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5. 27. 선고 2019헌사1121 결정 [효력정지가처분신청]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신청인
- ○○당 대표자 황○○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해송담당변호사 권오현
- 피신청인
- 원자력안전위원회 대리인 법무법인 제민담당변호사 노희범, 박윤정
이 사건 신청을 각하한다.
1. 사건개요
가. 신청인은 제20대 국회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고, 피신청인은 2011. 7. 25. 법률 제10912호로 제정되어 2011. 10. 26.부터 시행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원자력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국가기관이다.
나.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이하 ‘월성 1호기’라 한다) 등을 비롯한 원자로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국수력원자력’이라 한다)는 월성 1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하였고, 피신청인은 2015. 2. 26. 월성 1호기에 대하여 2022. 11. 20.까지 계속운전을 허가하는 의결을 한 바 있다.
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2017. 12. 29. ‘신규원전 백지화 및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사항’ 등이 포함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공고하는 한편, 2018. 2. 20. 한국수력원자력에 ‘향후 전기사업법과 전원개발촉진법 등에 따른 행정처분에 상기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확정된 내용이 연계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귀사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협조 요청 공문을 송부하였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은 2019. 2. 28. 피신청인에게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하였다.
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2018년도 국정감사 결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 여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2019. 9. 30. 제371회 국회본회의에서 위 감사요구안이 가결됨에 따라 국회는 그 무렵 감사원에 위 사안에 관한 감사를 요구하였다.
마.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신청인은 2019. 12. 24.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안을 허가하는 의결(이하 ‘이 사건 의결’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러자 신청인은 이 사건 의결로 인하여 국회의 국정감사권한 또는 국정조사권한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피신청인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을 전제로 이 사건 의결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이 사건 신청을 하였다.
2. 신청인의 주장
국회는 국정감사권한 내지 국정조사권한 행사의 일환으로 감사원에 월성 1호기 폐쇄 관련 감사를 요구하여 그 감사가 현재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이 이에 따른 후속 조치가 있을 때까지 관련 심사를 중지할 의무를 위반한 채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허가하는 이 사건 의결을 한 행위는 국회의 국정감사권한 내지 국정조사권한을 침해한다. 이 사건 의결을 토대로 월성 1호기 운영을 영구정지할 경우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전력 수급에 심한 차질이 발생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게 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이 사건 의결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
3. 판단
가. 가처분의 적법요건으로서의 당사자능력
이미 계속 중이거나 장래 계속될 본안사건의 당사자는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때 당사자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신청인은 권한쟁의심판을 이 사건 신청의 본안사건으로 전제하고 있으므로, 신청인과 피신청인에게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검토한다.
나.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의 ‘국가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별 기준 헌법은 제111조 제1항 제4호에서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의 하나로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의 종류나 범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에 관하여 특별히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가 비록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 조항의 문언에 얽매여 곧바로 이들 기관 외에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국가기관의 의미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의 범위는 결국 헌법해석을 통하여 확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헌법이 특별히 권한쟁의심판의 권한을 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기관소송과 달리 헌법의 최고 해석·판단기관인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하고 있는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없는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헌법해석을 통하여 그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고 국가권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여 헌법질서를 수호·유지하고자 하는 제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의 ‘국가기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국가기관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 여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헌재 2010. 10. 28. 2009헌라6 참조).
다. 신청인의 당사자능력에 관한 판단
(1) 신청인은 정당으로서의 지위와 국회 내 교섭단체로서의 지위를 모두 가졌으므로, 이에 대해서 나누어 판단한다.
(2)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인바, 헌법은 정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정당설립의 자유와 국가의 보호를 규정함으로써(제8조 제1항, 제3항)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다(헌재 2015. 12. 23. 2013헌바168 참조). 그러나 정당은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그 법적 성격은 일반적으로 사적·정치적 결사 내지는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 파악된다(헌재 2007. 10. 30. 2007헌마1128 참조). 비록 헌법이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정당의 해산을 엄격한 요건하에서 인정하는 등 정당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으나, 이는 정당이 공권력의 행사 주체로서 국가기관의 지위를 갖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사인에 의해서 자유로이 설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당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한쟁의심판절차의 당사자가 될 수는 없다.
(3) 한편, 국회법 제33조 제1항 본문은 정당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섭단체는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소속의원의 의사를 수렴·집약하여 의견을 조정하는 교섭창구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헌법은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당사자로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교섭단체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국회는 교섭단체와 같이 국회의 내부 조직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그에 일정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으나(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참조), 교섭단체가 갖는 권한은 원활한 국회 의사진행을 위하여 국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권한일 뿐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교섭단체는 그 권한침해를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4)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은 사적 결사와 국회 교섭단체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가지나, 어떠한 지위에서든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의 ‘국가기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권한쟁의심판을 본안사건으로 전제하고 있는 이 사건 신청은 당사자능력이 없는 자가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라. 피신청인의 당사자능력에 관한 판단
나아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의 범위에 관해 위에서 본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아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설치 근거를 두고 있는 국가기관인 피신청인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은 당사자능력이 없는 자를 상대로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