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2010. 7. 20. 선고 2010고단1512 판결 [살인예비]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A (86년생, 남)
- 검사
- 김영신
- 변호인
- 변호사 이석재(국선)
- 판결선고
- 2010. 7. 20.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은 비전문취업자 자격으로 국내에 입국한 베트남인으로서 피해자인 한국인 김C1(44세)와 혼인하여 국내에 입국한 후 진해시 용원동 ×× 2층에서 ◇주점을 운영하던 B(한국이름 김C2, 이하 'B'이라 한다)에게 2009. 7.경부터 약 한 달 동안 위 주점에 출입하면서 '사랑한다. 나랑 함께 살자.'라고 하며 추근거렸다.
피고인은 B이 "남편이 있어 안 된다."라며 계속 거절하자 2009. 8. 초순 새벽 무렵 위 주점에서 '영업을 못하게 하겠다.'라고 소리치며 맥주잔을 바닥에 던져 깨뜨리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같은 날 05:00경 B에게 '남편을 잃는 고통을 맛보게 해주겠다.'라고 생각하며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그곳 주방에 있던 식칼(칼날 길이 20.5㎝, 손잡이 11.5㎝)을 들고 진해시 용원동 ×× 2층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잠겨 있는 현관문을 잡아당기며 들어가려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피고인은 살인을 예비하였다.
1. 살인예비죄의 성립요건
형법 제255조 소정의 살인예비죄는 형법 제250조에 정한 살인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이와 같은 살인예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으로 살인죄를 범할 목적과 살인을 준비한다는 고의를 필요로 하고, 객관적으로 살인죄 실현을 위한 준비행위로서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은 행위가 있어야 한다.
2. 피고인에게 살인죄를 범할 목적과 살인을 준비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가.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B가 다른 베트남 남자와 성관계하는 것을 알려주려고 김C1을 찾아갔고 불륜 현장을 찾아간 김C1이 오히려 위 베트남 남자에게 위해를 받을 수 있어서 호신용으로 전해주려고 칼을 가지고 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1) 먼저, 피고인, 증인 B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일부 진술, 증인 김C1, 정C3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9. 8. 초순 05:00경 칼을 들고 김C1의 집을 찾아간 사실, 피고인이 그날 B에게 '김C1을 죽이러 왔다' 또는 '김C1을 때리러 왔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피고인이 김C1에게 B의 불륜 사실을 알려주러 온 사실을 B이 알게 되면 B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이 염려되어 위와 같이 거짓말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B이 공소사실과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으며, 김C1에게 호신용으로 칼을 주려고 했다는 등의 피고인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 그러나 한편, 증인 김C1, 정C3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김C1의 집을 찾아갔을 때 김C1이 잠이 들어 문을 열어주지 않자, 피고인이 먼저 옆방인 정C3(평소 김C1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다)의 집으로 들어간 사실, ② 피고인이 정C3에게 'B의 가게에서 어떤 남자와 베트남 여자가 성관계를 하는데 김C1을 깨워 달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정C3의 최초 경찰 진술 내용인바, 성관계 장소가 B의 가게이고 김C1을 깨워 달라고 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성관계하는 남자로 지칭한 사람은 김C1이 아니고 피고인의 주장처럼 다른 베트남 남자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큰 저항 없이 정C3에게 칼을 빼앗긴 사실, ④ 피고인이 뒤늦게 나온 김C1에게도 "형님, 형님", "빠구리, 빠구리"라는 말을 수회 한 사실, ⑤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정C3에게 김C1을 가리켜 "저 형님 사람 참 좋아"라고 말한 사실(김C1도 그 시기가 정확하지 않으나 피고인으로부터 그러한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⑥ 피고인이 평소 김C1과 만나면 인사도 하며 사이가 나쁘지 않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3) 위 (2)항에서 본 사정은 피고인의 주장 내용과 일부 일치하고, 위 (2)항에서 본 피고인의 언행, 특히 김C1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김C1과 친하게 지내는 정C3의 방으로 가서 김C1을 깨워 달라고 말한 것은 김C1을 살해할 목적을 가진 사람의 언행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피고인이 B을 좋아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고인이 평소 김C1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당일 갑자기 김C1을 살해할 마음을 먹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러한 사정도 엿보이지 아니한다.
(4) 또한, B(증언 당시 남편인 김C1과 함께 법정에 출석하였다)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불륜을 저지르거나 그러한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남편인 김C1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B의 불륜 상대방으로 "D(또는 D')"라는 베트남 남자를 특정하여 지목하였는데, B은 경찰에서는 'D는 손님으로 알고 지내고, D가 이 사건 당일 가게에서 친구들과 노래 부르고 놀다가 01:00경에 나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 법정에서는 'D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라고 다른 진술을 한 점, B의 일부 진술 내용은 위 (2)항에서 본 사정과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B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5) 따라서 위 (2) 내지 (4)항에서 본 사정에 비추어 B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위 (1)항에서 본 사정이나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김C1을 살해할 목적과 살인을 준비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