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2025. 9. 10. 선고 2020재고합5 판결 [중상해등]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A
- 재심청구인
- 피고인
- 검사
- 최성규, 정명원(공판)
- 변호인
-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김혜진, 이상희, 김수정, 양성우, 김예지
- 재심대상판결
- 부산지방법원 1965. 1. 12. 선고 64고6813 판결
- 판결선고
- 2025. 9. 10.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사건의 경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1964. 5. 6. 오후 8시경 생면부지인 B이 피고인을 넘어뜨리고 배 위에 올라타 강제로 입을 맞추려고 하면서 혀를 피고인의 입속으로 넣자 B의 혀를 1.5센티미터 물어 끊게 되었다. 즉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로서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성폭력범죄의 가해자인 B에게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이었다.
나. 그 후 B이 1964. 5. 23.경 10여 명의 친구들과 피고인의 집에 침입하여 위와 같이 혀에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하여 항의하면서 식칼을 들고 피고인의 부친을 죽인다고 하는 등 협박하고 나서 피고인을 중상해로 고소하자, 피고인도 B을 강간미수와 특수주거침입 및 협박으로 고소하였다.
다. 두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B에 대하여는 강간미수와 특수주거침입 및 협박의 혐의를 인정하여 그와 같은 내용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그런데 담당 검사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어 있던 B을 석방한 다음 강간미수 혐의는 불기소처분하고 특수주거침입 및 협박죄만을 기소하였으며, 오히려 불구속 상태였던 피고인을 중상해죄의 피의사실로 구속하였다.
라. 피고인은 1964. 9.경 중상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부산지방법원은 1965. 1. 12.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검사와 피고인 측이 항소하지 아니하여 1965. 1. 20. 재심대상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피고인은 2020. 5. 6.경 이 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이 법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각 호에서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재심청구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하였으나 부산고등법원도 이를 기각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재심청구기각결정에 대하여 재항고하였고, 대법원은 재심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의 재항고를 인용하여 원심 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이에 원심법원인 부산고등법원은 ‘이 사건 수사 검사는 구속영장 없이 피고인을 체포·감금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형법 제124조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범하였는데, 위 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유죄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사실상·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 2025. 2. 10.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이 법원에서 재심이 개시되기에 이르렀다.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여, 19세)은 1964. 5. 6. 20:00경 피고인의 주거지로부터 150미터가량 떨어진 노상에서, 당시 초면이었던 피해자 B(남, 21세)이 귀가하려는 피고인의 어깨를 잡고 키스를 시도하고, 이를 거절하는 피고인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피고인의 배 위에 엎드려 재차 키스를 시도하는 과정을 수회 반복하던 중 혀를 내밀어 피고인의 입속으로 넣자 피해자의 혀를 1.5센티미터가량 물어 끊어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고, 그 결과 발음의 현저한 곤란을 당하는 불구가 되게 하는 중상해를 가하였다.
3. 판단
가. 중상해 결과의 발생 여부
1) 관련 법리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1)(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나) 형법 제258조에 정해진 중상해죄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➀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➁ 불구자가 되게 한 경우, ➂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의 세 가지를 묶어서 결과적 가중범으로 규정하고 일반 상해죄에 비하여 그 형을 동일한 정도로 가중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등 참조). 한편, 형법 제258조에 정해진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한 경우’라고 함은, 식물인간의 경우와 같이 치명상을 입은 경우를 말하고, ‘불구’는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는 신체의 중요 부분의 상실 또는 기능 상실을 말하며, 불치와 난치의 질병과의 균형상 평생 사회생활에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신체의 중요한 부위의 중대한 불구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58조 제2항에 규정한 ‘불구’라고 함은 단순히 신체의 일정 부분에 대한 완전성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사지절단 등의 신체 중요 부분의 상실이나 중대 변경 또는 시각, 청각, 언어, 생식기능 등의 중요한 신체 기능의 영구적인 상실과 같이 건강상태를 중대하고 불량하게 변경하는 신체의 중요한 부위의 중대한 불구만을 말한다고 한정적으로 해석함이 형법의 자유보장기능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재심개시결정의 기초가 된 자료를 포함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F병원에 입원하여 혀 봉합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절단된 혀의 일부가 구조적으로 이탈된 상태가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단되는 점, ② 피해자는 재심대상판결 선고일로부터 4개월가량 경과한 1964. 5. 6.경 육군에 입대하였는데, 피해자의 장정명부 및 병적기록표에 의하면 피해자가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각과요소등급이 전부 1급인 자‘를 의미하는 ’갑‘ 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이후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을 요하는 운전 특기병으로 복무하거나 베트남전에 파병되기도 하였다가 병장으로 만기 제대하는 등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점, ③ 이 사건 이후 피해자와 대화한 사실이 있는 피해자의 지인 C은 ’그 사건이 있고 1년 즈음 지났을 때 피해자가 우리 집에 왔다 간 적도 있다. 그때 보니까 말은 거의 정상적으로 했다‘, ’말하는거 보니까 혀가 조금 낼쭉하고 뭐 대화하는데 이상하고 그렇지도 않았다‘, ’발음이 약간 안 좋은 정도이고 이야기하는데 지장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제110쪽), 피해자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차츰 언어 기능을 회복하여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1년가량 지난 이후에는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재심대상판결에서는 ‘의사가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와 감정서’ 기재 내용 및 피해자가 법정에서 보인 진술 방식과 당시 피해자의 상태 등을 바탕으로 피해자가 ‘발음의 현저한 곤란을 당하는 불구의 몸’, ‘일생 말 못하는 불구의 몸’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 재심대상판결 소송기록이 제출되어 있지 않아 위 진단서 및 감정서 내용을 상해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로 삼을 수 없으며, 피해자가 사망하여 피해자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밖에 피해자가 입은 정확한 상해의 정도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은 점, 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심대상판결 선고 이후 피해자가 언어 기능을 일정 부분 회복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들은 충분히 확인되는 반면,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볼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에게 신체의 중요 부분의 상실이나 중대 변경 또는 중요한 신체 기능의 영구적인 상실이 발생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축소사실인 상해죄의 성립 여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가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나, 피고인의 진술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혀를 1.5센티미터가량 절단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피고인은 위 행위가 정당방위 내지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1) 관련 법리
가)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고, 이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는 침해행위로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로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도2168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과잉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정당방위의 객관적 전제조건 하에서 그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가 있었으나 그 행위가 지나쳐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대하여는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형법 제21조 제2항), 나아가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1조 제3항).
2)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축소사실인 상해죄도 그 범죄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여 성립될 수 없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까지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나,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친구인 D, E 등의 뒤를 따라 피고인의 집에 오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낯선 남성인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찾아온 것을 피고인의 아버지가 알게 될 경우 혼이 날 것을 우려하여 피해자에게 즉시 귀가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는 이를 거부하였다(증거기록 제75쪽). 피고인이 재차 피해자에게 귀가할 것을 요구하자 피해자는 이에 응하면서도 ‘초행길이고 야간이어서 길을 모르니 함께 걸어달라’고 하였고, 이를 수락한 피고인이 길을 안내하기 위하여 피해자와 함께 걷기 시작하였다(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특별히 대화를 나누는 등의 방식으로 교류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피고인의 집에서 150미터가량 떨어진 곳(이하 ‘이 사건 발생 현장’)까지 간 이후, 피해자에게 큰길 방향을 알려주고 돌아서서 귀가하려 하였으나 그 순간 피해자가 피고인의 어깨를 잡고 넘어뜨린 뒤 피고인의 배 위에 올라타 강제로 입을 맞추려고 시도하였다. 피고인은 온 힘을 다해 피해자를 밀치고 일어나 도망치려 하였으나, 피해자는 반복적으로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강제적인 입맞춤을 시도하였고, 세 번째 시도에서는 피고인이 숨을 쉬지 못하도록 피고인의 코를 막아 입을 벌리게 한 뒤 피고인의 입속에 혀를 넣었다. 이에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혀를 깨물어 1.5센티미터가량 절단시켰다.
다) 이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 현장까지 함께 이동하게 된 경위, 이 사건 이전 두 사람의 관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행한 일련의 신체접촉 방식 및 이에 대한 피고인의 대응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강제적인 입맞춤은 피고인의 신체 및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법익 침해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피해자의 신체접촉 시도 횟수 및 그 과정에서 행사한 물리력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적극적인 방어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강간 등 추가적인 법익 침해행위를 시도하였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라) 이 사건 발생 현장은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150미터가량 떨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이 광활한 논밭 또는 풀숲이어서 인적이 매우 드문 장소였던 점, 피해자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21세 남성이었던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에 비해 체구가 작은 19세 여성이었던 점 등 여러 제반 사정들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 구호를 요청하거나, 피해자와의 전면적인 몸싸움을 통해 피해자를 제압하는 등의 방식으로 위 법익 침해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오히려, 이와 같은 시도는 극도의 흥분 상태인 피해자를 자극하여 추가적인 위험 상황을 야기하였을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피고인이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온 피해자의 혀를 깨무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신체접촉 시도를 저지한 것은 즉각적이고 유효하게 피해자의 침해행위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의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고 한 행위로서 형법 제21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마) 설령 피고인의 행위가 상당성을 결여하여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이는 과잉방위에 해당하고,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과잉방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하는바, 피고인이 야간2)에 피해자의 위와 같은 강제적인 성폭행 시도로 인하여 공포를 느끼거나 흥분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성폭행 시도를 멈추게 하기 위해 이 사건 상해행위에 나아갔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법 제21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