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5고합89 판결 [살인]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김현○ (70년생 여자), 무직
- 검사
- 함석욱(기소), 정민혁(공판)
- 변호인
- 법무법인(유한) 대륜, 담당변호사 김철
- 판결선고
- 2025. 5. 30.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압수된 과도 1자루(증 제1호)를 몰수한다.
피고인과 피해자 B(남, 59세)은 부부 사이이고, 피해자는 2024. 9. 9.경 운동을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은 뒤, 광주 북구 C에 있는 D대학교 E병원에 입원하여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은 직접 위 병원에서 피해자를 간병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간병의 어려움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피해자로부터 “자신이 없다. 그만 하고 싶다.”는 등의 말을 듣자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느낀 나머지 자살을 결심하였으나, 홀로 생을 마감할 경우 자녀들에게 피해자의 간병 등을 떠넘기는 등의 많은 부담을 줄 것이라 생각하여 피해자와 함께 동반 자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4. 11. 26. 오전경 위 D대학교 E병원에서, 피고인이 10일 전에 구입하여 피해자가 입원 중인 병실에 비치하여 둔 과도(칼날길이 약 9cm)를 소지하고 있던 가방에 넣은 다음, 피해자를 휠체어에 태워 위 병원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피고인의 (차량번호 1 생략) 아반떼 차량 조수석에 피해자를 태우고 동반 자살을 할 만한 인적이 드문 장소를 물색하던 중 피고인 및 피해자와 무관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이를 기화로 피해자와 함께 자살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같은 날 11:30경 위 차량을 운전하여 광주 광산구 F, 동광산 톨게이트(무안방면) 약 200m 인근을 주행하던 중 위 도로 중앙분리대에 부딪히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하였으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모두 사망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의 하체 부위에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자 이대로 누군가에게 구조될 경우 더욱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한 나머지 조수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에게 “같이 죽자.”고 말한 뒤, 위와 같이 가방에 넣어 둔 과도를 꺼내어 집어 들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우측 목 부위를 1회, 우측 가슴 부위를 1회, 좌측 가슴 부위를 3회 찔러 피해자를 다발성 자상에 의한 저혈량 쇼크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불면증·환각·환청 등 질환을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 심신장애의 유무는 법원이 형벌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법률문제로서 그 판단에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결과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는 하나, 법원이 반드시 그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감정결과뿐만 아니라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자료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658, 2018전도54, 55, 2018보도6, 2018모2593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① 2024. 10. 31. 호흡곤란 증상으로 J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 ② 2024. 11. 21. 불면증으로 K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수면제를 처방받은 사실, ③ 2024. 11. 26.부터 2025. 1. 23.까지 L병원에 입원해 신경증성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살해의 동기에 관하여 “혼자 간병을 하다가 밤에 잠을 못 자니까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서 자살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그 힘든 일을 자식들에게 남겨 놓고 나만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 나쁜 마음을 먹었습니다.”라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이 판시와 같이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고 교통사고를 야기하는 방법으로 함께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고인의 하체 부위에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자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피해자를 과도로 찔러 살해한 점을 종합하며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자신의 행위 및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불면증·환각·환청 등 질환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다만 2. 나. 1)항에서 본 피고인의 당시 상태는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기로 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2년 6개월~1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 > [제1유형] 참작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가중요소: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4년~6년
3. 선고형의 결정
○ 불리한 정상: 우리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기초가 되는 사람의 생명이 불가침의 최고 근본규범임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한다. 국가와 사회가 보호하여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그 결과가 매우 참혹하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결과를 되돌릴 수 없으므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
피고인은 자신의 배우자인 피해자와 함께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나 계획이 실패하자 과도로 피해자의 목과 가슴을 찌르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그로 인하여 재활 중 피고인을 전적으로 의지하여 왔던 피해자는 한순간에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되었다. 아무리 배우자라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생명을 처분하거나 결정할 권리는 없다. 간병 가족에 의한 살인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반예방의 측면에서도 이러한 범죄에 대하여는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
○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이종의 벌금형을 1회 받은 것 이외에는 처벌전력이 없으며,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고인은 1996년 피해자와 결혼하여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해왔고, 피해자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시점부터 약 3달 동안 피해자를 정성껏 간병해왔다. 이 과정에서 간병의 어려움으로 불면증과 환각, 환청 등을 겪던 피고인은, 피해자의 병세가 차도를 보이지 않고 피해자도 “자신이 없다. 그만하고 싶다.”라고 말하자, 피해자와 함께 죽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충동적으로 이른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범행 직후 자살을 시도하여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 범행으로 그 누구보다 깊은 고통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남은 유족들인 자녀들과 여동생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선고한다.
인용 조문
- 형법 제1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