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5. 10. 23. 선고 2022헌바296 결정 [민법 제840조 제6호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정○○
- 국선대리인
- 변호사 손용근
- 당해사건
- 대법원 2022므13801 이혼 등
- 선고일
- 2025. 10. 23.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840조 제6호는 헌법에 위반되지아니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배우자가 청구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청구 소송에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1. 11. 10. 이혼 판결을 선고받고(서울가정법원 2021드단127555), 항소하여 2022. 7. 7.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으며(서울가정법원 2021르34620), 이에 상고하였다(대법원 2022므13801). 청구인은 위 상고심 계속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2. 10. 27. 기각되자(대법원 2022즈기6), 2022. 11. 30.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840조 제6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관련조항]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상 이혼사유를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 광범위하게 규정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법관의 자의에 의한 판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이혼청구의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예측하지 못한 사유로 재판상 이혼을 당할 수 있게 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이혼청구 상대방의 혼인생활에서의 자기결정권,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국가의 헌법상 의무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항을 근거로 이혼청구를 당한 상대방은 이혼사유가 파탄주의에 근거한 것인지, 유책주의에 근거한 것인지, 유책주의의 예외에 근거한 것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이혼 청구인보다 현저히 불리한 지위에 놓이므로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상 이혼사유를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규정하여 재판청구권, 혼인생활에서의 자기결정권,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 및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의 실질은 심판대상조항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것으로서 명확성원칙 위반 주장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 제한 입법에 요구되지만,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의 법률이나 법 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명확성원칙을 산술적으로 엄격히 관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 사용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하고, 설혹 법 문언에 어느 정도의 모호함이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법 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자의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24. 8. 29. 2021헌바74).
(2) 민법상 혼인은 법률행위로서 일종의 신분상 계약이다. 부부는 서로 배우자의 신분을 가진 친족이 되고(민법 제777조 제3호), 동거하며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826조 제1항). 따라서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는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를 이루어 그 안에서 서로 배려하고 협조하면서 공동의 삶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다만 우리 민법은 부부가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혼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협의이혼(민법 제834조)과 재판상 이혼(민법 제840조)을 두고 있다. 부부 쌍방이 협의하여 이혼하는 협의이혼과 달리 재판상 이혼은 부부 상호간 이혼에 대한 협의가 없는 경우에도 민법이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는 경우 부부 일방이 가정법원에 청구하여 가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혼하는 것이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사유로 심판대상조항 외에도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제1호),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제2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제3호),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제4호),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제5호)를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이혼에 대해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로서 일방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혼인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방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혼인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를 모두 상정하여 재판상 이혼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고, 일방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혼인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의 통상적인 법해석 또는 법 보충 작용을 통하여 가려질 수 있다. 대법원은 심판대상조항 이혼사유의 의미에 관하여,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하여 왔고(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130 판결 등 참조),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대법원 1971. 3. 23. 선고 71므41 판결;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므990 판결 등 참조),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고 있다(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므28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130 판결;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위와 같이 심판대상조항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파탄의 정도, 혼인계속 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및 양육,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그 밖의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므24 판결;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재판상 이혼 제도의 입법취지, 관련 규정의 종합적인 해석에 의하여 그 내용이 구체화될 수 있고, 확립된 판례에 기초하여 그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어 해석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그 해석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