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상고인
- 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도건철 외 5인)
- 피고, 피상고인
- 한화케미칼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고원석 외 3인)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2. 6. 21. 선고 2008나1967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를 본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① 원고는 1999. 4. 2. 한화에너지 주식회사(이후 인천정유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는바, 이하 ‘인천정유’라고 한다)의 주주들인 피고들 및 한화에너지프라자 주식회사(이하 ‘한화프라자’라고 한다)의 주주들인 주식회사 한화 등(이하 ‘프라자 주주들’이라고 한다)으로부터 피고들이 소유하고 있던 인천정유 발행주식 9,463,495주 및 프라자 주주들이 소유하고 있던 한화프라자 발행주식 4,000,000주를 양수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1999. 8. 31. 위 계약에 따라 피고들 및 프라자 주주들에게 주식양수도대금을 지급하고 그들로부터 위 주식을 교부받은 사실, ②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에서 주식양도인인 피고들은 주식양수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일 및 양수도 실행일에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하였고[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제9조 제1항 (거)호, 이하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이라고 한다], 양수도 실행일 이후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을 포함한 제9조의 보증 위반사항이 발견된 경우 또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상의 약속사항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인천정유 또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고들은 50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 보증 및 약속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제11조), ③ 원고가 인천정유 및 다른 정유사들(에스케이 주식회사, 엘지칼텍스정유 주식회사,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과 함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예정업체의 투찰가격 및 들러리 업체의 들러리 가격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고 낙찰을 받아 그에 따라 군용유류공급계약을 체결하여(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라고 한다), 당시 시행 중이던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 사건 담합행위에 직접 참여했던 원고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는 원고가 계약협상 및 가격산정 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위반사실을 가격산정에 반영하였거나 또는 충분히 가격산정에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방치하였다가 이후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들어 뒤늦게 주식양도인인 피고들에게 그 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은 위와 같은 악의의 주식양수인인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26769 판결,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78958 판결 참조). 그리고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신의칙에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이를 부정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것이나,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상의 책임을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은 자칫하면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45410 판결,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1다66252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제11조는 주식양수도 실행일 이후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항이 발견된 경우, 원고는 즉시 피고들에게 이를 통보하고, 피고들은 통보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위 위반사항을 시정하거나 원고에게 위 보증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양수도 실행일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여 2000. 10. 17. 인천정유가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 및 과징금 47,522,000,000원의 납부명령을 내렸고, 이후 위 과징금납부명령에 대한 이의신청 및 일련의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 1. 14. 과징금을 재산정하여 인천정유를 합병한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에 대하여 과징금 14,511,000,000원의 납부명령을 내렸던 사실, ③ 대한민국은 2001. 2. 14.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군용유류 구매입찰에서 적정가격보다 고가로 유류를 공급받는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천정유를 포함한 5개 정유회사를 상대로 158,419,669,721원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0여 년째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위와 같은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는 원고가 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위 손해배상책임 등이 배제된다는 내용은 없는 점, ② 원고와 피고들이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둔 것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이 이행된 후에 피고들이 원고에게 진술 및 보증하였던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발견되어 원고 등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피고들로 하여금 원고에게 50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손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불확실한 상황에 관한 경제적 위험을 배분시키고, 사후에 현실화된 손해를 감안하여 주식양수도대금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경제적 위험의 배분과 주식양수도대금의 사후 조정의 필요성은 원고가 피고들이 진술 및 보증한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여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양수도 실행일 이후에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항이 발견되고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원고가 그 위반사항을 계약 체결 당시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 위반사항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것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양수도 실행일 이후여서, 원고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천정유에 이 사건 담합행위를 이유로 거액의 과징금 등을 부과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담합행위를 알고 있었고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가능성 등을 이 사건 주식양수도대금 산정에 반영할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점만으로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제11조에 따른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제11조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이나 신의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