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5. 10. 23. 선고 2023헌마996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김○○
- 대리인
- 변호사 현창윤, 김건우
- 피청구인
-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검사
- 선고일
- 2025. 10. 23.
피청구인이 2023. 5. 17.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2023년 형제1209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3. 5. 17. 청구인에 대하여 대기환경보전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2023년 형제1209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6. 21.경 청구인이 운영하는 경기도 ○○시 (주소 생략) 소재 ‘○○’ 사업장에서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인 도장시설을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의 설치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운영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3. 8. 18.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에서 도장시설로 적시된 청구인의 사업장 내 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 한다)은 도장을 목적으로 하는 도장시설이 아니다. 청구인은 이 사건 시설을 휴게실로 사용하였을 뿐 해당 장소에서 도장업무를 한 사실이 없다. 청구인은 수년 전 제품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일부 제품의 불량 의심 부위에 래커를 뿌려보는 작업을 이 사건 시설에서 하였던 적은 있으나, 이러한 래커 작업은 도장 작업이 아니라 일시적인 불량품 확인 작업에 불과하므로 이를 들어 이 사건 시설을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대기환경오염물질배출시설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임을 전제로 청구인의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경기도 ○○시 (주소 생략)에서 자동차용품 제조업체인 ‘○○’를 운영하는 자이다.
(2) ○○시청 환경정책과 □□ 주무관(이하 ‘담당 공무원’이라 한다)은 위 ‘○○’의 업장에 위치한 이 사건 시설에서 미신고 도장시설이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되자 2022. 6. 21. 이 사건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하였다. 지도점검 현장에서는 상자에 버려져 있거나 바닥에 놓여 있던 다수의 캔 스프레이 래커와 에어 컴프레서가 발견되었고, 주황색 또는 밝은 갈색 및 검정색의 물질로 오염된 듯한 형태의 창문이 확인되었다. 청구인은 담당 공무원에게 ‘이 사건 시설에서 도장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 업무상 필요한 도장 작업은 외주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다만 1~2년 전에는 제품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부 제품에 래커를 뿌려 하자가 있는 부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였던 적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청구인은 도장 작업을 외주 업체에 발주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로 외주 업체에서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제출하였다. 담당 공무원은 대기환경보전법령에 대한 청구인의 무지에 의해 이 사건 시설에 관한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청구인에게 대기환경보전법령상의 신고의무를 고지하고 래커의 사용 금지를 안내하는 계도조치를 하였다.
(3) 그런데 위 계도조치 이후 청구인과 담당 공무원의 유착을 의심하며 청구인의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민원이 추가로 접수되자, 담당 공무원은 2022. 6. 28. 청구인에게 이 사건 시설에서의 미신고 도장시설 운영에 관한 위반확인서를 청구인에게 징구하고 청구인의 대기환경보전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경찰에 고발하였다.
(4)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청구인은 담당 공무원에게 진술한 것과 같은 취지에서, ‘과거 래커를 뿌려 제품의 불량 여부를 확인한 일이 있었을 뿐, 현재는 이 사건 시설에서 래커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시설은 휴게시설 및 물품 적재 시설로 쓰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경찰은 청구인이 실제 주된 도장 작업을 외주 업체에 발주하여 행하였음을 확인하고 관련 세금계산서를 확보하였다. 경찰은 청구인이 주된 도장 업무를 외주업체에 의뢰하여 진행한 점은 인정되나, 현장 사진에서 다량의 캔 스프레이 래커 및 이를 사용한 흔적이 확인되고, 이 사건 시설의 규모가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용적에 해당하며, 환풍기 및 에어 컴프레서가 해당 공간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시설에서 주된 도장 작업은 아니더라도 일종의 분포 형태의 도장 일환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청구인의 대기환경보전법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5) 사건을 송치 받은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이 아니라는 청구인의 주장에 관한 보완수사를 경찰에 요구하였다. 경찰은 이 사건 시설을 촬영한 사진, 담당 공무원의 경위서, 이 사건 시설의 폐쇄명령에 대한 청구인의 의견 제출서,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확보하여 보완한 뒤, 2023. 5. 12. 보완수사 결과를 피청구인에게 통보하였다. 경찰은 ‘청구인은 혐의 부인하나, 담당 공무원에게 혐의를 인정하는 위반확인서를 제출하였고, 이후 관할 관청의 폐쇄명령에 응하였으며, 현장에 다수의 래커와 동력장치가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의견을 보완수사 결과와 함께 송부하였다.
(6)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에게 동종 범죄 전과가 없고 관련 법령의 부지로 인하여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시설에 대한 관할 관청의 행정처분(폐쇄명령)이 이행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여 2023. 5. 1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쟁점
청구인이 설치ㆍ운영하였다는 이 사건 시설이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대기환경오염물질배출시설인 도장시설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다. 판단
(1) 대기환경보전법령상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도장시설
(가) 대기환경보전법은 대기환경오염물질배출시설(이하 ‘배출시설’이라 한다)을 설치하려는 자는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거나 또는 시ㆍ도지사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제23조 제1항), 이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신고를 하고 배출시설을 설치 또는 변경하거나 그 배출시설을 이용하여 조업한 자를 처벌한다(제90조 제1호). 허가 또는 신고의 대상이 되는 배출시설은 대기환경보전법 제2조 제11호,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5조 등에서 구체화되고 있는데, ‘용적이 5세제곱미터 이상이거나 동력이 2.25킬로와트 이상인 도장시설’은 신고 대상인 배출시설에 해당한다.
(나) 도장(塗裝)의 사전적 의미는 ‘도료를 칠하거나 바름. 부식을 막고 모양을 내기 위하여 한다’이고, 2020년 환경부에서 발간한 ‘대기오염물배출시설 해설집’에서는 도장시설을 ‘페인트, 니스 등의 도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공기, 물, 약품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표면을 차단하거나 또는 전지절연ㆍ장식 등을 위해 캘린더ㆍ압출ㆍ침지ㆍ분무 등의 가공법을 이용하여 물체표면을 피막처리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판례는 도장시설을 ‘도장을 하기 위한 전용 방 또는 도장작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작업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며(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1105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으로는 문제된 시설의 장비 현황, 구조, 형태, 작동원리, 영업자의 광고 내용, 단속자가 실제 도장 작업을 목격한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시설이 도장작업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2)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있어서 청구인이 설치ㆍ운영한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담당 공무원이 청구인을 고발한 취지는, 청구인이 이 사건 시설에서 제품 일부에 래커를 뿌려 본 사실이 있다고 인정한 이상 이 사건 시설은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도장시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고발 이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르기까지 수사의 전 과정에서 이 사건 시설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된 도장작업 관련 사실관계는 청구인이 인정한 위 래커 사용행위가 유일하다. 그런데 청구인이 인정한 위 래커 사용행위는 제품의 불량 부분에 래커를 뿌리면 하자가 표시되는 현상을 이용하여 제품의 불량이 의심될 때 하자를 발견하고자 불량 의심 제품에 래커를 일부 뿌려본 적이 있다는 것으로, 이를 부식을 막고 모양을 내기 위하여 도료를 칠하거나 바르는 도장 작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도장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없는 이 사건 시설을 ‘도장을 하기 위한 전용 방 또는 도장작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작업실’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시설은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배출시설로서의 도장시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위 래커 사용행위가 청구인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은 도장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거나, 이 외에 달리 도장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작업이 이 사건 시설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증거나 사실관계가 기록상 확인되지도 않으므로,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시설에 에어 컴프레서와 다수의 캔 스프레이 래커가 있다는 점, 외부에서 보이는 창문 등에 래커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흔적이 확인되는 점, 환풍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수사 기록의 사진에서 확인되는 이 사건 시설 내부는 맨바닥이나 낡은 상자 안에 오래된 캔 스프레이 래커들이 다른 공구들과 함께 어지럽게 놓여 있거나 책상 밑에 에어 컴프레서가 방치된 모습인데, 이 정도의 장비 현황을 근거로 이 사건 시설이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담당 공무원의 단속 무렵에 도장 작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설치ㆍ운영되었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시설의 창문 외부에 도장 작업으로 인하여 오염된 흔적을 촬영하였다는 사진을 보면 주황색이나 밝은 갈색 계열의 자국이 흩뿌려진 형태의 흔적이 확인되는데, 이것이 자동차 부품을 제조ㆍ판매하는 청구인의 영업장에서 이루어진 도장 작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그 밖에 이 사건 시설 내ㆍ외부에 일부 검게 오염된 모습은 청구인 주장과 같이 도장행위가 아닌 다른 목적에서 단편적으로 래커를 사용한 경우나 장기간에 걸친 먼지 등 기타 오염물질의 누적에 의하여도 형성될 수 있는 형태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시설에 환풍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정 역시, 환풍기가 도장시설 이외에도 여러 시설에서 다양한 용도로 설치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상의 사정만을 근거로 이 사건 시설이 도장 작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도장시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른 한편 이 사건 시설을 촬영한 사진 자료들은 이 사건 시설이 도장작업을 주목적으로 한 공간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이 사건 시설에 의자와 간이 탁자가 놓여 있고 여러 물품과 상자 등이 정리되어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이 사건 시설을 휴게 공간 또는 물품 적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는 더욱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요컨대 위와 같은 사정 및 이를 촬영한 사진자료는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로 운영되었다는 점을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해당 시설이 도장시설로 운영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담당 공무원의 단속 무렵에 그러하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그밖에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담당 공무원에게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임을 인정하는 위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는 점, 이후 시청의 폐쇄명령에 응하였다는 점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위반 확인서는 그 필체를 볼 때 내용 대부분을 담당 공무원이 작성하고 청구인이 서명만을 한 것으로 보이고, 청구인은 적발 당시부터 일관된 어조로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는 사실이 담당 공무원이 작성한 적발자 진술서를 통해서도 확인되므로, 이러한 위반 확인서를 근거로 청구인의 대기환경보전법위반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시청의 폐쇄명령에 청구인이 응하였다는 것은 이 사건 시설에 대한 단속 이후 형식적으로 진행된 후속 절차에 관한 사정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 한편, 청구인은 담당 공무원의 현장 지도점검 시부터 경찰 조사 및 피청구인의 보완수사요구에 따른 추가 현장 조사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태도로 이 사건 시설이 도장시설이 아니고, 해당 시설에서 도장 작업을 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시설은 단지 휴게시설 또는 물품의 적재시설로 사용되고 있다고 진술하였고,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청구인이 실제로 외주 업체에 도장 업무를 발주하여 맡기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외주 방식 외에 특별히 청구인이 이 사건 시설을 도장시설로 운영하며 직접 도장작업을 해야 하는 사정이 기록상 드러나지 않고, 그와 같이 직접 도장작업을 한 제품의 존재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설치한 이 사건 시설에서 청구인이 인정하는 내용의 래커 사용 사실이 실은 도장작업으로 행한 것은 아닌지, 이외에 이 사건 시설을 도장시설로 볼 만큼 본격적인 도장작업을 이 사건 시설에서 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보다 면밀히 확인하여 이 사건 시설이 도장을 하기 위한 전용 방 또는 도장작업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작업실로서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 의무가 부과되는 도장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그 혐의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상 나타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시설이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도장시설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의 대기환경보전법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3) 소결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증거판단,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