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 2019. 4. 4. 선고 2018노632 판결 [현주건조물방화, 상해치사, 절도]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A
- 항소인
- 피고인 및 검사
- 검사
- 이○○(기소), 신○○(공판)
- 변호인
- 변호사 이○○
- 원심판결
- 부산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146 판결
- 판결선고
- 2019. 4. 4.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4년에 처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현주건조물방화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와 다투던 중 피해자가 쓰러진 것을 보고 부엌 뒷문을 통해 빠져나왔을 뿐,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주거에 불을 놓은 사실이 전혀 없다. 절도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빠져나오면서 시장바구니를 들고 온 사실은 있지만, 그 안에 피해자 소유의 통장, 인감도장, 손목시계 등의 물건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18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나. 현주건조물방화 및 절도의 점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되거나 추인된다.
1)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서 이탈한 시각
범행 당일인 2018. 3. 12.경(이하, 범행 당일의 구체적인 시각을 설시하는 경우에는 날짜는 생략한다) 피고인이 배우자인 B에게 전화를 한 17:39경(증거기록 378쪽 피고인의 전화통화 내역)에는 이미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상해를 입어 사망에 이르렀거나 적어도 정신을 잃은 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1). 그런데, 피고인은 그로부터 40분 가까이 지난 18:16경에야 B에게 다시 전화를 하여 피해자의 집 뒷문 앞에 사다리를 놓아달라고 요구하였고, B이 사다리를 내린 후 18:18경 전화를 하자 부엌 뒷문을 통해 집 밖으로 나와 피고인의 집으로 넘어갔다(증거기록 1,735쪽 B 진술).
2) 위 1)항 기재 40분 동안의 피고인의 행적
각 압수조서, 범행 현장에 대한 감식결과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위 1)항 기재 40분의 시간 동안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안에 남아 있는 피해자의 혈흔이나 피고인의 지문을 닦고, 혈흔을 닦은 수건을 장바구니에 넣는 등 범행 현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정황은 아래와 같다. ① 피해자의 집 2층에 살고 있던 표○○는 17:30경 외출을 하였는데(증거기록 143쪽 CCTV 사진), 수사관에게 외출 당시 상황에 관해 "피해자의 집 흰색 현관문은 열려 있었고, 갈색 중문은 닫혀 있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475쪽 표○○ 진술). 그런데, 화재 진압 당시에는 흰색 현관문이 잠겨 있는 상태여서 이를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증거기록 19쪽 화재현장 사진, 증거기록 573쪽 표●● 진술), 피고인이 상해치사 범행 이후 다른 사람의 출입을 막기 위해 현관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서(공판기록 33쪽) 및 범죄인지보고(증거기록 276쪽) 범죄사실의 요지 중 "피의자(피고인)가 불이 붙은 종이를 쥐고 있는 피해자의 손을 뿌리치며 재차 피해자를 밀쳐 욕조 안으로 넘어뜨려 머리 뒷부분을 부딪치게 하여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을 보고 도주하였다가"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방문한 이후 최초로 조사를 받으면서 한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 피해자를 최초로 발견한 소방공무원 C는 수사기관에서 욕조 내에 피해자가 어떤 상태로 있었는지를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저의 오른쪽 편에 머리가 있었고, 사람이 욕조 속에 들어가 있는 채로, 그 당시 저의 촉감으로는 팔이 안쪽으로 모여져 있는 상태로 욕조 천장을 보며 누워 있는 상태였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295쪽 C 진술), 피해자가 넘어진 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C가 묘사한 피해자의 모습은 욕조에 넘어진 사람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이후 피고인이 욕실에 묻은 혈흔 등을 제거하면서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욕조 속에 눕히고 팔을 모으는 등 피해자가 발견될 당시와 같은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③ 범행 이후 피해자의 집 내부 일대에서 유전자 채취를 위한 감식을 실시하였는데, 평소 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이 생활하던 주거 공간이었음에도 내부의 물건이나 손잡이 등에서 아무런 DNA형이 검출되지 않았는바(증거기록 1,856쪽 혈흔반응 검사에 대한 수사보고), 이는 피고인이 혈흔과 함께 자신의 지문 등도 지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3) 피해자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원인
화재가 발생한 최초 장소는 부엌 및 부엌과 인접한 거실 바닥이고(증거기록 1,335쪽 화재현장 조사서, 증거기록 1,685쪽 부산 연제구 주택 화재 사망사건 감정서), 화재의 원인은 부엌 및 거실 바닥에 놓여 있던 여러 장의 이불 및 소파에 착화된 불이 번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한편, 피해자가 사망한 장소인 욕실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뒷문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이불이 놓여 있던 부엌 입구를 반드시 통과하여야 하는데(증거기록 1,802쪽 현장약도), 이불에서 시작된 화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는 피고인이 화장실에서 부엌을 통해 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과 감정서상의 실험 결과 이불에 불이 붙은 후 완전히 연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 정도로 추정되어 있는 점, 피고인이 부엌을 통해 피해자의 집 밖으로 나와 도주한 후 20분 정도 지난 18:38경 피해자의 집 앞을 지나던 목격자가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119 신고를 한 점(증거기록 7쪽 현장감식 결과보고서)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에서 화재가 시작된 직후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되고, 이에 반하여 '피해자가 화장실 욕조 안에 쓰러지기 전에 자신을 협박하면서 스스로 키친타올에 불을 붙여 화재를 내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시각 및 불이 번지는데 소요되는 시간에 관한 실험 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들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믿기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이후 화재 신고를 받고 소방관이 출동할 때까지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제3자가 전혀 없어(증거기록 138쪽 현장 주변 CCTV 분석 수사보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이후에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볼 정황이 없는 사정까지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오면서 피해자의 집에 불을 지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혈흔을 닦은 수건을 가지고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로 범행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방화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사체를 소훼하여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어렵게 하거나, 범행 현장에서 미처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흔적들까지 처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방화를 할 만한 충분한 동기도 있었다고 판단된다.
4)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 물건을 가지고 나오게 된 경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성관계의 대가로 통장과 도장을 줄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장바구니에 넣어준 것을 경황이 없어 미처 빼지 못하고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가 평소 돈 관리에 철저하였다는 피해자 가족들의 진술, 그리고 피고인이 제출한 녹취파일에서도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을 비롯한 다른 임차인들의 월세 납입 내역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예금이 보관된 통장과 인감도장을 피고인에게 가져가라고 주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이후에도 피해자의 집에서 상당 시간 머무르고 있었고, 범행 현장에서 혈흔과 지문을 닦고, 수건 등을 범행 도구인 돌과 함께 챙겨 나오기도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당시 경황이 없어 자신이 가지고 나온 바구니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은 경험칙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더하여 피해자의 방 침대 옆에 있던 협탁 서랍에서 피해자의 혈흔 반응이 검출되었고(증거기록 1,868쪽 혈흔반응 검사 결과서), 이에 비추어 피해자가 상해를 입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여는 등 물건을 수색한 것으로 추측되는 점2)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상해치사 범행 이후 피해자로부터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목적에서든 또는 초동 수사에 혼선을 가하여 자신의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에서든 의도적으로 피해자 소유 물품들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물건을 가지고 나올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이를 즉시 반환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후에 물건을 반환하였는지, 재산상 이익을 얻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범행 당시의 불법영득의사도 충분히 인정된다.
다. 피고인의 진술에 대한 평가
공소사실의 증명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 등의 직접 증거와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 정황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기록으로 돌아와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경위에 관하여 진술한 내용을 살펴본다. 우선, 범행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게 된 경위, 피해자의 집 안에서 피해자와 다투게 된 이유, 피해자가 상해를 입고 쓰러진 경위 및 쓰러진 시각,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시각 및 나올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집에서 나온 이후의 정황 등 범행 당일의 정황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은 여러 차례 번복되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술 자체로도 앞선 진술과 모순되거나 객관적인 증거와 일치하지 않고, 피고인의 배우자인 B이나 범행 당시 피고인과 내연관계에 있었던 D가 진술하는 피고인의 나왔다는 진술은 전혀 하지 않았다. 범행 당일의 행적이나 당시 대화 내용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다수여서, 도저히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다음으로, 피고인은 범행 이전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관련하여 피해자로부터 상당 기간 성폭행을 당해 왔고, 범행 당일 역시 피해자의 성관계 요구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 역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처음 성폭행을 당한 것이 2017. 2.경이라고 진술하였는데, 그 경위에 관하여 '피해자가 거실에서 자기를 안고 키스를 하려고 해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밀어 피해자가 넘어졌다. 그러자 피해자가 자신을 폭행하였다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80세의 고령으로 오랜 기간 심부전을 앓고 있었고, 피고인이 손으로 미는 것도 감당하지 못해 넘어진 피고인이 그 직후에는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하여 피고인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위와 같은 상황에서 성폭행의 범인인 피해자가 피고인을 단순히 폭행으로 신고하겠다고 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협을 느껴 이어지는 성폭행에 반항하지 못하였다거나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강간을 당한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였다는 진술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②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한 이후에도 임대인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일주일에 몇 번씩 자신의 집에 오라고 채근하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행패를 부렸기 때문에 피해자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할 뿐 이를 확인할 만한 아무런 정황이 없다. 오히려 피고인이 원심 및 당심에서 참고자료로 제출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이하 '피고인 제출 녹음자료'라 한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는 임대인과 임차인으로서 임대인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 또는 명령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꾸 부르지 마라'라고 상당히 강력한 항의를 하고 있고, 피해자는 단순히 '오기 싫으면 안 오면 될 것 아니냐'라는 취지로만 답하고 있어,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에게 강압적으로 요구나 지시를 하였고, 약자인 임차인이자 성폭행 피해자로서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본인의 휴대전화가 녹음이 되지 않아 최초 성폭행을 당할 당시에나 이후에 몇 차례 추가로 성폭행을 당했을 때의 상황을 녹음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제출한 녹음자료의 내용이나 녹음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휴대전화의 녹음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피고인이 평소 녹음 기능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해 왔고 이를 빌미로 다른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1년이 넘도록 수사 및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을 만한 피해자와의 대화 또는 통화 내용을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의 주거에 불을 놓아 주거를 소훼하고, 피해자 소유 통장, 인감도장 및 손목시계, 안경을 절취하였다는 점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3. 검사 및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심장질환이 있는 고령의 피해자를 돌과 불상의 도구 등으로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피해자의 주거지를 불태웠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고가 귀중품인 시계, 통장 48개와 인감도장 7개까지 절취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상해치사 범행에 대하여는 원심에서부터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고 진술하고 있고, 기록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에게 해를 가할 의도로 집으로 찾아간 것은 아니고, 밀린 차임 지급 여부를 놓고 피해자와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상해치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배우자를 비롯하여 부양할 가족이 있다. 이러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검사는 피고인을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기소하였는데, 설령 피고인의 범행이 살인 행위에 버금가는 행위로 평가되더라도 해당 범죄의 양정에 있어 법원은 검사의 기소 내용에 기속되어 상해치사에 관한 법정형과 권고형의 범위를 기준으로 피고인의 죄책을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 사건에서 기존에 상해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범죄들에 대하여 선고된 형량 범위와 비슷한 수준의 형을 선고할 경우 현저하게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인에게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의 범위 상한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하여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까지 보태어 보면, 원심의 피고인에 대한 양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에 관한 항소는 이유 없으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기각하지 아니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시 증거의 요지란에 "1. 당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9조 제1항(상해치사의 점), 형법 제164조 제1항(현주건조물방화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329조(절도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현주건조물방화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 ~ 4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현주건조물방화)
[유형의 결정] 방화범죄 > 01. 일반적 기준 > [제1유형] 현주건조물등방화, 공용건조물등방화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거나 피해의 규모가 큰 경우 또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가중영역, 징역 4년 ~ 10년 6개월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형사처벌 전력 없음
나. 제2범죄(상해치사)
[유형의 결정] 폭력범죄 > 01. 일반적인 상해 > [제3유형]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범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4년 ~ 8년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형사처벌 전력 없음
다. 제3범죄(절도)
[유형의 결정] 절도범죄 > 01. 일반재산에 대한 절도 > [제2유형] 일반절도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6개월 ~ 1년 6개월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상당 부분 피해회복된 경우, 형사처벌 전력 없음
라.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4년 ~ 15년(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 제3범죄 상한의 1/3)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4년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차임을 상당 기간 면해 주었음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피해자의 신뢰를 배신하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며,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는 피해자의 주거에 불을 지르고 피해자 소유 물건을 가지고 가는 등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이후 피해자와 통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하였고, 배우자에게 주요 증거물을 버릴 것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들은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고, 피해자의 처는 거주지까지 상실하였으며, 방화 당시 피해자의 집 2층에 다른 임차인들이 있어 피고인의 방화로 인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였고, 원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다가 당심에서 또다시 범행 일부를 부인하면서 이와 같은 비참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행 이후 주식거래를 중단하고 예수금을 인출하는 등 자산을 정리하고도 지금까지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죄책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과, 앞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본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