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21헌마413 결정 [불기소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이○○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이□□
- 대리인
- 변호사 손명숙
- 피청구인
-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검사
피청구인이 2021. 1. 7.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2020년 형제11904호 사건에서 피의자 이△△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1. 1. 7. 피의자 이△△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제추행)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유사성행위) 혐의에 관하여 피의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2020년 형제11904호, 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도축업에 종사하고, 피해자(여, 11세, 이하 ‘청구인’이라 한다)는 피의자의 친딸이다. 피의자는 약 1년 전 아내와 이혼한 후 주거지에서 청구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고, 어린 딸인 청구인이 자신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반항하거나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적인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청구인을 강제추행하였다.
(1)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준강제추행)
(가) 피의자는 2019. 10. 일자불상 23:00~24:00경 사이에 경남 ○○군 ○○길 (지번 생략)에서 청구인을 불러 자신의 옆에서 자라고 하면서 청구인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이후 피의자는 자고 있는 청구인의 상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왼쪽 가슴을 만졌고, 이를 인지한 청구인은 피의자의 손을 빼고 피의자의 방에서 나와 버렸다(이하 ‘제1피의사실’이라 한다).
(나) 피의자는 2019. 12. 일자불상 크리스마스 이전 위 장소에서 전기장판이 없어 청구인과 함께 잠을 자게 되었는데, 이후 청구인의 바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청구인의 음부를 만졌고, 이를 인지한 청구인이 피의자의 손을 빼고 피의자의 방에서 나와 버렸다(이하 ‘제2피의사실’이라 한다). 이로써 피의자는 친족관계에 있는 청구인을 2회 준강제추행하였다.
(2)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유사성행위)
피의자는 2020. 월일불상 봄방학 23:00경 위 장소에서 잠을 자다 청구인의 방으로 들어가 청구인 옆에 누웠는데, 이후 청구인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은 후 음부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약 30분간 만졌고, 이를 인지한 청구인이 피의자의 손을 빼고 방에서 나와 버렸다(이하 ‘제3피의사실’이라 하고, 제1 내지 3피의사실을 통틀어 ‘이 사건 피의사실’이라 한다). 이로써 피의자는 13세 미만인 청구인에 대해 유사성행위를 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1. 4. 8.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의 일관된 피해 진술,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 각 행위의 경위와 모습, 횟수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의 고의를 인정할 여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보강조사 없이 청구인에 대한 부적절한 조사를 통해 피의자의 변명을 받아들여 고의를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수사미진의 잘못으로 사실을 오인하여 결론을 그르친 것이다.
3. 판단
가.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08. 4. 28. 피의자와 이□□ 사이에서 태어난 여아로,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 행위일을 기준으로 만 11세의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다. 피의자와 이□□ 사이에 자녀로는 청구인 외에 청구인의 오빠가 있다. 이□□은 2019. 9. 내지 10.경 피의자와 부부싸움을 한 후 가족과 동거하던 집에서 나왔고, 그 무렵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을 하였다. 피의자와 이□□은 2020. 2. 3.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고, 같은 날 청구인의 공동친권자로 지정되었다.
(2) 청구인은 2020. 7.경 학교 선생님에게 피의자로부터 성폭력범죄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렸고, 이에 경찰은 2020. 7. 24. 청구인을 아동보호시설로 인도하고 피의자에 대한 임시조치를 하였다. 청구인은 2020. 8. 5. 신뢰관계인으로 지정된 상담교사 및 진술조력인과 함께 경남○○센터에서 조사를 받았다. 청구인은 위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피의자가 청구인의 가슴을 손으로 만지고 성기에 손을 올려놓았으며 유사성행위를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는데,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제1피의사실과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가 배우자와 이혼한 후 2019. 10.경 청구인을 불러 자신의 옆에서 자라고 했다. 피의자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청구인은 당시 (피의자와) 같이 잤는데, 계속 뭔가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가 올라와서 밟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피의자가 손으로 청구인을 만지고 있었다. 피의자는 당시 팔베개를 하여 주었고, (팔베개를 하지 않은) 다른 손을 청구인의 상의 속옷 안으로 넣어 왼쪽 가슴을 만졌다(청구인은 만지는 모양을 ‘조물딱’이라고 묘사하였다). 그래서 (청구인이 피의자의 손을) 뺐더니 피의자는 "으으음"이라는 마치 ‘어린 아이가 집에 가기 싫다’고 하면서 내는 소리 같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냈다. 청구인은 피의자가 자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피의자가 코를 골고 있었고, 볼을 만지는 것을 좀 싫어하는 피의자의 볼을 만져 보았는데도 가만히 있었기에 자고 있다고 생각했다. 청구인은 피의자의 손을 빼고 피의자의 방에서 나왔다. 피의자가 (그 이후에) 청구인에게 청구인의 엄마한테 하던 습관이 되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너무 뚱딴지같은 소리였다. 엄마와 착각할 일도 없다.」
(나) 제2피의사실과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당시 오빠와 같은 방을 썼고 추운 날이었는데 청구인의 이부자리에는 전기장판이 없었다. 어린 아이도 아니어서 (이부자리에 전기장판이 있는) 오빠와 같이 자는 것은 불편하기도 하고 피의자의 침대가 넓어서 피의자의 방으로 가서 전기장판이 있는 피의자의 침대에서 잤다. 피의자는 술을 먹고 누워있었는데 그때도 팔베개를 하여 주었다. 피의자는 맨정신이었던 것 같다. 피의자는 청구인의 바지와 속옷 안으로 손을 넣고 청구인의 음부 부위에 손을 놓아두고 있었다. "으으음" 소리를 냈다. 피의자가 청구인을 계속 만지고 있어서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서 나왔다. 청구인이 나오니까 피의자는 "으으음" 신음소리를 냈고, 만두 모양의 베개를 주니 조용해졌다. 오빠와 같이 쓰는 방으로 갔고, 오빠가 청구인에게 "왜 왔냐. 춥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춥더라도 거기에서 자는 것이 더 편했다.」
(다) 제3피의사실과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그 당시에는 청구인 혼자 오빠와 함께 쓰던 방을 쓰고 있었다. 피의자가 화장실을 갔다가 청구인의 방으로 들어와 청구인의 옆에 누웠다. 피의자가 코를 골았기 때문에 자고 있었다고 생각되고, 술기운이 있었다. 피의자는 "그냥 아 자겠다."라고 하면서 청구인 옆에 누워 있다가 청구인의 음부에 자신의 손가락을 ‘쑤셔 박듯이’ 계속 약 30분 동안 넣었다. 그때도 계속 "으으음" 신음소리를 냈다. 징그럽고 아파서 피의자의 팔을 선풍기에 밀어 넣고 밀어내고 싶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청구인은 피의자가 있던 자신의 방에서 나와서 강아지와 함께 피의자의 방으로 가서 잤다.」
(라) 그 밖의 사정과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와 청구인의 엄마는 청구인이 5학년이던 해(2019년) 10월경에 헤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피의자가 보고 싶다.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아무 처분도 안하고, 그냥 피의자가 스스로 (그런 행동을) 안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안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할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안 하고 있으니까 예상과 좀 다르기도 해서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피의자는 2020. 1.경 청구인에게 청구인의 몸을 만지는 꿈을 생생하게 꿨다고 얘기를 했다. 이에 청구인은 피의자에게 만진 사실을 말해 주었다. 피의자는 청구인에게 수십 번 사과했다. 그 이후로 만지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피의자가 부르면 잘 갔고, 그냥 혼자 자고 싶다고 하면 말없이 그냥 자기도 했다.」
(3) 피의자는 2020. 8. 30. 경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제2피의사실 당시 무언가 찝찝한 느낌을 받아서 청구인에게 물어보았고 청구인으로부터 몸을 만졌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청구인에게 사과를 하였고 그 뒤로는 별 문제 없이 지내왔다. 나머지 피의사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하였다.
(4) 이 사건은 2020. 10. 5. 피청구인에게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고, 피청구인의 수사관은 2020. 12. 22. 청구인 상담교사의 휴대전화로 전화하여 청구인의 진술을 청취하였다. 청구인은 전화진술 청취 당시에도 대부분 위 ○○센터에서의 진술과 유사한 진술을 하였으나, 종전의 진술과 다소 다른 취지의 진술도 하였다.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피의사실과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가 불러서 간 것이 아니라 아빠(피의자)가 좋았으니까 갔다. ("아빠가 엄마랑 이혼하고 그때 이후로 계속 아빠와 같이 둘이서 계속 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네. ("그러다가 만진 적 없었는데 딱 2019. 10. 이때부터 아빠가 만지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네. ("그랬는데 아빠가 술에 취해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거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네. ("그리고 세 번 다 아빠가 술에 취해 있었고 완전히 만취상태였다는 거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네. (제3피의사실 관련하여) 봄방학에는 피의자가 오라고 해도 또 술기운 때문에 부르는 것 같아서 그냥 혼자 자라고 했다. 피의자가 그때 불렀었다. "같이 자자, 같이 자자" 이러는데 그때 좀 사춘기였던 것 같다. 그 일도 있고 나서 같이 자고 싶지 않았다. 또 그럴까봐.」
(나) 그 밖의 사정과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게 내가 계속 아빠가 왜 잤는지 안 잤는지 물어보고 하는 부분이 아빠가 일부러 만지려고 하고 그렇게 해야 아빠가 나쁜 사람으로 저희가 처벌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청구인 말 들어보면 아빠가 아무런 그런 생각 없이 그냥 자고 있었다는 거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네. ("그 뒤로 아빠가 사과한 다음에는 따로 자면서 방에 들어오거나 그런 적은 없었는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한번 있었어요. ("또 다시 이렇게 만진 적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아니요. 안 만졌어요.」
(5) 피의자는 2020. 12. 23. 검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평소에 베개를 안고 자기도 하고 잠결에 좀 더듬거나 아내의 몸을 만지면서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제2피의사실 행위 당시 딱 한번 실수를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구인에게 물어봤는데 청구인으로부터 가슴과 성기를 만졌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의자는 "이 사건 피의사실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고 그런 사실도 없으나, 청구인이 거짓말을 할 리도 없는 것 같다. 전기장판 문제로 같이 잔 제2피의사실 당시를 제외하고는 청구인과 같이 잔 적이 없었고, 먼저 잠이 들었기 때문에 청구인이 자신에게 와서 잤는지 여부는 모른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피의자의 고의 인정 여부
피의자는 이 사건 피의사실 행위가 기억이 나지 않으며 술에 취하여 자고 있는 상태에서 잠결에 평소 아내를 만지고 자던 습관으로 청구인의 신체를 만졌을 가능성이 있을 뿐, 청구인에 대한 준강제추행 또는 유사성행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피청구인은 피의자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아동의 경우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아동의 나이가 얼마나 어린지, 위 진술이 사건 발생 시로부터 얼마나 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인지, 사건 발생 후 위 진술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편파적인 예단을 가지고 아동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적인 신문 등을 통하여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 올 여지는 없었는지, 위 진술 당시 질문자에 의하여 오도될 수 있는 암시적인 질문이 반복된 것은 아닌지, 같이 신문을 받은 또래 아동의 진술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면담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아동 자신의 진술이 이루어진 것인지,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ㆍ사물ㆍ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 참조).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ㆍ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달리 물적 증거 또는 직접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 내용이 사실적ㆍ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도3830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943 판결 등 참조). 특히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참조).
(2) ○○센터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피의사실에 관한 청구인의 진술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그 자체로 불합리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서, 만 12세에 불과한 청구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와 같은 진술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은 아버지인 피의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진술 내용이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거짓 진술을 하면서까지 피의자를 무고할 이유나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의자도 청구인이 거짓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 각 행위에 관한 청구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
(3) 피의자와 청구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피의사실 행위 당시 피의자가 술을 마셨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의자도 그 당시 평소와 다름없이 소주 2~3병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이며, 달리 피의자가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여 술을 마시는 등으로 음주로 인하여 생각이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또한 피의자가 평소와 같이 음주하였을 때의 상태에 관하여 청구인의 오빠나 어머니를 통해 확인된 바도 없다. 청구인이 검찰 수사관의 전화조사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의자가 만취한 상태였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기는 하였으나, 만 12세에 불과한 청구인의 답변만으로 피의자가 만취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청구인은 이상한 신음소리 등 피의자의 의심스러운 행태를 지적하기도 하였다. 검찰 수사관은 청구인의 신뢰관계인인 상담교사의 휴대전화로 전화하여 청구인과 일대일로 통화하는 방식으로 청구인에 대한 전화조사를 실시하면서 진술조력인의 중개나 보조를 신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6조 제2항 참조), 조사에 앞서 신뢰관계 형성을 위한 문답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사관의 일부 질문이 피의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단답형의 대답을 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점이나 청구인의 이중적인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청구인을 위축시키고 오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점, 청구인이 알 수 없는 피의자의 내심에 관한 질문이 이루어진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의자가 만취상태였냐는 질문에 대한 청구인의 "네."라는 진술은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 한편 청구인은 ○○센터에서 진술하면서, 피의자가 코를 골고 있었던 점과 제1피의사실 행위 당시 청구인이 피의자의 뺨에 손을 댔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을 근거로 피의자가 자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의자가 이 사건 당시 실제로 잠이 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청구인이 제1피의사실 관련하여 "손을 뺐더니 이상한 신음소리를 냈다. 엄마와 착각할 일이 없다."라고 진술하고, 제3피의사실 관련하여서는 "화장실에 갔다가 청구인의 방으로 들어와 옆에 누운 피의자에게 가라고 하니 그냥 자겠다고 하면서 갑자기 음부를 만졌고 빼려고 해도 이상한 음을 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의자가 그 당시 자는 시늉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청구인의 진술에 따르면 제3피의사실은 피의자가 청구인에게 같이 자자고 요청하였으나 청구인이 이에 응하지 않았고, 그 후 자신의 방에서 나와 화장실을 들렀다가 자신의 방이 아닌 청구인의 방으로 들어가서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록상 명확한 집 안의 구조가 나타나지 않고, 피의자의 주장처럼 방을 착각하여 잘못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인지, 그러한 경우가 종종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피의자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말미에 첨부된 도면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의 방 ? 피의자의 방 ? 청구인의 오빠 방 ? 화장실’ 순서로 배치되어 있어서 피의자가 잠결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피의자의 방을 지나쳐 청구인의 방으로 들어간 것이 단순히 착각에 의한 것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피의자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라는 청구인의 말을 듣고도 "그냥 자겠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를 골면서 유사성행위를 하였다는 것이어서 제3피의사실 당시에도 잠결이었다는 피의자의 주장은 더욱 믿기 어렵다.
그 밖에, 피의자가 평소 아내를 만지면서 자는 등 버릇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피의자의 주장 이외에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 이러한 피의자의 평소 잠결에 하는 성적인 습관에 대하여는 피의자의 전 배우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청구인은 전 배우자를 소환하거나 전 배우자에게 전화하여 참고인 조사를 한 바 없다. 또한 진술조력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청구인이 또래보다 키가 큰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만 11세에 불과한 미성년자인 딸과 만 34세의 성인인 전 배우자를 착각할 여지가 있는지에 관하여도 별다른 조사가 이루어진 바 없다. 한편 피의자의 전 배우자는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인 2021. 6. 23. 아동보호기관 상담교사와 면담하면서 "2019. 9.경 집을 나왔는데, 집 나오기 2년 전부터 피의자가 잠결에 몸을 만지면서 잔 적이 없었다. 피의자가 먼저 잘 때도 있었고 잠도 따로 자는 게 대부분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가슴과 성기를 만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러한 행동을 싫어했고, 더구나 손가락을 성기에 삽입한 적은 없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2021. 7. 30. 제출된 상담사실 확인서 참조).
(4) 피의자는 전기장판 문제로 청구인과 함께 있었던 제2피의사실 발생일을 제외하고는 청구인과 같이 잔 사실이 없고 먼저 잠이 들었기 때문에 청구인 스스로 피의자의 옆에 와서 잤을 수는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은 2019. 10.경 이후 2020. 1.경 자신의 방을 갖게 되기 전까지 피의자가 불러서 피의자의 방에서 함께 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청구인이 방을 혼자 쓰게 된 이후에도 피의자가 같이 자자고 하고 청구인이 이에 응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잠결에 아내를 만지면서 자는 습관이 있음을 알고 있는 피의자가 청구인에게 자신의 방으로 와서 같이 자자는 취지로 말하거나(제1피의사실) 같이 자자고 하였으나 응하지 않자 화장실에 들른 후 청구인의 방으로 들어와 청구인 옆에 누워 돌아가라는 청구인의 요청에도 "그냥 자겠다."고 한 것(제3피의사실)으로 보이는데, 이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준강제추행 등의 고의가 있었음을 추단하게 하는 사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5) 청구인은 2020. 1.경 피의자가 자신에게 몸을 만진 사실이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진술하는 반면, 피의자는 전기장판 문제로 같이 자면서 제2피의사실이 있었던 다음 날 청구인에게 만지면서 자는 습관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고 진술하였다. 피의자의 주장대로 제2피의사실 기재 행위 이후 청구인에게 자신의 추행 여부를 물은 것 자체가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 위 행위에 관한 미필적이나마 고의가 있었음을 나타낸다고 볼 여지가 있다. 또한 피의자의 주장과 같이 제2피의사실 이후 추행사실을 알게 되어 사과를 하였다면, 그로부터 1, 2개월 정도 경과하여 청구인의 방에 찾아가 청구인의 옆에 누워 유사성행위를 한 제3피의사실 기재 행위에 대한 고의는 쉽게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피의사실은 2019. 10.경 청구인의 가슴을 만지고(제1피의사실), 2019. 12.경 청구인의 음부에 손을 대고(제2피의사실), 2020. 1. 내지 2.경 손가락을 이용하여 청구인의 음부에 약 30분 동안 유사성행위를 한 것으로(제3피의사실), 시일이 경과하면서 성폭력의 정도가 점점 높아지는 점도 석연치 않다.
(6) 이와 같이 청구인에 대하여 준강제추행 및 유사성행위를 한다는 점에 관하여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피의자의 변명을 배척하고 피의자의 고의를 추단하게 하는 여러 사정들이 있다. 피의자의 평소 주량과 술을 마신 뒤의 행동, 잠결에 아내의 몸을 만지거나 성기에 손가락을 넣는 등 성적인 행위를 하는 습관이 있는지 여부, 그러한 습관이 있음을 피의자가 잘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에 관한 보강조사를 통해 피의자 주장의 신빙성이나 피의자의 고의 여부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피의자에 대한 추가조사 또는 청구인의 오빠나 피의자의 전 배우자 등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피의사실 전부 또는 적어도 그 일부에 관한 피의자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런데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진술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피의자의 고의 여부를 밝히기 위한 보강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피의자의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특히 청구인에 대한 전화진술 청취는 절차적으로 성폭력범죄의 미성년 피해자 보호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피해자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다. 결국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수사미진으로 사실을 오인하여 결론을 그르친 검찰권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