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5헌마843 결정 [기소유예처분취소]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청구인
- 전○숙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수열
- 피청구인
-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피청구인이 2015. 7. 31.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5년 형제3606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5. 7. 31.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5년 형제36064호로 피청구인으로부터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데(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은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5. 5. 6. 자신이 운영하는 피시방에 찾아온 손님으로부터 현금 30,000원을 받고 위 손님에게 청구인이 미리 가입해 두었던 인터넷 게임사이트 ‘○○게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하여 ‘맞고’ 게임을 하게 함으로써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를 하게 하였다.’
나. 청구인은 2015. 8. 18.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과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피의사실 기재의 ‘○○ 맞고’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 결정을 받은 게임물로서 사행성 게임물이 아니므로, 위 게임물을 손님에게 이용하게 한 행위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청구인이 김○식에게 피시방을 잠시 봐 달라고 한 사이에 김○식이 경찰관에게 게임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하였으므로, 청구인은 피의사실의 행위 주체가 아니다. 경찰관이 손님으로 위장하여 들어와 적극적으로 고스톱 게임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는바, 이는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케 한 위법한 함정수사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피의자의 자필 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 압수조서 및 임의동행보고서 등의 기재에 의하면 피의자가 경찰관에게 자리를 안내한 후 게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 범행 과정과 단속 경위 등을 보면 청구인의 고의가 경찰관의 사술이나 계략에 의하여 유발된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정당하고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1) 청구인은 2015. 4. 20.경부터 서울 강북구 ○○로○○길 ○○, ○층에서 ‘○○PC방’(이하 ‘피시방’이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동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불법사행성게임장이 있다는 첩보를 받고 2015. 5. 6. 16:00경 피시방에 출동하였다. 경찰관이 손님으로 가장하여 피시방의 문을 두드리고 ‘게임을 할 수 있느냐’라고 묻자, 청구인 또는 김○식은 피시방의 컴퓨터로 경찰관을 안내한 후, 3만 원을 받고 미리 가입되어 있던 인터넷게임 사이트 ‘○○게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 맞고’ 게임(이하 ‘이 사건 게임’이라 한다)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이 사건 게임은 속칭 고스톱 게임의 일종인 ‘맞고’ 게임으로서, 가상의 화폐인 게임머니를 걸고 네트워크를 통하여 다른 이용자와 대결을 하는 형식의 게임이다. 이 사건 게임은 2015. 3. 26.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분류 결정을 받았다. ‘○○게임’의 홈페이지에서는 ‘○○게임은 모든 게임머니가 무료로 운영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나. 이 사건 게임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게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이라 한다) 제28조 제2호는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은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로 처벌한다.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는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라고 규정하면서, ‘사행성게임물’을 게임물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사행성게임물’을 이용하여 손님들로 하여금 사행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한 경우가 아니므로,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 제28조 제2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2650 판결 참조). ‘사행성게임물’이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 경마ㆍ경륜ㆍ경정ㆍ카지노와 이를 모사한 게임물 등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을 말한다(게임산업법 제2조 제1의2호). 여기서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은 ‘게임의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줄 목적으로 게임이용자로 하여금 돈을 걸게 하거나 게임이용자에게 돈을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구동되는 게임물’을 의미한다(헌재 2009. 4. 30. 2007헌마103 참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게임산업법 제22조 제2항). 게임물이 제작ㆍ배급될 당시에는 적법하게 등급을 부여받았지만, 불법적으로 개ㆍ변조되어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의하여 재산상 이익을 주는 게임물로 변하였다면, 이는 최초 등급을 부여받았던 것과는 동질성이 상실되어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 제1호의2 소정의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2650 판결 참조).
(2) 청구인의 진술에 의하면, 손님이 인터넷게임사이트 ‘○○게임’에 회원가입을 하고 피시방 카운터에서 1장 당 1만 원에 쿠폰을 구입한 후 쿠폰에 적혀 있는 인증번호를 입력하여 이 사건 게임을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청구인은 게임사에서 추천해 준 아이디를 이용하여 3장의 쿠폰(3만 원)을 미리 만들어 놓은 다음, 손님들에게 3만 원을 받고 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였고, 손님들이 게임을 마친 뒤 남은 게임머니는 게임사에 계좌번호를 알려 주면 게임사에서 손님 계좌로 직접 입금해 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게임의 ‘쿠폰’을 현금을 주고 구매한 후 그 금액 상당을 게임머니로 사용할 수 있고, 게임을 마친 뒤 남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금할 수 있다면, 이 사건 게임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며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게임물로서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 게임은 제작ㆍ배급될 당시에는 적법하게 등급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이고, ‘○○게임’의 홈페이지에도 이 사건 게임의 게임머니가 무료라고 안내하고 있다. 청구인의 진술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 게임은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게임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게임사가 유료로 작동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피시방 컴퓨터에 설치하고 피시방 업주들에게 특정한 아이디를 알려주어 손님들로 하여금 그 아이디로 유료의 게임을 하도록 하고, 게임을 마친 뒤 남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금해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이 사건 게임이 적법하게 등급을 부여받았더라도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행한 강북경찰서 경찰관 역시 “위 ‘맞고’ 게임은 사행성게임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질문하고 있어, 수사기관도 이 사건 게임을 사행성게임물로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게임이 실제로 피시방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게임머니의 유료 구매 및 환금이 가능한지, 이 사건 게임이 등급분류를 받을 당시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등을 좀 더 수사하여 이 사건 게임이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 보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에 대한 아무런 추가조사 없이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다. 게임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제공한 행위주체
가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다음과 같이 피의사실의 행위주체에 관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청구인은 사건 당시 김○식에게 피시방을 잠깐 봐 달라고 부탁하고 피시방 근처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모친의 병문안을 갔는데, 그 사이 김○식이 피시방에 들어온 경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 사건 게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하였을 뿐, 자신은 피의사실과 같은 범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식 역시 사실 확인서를 통하여 위와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 청구인의 모친이 사건 당시 위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사실도 인정된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자필 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자신이 제공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압수조서, 임의동행보고서 등에도 그와 같은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청구인은 피시방 주인이 자신이었기 때문에 누가 아이디를 제공하였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임산업법 제47조는 ‘개인의 대리인ㆍ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4조 내지 제46조의 규정에 의한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만약 김○식이 피의사실 기재의 행위를 한 것이라면 청구인에 대하여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가 아니라 같은 법 제47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이 경우 청구인이 제44조 제1항 제1호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면 면책될 수 있다(같은 법 제47조 단서).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돈을 받고 이 사건 게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한 사람이 청구인과 김○식 중 누구인지 밝히고, 그에 따라 청구인에 대한 적용법조를 결정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에 대한 아무런 추가조사 없이 청구인을 피의사실의 행위주체로 보고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점에서도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을 범하였다.
라. 소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