은 날부터 3년이 도과한 후인 2015. 12. 3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구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4항 제1호, 제177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피고들의 이 부분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나) 민법 제766조의 소멸시효 도과 여부
(1) 관련 법리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단기소멸시효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0735 판결 참조). 그리고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다’ 함은 사실에 대한 인식의 문제일 뿐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다(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다23879 판결 참조).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을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에 관여한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증권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요구 및 영업정지 등의 제재조치 사실을 발표한 2011. 2. 23. 무렵에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2010. 11. 11. 당일 언론매체에서 피고 ○○○증권의 창구에서 발생한 주식 대량매도로 인하여 코스피200 지수가 폭락하였다는 보도가 있었고, 다음날인 2010. 11. 12. 금융감독원이 위 주식 대량매도의 불공정거래 여부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였다는 보도1)가 있었다. 또한, 2010. 12. 초경 증권사 사장단과 금융감독원 간부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원고의 대표이사가 포함된 증권사 사장단이 “피고 ○○○증권과 주문자를 철저하게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요청2)을 하였다. 원고는 자체적으로 계좌를 개설하여 옵션 차익거래를 한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서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무렵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피고 ○○○증권의 창구에서 발생한 주식 대량매도로 인해 원고의 옵션 거래상 손실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그 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2011. 2. 23. “금융감독당국의 조사결과 피고 ○○○은행 및 계열사 직원들이 시세조종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하였고, 증권선물위원회는 피고 ○○○은행 및 계열사 직원들에 대한 검찰고발 및 피고 ○○○증권 파생상품 담당 상무 D에 대한 정직 6개월의 징계 요구, 피고 ○○○증권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자기매매업의 증권거래․장내파생상품거래 및 위탁매매업의 증권DMA거래 정지) 6개월(2011. 4. 1.부터 2011. 9. 30.까지)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을 발표하였고, 위 발표 내용이 일간신문, 주요 경제신문 등 언론매체3)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위와 같은 언론매체의 규모 및 보도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의 관련 직원들이 그 혐의를 극구 부인하며 다투고 있었다거나 일부 외국인 임직원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거나 피고 ○○○증권과 달리 피고 ○○○은행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금융투자업자인 원고로서는 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피고들의 주식 대량매도 행위가 적법한 헤지 거래를 넘어서는 시세조종행위로 위법하다는 점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위 언론보도 직후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 소송4)을 제기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사실이 언론매체를 통해 계속 보도5)되었다. 검찰에서 2011. 8. 19. 피고들의 직원 및 피고 ○○○증권을 시세조종혐의의 자본시장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는 내용을 공식발표한 이후 국내 금융기관 및 보험회사,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이어짐에 따라 이에 관한 언론보도6)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위와 같이 피고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조치 이후 즉시 다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소송이 이어지고 이에 관한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관련 민사소송에서 수년간 위법행위의 존재, 위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존부 등이 치열하게 다투어졌다고 하더라도, 금융투자업자이자 대형 증권회사인 원고가 다른 투자자들의 관련 민사소송 제기 무렵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의 위법성 및 이로 인한 손해발생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객관적으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행사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나 법률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관련 형사소송 및 민사소송 결과를 지켜본 후 소를 제기할 경우의 장점(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최소화, 비용 및 노력투입의 최소화 등)과 단점(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이자 적용기간 단축) 등을 비교하며 이 사건 소송제기 시점에 대하여 내부적으로 검토하였고, 그 결과 관련 형사소송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관련 민사소송에서 다른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 경우 소를 제기하는 것이 지연손해금은 다소 줄어들더라도 승소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비용 등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소송 결과 이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원고의 준법감시인 E 또한 그와 같은 취지로 진술서(갑 제29호증)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들의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해행위)와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 발생사실(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단지 민사소송에서의 패소가능성 때문에 이 사건 소송을 늦게 제기하였다는 것인데, 설령 원고가 승소가능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손해배상청구권이 명확히 성립하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상의 장애가 아닌 원고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사유에 불과하므로 소멸시효의 진행을 저지하지 못한다.
⑤ E는 위 진술서에서 “시세조종행위는 녹취록, 이메일 등 시세조종행위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자료가 없으면 그 행위의 존재를 인정하기 매우 어려운데,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보도자료만으로는 시세조종행위 여부 및 피고들의 연관성을 알 수 없었다.”고 기재하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피고 ○○○은행 본사 및 홍콩지점, 피고 ○○○증권 간에 어떠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관계도 및 행위구조도까지 그려 상세히 발표하였고, 이메일, 메신저, 전화내용을 분석하였다는 언급과 함께 그 대략적인 내용까지도 기재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늦어도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 발표 시점인 2011. 2. 23.에는 원고의 손해를 소구하기 위한 모든 요건사실을 알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⑥ 원고는 내부적으로 소 제기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 또는 해당 관련 소송에서 당사자가 이를 다투는 경우는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가해자 및 손해발생 사실, 위법성의 인식의 문제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문제일 뿐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고,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사실상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는 사유’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1. 2. 23.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5. 12. 31.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피고들의 이 부분 소멸시효 항변도 이유 있다.
다.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재항변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는 단순히 개별 종목의 주가조작이 아니라 외국 증권사가 한국 주식시장을 상대로 코스피200 지수 전체를 뒤흔들어 투기행위를 행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주가조작 사건으로, 피고들은 관련 형사소송 및 민사소송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적인 거래를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 급급한 모습만을 보이며 시간을 끌다가 이 사건에 이르러서는 단기소멸시효가 이미 도과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러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피고들에게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주고 원고가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취급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재항변한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230535 판결 참조).
나) 판단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2011년경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015. 11.경부터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선고되었고, 일부는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리고 피고 ○○○증권의 직원인 D과 피고 ○○○증권에 대한 제1심 형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고합1120호)에서 D을 징역 5년, 피고 ○○○증권을 벌금 15억 원에 각 처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한편 갑 제20호증, 을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들이 이 사건에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재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들의 행위가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가 크다는 사정은 피고들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사유가 되지 않고, 피고들이 시효 완성 전에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② 원고가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객관적인 장애사유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와이즈에셋자산운용, 하나대투증권, 국민은행, 키움증권, 에베레스트캐피털, LIG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는 2011년경 이미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후 피고들의 직원들, 피고 ○○○증권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도 2011년경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은 관련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경과 및 심리기간 등만으로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별도의 소송절차 없이 손해배상을 해주겠다거나 소멸시효항변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시효 완성 후에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등으로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점에 관해서는 원고의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다.
④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의 발생경위,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 원고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내 금융기관 및 보험회사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로 피해를 입었고 피해자들 중에는 개인투자자들도 있는 점, 원고는 2016. 9.말 기준 자산총계 32조 9,110억 원, 부채총계 29조 6,021억 원, 자본총계 3조 3,089억 원, 직원 수가 2,383명에 이르는 큰 규모의 증권회사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특별히 원고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 외에 다른 피해자들이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에 대한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