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3. 12. 21. 선고 2020헌바495 결정 [형사소송법 제420조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정○○
- 대리인
- 변호사 박진수, 김경덕, 이대승
- 당해사건
- 부산고등법원 2019재노10 컴퓨터등사용사기등
- 선고일
- 2023. 12. 21.
구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되고, 2020. 12. 8. 법률 제175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0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2. 9. 컴퓨터등사용사기죄, 범죄단체활동죄, 범죄단체가입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부산지방법원 2017고합408, 409(병합), 455(병합), 506(병합), 533(병합), 538(병합), 558(병합)], 이에 청구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2018. 7. 11. 위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청구인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였고[부산고등법원 2018노183, 217(병합), 292(병합), 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은 2018. 7. 19. 확정되었다(이하 위 형사사건을 ‘재심대상사건’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2019. 5. 16. 재심대상판결에 관하여 "재심대상판결은 청구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위법한 판결로서 재심대상사건의 소송행위는 무효인바, 재심대상판결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 중 직권조사사유에 대한 판단 누락이 있는 경우(이하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판단 누락’이라 한다)’ 및 ‘공판절차가 위법하여 그 소송행위가 무효인 경우(이하 ‘공판절차의 위법’이라 한다)’에 해당하므로 재심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2020. 8. 31. 재심청구가 기각되었다(당해 사건). 이에 청구인이 재항고하였으나 2021. 1. 22. 기각되었다(대법원 2020모2984).
다. 청구인은 당해 사건 계속 중 구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그 재심이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면서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판단 누락’과 ‘공판절차의 위법’을 재심이유로 정하지 않은 것은 불완전, 불충분한 입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구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20. 8. 31. 기각되자(부산고등법원 2019초기66), 2020. 9.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되고, 2020. 12. 8. 법률 제175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0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구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되고, 2020. 12. 8. 법률 제175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0조(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1.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3. 무고로 인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4.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5.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6.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단,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재심대상사건의 제1심 재판 과정에서 법과 규칙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충분한 안내 및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상당한 숙고시간을 부여받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재심대상판결은 직권조사사유인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희망의사의 확인’에 관한 위 제1심의 위법을 치유하지 않은 채 통상의 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여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재심대상판결은 청구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위법한 판결이고, 재심대상사건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재심이유를 열거적으로 규정하면서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판단 누락’과 ‘공판절차의 위법’을 재심이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바,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정되어 재심을 받고자 하는 자의 재판청구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4. 판단
가. 쟁점
심판대상조항이 재심이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면서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판단 누락’과 ‘공판절차의 위법’과 같은 하자를 재심이유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재심을 받고자 하는 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가 문제 된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그 주장내용을 살펴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위와 같은 두 가지 하자를 재심이유에 포함시키지 않아 심판대상조항에 열거된 다른 재심이유가 있는 경우와 달리 재심이 부당하게 제한된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와 다름없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재심이유가 제한되어 재심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나, 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고 침해의 정도가 큰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헌재 2018. 7. 26. 2016헌마1029; 헌재 2021. 1. 28. 2019헌가24등 참조).
나.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재심이유에 ‘법관의 오판 등’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를 규정하지 아니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선고하였는데(헌재 2011. 6. 30. 2009헌바430; 헌재 2013. 12. 26. 2012헌바356),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형사소송에서 재심이유를 7개의 항목으로 분류하여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이유는 종국판결에 오류가 있는 경우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무고한 자를 구제하는 한편, 불필요한 재심을 방지하고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여 법원 판결의 권위를 유지함과 아울러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재심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유죄의 확정판결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오류를 가지고 있고 재심이 더 정당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원판결의 증거가 허위임이 드러나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 원판결의 기초가 되는 판결이 변경되거나 원판결 또는 수사의 절차에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경우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관의 오판 등’은 결국 피고인의 주장과 상반되는 법관의 증거평가 자체를 재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서, 원판결의 오류 및 재심판의 정당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법관의 오판 등’을 재심이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이것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민사소송과는 그 목적과 성질을 달리하는 형사소송에서, 과연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주장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것인지 등을 객관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고, 결국 이를 재심이유에 포함시키게 되면 피고인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항에 대하여 판결이유에서 판단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아니한 것을 모두 재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릴 우려가 있다. 이것은 앞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무의미한 불복절차를 반복하게 하는 것과 다름 아닌 것으로서, 원판결의 오류 및 재심판의 정당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를 재심이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이것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재심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유죄의 확정판결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오류를 가지고 있고 재심이 더 정당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존재하여야 한다.
(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판단 누락’과 ‘공판절차의 위법’과 같은 하자가 이에 해당하는지 본다.
1)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의 ‘직권조사사유’는 법령적용이나 법령해석의 착오 여부 등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할 사유를 말한다(대법원 2006. 3. 30.자 2005모564 결정 참조). 그런데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판단이 누락되었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형사소송에서 과연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주장이 무엇인지, 그에 관한 판단이 누락된 것인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를 재심이유에 포함하게 되면 피고인이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항에 대해서 판결이유에서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경우를 대부분 재심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게 된다.
2) 한편 판결내용 자체가 아니고, 공판절차가 위법한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인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고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그것 자체만으로는 그 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 전부를 무효로 할 정도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4도1925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도8377 판결 참조). 그런데 구체적인 사건에서 공판절차가 위법한지 여부, 공판절차의 위법성이 중대하여 그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를 무효로 볼 것인지 여부 및 공판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었는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이를 재심이유로 포함할 경우 피고인이 공판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모든 경우를 재심의 대상으로 삼을 우려가 있다.
(다) 그러므로 ‘직권조사사유에 관한 판단 누락’과 ‘공판절차의 위법’과 같은 사유는 원판결의 오류 및 재심판의 정당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이를 재심이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이것이 재심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이종석,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