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가합69485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 별지1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 피고
- A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5. 4. 11.
- 판결선고
- 2025. 5. 30.
1.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인용금액표의 ‘인용금액’ 란 기재 각 돈 및
가. 그 중 별지3 청구금액표의 ‘일부청구금액’ 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2024. 3. 21.부터 2024. 4. 25.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나. 그 중 별지3 청구금액표의 ‘청구취지확장금액’ 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2024. 3. 21.부터 2024. 7. 1.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주문과 같다.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들은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신용사업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토지와 그 정착물의 신탁 및 이와 관련된 건설사업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변경 전 상호는 M 주식회사이다.
나. 이 사건 대출약정 체결
1) 주식회사 B은 C 외 9필지(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 한다) 지상에 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물류센터’라 한다)를 신축하여 분양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추진하였다. 이 사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2022. 5. 18. 원고들을 포함한 대주단과 차주 주식회사 D(이하 ’차주‘라 한다), 시공사 E 주식회사(이하 ’시공사‘라 한다), 시행사 겸 연대보증인 주식회사 B(이하 ’시행사‘라 한다)과 사이에 차주가 대주단으로부터 대출금 합계 300억 원을 차입하는 대출약정(이하 ‘이 사건 대출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원고들은 이 사건 대출약정상 Tranche A 대주로서 차주에게 대출금 합계 270억 원을 이자 연 5.1%, 연체이자 연 8.1%, 대출만기일 ‘최초 대출실행일로부터 22개월이 되는 날’로 정하여 대출하기로 하였고, Y(이하 ‘선매수인’이라 한다)가 이 사건 사업부지 및 장래 완공되는 이 사건 물류센터에 관하여 매매대금 360억 원으로 하는 부동산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선매입계약’이라 한다)을 적법·유효하게 체결하고, 선매입계약에 따른 매매대금 중 계약금 7억 5천만 원을 이 사건 대출약정에서 정한 매매대금수납계좌에 입금하는 것을 대출실행의 선행조건으로 정하였다.
다. 이 사건 신탁계약 체결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차주·대주단·시공사 등, 위탁자 시행사, 수탁자 피고는 2022. 5. 18. 이 사건 사업부지를 신탁재산으로 하고 원고들을 포함한 대주단을 우선수익자로 하는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의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
1) 이 사건 대출약정 및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시공사는 이 사건 물류센터의 준공에 관하여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유로든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하지 아니하고 대출금 최초 인출일로부터 16개월 이내(이하 ‘시공사 책임준공기한’이라 한다)에 이 사건 물류센터를 준공하도록 하는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 또한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신탁회사인 피고는 대출금 최초 인출일로부터 22개월이 되는 날(이하 ‘신탁사 책임준공기한’이라 한다)까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기로 하였고, 만일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해 대주단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이라 한다), 피고는 위와 같은 의무이행을 확약하기 위하여 대주단에 책임준공이행확약서(이하 ‘이 사건 책임준공이행확약서’라 한다)를 작성·제출하였다.
2) 이 사건 책임준공이행확약서, 이 사건 신탁계약, 이 사건 대출약정에서 피고의 손해배상의무에 관하여 정한 조항(이하 ‘이 사건 각 조항’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비실명처리 과정에서 생략)
마. 피고의 책임준공기한 도과 등
1) 시공사는 시공사 책임준공기한까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고, 피고도 신탁사 책임준공기한인 2024. 3. 20.까지 공사 및 사용승인 취득을 완료하지 못하였다. 이에 선매수인은 2024. 3. 21. 신탁사 책임준공기한인 2024. 3. 20.까지 이 사건 물류센터의 공사 및 사용승인 취득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선매입계약을 해제하였다.
2)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원고들의 대출금 채권은 2024. 3. 20. 만기가 도래하였고, 차주는 원고들에게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였다.
3) 피고는 2024. 8. 30. 이 사건 물류센터를 준공하여 사용승인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주위적으로, 피고는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상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데, 이 사건 각 조항이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정한 것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상환 대출원금 256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예비적으로, 이 사건 각 조항이 정한 손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지 않더라도,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위반과 원고의 미상환 대출원금 상당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상 책임준공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미상환 대출원금 256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각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는 것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상 손실보전금지 규정 등에 반하고, 위 조항의 문언에 따르더라도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손해배상액 예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는 전보배상이 아닌 이행지체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질 뿐이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각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더라도 상당한 수준으로 감액되어야 한다.
2) 원고들은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라 이 사건 물류센터를 매각하여 미상환 대출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손해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이행 지연과 원고들의 미상환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의 공평한 분담 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책임 제한이 이루어져야 한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각 조항의 법적 성격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인정근거, 갑 제12 내지 17, 20, 23,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의무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을 가지고, 이 사건 각 조항이 대주단에게 발생한 손해를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정한 것은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에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각 조항에서 피고의 손해배상의무에 관하여 정한 문언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사건 책임준공이행확약서 제2조는 ‘대주에게 발생한 손해(대출약정서에 따른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를 대주에게 배상할 것입니다’로,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23조 제3항은 ‘대주단에게 발생한 손해(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를 대주단에게 배상하여야 한다’로, 이 사건 대출약정 제5-4조 제1항은 ‘대주들에게 발생한 손해(미상환 대출원리금 상당액, 연체이자 기타 수수료 등 대출채무 전액)를 신탁사 책임준공기한의 익일에 신탁회사로 하여금 전액 배상하도록 하여야 한다’로 각 규정하고 있는바, 위 문언의 각 괄호 부분은 피고가 대주단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각 조항의 문언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만한 용어가 없으므로 괄호 부분은 단순히 손해의 내용을 명시해 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반드시 특정 금액으로 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금’이라는 명시적인 문구가 없더라도 분쟁 없이 액수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정하였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다.
나) 이 사건 신탁계약은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으로서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신탁회사인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한다. 즉,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피고의 1차적 의무는 향후 이 사건 대출약정의 물적담보가 될 이 사건 물류센터를 시공사를 대신하여 준공하는 내용의 ‘하는 채무’이지만,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발생하는 2차적 의무는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손해를 직접 배상하는 ‘금전 지급채무’이다. 책임준공의무 위반으로 공사완성 여부에 관한 위험이 현실화되면,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을 한 금융기관은 책임준공의무의 이행을 강제하여 완성된 물적담보로부터 대출원리금을 회수하기보다는 책임준공의무 위반으로 금융기관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그 한도 내에서 대출원리금 상당액을 직접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인바, 이러한 책임준공약정의 특수성과 이 사건 책임준공이행확약서에서 ‘책임준공이행확약’이라는 문언을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조항은 금융기관인 원고들이 책임준공의무 위반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받기 위하여 신탁회사인 피고로 하여금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액을 직접 지급하도록 약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책임준공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손해의 발생과 액수 및 책임준공의무 불이행과의 상당인과관계 등을 증명하여야 하는데, 피고가 이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증명하더라도 상대방이 이를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이에 원고들은 증명의 곤란을 피하고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이행을 확보하며 손해배상에 관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 및 대출약정 중 이 사건 각 조항에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미리 정해두었고, 이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하여 같은 내용을 명시한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서를 피고로부터 추가적으로 작성·교부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각 조항은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대출약정 체결 당시 피고의 자금력 및 신용도를 신뢰하여 피고가 책임준공기한 내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따라 원고들에게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을 배상할 것을 예상하여 이 사건 대출약정에 이르렀는바, 위와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액 예정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는 이 사건 각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는 것은 자본시장법 상 금지된 손실보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른 원고들의 우선수익권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고,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지 이 사건 사업으로 인한 수탁재산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손실보전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물류센터의 준공을 완료하였으나 그 이행을 지연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보배상이 아닌 이행지체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민법 제395조에 따르면 이행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는 전보배상을 하여야 하고,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채무를 불이행한 이상 예정된 손해배상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피고가 책임준공기한 이후 준공을 완료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
가) 민법 제398조가 규정하는 손해배상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그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는 것 외에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줌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채무자가 실제로 손해발생이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을 증명하더라도 채무자는 그 예정액의 지급을 면하거나 감액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하여 법원이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손해가 없다든가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피고는 신탁사 책임준공기한인 2024. 3. 20.으로부터 약 5개월이 경과한 2024. 8. 30. 이 사건 물류센터를 준공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사실, 이 사건 사업부지 및 이 사건 물류센터의 2024. 8. 30. 기준 감정평가액은 403억 원인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에 따라 이 사건 물류센터의 매각을 요구하여 대출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인정근거, 갑 제10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 및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 예정액(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이 피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기 부족하다.
(1) 피고는 부동산 신탁을 주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2018년경부터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 상품을 취급해 왔고 이를 기초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하였는바, 피고는 신탁사 책임준공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 사건 사업에 참여하여 얻을 수 있는 예상이익과 위험성을 비교하여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 및 이 사건 신탁계약 체결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피고는 통상의 관리형토지신탁의 경우보다 높은 수준의 신탁보수를 취득하였다.
(2) 반면 원고들은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자금을 대여한 금융기관으로서 개별 원고들은 규모가 크지 아니한 지역 단위의 금고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한 데에 있어 원고들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을 기록상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원고들은 시공사 책임준공기한이 도과하여 이 사건 대출약정 상 기한이익의 상실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액 예정을 신뢰하여 약 80억 원의 잔여 대출을 추가로 실행함으로써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대출약정 체결 과정에서 대출원리금 회수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선매입계약의 적법·유효한 체결 및 매매대금 일부의 입금을 대출실행의 선행조건으로 정하였다. 그런데 선매수인은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사 책임준공기한까지 이 사건 물류센터의 준공을 완료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선매입계약을 해제하였고, 이로써 원고들은 이 사건 물류센터를 선매수인에게 360억 원에 매각하여 대출원리금 전액을 상환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었다.
(4) 기록상 실제의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손해배상 예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가 있는바(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0다2241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원고들이 대출원리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었던 사정을 고려하면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이 원고들에게 발생하는 손해액을 과도하게 넘어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대출약정 상 연체이율 연 8.1%를 적용한 연체이자를 구하지 아니하고 미상환 대출원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만 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5) 이 사건 신탁계약 특약사항 제23조 제3항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을 지급하는 경우 피고는 신탁재산 매각을 통한 우선수익권 실행을 통하여 이를 회수할 수 있고, 피고 측의 감정평가 및 피고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 물류센터의 시가는 약 403억 원으로 원고들의 청구금액을 상회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상당을 지급하더라도 사실상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가 최종적으로 위 손해배상 예정액을 부담하게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6)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은 금융기관인 원고들이 신탁회사인 피고의 책임준공을 강제함으로써 완성된 물적담보로 대출원리금 등의 반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정한 것으로,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의 예정에 따라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위 담보 목적에 부합하고, 이와 같은 신탁사 책임준공제도는 현재 프로젝트 파이낸스 금융이나 개발사업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져 이미 거래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7) 피고는 원고들이 대출이자 외에도 수수료 등을 별도로 수취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사업에 따른 위험을 분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대출이자 및 수수료는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라 금전 대여의 대가로 지급받은 것일 뿐 책임준공과 무관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있어서 원고들의 귀책사유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원고들이 피고와 분담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손해배상 예정액 자체가 크다거나 이를 인정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력 등의 사정만으로는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부족하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다209227 판결 등 참조).
(8) 앞서 본 원고들과 피고의 경제적 지위 및 계약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공정성을 잃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원고들의 귀책사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고들의 대출원리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담보 내지 안전장치 중 하나인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해서는 감액을 하더라도 원고들의 대출원리금 회수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사정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차주, 대출금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시공사, 연대보증인인 시행사의 충분한 상환능력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에게 대출원리금 전액 회수의 기회였던 이 사건 선매입계약도 피고의 책임준공의무 위반에 따라 해제된 이상, 결국 원고들은 이 사건 물류센터의 매각 등 처분과 피고의 손해배상액 예정을 통해서만 대출원리금을 회수하여야 하는데, 2024. 8. 30. 기준 이 사건 물류센터의 감정평가액에도 불구하고 매각 등 처분 가능 여부·액수나 부동산 시장의 상황 등은 상당히 불확실하여 유동적·가변적이라는 점에서 손해배상 예정액을 함부로 감액하는 경우에는 원고들의 대출원리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담보 내지 안전장치로서의 본래적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나.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인용금액표의 ‘인용금액’ 란 기재 각 돈 및 ① 그 중 별지3 청구금액표의 ‘일부청구금액’ 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24. 3. 21.부터 이 사건 지급명령 정본 송달일인 2024. 4. 2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② 그 중 별지3 청구금액표의 ‘청구취지확장금액’ 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는 2024. 3. 21.부터 2024. 5. 31.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인 2024. 7. 1.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 사건 각 조항의 법적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는 이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정이 존재하지 않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모두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