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10. 20. 선고 2020헌마1296 결정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최○○ 외 4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민경식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의 부친 망 최□□은 어업에 종사하던 중 1969. 6. 10. 선원들과 함께 납북되었다가 1969. 11. 2. 귀환하였는데, 납북 경위 및 납북기간 중 행적 등을 사유로 반공법 등 위반죄로 기소되어 1970. 4. 7. 징역 2년 6월, 자격정지 2년 6월을 선고받았고(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69고3089), 항소하여 1970. 9. 9. 징역 2년 6월 및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2년 6월을 선고받았으며(서울고등법원 70노296), 달리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다.
나. 최□□이 2002. 11. 6. 사망한 이후 청구인들은 2015. 2. 4.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는데(서울고등법원 2015재노7), 당시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 등이 인정되어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부인되었고, 나머지 사정만으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2017. 1. 24.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으며,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종전에 망 최□□이 어업에 종사하였고 귀환 후 수사과정에서 폐업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수산업법 제41조 등에 따라 어업허가를 받으려 하였으나, 허가정수의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려면 먼저 망 최□□이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전후납북자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호에 따른 납북피해자로 결정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청구인들이 전후납북자법 제3조에 따른 가족 또는 유족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라. 이에 청구인들은 전후납북자법 제2조 제3호 가.목에서 납북피해자의 요건을 ‘3년 이상 납북된 귀환납북자’로 정하고 있는 것이 불충분하며, ‘3년 미만 납북된 귀환납북자’ 또는 ‘납북으로 인하여 관련법령에 의거 구속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재심 등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자’까지 납북피해자로 인정되도록 위 법률을 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기본권이 침해됨을 주장하며, 2020. 9.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첫째,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즉, 입법권의 불행사)와 둘째,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즉, 결함이 있는 입법권의 행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 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 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 사건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청구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결국 전후납북자법(2007. 4. 27. 법률 제8393호로 제정된 것) 제2조 제3호 가.목이 불충분하게 규정되었음을 다투는 것, 즉 부진정 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은 기본권의 침해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하는데(헌재 2007. 7. 26. 2006헌마1164 참조), 여기서 청구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법령의 규율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적용받게 된 날’을 의미한다(헌재 2004. 4. 29. 2003헌마484 참조). 전후납북자법 제2조 제3호 가.목은 2007. 4. 27. 법률 제8393호로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그 문언을 살펴보면 납북피해자의 요건을 ‘3년 이상 납북된’ 및 ‘귀환납북자’로 정하여 일응 납북자 및 귀환납북자로 인정될 것을 전제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2조 제1호는 납북자의 요건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1953년 7월 27일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남한(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서 북한(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 들어가 거주하게 된 자’로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 본문은 귀환납북자의 요건을 ‘북한을 벗어나 남한으로 귀환한 납북자’로 정하되 그 단서에서는 남한으로 귀환한 후 「국가보안법」 제4조,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9조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이유로 처벌 받은 자는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청구인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청구인들의 부친 망 최□□은 청구인들이 2015. 2. 4. 망 최□□의 반공법 위반혐의 등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1970. 9. 9. 선고 70노296 판결에 관한 재심을 청구하여(서울고등법원 2015재노7) 2017. 1. 24.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됨에 따라 전후납북자법 제2조 제1호 및 제2호에서 정한 납북자와 귀환납북자의 지위를 온전히 확인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구인들은 위와 같은 지위를 확인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귀환납북자 중 ‘3년 이상 납북된’ 자만 납북피해자로 규정한 전후납북자법 제2조 제3호 가.목의 불충분성으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됨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위 재심 무죄판결의 확정일에는 ‘3년 이상 납북된’ 귀환납북자만 납북피해자로 규정한 전후납북자법 제2조 제3호 가.목의 불충분성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청구인들은 이로부터 1년이 도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20. 9. 25.에 이르러서야 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것으로 보더라도,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거나 헌법 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또는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데(헌재 2010. 10. 28. 2008헌마332 참조), 헌법에서 3년 미만 납북되었던 자 또는 납북으로 인하여 관련법령에 의해 처벌받았다가 재심을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은 자를 납북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지 아니하였고, 헌법 해석상으로도 그와 같은 입법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3.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