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 2015. 7. 21. 선고 2015나20002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 피항소인
- 1. A (영주시) 2. B (강원 정선군 사북읍) 3. C (영주시) 4. D (영주시) 5. E (영주시)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참길, 담당변호사 이승익
- 피고, 항소인
-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의 직무대행자 법무부차관 김주현 소송수행자 F
- 제1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14. 11. 20. 선고 2013가합3252 판결 변론 종결 2015. 6. 23.
- 판결 선고
- 2015. 7. 21.
1.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 A에게 96,000,000원, 원고 B, C, D, E에게 각 16,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1. 기초사실
가. 원고 A, C, D, E은 1951. 4. 11. 사망한 G(이하 ‘망 G’라 한다)의 아들들이고, 원고 B은 망 G의 딸이며, 2008. 6. 7. 사망한 H(이하 ‘망 H’이라 한다)은 망 G의 처(妻)이자 원고들의 모(母)이다.
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는 한국전쟁기간 동안 경북 봉화군·영양군·청송군 일대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실규명신청을 접수받았고, 원고 C은 망 G가 위 사건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면서 망인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하였다.
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위 사건을 조사한 끝에 2010. 6. 15. 망 G를 경북 봉화·영양·청송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3, 제3호증의 1 내지 4, 제5호증의 2, 4, 5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망 G는 1951. 4. 11. 피고 소속 군인인 J 등에 의해 살해되었으므로, 피고는 소속 군인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희생당한 망 G, H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3, 제3호증의 2, 제5호증의 3, 6, 7, 13, 제7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원고 A 본인신문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1951년(단기 4284년) 국민방위군 제11단 42지대 직속 전투중대장으로 있던 J은 군인 60명을 인솔하고 경북 봉화군 내성면 유곡리에 주둔하고 있던 중,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 거주하고 있던 망 G 등이 이적행위를 하였다고 의심하여 같은 해 4월경 부하들에게 이들을 무단 구금하도록 지시한 사실, ② J은 1951. 4. 11. 소속 부하들에게 망 G 등을 살해하여 매장하라고 명령하였고, J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은 망 G 등을 경북 봉화군 내성면 유곡리 소재 후산 계곡으로 끌고 가 대검으로 찔러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실, ③ J과 J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은 위와 같이 망 G 등에 대하여 불법감금, 상해치사, 살인, 사체유기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소사실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단기 4284년 형공 제177호로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1951. 7. 30.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J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였으며, J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J에 대한 명령 복종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사실(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 한다), ④ 한국전쟁기간 동안 경북 봉화군·영양군·청송군 일대에서는 위와 유사한 피고 소속 군인 등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76 판결 등 참조)를 종합하여 판단해 보면, J 등 피고 소속 군인들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인 망 G를 불법으로 구금하였다가 살해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이상, 이는 적어도 외관상 객관적으로 공무원인 경찰과 군인들의 직무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결국 그와 같은 행위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망 G와 그 유족들인 원고들 및 망 H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헌 헌법(1948. 7. 17. 제정되어 1960. 6. 15.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에 따라 그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희생당한 망 G와 원고들 및 망 H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확정판결문에 피해자로 기재된 K과 망 G가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확정판결문에 피해자로 K(OOO)이 나타나 있을 뿐이고 G는 나타나 있지 않기는 하나, 위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망 G의 제적등본상 부(父)는 L, 모(母)는 김씨, 처(妻)는 H, 자(子)는 A, C, D, E, 처(妻)의 부(父)는 M으로 나타나 있고, 예천임씨대동보상 K의(OOO) 부(父)는 L, 모(母)는 금녕김씨, 처(妻)는 N씨, 자(子)는 A, O, D, E, 처(妻)의 부(父)는 M으로 나타나 있어, 망 G와 K의 아들로서 제적등본상 C과 예천임씨대동보상 O만이 다르게 나타나 있을 뿐이고, 나머지 아들과 부모, 처, 처의 부는 동일하게 나타나 있는 사실, ② 원고 C의 다른 이름이 O인 사실, ③ 이 사건에 관하여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한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이 이 사건 확정판결상 망 G의 사망 시기, 경위 등과 대체로 부합하는 사실, ④ 이에 과거사정리위원회도 망 G의 다른 이름이 K임을 확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 G와 K은 동일인물임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본다.
2)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1921. 4. 7. 조선총독부법률 제42호로 제정되고, 1951. 9. 24. 법률 제217호로 제정된 구 재정법 제8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구 회계법 제32조),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조선민사령 제1조의 규정에 의하여 의용된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민법 부칙 제27조 제1호에 의하여 폐지됨) 제724조 전문]이 경과하면 완성된다. 망 G가 1951. 4. 11. 사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5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C이 2006. 11. 15.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망 G에 대한 진실규명신청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위 2006. 11. 15.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소가 위 각 날짜로부터 5년 또는 3년이 지난 2013. 6. 11.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3) 그러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고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위와 같이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데,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그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4)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들은 피고가 망 G에 대한 진상규명결정을 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2010. 6. 15.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직전인 2013. 6. 11.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앞서 인정한 사실과 이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과거사정리법을 통하여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여, 원고들로서는 피고가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였으리라고 보이는 점,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현재까지 아무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 밖에 피고의 불법행위의 성질,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규모 및 그 청구권자의 범위, 유사한 국가배상사건의 진행상황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볼 것이다.
5)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재항변은 이유 있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위자료의 액수
망 G와 원고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겪었을 정신적 고통, 그 후 상당 기간 계속되었을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불법의 중대함, 유사 사건과의 형평, 망 G의 사망 당시 일실수입 산정을 위한 통계소득 자료가 없어 망 G에 대한 일실수익을 산정할 수 없는 점, 한편 이 사건과 같은 민간인 희생사건은 전쟁이라는 국가 존망의 위급 시기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상황의 특수성이 존재하는 점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망 G에 대한 위자료는 8,000만 원, 망 G의 처인 망 H에 대한 위자료는 4,000만 원, 망 G의 자녀들인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는 각 8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2) 구체적 위자료 계산
민법 시행 이전의 재산상속에 관한 관습법에 의하면, 호주가 사망하여 그 장남이 호주상속을 하고 차남 이하 중자가 수인 있는 경우에 그 장남은 호주상속과 동시에 일단 전 호주의 유산 전부를 승계한 다음 그 약 1/2을 자기가 취득하고 나머지는 차남 이하의 중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평등하게 분여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4. 11. 18. 선고 94다36599 판결 등 참조).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3, 제3호증의 2,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망 G는 1951. 4. 11. 사망 당시 호주였고 그 직계비속인 원고 A이 호주를 상속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망 G의 위자료채권은 호주상속인인 원고 A이 단독으로 상속하고, 망 G의 처인 망 H이 2008. 6. 7. 사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망 H의 위자료채권은 직계비속인 원고들이 1/5 지분씩 상속한다. 따라서 원고 A은 9,600만 원(= 망 G 상속위자료 8,000만 원 + 고유위자료 800만 원 + 망 H 상속위자료 800만 원), 원고 B, C, D, E은 각 1,600만 원(= 고유위자료 800만 원 + 망 H 상속위자료 800만 원)의 각 위자료채권을 가진다.
라.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원고들은 위 각 위자료채권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신청서 부본 송달일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참조),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중 이 사건 제1심 변론종결일 전날까지의 지연손해금청구 부분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96,000,000원, 원고 B, C, D, E에게 각 16,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제1심 변론종결일인 2014. 10. 1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4. 11.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