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3헌마292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박○○
- 국선대리인
- 변호사 신성민
- 피청구인
- 국방부 보통검찰부 군검사
- 선고일
- 2024. 6. 27.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2. 11. 30. 피청구인으로부터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국방부 보통검찰부 2022년 형제14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2. 1. 18. 13:50경 부산 해운대구 (주소 생략) 앞 교차로를 진행하던 중 1차로에서 2차로로 변경하다 주의를 게을리하여 피해자 차량의 좌측 뒤 펜더와 좌측 뒷좌석 문 부분을 청구인이 운전하는 차량의 우측 앞 펜더와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였다(이하 ‘이 사건 피의사실’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2023. 2. 28.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과 근거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조항은 도로교통법(2018. 3. 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된 것) 제48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의무조항’이라 한다) 및 구 도로교통법(2021. 1. 12. 법률 제17891호로 개정되고, 2022. 1. 11. 법률 제187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6조 제1호 중 ‘제48조 제1항을 위반한 차마의 운전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한다)이고, 근거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근거조항] 도로교통법(2018. 3. 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된 것) 제48조(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운전의 의무) ①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차 또는 노면전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 또는 노면전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구 도로교통법(2021. 1. 12. 법률 제17891호로 개정되고, 2022. 1. 11. 법률 제187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6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
1. 제5조, 제13조 제1항부터 제3항(제13조 제3항의 경우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 고의로 위반하여 운전한 사람은 제외한다)까지 및 제5항, 제14조 제2항·제3항·제5항, 제15조 제3항(제61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15조의2 제3항, 제16조 제2항, 제17조 제3항(제151조의2 제2호, 제153조제2항 제2호 및 제154조 제9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제18조, 제19조 제1항·제3항 및 제4항, 제21조 제1항·제3항 및 제4항, 제24조, 제25조부터 제28조까지, 제32조, 제33조, 제34조의3, 제37조(제1항 제2호는 제외한다), 제38조 제1항, 제39조 제1항·제3항·제4항·제5항, 제48조 제1항, 제49조(같은 조 제1항 제1호·제3호를 위반하여 차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과 같은 항 제4호의 위반행위 중 교통단속용 장비의 기능을 방해하는 장치를 한 차를 운전한 사람은 제외한다), 제50조 제5항부터 제10항(같은 조 제9항을 위반하여 자전거를 운전한 사람은 제외한다)까지, 제51조, 제53조 제1항 및 제2항(좌석안전띠를 매도록 하지 아니한 운전자는 제외한다), 제62조 또는 제73조 제2항(같은 항 제1호는 제외한다)을 위반한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 [관련조항] 도로교통법 부칙(2022. 1. 11. 법률 제18741호)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도로교통법(2011. 6. 8. 법률 제10790호로 개정된 것) 제162조(통칙) ① 이 장에서 "범칙행위"란 제156조 각 호 또는 제157조 각 호의 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말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의무조항은 고의범뿐 아니라 과실범까지 처벌하는지 불명확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위 의무조항을 위반할 경우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처벌조항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반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에 위반되는 위 각 법률조항을 근거로 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자체에 대한 주장
(1) 절차적 하자에 대한 주장
(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아 개시된 즉결심판절차에서 청구인에 대한 즉결심판청구가 기각되고 청구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후 내려졌다. 그런데 경찰은 청구인에게 범칙금 통고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범칙금 통고처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스티커가 나온다."라고만 하여 진술거부권조차도 고지하지 않고 청구인이 범칙금 납부통고서 수령에 동의하도록 하였고, 부산해운대경찰서장이 청구인에게 내린 범칙금 납부통고서에는 청구인의 위반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청구인에 대한 범칙금 통고처분은 도로교통법 제163조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한 통고처분이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내림으로써 재판에서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를 다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
(나) 이 사건 피의사실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또는 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는데, 법원은 즉결심판청구에 대하여 청구기각 결정을 내려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및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였다. 이러한 위헌적 청구기각 결정에 터 잡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또한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
(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이 즉결심판 청구기각 결정을 내린 후 부산해운대경찰서장은 형사소송법상 관할검찰청인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이나 군사법원법상 관할검찰부인 제53보병사단 보통검찰부 또는 육군본부 보통검찰부로 송치하지 않고, 육군수사단 62지구수사대로 이송하여 관할을 위반하였다. 또한 즉결심판청구의 피의사실과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사이에 기초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피의사실로 기소되었더라면 군사법원법 제382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을 것인데 피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내림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
(2) 실체적 하자에 대한 주장
(가)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만으로는 청구인이 도로교통법 중 어떤 조항을 위반하였는지 특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의무조항의 문언 및 관련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중과실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어야 위 조항에서 정한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피청구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법률인 이 사건 의무 및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에 위반되는 법령을 기초로 이루어진 기소유예처분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의무 및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청구인은 이 사건 의무조항은 고의범뿐 아니라 과실범까지 처벌하는지 불명확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위 의무조항을 위반할 경우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처벌조항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에 반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한편 청구인은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5조 제1항, 군사법원법 501조의17 제1항 중 ‘즉결심판절차에 따라 심판함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면’ 부분 및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1조 제5항, 군사법원법 제501조의24 제5항 중 ‘명백’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도 주장하나, 청구인이 위헌성을 다투는 위 조항들은 청구인이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법률이 아니므로 그 위헌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피청구인이 수사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전제하에 청구인에게 이 사건 의무조항을 위반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를 인정한 것에 수사미진이나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이 사건 의무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심사기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에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15. 5. 28. 2013헌바385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형법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처벌한다고 규정하여(제13조) 고의범을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고 과실범의 경우에는 직접 명문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하게 하고 있다(제14조). 이러한 형법 총칙 규정은 다른 법령에 정한 죄에 적용하되 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제8조). 대법원은 행정상의 단속을 주안으로 하는 법규라 하더라도 명문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법의 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9807 판결 참조).
(나) 도로교통법은 제151조에서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가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다른 사람의 건조물이나 그 밖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금고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여 과실범까지 처벌하는 경우 이를 문언에 별도로 예정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의무조항은 위 제151조와 같이 그 문언에 과실범을 예정하고 있지 않고 그 외 이 사건 의무조항을 위반한 자 중 과실범도 처벌하기로 하는 별도의 규정도 없다.
(다) 그렇다면 앞서 본 형법의 일반원칙 및 과실범 처벌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의무조항이 행정상의 단속을 주안으로 하는 법규라 하더라도 이 사건 처벌조항이 위 의무조항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벌금과 같은 형벌을 부과할 가능성을 정한 이상, 이 사건 의무조항을 위반한 행위는 형벌의 대상으로서 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사건 의무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이 사건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심사기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분야이다(헌재 2015. 3. 26. 2012헌바297 참조). 그리고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행정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또한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다(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이 사건 의무조항은 개별 조항으로 일일이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반적인 안전운전의무를 정한 것이므로 그 준수를 담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고, 일반적인 의무의 성격상 위 조항을 위반한 행위는 그 태양 및 보호법익 침해 위험의 정도가 다양하여 경우에 따라 행정제재가 아닌 형사처벌을 통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행정질서벌의 부과만으로는 안전운전의무 이행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형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더욱이 이 사건 처벌조항은 법정형을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선택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하한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 처벌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규율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62조가 규정한 ‘범칙행위’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162조 내지 제166조에서 정한 ‘범칙행위의 처리에 관한 특례’를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의무조항을 위반한 자에게는 그의 선택에 따라 법적 제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전과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절차가 추가적으로 보장되어 있다(헌재 2014. 8. 28. 2012헌바433 참조).
(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처벌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 처벌 및 의무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이 사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이 사건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다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을 함에 있어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달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로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