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 2. 27. 선고 2017헌바249 결정 [민법중개정법률 중 제773조를 삭제한 부분 등 위헌소원]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김○○
- 대리인
- 법무법인(유한) 한별담당변호사 김용원
- 당해사건
- 대구고등법원 2016나25745 소유권말소등기
민법 부칙(1990. 1. 13. 법률 제4199호) 제4조 중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사이의 친족관계’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의 조부인 김□□는 최○○와 혼인하여 장남인 김△△, 오남인 김▽▽ 등 5남 1녀를 자식으로 두었다. 장남인 김△△은 이○○과 혼인하여 청구인을 자식으로 두었고, 이○○이 사망하자 1935. 5. 2. 김☓☓와 재혼하였다가 1947. 6. 14. 사망하였다. 한편 김□□는 장남인 김△△이 사망한 이후인 1948. 10. 20., 최○○는 1953. 3. 15. 각 사망하였는데 최○○가 사망할 때까지 김△△의 사후양자는 선정되지 아니하였다. 김△△의 배우자였던 김☓☓는 1961. 12. 28. 권○○과 재혼하였다가 김△△의 사후양자가 선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1996. 11. 23. 사망하였다.
나. 청구인은 본인이 김□□ 가(家)의 출가녀로서 조부인 김□□가 소유하고 있던 포항시 (주소 생략) ○○리와 □□리에 소재한 부동산을 상속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 내지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한 김□□의 오남인 김▽▽과 김▽▽의 자녀들을 상대로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6. 8. 25. 청구가 기각되자(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15가합41478), 항소하였다(대구고등법원 2016나25745). 이후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773조 중 법정친자관계로서의 계모자관계를 삭제한 부분과 민법 부칙(1990. 1. 13. 법률 제4199호) 제4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구고등법원 2017카기200) 2017. 5. 25. 항소 및 위 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7. 6.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이하 ‘1990년 개정 민법’이라 한다)에서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법’이라 한다) 제773조를 삭제한 부분 및 민법 부칙(1990. 1. 13. 법률 제4199호) 제4조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구 민법에 의해 계모자 사이에 발생하였던 법정친족 관계가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 것은 1990년 개정 민법에서 계모자 사이를 법정친족관계로 의제하던 구 민법 제773조를 삭제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에 발생한 법정친족 관계 역시 1990년 개정 민법이 시행된 날부터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는 부칙 제4조 때문이므로 부칙 부분만을 심판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또한 청구인은 민법 부칙 제4조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위 조항 중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사이의 친족관계’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 부칙(1990. 1. 13. 법률 제4199호) 제4조 중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사이의 친족관계’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민법 부칙(1990. 1. 13. 법률 제4199호) 제4조(모와 자기의 출생 아닌 자에 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일 전에 발생한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및 그 혈족·인척 사이의 친족관계와 혼인 외의 출생자와 부의 배우자 및 그 혈족·인척사이의 친족관계는 이 법 시행일부터 소멸한다. [관련조항]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773조 삭제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73조(계모자관계로 인한 친계와 촌수)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및 그 혈족, 인척사이의 친계와 촌수는 출생자와 동일한 것으로 본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이미 발생한 계모자관계도 1990년 개정 민법이 시행된 1991. 1. 1.부터 소멸하도록 정하면서 어떠한 예외나 단서도 마련하고 있지 아니하는바, 이는 전처의 출생자인 계자가 이미 가지고 있던 계모 사망 시의 재산상속권이나 계모 소유의 재산을 상속하게 될 것이라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재산상속에 대한 기대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재산권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쟁점
심판대상조항은 1990년 개정 민법 시행일인 1991. 1. 1.부터 1990년 개정 민법 시행 이전에 이미 형성된 계모자 사이의 법정친족관계가 일률적으로 소멸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계모자 사이에는 법정친족관계를 전제로 하는 상속권이 더 이상 인정되지 아니하게 되었는바, 심판대상조항이 소급입법에 해당하거나,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어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재산권 침해 여부
(1) 소급입법금지원칙 위배 여부
일반적으로 소급입법의 태양에는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의 대상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과 이미 과거에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이 있고,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이 금지되는 것은 진정소급입법이다(헌재 2016. 10. 27. 2015헌바203등 참조). 그런데 상속이 개시되어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시점은 피상속인의 사망 시이고(민법 제997조, 제1005조), 구체적인 상속분이 정해지는 것도 피상속인의 사망 시이다. 따라서 1990년 개정 민법 시행 이전에 이미 계모가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었다면, 그에 따른 사법상 법률관계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달라질 여지가 없다. 즉 청구인의 계모인 김☓☓가 1990년 개정 민법 시행일인 1991. 1. 1. 이전에 사망하였다면 두 사람이 법정친족관계가 인정되는 계모자 사이임을 전제로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가 정리되었을 것이고, 이미 성립된 법률관계는 심판대상조항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구인의 계모인 김☓☓가 1990년 개정 민법 시행 이후인 1996. 11. 23. 사망하였기 때문에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두 사람 사이의 법정친족관계가 소멸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청구인과 계모 김☓☓ 상호 간에 상속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게 된 것인바, 심판대상조항은 시행일 이후에 비로소 완성되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1990년 개정 민법 시행 이전에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인 계모의 사망에 따른 상속관계를 규율하여 이전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어서 헌법 제13조 제2항이 금하는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바,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89등; 헌재 2016. 10. 27. 2015헌바203등 참조).
(2) 신뢰보호원칙 위배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은 1990년 개정 민법 시행 이전에 성립된 계모자 사이의 법정친족관계를 1990년 개정 민법 시행일인 1991. 1. 1.부터 소멸시킴으로써, 1991. 1. 1. 이후 계모 또는 계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상호 간의 상속이 인정되지 않는 결과를 야기하므로 재산권 제한에 있어 부진정소급입법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구법상의 기대이익을 존중하여야 할 입법자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 경우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여전히 문제된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89등; 헌재 2016. 10. 27. 2015헌바203등 참조).
(나) 신뢰보호원칙이란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기존 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반면,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당사자의 신뢰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 그러한 입법은 허용될 수 없다는 원칙으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 기초하고 있다(헌재 2015. 6. 25. 2013헌마198 참조).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헌재 2012. 11. 29. 2011헌마786등 참조).
(다) 살피건대, 유류분 제도의 존재 등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상속순위가 1,2순위에 해당하는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의 상속에 대한 기대가 법적인 보호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헌재 2010. 4. 29. 2007헌바144 참조), 1990년 개정 민법 시행 이전에 성립된 계모자관계에 있어 계모의 재산에 대한 계자의 상속에 관한 기대도 법질서가 인정하고 있던 법정친족관계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호가치 있는 신뢰임은 분명하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89등; 헌재 2016. 10. 27. 2015헌바203등 참조). 다만 피상속인의 사망 시에 결과적으로 상속인이 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상속분을 인정받을 것인지는 사망 당시 존재하는 상속인들 사이의 상속 순위 및 유증이나 기여분 등의 존부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에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가지는 상속에 대한 기대가 확정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바, 그렇다면 이러한 상속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보호될 수 있는지는 그 지위를 박탈하는 제도 변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입법자가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민법을 개정하면서 제773조를 삭제하여 계모자 간의 법정친족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계모자 사이에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법률로써 모자관계로 의제하는 것이 전근대적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로서 오늘날의 가족생활관계에서는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계모가 친모보다 우선하는 권리를 가지게 되어 계자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았으며, 계부자관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계모자관계만을 인정하는 것은 양성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헌재 2009. 11. 26. 2007헌마1424 참조). 우리 헌법은 인간존엄과 양성평등을 근간으로 하여 가족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민주적 가족제도를 추구한다. 따라서 어떠한 제도나 관습이 아무리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어 왔다고 할지라도 그 내용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면 가족제도에 관한 민법의 틀 안에 수용될 수 없다. 이에 1990년 개정 민법은 혈연관계도 없고 당사자의 의사도 전혀 고려되지 아니한 계모와 계자 사이의 법정친족관계를 폐지하고 이들의 관계를 인척 관계로 변경한 것인바, 전근대적인 가족제도의 유물을 청산하고 헌법정신에 부합하도록 가족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다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정친족관계로 의제된 구 민법 하에서는 계자와 계모 상호간에 상속권이 주어져 있었는바, 심판대상조항이 이들 사이의 법정친족관계를 부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미 계모자 사이에 형성되어 있던 상속에 대한 기대마저 일률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지나친 신뢰의 훼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가족법 체계 하에서의 상속권은 혈족이라는 가족관계를 전제로 주어지는 권리이므로 혈족이라는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속권만을 별도로 부여하는 제도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1990년 개정 민법도 동일한 맥락에서 법정친족관계가 소멸된 계모와 계자 사이의 상속 문제를 별도로 규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와 같이 혈족 사이에만 상속권을 인정하는 제도적 취지에 따라 계모자 사이의 상속권은 소멸되었지만 1990년 개정 민법은 최초 발의되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이후인 1990. 1. 13. 개정되었으며, 이로부터 다시 약 1년이 경과된 1991. 1. 1.부터 시행되었으므로 이러한 제도 변화로 법정친족관계가 소멸될 예정이던 자들은 제도 변화에 따른 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법정친족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간의 재산 상속에 대한 기대가 실현되기를 원하는 계모자는 1990년 개정 민법 시행 전에 입양을 통해 친생자와 동일한 친족관계를 유지하거나, 증여나 유증 등을 통하여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재산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1990년 개정 민법 하에서도 여전히 위와 같은 제도들을 활용하여 재산관계에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1990년 개정 민법이 상속과 관련하여 과거의 지위를 보호하는 경과 규정을 두지는 않았지만 1990년 개정 민법도 여전히 입양이나 증여, 유증, 특별연고자 제도 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도들을 통하여 계모자 관계에 있는 자들은 어느 정도 재산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기존 제도 하에서 형성되었던 계자의 상속에 대한 신뢰이익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인간존엄과 양성평등의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족제도를 만들고 재산상속에 있어서도 혈족상속의 원칙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89등; 헌재 2016. 10. 27. 2015헌바203등 참조).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신뢰보호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