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4. 3. 28. 선고 2020헌바494 결정 [민법 제1003조 제1항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김○○
- 대리인
- 법무법인 비전담당변호사 박명환 외 4인
- 당해사건
-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56350 상속회복 등 청구의 소(2020헌바494) 2. 서울가정법원 2019느합1488 재산분할(2021헌바22)
1.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사건의 배경
(1) 청구인은 망 이○○(이하 ‘망인’이라 한다)를 만나 교제를 시작하여, 2007. 12. 7.경부터 망인과 동거를 시작하였다. 이후 망인은 2018. 3. 17. 새벽에 갑자기 발작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2018. 4. 2. 사망하였다.
(2) 청구인은 2018. 5. 3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를 상대로 사실상 혼인관계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서울가정법원 2018드단15720), 위 법원은 2018. 11. 7. ‘청구인과 망인 사이에 2007. 12. 7.부터 2018. 4. 2.까지 사실상 혼인관계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2018. 12. 1. 확정되었다.
(3) 한편, 망인의 사망 당시 법정상속인들로 망인의 형제자매들인 이□□, 이△△, 이▽▽ 및 망인보다 먼저 사망한 형제자매의 대습상속인들인 하○○, 하□□가 있었다.
나. 2020헌바494
(1) 청구인은 2019. 8. 14.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이 인정되어야 함을 전제로, 청구인이 망인의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인 이□□, 이△△, 이▽▽, 하○○, 하□□(이하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이라 한다)를 상대로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56350).
(2) 청구인은 위 소송 계속 중 민법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9카기51362) 2020. 8. 27. 위 본안 청구 및 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
(3) 이에 청구인은 2020. 9. 28.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2021헌바22
(1) 청구인은 2019. 10. 4.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된 경우에 있어 생존한 사실혼 배우자’(이하 ‘생존 사실혼 배우자’라고 한다)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였다(서울가정법원 2019느합1488).
(2) 청구인은 위 소송 계속 중 민법 제839조의2 제1항, 제2항, 제843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서울가정법원 2019즈기31878) 2021. 1. 5. 위 본안 청구는 기각되고 위 신청은 각하되었다.
(3) 이에 청구인은 2021. 1. 26. 위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민법 제843조 전체에 대하여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그 중 청구인의 주장과 관련 있는 민법 제839조의2 제1항 및 제2항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839조의2 제1항, 제2항, 민법(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된 것) 제843조 중 제839조의2 제1항,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위 조항들을 합하여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이라 한다) 및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이하 ‘상속권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민법(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된 것) 제843조(준용규정)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제806조를 준용하고,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자녀의 양육책임 등에 관하여는 제837조를 준용하며, 재판상 이혼에 따른 면접교섭권에 관하여는 제837조의2를 준용하고,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는 제839조의2를 준용하며,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에 관하여는 제839조의3을 준용한다.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3조(배우자의 상속순위) 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관련조항]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③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3. 청구인의 주장
가. 상속권조항에 관한 주장
(1) 사실혼에 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상속인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파악함으로써 거래의 안전 등을 도모하겠다는 상속권조항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특별법상 보호규정 등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수단이 될 수 없고, 재판에 의하여 사실혼의 존부가 확정된 사람에 한하여 상속권을 인정하되 그 범위와 행사기간을 제한하는 등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면서도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상정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상속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한다.
(2) 사실혼 배우자와 법률혼 배우자는 상속권의 인정 필요성 등에 있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어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상속권조항은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상속권을 인정함으로써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있는바, 위 조항은 평등원칙에 반한다.
나.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관한 주장
(1) 사실혼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점,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특별법상 보호규정 등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수단이 될 수 없는 점,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하에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등 그 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상정할 수 있는 점, 재산분할청구권은 일률적으로 정하여지는 상속권에 비하여 해당 사실혼 배우자가 재산형성 등에 기여한 정도를 고려하게 되므로 이를 인정하는 것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 조치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재산권을 침해한다.
(2) 법률혼 배우자와 달리,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재산분할청구권까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법률혼 배우자에 비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받게 된다. 또한, 사실혼이 사망에 의해 해소된 경우와 생전에 해소된 경우는 사실혼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를 평생 유지하다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배우자는, 혼인파탄 등으로 생전에 사실혼이 해소된 배우자와 달리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없어 부부재산에 대한 어떠한 기여도 인정받을 수 없는바, 생전에 사실혼이 해소된 배우자에 비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평등원칙에 반한다.
4.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관한 판단
가. 청구인은 형식적으로는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관하여 심판을 청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서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의 위헌성을 문제삼고 있으므로, 이는 입법자가 위와 같은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부작위의 위헌성을 다투는 취지라 할 것이다.
나.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입법권의 불행사)와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ㆍ범위ㆍ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즉, 결함이 있는 입법권의 행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은 ‘법률’의 위헌성을 적극적으로 다투는 제도이므로 ‘법률의 부존재’, 즉 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그 자체로 허용되지 아니하고, 다만 법률이 불완전ㆍ불충분하게 규정되었음을 근거로 법률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취지로 이해될 경우에는 그 법률이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을 요건으로 허용될 수 있다(헌재 2010. 2. 25. 2009헌바95 참조). 따라서 청구인의 이 부분 심판청구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청구에 해당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부적법하게 된다.
다. 살피건대, 현행 민법은 그 체계상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도 다른 상속인들과 마찬가지로 상속제도의 규율을 받도록 정하되, 배우자가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공동상속하는 경우에는 그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의 상속분에 5할을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09조 제2항). 그에 비해 혼인관계가 ‘쌍방 생전에 해소된 경우’에는 재산분할제도의 규율을 받도록 정하여 그 체계를 달리하고 있다. 재산분할청구권조항도 위와 같은 민법의 이원적 체계에 따라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생전에 혼인이 해소된 경우를 전제로 각 당사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입법하고 있을 뿐, 일방의 사망으로 혼인이 종료되어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 관하여는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않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할 때, 입법자는 이혼과 같이 쌍방 생존 중 혼인이 해소된 경우의 재산분할제도만을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의 입법사항으로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문제삼는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의 재산분할제도를 두지 않은 부작위는, 입법자가 어떠한 입법적 규율을 하였는데 그 내용이 불완전ㆍ불충분한 경우가 아니라, 애당초 그러한 입법적 규율 자체를 전혀 하지 않은 경우, 즉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마.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외형상 특정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제기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진정입법부작위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부적법하다.
5. 상속권조항에 관한 판단
가.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4. 8. 28. 선고한 2013헌바119 결정에서, 상속권조항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상속권)을 침해하지 않고, 자의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아래 결정이유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권조항’과 동일한 법률조항을 약칭한 것이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국민연금법 등에 근거한 급여를 받을 권리 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에게 영향을 미쳐 명확성과 획일성이 요청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1) 위와 같은 선례의 결정이유는 심판대상이 동일한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이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은 사실혼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선례의 판단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사실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일부 변화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상속제도의 형성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점, 현행 민법상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함이 원칙인바(제1005조), 상속채권자 등 관련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속인의 확정 등에 있어 법적안정성이 특히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는 점, 사실혼 부부에게도 혼인관계의 실체가 존재하기는 하나 이러한 요소만으로는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와 같은 객관적ㆍ획일적인 공시방법이 되기 어려워 현행 민법 하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이 앞서 본 선례의 판단을 변경해야 할 만한 사정변경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따라서 상속권조항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상속권)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평등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상속권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고, 법정의견에 대하여는 재판관 이영진의 아래 8.과 같은 보충의견이 있다.
7.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청구인의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한 심판청구가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서 적법하고, 나아가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1)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한 청구인의 주장은, 혼인(법률혼과 사실혼을 포함하는 개념이고, 이하에서 언급되는 ‘혼인’ 역시 특별히 구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찬가지이다)이 해소된 경우에는 그 해소사유를 불문하고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이 협력하여 이룩한 공동재산을 청산·분배받을 수 있어야 함에도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이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2)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여 부부의 일방이 혼인(해당 조항에서는 ‘법률혼’을 지칭한다)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하고, 부부 중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하고 있다(제830조 제1항, 제2항). 부부별산제에 관한 내용은 사실혼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은 실질적으로 부부의 공동재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이유에서 그러한 재산을 부부 중 일방의 명의로 취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부부별산제 하에서 일방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고, 다른 일방 배우자가 위 추정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재산을 취득하는 데 대가를 부담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나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가사노동에 전념한 배우자는 가사노동을 통한 간접적인 기여가 일반적이어서 특유재산의 추정을 번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부부별산제 하에서는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이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 해당 재산의 취득에 협력한 다른 배우자의 기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고, 이러한 문제점은 혼인이 해소되어 혼인관계가 종료될 때 현실적으로 드러난다. 혼인이 해소될 때 재산을 그 명의에 따라 귀속시킨다면 실질적인 부부재산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민법은 재산분할제도를 도입하였는데, 혼인 해소 시 부부의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하여 쌍방의 기여도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하고자 하는 것이 재산분할제도의 본질이고, 따라서 재산분할에 의한 재산 이전은 혼인의 해소를 계기로 공동재산에 잠재되어 있던 지분권을 현재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헌재 1997. 10. 30. 96헌바14 참조).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이와 같은 재산분할제도의 내용을 구체화한 규정으로, 그 입법사항은 혼인의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과 그 내용에 관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혼인의 해소사유에는 이혼이나 사실혼 파기와 같은 생전 해소사유 외에 사망도 있는데,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생전 해소사유로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만 재산분할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즉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 발생을 정하고 있는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사실혼이 파기된 경우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된다는 법원의 해석에 따라 이혼 또는 사실혼 파기로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 있어서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 그 내용이 구체화되었는바, 혼인 해소 중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를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이 혼인의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하면서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를 배제한 것은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다투는 청구인의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의 재산권 침해 여부
(1) 입법자는 재산분할제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혼인의 해소를 계기로 청산·분배하고자 하는 것이 재산분할제도의 본질인 이상, 입법자는 이러한 재산분할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형성권을 행사하여야 하는 한계를 갖는다. 이하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이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를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에서 배제한 것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산분할제도는 민법이 혼인 중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 혼인의 해소 시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혼인 해소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도 재산분할의 고려대상이 되지만, 재산분할제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분배에 있고, 재산분할에 의한 재산 이전은 공동재산에 잠재되어 있던 지분권을 현재화하는 것, 즉 원래의 권리자에게 그 권리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한편 혼인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된 경우에도 부부의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할 필요가 있는바, 입법자는 일방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경우 재산분할제도가 아닌 상속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입장을 채택하여 상속권을 인정하는 대신(민법 제1003조 제1항),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경우를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에서 배제하고 있다(재산분할청구권조항). 그러나 민법의 상속제도는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어 결국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이나 재산분할 어느 것으로도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청산·분배받을 수 없다. 객관적·획일적 공시를 통해 혼인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게 되면 상속채권자와의 법률관계 등에 있어 거래의 안전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이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를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에서 배제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가) 사실혼은 혼인의사와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만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 법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 뿐 부부로서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있어서는 법률혼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바, 사실혼 해소 시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청산·분배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역시 법률혼 해소 시와 다를 것이 없다. 한편 혼인이 해소된 경우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여 재산명의자 아닌 배우자가 그의 권리를 회복할 필요성은 혼인이 생전에 해소되었는지 아니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되었는지에 따라 다르지 않고, 다만 구체적인 청산의 방법을 달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을 인정하지 않고, 이로써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자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재산분할청구권까지 부정되어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청산·분배받을 수 없는데, 이는 일방의 사망으로 법률혼이 해소된 경우 또는 생전에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불리하다. 반면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더라도 사망한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의무를 승계한 상속인과의 관계만 문제될 뿐 그 외 상속채권자 등 제3자와의 법률관계에서 거래의 안전이 문제 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게 되면 상속재산이 일부 감소할 수 있으나, 이는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에 잠재되어 있던 지분권을 현실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상속인이나 수유자에게 귀속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회복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재산분할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 민법상 특별연고자에 대한 상속재산분여의 규정(제1057조의 2)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도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여받을 수 있지만, 이는 사망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조항일 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사망한 경우 임차인과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임차권 승계를 인정하나(제9조), 그 주된 취지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거주권을 보호하는 데에 있지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데에 있지 아니하다. 그밖에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등에 따라 유족급여 등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기는 하나, 이 역시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기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없다. 이처럼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보호하는 현행 제도들은 재산분할청구권을 대체 또는 보완하는 제도로는 뚜렷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 이와 같이 현재의 법체계 및 재산분할제도 하에서는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되면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회복할 수 없는데, 그 결과 사실혼 부부가 협력하여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사실혼 배우자 일방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다른 일방 배우자가 사실혼 해소의사를 표시하고 재산분할청구를 한 경우 이후 사망한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인에게 재산분할의무가 승계되어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자신의 지분을 청산·분배받을 수 있는데(대법원 2009. 2. 9.자 2008스105 결정 참조), 상대방이 사망할 때까지 사실혼을 유지하며 부양의무를 다한 배우자보다 상대방의 사망에 임박하여 사실혼을 해소한 배우자가 더욱 두텁게 보호받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이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산분할청구권의 발생에서 배제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3) 결국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이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분배를 위하여 도입된 재산분할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입법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다. 결론
이상 살핀 바와 같이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은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다만 재산분할청구권조항의 위헌성은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점에 있는데,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재산분할청구의 근거조항이 사라지게 되어 생전에 혼인이 해소된 당사자까지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나아가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발생의 구체적인 요건, 청구절차, 청구기간 등에 관한 내용은 상속인과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된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할 필요가 있다.
8. 재판관 이영진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결론에 있어서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속 또는 재산분할청구권 관련 규정 등의 입법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사실혼의 의의와 보호의 정도
사실혼은 혼인의사와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함에도 혼인신고라는 법규상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서 법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 뿐 부부로서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있어서는 법률혼 부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학설과 대법원 판례는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도 부부로서의 동거ㆍ부양ㆍ협조의무가 있고, 부부 간의 정조의무를 지켜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을 파기한 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실혼이 생전에 해소된 경우에는 부부재산에 관한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등 참조). 그 밖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나 공무원연금법 등 각종 연금 관련법령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유족급여를 받을 권리를 인정하거나,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일정한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임차권의 승계를 인정한 것 등도 사실혼을 실제상 법률혼과 같이 적극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입법적으로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헌재 2014. 8. 28. 2013헌바119 중 재판관 김창종의 보충의견 참조).
나.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의 문제점
(1) 그런데 사실혼이 생전에 해소된 경우가 아니라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생존 법률혼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근거로,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참조).
(2) 사망에 의한 법률혼 종료의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부부 재산관계의 청산 및 생존 배우자의 부양을 도모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일방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에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고 재산분할청구권을 비롯하여 부부재산의 적절한 청산 내지 부양을 도모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혼인 중 취득한 부부 일방 명의의 재산 가운데 부부 쌍방의 노동과 협력으로 취득한 재산을 대외적인 명의와 관계없이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아 공유물분할청구나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 등을 통하여 자신의 재산을 찾아오는 방법이 있으므로 별도의 재산청산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을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그 재산 취득에 있어서 대가를 공동으로 부담하였다는 등 구체적으로 재산형성에 직접 기여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할 터인데, 실제 그러한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현행 법제 하에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자신의 기여로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도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가사와 육아 등을 위하여 자신의 직업능력을 발휘하거나 별도의 수입을 얻는 데 지장을 받게 된 경우에는 배우자의 사망 후 생계유지가 어려워질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헌재 2014. 8. 28. 2013헌바119 중 재판관 김창종의 보충의견 참조).
다. 입법개선의 필요성
(1) 앞서 살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입법자에게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하여 넓은 입법재량이 있다고 할 것인바, 법정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의 법 상태에서 제도적 보완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이나 재산청산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도록 결정한다면, 민법의 전체 체계와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이 침해되어 관련 법률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는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입법을 통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 대하여도 일정한 경우 재산청산 내지 부양 등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되,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법적안정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2) 현재 학계에서도 생존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속권, 재산분할청구권, 부양적 청구권의 입법론 등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가령,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되, 법적안정성 확보 등을 위하여 재판으로 사실혼관계의 존재가 확정된 사람의 경우에만 상속권을 소급하여 인정하고, 이 경우에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하여 법정상속인에 대한 가액반환만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상속권 입법론),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된 경우에도 생전에 해소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재산분할청구권조항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자는 견해(재산분할청구권 입법론), 생존 사실혼 배우자가 상속인들에 대하여 부양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현저한 재산적 기여를 하였을 경우에는 청산적 요소를 가미하여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하자는 견해(부양적 청구권 입법론) 등을 참조할 수 있다.
(3) 외국의 사례를 살피더라도, 영국, 스웨덴,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들에서 사실혼 내지 이에 준하는 관계가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된 경우, 생존한 당사자에게 재산청산 내지 부양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도에 있어서는, 일정한 요건 하에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생존한 당사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는 방법, 공동생활관계가 해소된 경우 각 당사자가 일정한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사망으로 인한 해소의 경우에도 사망한 상대방의 상속인들에 대하여 이를 분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위와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는 아니하나 부양을 위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분여를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는 방법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적어도 일방의 사망으로 인한 부부 공동생활 등의 해소가 생존한 다른 일방에게 가혹한 결과가 되지 않도록 규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나라마다 역사적, 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라 혼인제도에 관한 법적 규율 및 보호의 정도, 요건 등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적어도 법률혼이 아닌 혼인관계의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 일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고, 우리의 경우에도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보호 필요성에 있어 달리 살필만한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라. 소결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은 이유로, 입법자는 사실혼이 일방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청산 내지 부양에 관한 권리가 적절히 담보될 수 있도록, 현행법의 규율 체계 및 학계의 관련 논의, 외국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관련 제도를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재판관 이종석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