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10. 30. 선고 2014가합3123(본소), 2014가합115095(반소) 판결 [구상금,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원고(반소피고)
- 주식회사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조정래, 이한길
- 피고(반소원고)
- 파산채무자 B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C,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정헌명, 정유철, 송은희, 조승연 변론 종결 2015. 9. 18.
- 판결 선고
- 2015. 10. 30.
1.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 대하여 41,154,844,093원의 파산채권을 가짐을 확정한다.
2.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가 모두 부담한다.
본소 : 주문과 같다. 반소 :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에게 6,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2. 12.부터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및 파생상품시장의 개설·운영에 관한 업무와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청산·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이다.
2)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상의 금융투자업자로서 2015. 2. 1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하합10****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피고는 위 사건에서 B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나. B의 선물, 옵션상품 거래
B은 2013. 12. 12. 원고의 거래시스템을 통하여 한국주가지수 200(Korea Stock Price Index 200, 이하 ‘KOSPI 200'이라 한다)을 거래대상지수로 하는 주가지수옵션거래 상품에 관하여 매수 및 매도 주문을 제출하였고, 그 결과 36,978건의 거래가 체결되었다.
다. B의 대금 결제 관련
1) 원고의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에 의하면, 주가지수옵션거래의 권리행사는 결제월의 최종거래일에만 할 수 있는데, 최종거래일은 결제월의 두 번째 목요일(휴장일인 경우에는 순차적으로 앞당긴다)로 되어 있고, 권리행사에 따른 결제일은 권리행사일의 다음 거래일로 한다고 되어 있으며, 그 시한은 그 날 16시로 되어 있다. B이 앞서 나. 부분 기재와 같이 약정을 체결한 2013. 12. 12.은 2013년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로서 주가지수옵션거래의 권리행사일이자 최종거래일이었으므로, B이 체결한 약정에 의한 결제시한은 그 다음날인 2013. 12. 13. 16시였다.
2) B이 2013. 12. 12. 체결한 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한 거래대금 총액은 58,444,186,250원인데, B이 결제시한인 2013. 12. 13. 16시까지 원고의 결제계좌로 납입한 거래대금은 1,340,806,096원이었다.
3) 원고는 B이 전체 거래대금 중 57,103,380,154원(=58,444,186,250원 - 1,340,806,096원)을 결제시한까지 결제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자, 위 57,103,380,154원을 원고의 결제적립금 계좌에서 인출하여 결제계좌에 대신 납부하였다. 원고가 결제적립금 계좌에서 인출한 금액에는 B이 원고에게 예탁한 보증금 1,000,000원과 파생상품시장 손해배상공동기금 2,398,329,900원이 포함되어 있었고, 나머지 금액은 원고가 아닌 다른 회원들이 납부한 것이었다.
4) 이후 원고는 B으로부터 구상금 명목으로, 2013. 12. 13. 12,182,712,990원, 2013. 12. 26. 1,000,000,000원, 2013. 12. 31. 600,000,000원, 2014. 1. 6. 600,000,000원, 2014. 1. 23. 9,720,000원, 2014. 1. 27. 3,240,000원, 2014. 2. 4. 5,240,575원, 2014. 3. 14. 13,540,000원 등 합계 14,414,453,565원(=12,182,712,990원 + 1,000,000,000원 + 600,000,000원 + 600,000,000원 + 9,720,000원 + 3,240,000원 + 5,240,575원 + 13,540,000원)을 지급받았다.
5) 한편, 원고는 2014. 1. 29.부터 2015. 2. 24.까지 B에게, 원고의 B에 대한 잔존 구상금채권과 B의 원고에 대한 프로세스이용료 환급금 채권 3,412,360원, 손해배상공동기금 운용과실 및 증권시장 손해배상공동기금 초과예탁에 따른 반환채권 472,243,813원, B의 원천징수법인세액 환급금채권 3,190,305원, 주주배당채권 12,892,776원, 손해배상공동기금 및 회원보증금과 관련된 반환채권 1,001,003,200원[위 수동채권 액수를 합하면 합계 1,492,742,454원(=3,412,360원 + 472,243,813원 + 3,190,305원 + 12,892,776원 + 1,001,003,200원)이 된다] 등을 상계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 위와 같은 의사를 B의 파산관재인인 피고에게도 표시하였다.
라. B에 대한 파산선고 관련
1) B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인 2015. 2. 1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하합10****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피고는 파산선고 당시 B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2) 원고가 결제계좌에 대신 납부한 거래대금 중 추후 변제받았거나 상계로 소멸한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38,796,854,235원과 관련하여, B의 파산선고 전일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의 액수는 2,357,989,858원이다.
3) 원고는 B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B 대신 거래대금을 결제한 것과 관련하여 발생한 구상금채권 원리금 41,154,844,093원(=38,796,854,235원 + 2,357,989,858원)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피고는 위 구상금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원고가 자인하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2, 3호증, 갑 제5 내지 9호증, 갑 제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원고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파산채권의 성립
자본시장법 제399조에서는 원고가 회원의 증권 및 파생상품시장에서의 매매거래의 위약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에 관하여 직접 배상책임을 부담하고(제1항), 위 손해를 배상할 때에는 회원들이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적립한 금원에서 우선 충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제2항), 원고가 제1항, 제2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한 경우에는 위약한 회원에 대하여 그 배상한 금액과 이에 소요된 비용에 관하여 구상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항). 기초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자본시장법 제399조 제1항, 제2항에 기초하여 B이 미납한 거래대금 상당액을 결제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B에 대하여 그 배상한 금액 및 이에 소요된 비용 상당을 구상할 권리를 파산채권으로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파산채권의 범위
가) 원고가 손해배상채무 이행을 위하여 결제계좌에 입금한 액수는 57,103,380,154원이나, 위 금액 중에는 B이 보증금 및 손해배상공동기금 명목으로 원고에게 납입한 2,399,329,900원이 포함되어 있었는바 위 금액은 파산채권의 범위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한편, 원고는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한 시점 이후로도 B으로부터 합계 14,414,453,565원을 변제받았을 뿐 아니라, 합계 1,492,742,454원 상당의 채권이 상계로 소멸하였음을 자인하고 있는바, 위 각 금액 역시 원고의 파산채권의 범위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나) 한편, 원고의 잔존 구상금채권에 대하여는 파산선고 전일까지 2,357,989,858원 상당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였으므로, 그 금액은 파산채권의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다) 따라서 원고가 가지는 파산채권의 범위는 41,154,844,093원(=57,103,380,154원 - 2,399,329,900원 - 14,414,453,565원 - 1,492,742,454원 + 2,357,989,858원)이 된다.
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파산채권 발생 및 범위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주장 관련
가) 피고의 주장
원고는 B이 2013. 12. 12. 체결한 거래와 관련하여 거래대금을 대신 결제하였다는 사정만을 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B이 체결한 거래 중에서 어떤 거래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대금을 지급한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원고는 2013. 12. 12. 당시 B이 몇 건의 약정을 체결하였는지 역시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파산채권의 발생 및 범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주장·입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판 단
살피건대, 기초사실에 갑 제5 내지 7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원고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파산채권의 발생 및 범위에 대하여 충분한 주장 및 입증이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원고가 B이 2013. 12. 12. 체결한 개별 거래의 계약상대방, 거래대금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할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물론, 원고는 자신이 주장하는 권리가 다른 권리와 혼동되어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중복제소금지·재소금지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등이 불분명해지지 않도록 하고, 변론주의의 원칙에 기초하여 실체법규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는 요건사실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채권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도 일부 밝힐 책임은 있으나, 위 차원을 넘어 파산채권 발생과 관련된 세부 사실관계를 모두 주장할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② 원고는 자본시장법 제399조 제3항에 따른 구상금채권을 파산채권으로 주장하면서, 구상금채권의 발생 기초가 되는 거래를 ‘B이 2013. 12. 12. 약정을 체결하여 2013. 12. 13. 16:00 당시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KOSPI 200 선물·옵션거래 전체’로 특정하고 있으므로, 발생 기초가 되는 거래의 계약상대방 또는 거래대금을 개별적으로 밝히지 않더라도 청구의 범위를 특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청구의 근거가 되는 실체법규인 자본시장법 제399조 제3항을 보더라도 원고는 B의 매매거래에 기초하여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는 점, B이 그 대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하여 원고가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하였다는 점을 밝히면 족하고, 원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개별 거래에 기초하여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는지까지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므로, 원고가 개별 거래의 계약상대방 또는 거래대금을 밝히지 않았다 하여 변론주의의 원칙상 주장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원고는 해당 결제일에 결제계좌로 입금하여야 하는 대금의 액수를 회원별로 자동 집계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데, 위 시스템에 따르면 2013. 12. 13. B이 결제하여야 하는 대금 액수가 선물 관련 대금 401,418,250원, 옵션 관련 대금 58,042,768,000원 등 합계 58,444,186,250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위 시스템으로 액수를 확인하고, 결제시한까지 B으로부터 지급받은 1,340,806,096원을 제외한 나머지 57,103,380,154원(=58,444,186,250원 - 1,340,806,096원)을 결제적립금 계좌에서 인출하여 결제계좌에 실제로 대신 납입하였다. ④ 원고는 해당 결제일에 회원이 결제계좌로 입금하여야 하는 대금의 액수를 회원별로 통합하여 자동 집계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데, 위 시스템에 따르면 2013. 12. 13. B이 결제하여야 하는 전체 대금 액수가 선물 관련 대금 401,418,250원, 옵션 관련 대금 58,042,768,000원 등 합계 58,444,186,250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한편, ㉠ 위와 같이 2013. 12. 13. 발생한 자동 집계 시스템상의 오류를 쉽게 상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류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발견할 수 없는 점, ㉡ 이 사건 소송 과정에서의 피고의 주장을 살펴보더라도, 2013. 12. 13. 발생한 결제대금 전체의 규모를 다투거나 그 신빙성에 의심을 가져올 만한 정황자료를 제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 스스로도 2013. 12. 12.자 선물·옵션거래 중 E과 거래한 규모만 약 36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이 2013. 12. 12. 당사자가 된 선물·옵션거래의 전체 규모가 약 584억 원이라는 자동 집계 시스템의 집계결과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⑤ 내부결재문서(갑 제5호증의1, 2), 회원별 통합결제대금내역(갑 제5호증의3), 거래내역조회 및 확인증(갑 제5호증의4 내지 6) 등의 자료를 살펴보면, 원고가 B이 결제의무를 부담하는 거래대금 총액 58,444,186,250원 중에서 57,103,380,154원을 결제적립금 계좌에서 인출하여 결제계좌에 납입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B의 매매거래 위약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한 점 역시 입증이 있다고 판단된다.
2) B의 E에 대한 호가 제출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되었으므로 원고의 파산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관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피고의 주장
(가) B이 2013. 12. 12. 체결한 매매거래의 상당부분은, B으로부터 파생상품 자동주문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탁받은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담당 직원이 착오로 정상적인 호가 수준에서 벗어나는 호가제출을 하여 체결된 것이다. B은 계약 당일 원고 및 교보증권 외 46개의 회원사 전체에 대하여 착오로 인한 호가제출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바, 원고가 B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는 소급적으로 소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한편, B은 2013. 12. 12. 매매거래가 체결된 직후부터 원고에게 매매거래가 착오로 인한 호가제출에 의하여 체결된 것임을 통지하였는데, 원고는 통지를 받아 매매거래가 착오로 인하여 취소될 것임을 알고도 거래대금을 결제하였다. 결국 원고는 B이나 자신이 거래대금을 결제하여야 할 의무가 없음을 알고도 채무를 이행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742조의 취지에 따라 이미 지급한 거래대금을 반환받을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 논리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사후적으로 취소된 거래와 관련하여 B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2) 원고의 주장
B이 KOSPI 200 옵션·선물 상품의 자동거래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의 운용을 위탁한 D 담당 직원의 실수로 호가제출을 하여 거래가 체결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그 호가제출은 표의자인 B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B은 호가제출이 착오로 이루어진 것임을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없다.
나) 인정사실 및 판단
(1)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 내지 4, 1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원고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 B은 D으로부터 파생금융상품 자동거래프로그램인 ‘시스템 트레이딩 소프트웨어(이하 ’이 사건 소프트웨어‘라 한다)’의 사용권을 구매하였고, B은 이 사건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후 D의 직원으로 하여금 원고의 파생상품 시장 개장 전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시장 개장 후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미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자동주문이 실행되는 방식으로 파생금융상품 등을 주문하여 왔다.
○ D의 직원은 2013. 12. 12.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을 ‘잔존일수/365’가 아닌 ‘잔존일수/0’로 잘못 입력하였고, 그로 인하여 시장거래가격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의 주문이 발생하게 되었다. 일례로, 권리행사가격이 225포인트인 KOSPI 200 콜옵션은 개장 직후 32.5포인트에 매도가 가능하였고, 34.55포인트에 매수가 가능하였는데, 위 콜옵션을 0.51포인트에 매도하거나 62.65포인트에 매수하는 등의 주문이 발생하였다.
(2) 판 단
(가) 착오에 의한 법률행위의 취소가 인정되려면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있어야 하고,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고,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결과 등을 가져오게 됨으로써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져야 한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4737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145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B이 제출한 매도 및 매수 주문 중에서 시장거래가격과 주문이 제출된 가격 사이의 차이가 큰 부분은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한 것으로 평가될 뿐 아니라,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도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지는 부분에 해당하므로(앞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짧은 시간 내에 동일한 상품을 0.51포인트에 매도하였다가, 이를 62.65포인트에 다시 매수하는 거래는 누가 보더라도 표의자인 B에게 지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거래이다), 이를 B의 착오에 의하여 이루어진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큰 것은 사실이다.
(나) 그러나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표의자가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없는데(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을 제1, 19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B이 앞서 인정된 바와 같이 매도 및 매수 주문을 착오로 제출한 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평가되므로 B이 착오로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매도 및 매수 주문 역시 취소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B은 금융투자업자로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거래 호가를 제출함에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는 이 사건 소프트웨어와 같은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통한 거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② B은 D의 직원으로 하여금 제출할 호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를 이 사건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도록 하여 사실상 호가 제시 업무를 D에게 위탁하였다고 보인다. ③ 자본시장법 제42조 제4항, 동법 시행령 제47조 제1항 제1호 제나목에 의하면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위한 호가 제시업무는 투자매매업자인 B의 본질적 업무에 해당하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투자매매업자에게만 위탁할 수 있으나 D이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투자매매업자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다) 따라서 B이 착오로 인한 매도 및 매수 주문을 제출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어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음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타당하고, 결국 매도 및 매수 주문 중 착오로 인하여 이루어진 부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B이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의 구상금채권을 상계한다는 주장 관련
가) 피고의 주장
원고는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과 거래의 안정성 등을 위하여 관련 업무규정을 마련하여 시장을 운영하고, 시장에서의 매매거래를 감독해야 할 임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반하여 ① 대규모 허수호가 및 유인성 주문에 대한 시장감시를 소홀히 하고, ② 원고의 시스템과 회원과의 매매주문, 시세정보등을 송수신하는 회원의 통신매매주문시스템인 회원대외계시스템(Front End Processor, 이하에서는 약칭 ‘FEP'라 한다)을 특정 위탁자에게 전용으로 제공하는 행위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였고, ③ 이상거래를 확인한 경우 이상거래를 정지시켜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④ 실효성 없는 착오거래 구제제도를 운영하여 적시 구제에 실패하였으며, ⑤ 오히려 B이 착오거래에 대한 구제를 받기 위하여 수기 입력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B은 이로 인하여 큰 손실을 입고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되는 등의 조치를 받아 추가적인 손해까지 입게 되었다. B의 손해는 위와 같은 원고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B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인바, 피고는 B의 위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의 구상금채권을 상계한다.
나) 판 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을 제19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면, B의 손해가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자본시장법 제402조 등을 보면, 원고에게는 증권 및 파생상품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 및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그와 같은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할 책임이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원고가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감시·통제하는 데에는 인적, 기술적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단순히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② 피고는 거래상대방인 E(이하 ‘E’이라 한다) 등이 시세조종 등의 의도를 가지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체결이 불가능한 대규모 허수호가 및 유인성 주문을 제출하였음에도, 원고가 이를 통제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착오거래가 체결될 수 있었던 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 E이 시장거래가격에 근접하는 가격뿐 아니라 시장거래가격을 현저히 벗어나는 가격에도 주문을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에서 한 행위로 이해될 여지도 있는 점, ㉡ 활동하는 데에 인적, 물적 제한이 있는 원고로서는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시세가 크게 변동하는 등의 징후를 보고 그와 관련하여 비정상적 거래형태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적발할 수밖에 없는데, E의 주문 형태로 인하여 사전에 위와 같은 징후가 이미 발생하고 있었다고 볼 근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E의 주문 형태를 사전에 제지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없다. ③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원고의 회원인 금융투자업자들이 FEP를 통하여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해외투자자들이 최고 관리·운영자 권한으로 방화벽을 통과하여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 관리·운영을 부적절하게 한 점이 일부 드러났다. 그러나 인적, 물적 요소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원고 입장에서 위와 같은 금융투자업자와 해외투자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황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원고가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상황을 당연히 적발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피고는 위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한 충분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피고가 지적하는 E의 주문이 FEP의 부정한 이용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충분한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④ B과 거래상대방 사이에 이미 전산상으로 주문이 제출되고 그에 기초하여 거래가 체결된 이상, 그 주문 및 거래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판단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B으로부터 착오로 주문이 제출되었다는 사정을 보고받고도 착오거래를 전산상으로 취소하거나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부작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B의 착오 주문은 중대한 과실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민법상으로도 취소할 수 없다는 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⑤ 피고는 B이 착오거래 구제신청을 하기 위하여 거래내역을 수기입력하는 것을 방해하여, 손해의 규모가 확대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B과 원고, F(원고의 자회사로서 거래소 파생상품시스템을 운영하는 별개의 회사이다) 사이의 통화내역을 보더라도 거래내역의 수기입력을 멈춰줄 것을 요청한 것은 F이지 원고가 아니므로, 그로 인하여 손해가 확대되었다고 하여 원고에게 민사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당시 B이 신청한 착오거래의 구제는 거래상대방과의 합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제도인데, 착오거래 구제 신청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착오거래로 인한 손해를 전보받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F의 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확대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3.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반소청구의 요지
원고는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 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과 거래의 안정성 등을 위하여 관련 업무규정을 마련하여 시장을 운영하고, 시장에서의 매매거래를 감독해야 할 임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반하여 시장감시를 소홀히 함으로써 B으로 하여금 착오거래로 인한 손해를 입게 하거나, 그 손해가 확대되도록 방치하였다. 또한 원고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는 이후 ‘자기매매 위탁매매 거래정지’ 조치를 받고,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 결정 및 경영개선명령’을 받아 영업이 정지되었고 그 상태로 인하여 수백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 결과적으로 원고는 B에게 수백억 원 이상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 우선 일부청구로서 그 중 6,0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불법행위일인 2013. 12. 12.부터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한다.
나. 판 단
결국 피고의 반소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서 앞서 2의 나. 3) 가) 부분에서 본 피고의 상계항변(이 판결문 13쪽)과 동일한 내용의 주장인데, 앞서 2의 나. 3) 나) 부분(이 판결문 13 내지 16쪽)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본소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피고의 이 사건 반소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