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20. 5. 29. 선고 2019고합142 판결 [[형사] 동반자살기도 9세 딸 살인, 동반자살기도 2세 아들 살인(울산지방법원 2019고합365, 2019고합142)]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판 결
사건 2019고합142 살인
피고인 정엄마(가명), 78년생, 여, 무직
주거 울산
등록기준지
검사 진세언(기소), 김미지(공판)
변호인 변호사 강(국선)
판 결 선 고 2020. 5. 29.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피고인은 2016년경 진○○과 결혼하여 2016. 12. 2. 아들인 피해자 진아들(가명)을 낳
았다. 피고인은 위 진○○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진○○이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고, 외도까지 하자 진○○과 심한 가정불화를 겪게 되어 우울증이 심해졌고, 2018.
12. 16. 22:00경부터 2018. 12. 17. 04:50경까지 사이에 울산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
에서 남편과 아이 문제로 심하게 다투게 되자 피해자와 함께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피
해자를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침대에 눕혀 잠을 재운 다음, 보관중인 청테이프를 이
용하여 출입문 문틀과 창문 문틀을 모두 봉인하고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번개탄에 불을
붙여 피해자로 하여금 2018. 12. 17. 울산광역시에 있는 D병원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
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피고인도 신경안정제와 수면유도제를 먹고 누워 자살하려고
하였으나 사망하지 못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1. 재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기재
1. 진○○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1. 수사보고(피해자 사망진단서 첨부, 변사장소 창문 밀봉상태 확인)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유기징역형 선택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2년6월∼1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처벌불원(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포함)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7년∼12년
3. 선고형의 결정
가. 양형 이유의 요지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경제적 곤궁, 가정불화, 우울증 등으로 신변을 비관하여
거주지 아파트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만 두 살을 갓 넘긴
피해 아동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두 차례 벌금형 외에는 특별한 전과
없는 점, 평소 피해 아동을 학대한 정황이 없는 점, 피해 아동의 부와 가족들이 피고인
의 선처를 호소하는 점, 이 사건으로 피고인 본인도 뇌 손상을 입어 인지기능에 상당
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구금될 경우 남은 가족들의 고통이 극
심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친자를 상
대로 한 범행이고, 특히 의사표현을 할 수 없고 방어능력이 전무한 영아에 대한 극단
적 범행이며, 피해 아동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 점에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처벌은 불가피하다.
덧붙여, 동반자살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이 비극적 범행에 이른 경위를 꼼꼼히
기록하고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 이러한 범죄의 원인과 그 심각성
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이와 같은 참담한 범죄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더 이상 발생
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아래와 같이 양형의 이유를 상세히 부기한다.
나. 판결 전 조사 내용
1) 범행 전후 상황1)
① 피고인은 남편 진○○과 함께 ○○에 거주하며 2016. 12. 초 피해자를 출산한
후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2017. 10.경 두 번에 걸쳐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자 울
산 소재 친정으로 이주하였다.
② 피고인은 친정에서 4개월 동안 머문 후 근처 원룸으로 분가했는데, 남편이 부
도 관련 소송 등으로 크게 빚을 지는 등 생활이 궁핍해지자 거의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했다.
③ 이 사건 발생 당일에도 남편이 장인(피고인의 계부)과 술을 마시고 귀가한 후
피고인과 말다툼을 했다.
④ 피고인의 남편이 작은 방에서 잠들었다 출근을 위해 04:50경 일어나 보니 안방
문이 열리지 않았고, 가스 냄새에 놀라 방문을 뜯고 들어갔는데, 당시 방 안은 시커멓
게 그을린 상태였고, 피고인은 침대에 누운 채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으며, 피해
자는 침대 밑에서 발바닥이 새까맣게 변한 채 의식이 없었다.
⑤ 피고인은 곧바로 ○○대병원으로 옮겨진 후 뇌 기능을 제외한 심장, 호흡정지
등 실질적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3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으며, 회복 당시 이 사건 정
황 등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남편을 알아보았으나 엉뚱한 이름을 댔으며, 이 사건
동기를 묻는 남편의 질문에 ‘네가 바람피워서’라고 답했다.
2) 피해자 특성
① 피해자는 피고인의 친아들로 어린이집 등에 가지 않고 피고인이 양육했다.
② 피해자는 출생 이후 코감기로 2회 병원을 다녀온 적 있으나 그 외 잔병치레 없
이 건강한 편이었다.
1) 주로 피고인 남편의 진술에 근거한 것임
3) 가족사항
∘ 피고인의 부 : 64세, 일용근로자, 별거 / 피고인 모와 별거 후 혼자 생활 / 피고인
모와 정식으로 이혼하지 않았고 피고인과 친밀한 편은 아니었으나 연락은 유지 / 본건
이후 피고인과 피고인의 모를 잠시 맡기도 하였으나 ‘네가 무능하여 이런 사태가 일어
났다’며 피고인의 남편을 크게 비난함 / 피고인의 부가 피고인의 모를 구타하는 등 못
살게 굴자, 피고인의 남편은 2019. 1.경 경주에 아파트를 마련한 후 피고인과 피고인
모를 피신시킴
∘ 피고인의 모 : 61세, 중졸, 무직, 동거 / 피고인 내외와 함께 생활 / 피고인이 중2
무렵 피고인의 부와 별거하였고, 피고인의 계부와 동거해 왔으나 건강이 좋지 못했던
계부의 수술비를 대느라 크게 빚을 짐 / 피고인 거주지 근처에 살며 수시로 피해 아동
을 보러 방문하는 등 피고인의 계부와 함께 피해 아동을 끔찍하게 여김 / 본건 이후
피고인의 계부가 음독자살하자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최근 피고인 부의 전화에 시달
리며 피고인의 남편과 함께 매일 술로 마음을 달램
∘ 피고인의 남편 : 40세, 중졸, 공원, 동거 / 울산시 소재 회사에서 생산직 사원으로
일함 / 어릴 때 부를 여의고 모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함 / (조립식 건물) 건축업자로
개인 사업을 10년간 한 적이 있으며 2015년 경 ○○시 소재 노래방에서 피고인을 만
나 결혼함(초혼) / 사업이 부도나고 재산을 압류 당하자 울산으로 이주 /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일하며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했으나 어려운 가계로 피고인과 자주 싸움 /
평소 피고인 못지않게 피해 아동을 아꼈으며, 피고인의 사망확인서에 서명을 앞둔 상
태에서 (빚을 내어) 피해 아동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3일 만에 피고인이 기사회생하
여 놀랐다고 함 / “피고인이 그 때 깨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사건 기억 없는 피
고인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나와 (과부가 된) 장모는 고통으로 매일 술 없이는 잠
을 못 잔다”라며 눈물을 흘림 / 본건 발생 이후 피해자의 흔적이 남은 집에서 도저히
살 수 없고 미칠 것 같아 이사를 결심 / 기억이 돌아온 피고인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까봐 1층을 선택했으며, 현재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정
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등 자신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함 / 최근 피고인을 밖에
두면 혼자 집을 찾아오지 못하고 방금 일어난 상황도 몇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지 못하
는 상태로 거의 바보와 다름없다고 생각되나 ‘어쩌겠어요, 내가 보살펴야지’라며 처지
를 하소연함
∘ 피고인의 전 남편 : 2001 이혼 이후 연락 두절 / 평소 음주 후 가정폭력이 심했
다고 함
∘ 피고인의 딸 : 21세 / 전 남편과 함께 생활함 / 전 남편이 피고인을 언급하지 않
아 엄마는 없다고 알고 자람
4) 피고인의 성장과정
○○에서 선원으로 일하던 부와 주부인 모 슬하 2녀 중 첫째로 출생 / ○○에서
초등학교에 다녔고, ○○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중 ❍학년 무렵 부모 이혼으로 모와 계
부 슬하 울산에서 성장함 /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을 선언하고 친구를 따라 ○○도로
갔다가, 울산으로 돌아와 전 남편을 만나 동거하던 중 만 19세에 딸을 낳음 / 이혼 후
다시 ○○도로 이주하여 지인의 소개로 노래방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중 손님으로 온
현재 남편과 2015년 경 만나 재혼함 / 재혼 초기 남부러울 것 없이 풍족하게 살았으
나, 남편의 사업이 망하자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고 피해자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려
옴
5) 피고인의 학력사항
∘ 고1 중퇴 / ○○초 졸업 (1991. 2. 19.) / ○○중 입학, ○○여중 전학, ○○중 전
학, ○○중 졸업(1994. 2.) / ○○고 입학(1994. 3. 5.), ○○고 자퇴(1994. 3. 19.) / 피
고인은 출신 고등학교를 기억하지 못했고 자신의 학력을 고졸이라 진술함
∘ 생활기록부 : 중1 - 성실하나 학습에 대한 성취동기가 부족함 / 중2 -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충실한 가정 학습이 요구됨 / 중3 - 학습 열의가 매우 저하되어 성적이
매우 저조함 / 고1 - 예의바르고 복장은 단정하나 매사에 수동적인 학생임 / 고2 - 성
실하고 명랑하나 창의성이 다소 부족함 / 고3 - 성격은 온순하고 얌전하나 자기 표현
력과 의지력이 부족함 / 진로 - 실업계(회사원), 취미는 무용
6) 주거 및 경제상태
∘ 주거 : 아파트(월세, 방 3칸)에서 남편과 모와 함께 거주
∘ 경제 : 남편의 월 평균소득은 275만 원 정도 / 자동차 할부금 및 월세 포함 약
200만 원 정도의 지출이 있으며, 별도로 33만 원 정도를 부채 상환 중에 있음 / 피고
인 명의의 재산은 없으며(신용불량자), 남편은 신용 회복 이후 1,500여만 원의 부채가
있음
7) 건강 등
∘ 대인관계 : 피해 아동 출생 이후 친구 등 대인관계 없었고, 피해 아동을 어린이집
에 보내지 않았으며 특별히 친하게 지낸 사람 없었음
∘ 여가 : 취미는 여행이나 피해 아동 출생 이후 육아에만 전념
∘ 건강 : 양호
∘ 인지능력 : 면담태도 등을 참고할 때 현재 인지능력은 평균수준에서 상당히 떨어
지는 것으로 보임
∘ 정신건강 : 단기 기억 상실 등 후유증을 겪는 중으로 정신과 상담 치료가 필요해
보이나, 경제력 부족으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임
∘ 약물 경험 없음
∘ 성격 : 피고인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내성적이라 했고, 낯가림이 심한 편으로 폭
력적 성향은 없다고 함 / 성격평가(PAI), 문장완성검사(SCT) 등은 실시하지 못함
8) 피고인의 조사 태도
: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나 수회에 걸친 피해 아동의 언급에 대해 눈물을 글
썽이기도 함 / 평상복 차림에 남편과 함께 출석하여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면담에
임함 / 출석 경위에 대해 묻자 ‘조사받으러요’라 했고, 이 사건으로 법원에 다녀온 기억
이 없다고 했으며, 남편의 울음에도 무표정한 채 기분의 동요가 보이지 않았으나, 면담
말미에 피해 아동을 언급하자 ‘죽고 싶어요’라고 진술함 / 피고인은 남편의 설명을 듣
고 자신의 행위로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듯 보였으나 징역형 등의 처벌에
대해 겁을 내는 모습임 / 남편은 ‘처벌을 받으면 어쩔 수 없으나 피고인은 이미 죽었던
사람으로 병원에서 사망 확인을 하라 해놓고 죽은 사람을 살려냈으니 병원에 책임이
있다’며 난색을 표함 / 남편은 본건 이후 ‘자신도 정신이 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
다’고 말했고, ‘멍청이 일지라도 곁에 피고인이 있는 편이 낫다, 자신도 자살 충동을 느
낀다’며 선처를 호소함 / 남편은 ‘애초 우울증을 겪던 피고인의 본건 행위에 자신이 원
인제공한 면도 있으니 징역형을 받게 될 시 자신도 함께 수용해 달라’며 애원함
9) 변화 의지
∘ 피고인은 남편과 함께 생활할 예정으로 ‘아이는 생기면 낳겠다’고 했으며, 본 건
에 대한 책임감 및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임
∘ 향후 생활계획 : 남편은 ‘지금 나도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닙니다. 제 정신이면 제
새끼 죽인 사람하고 같이 살고 싶겠어요? 하지만 피고인을 버리거나 기억이 돌아오면
100퍼센트 피고인은 죽습니다’라며 최대한 보살피겠다고 진술함
∘ 지지 환경 : 남편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함께 거주하는 피고인의 모 등이 피고인
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나, 전반적으로 가족 전체가 정신적 고통, 경제력 결핍을 겪는 등
제반 사정이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보임
10) 조사결과 요약
: 피고인은 ○○에서 선원인 부와 주부인 모 슬하 2녀 중 첫째로 출생하여 비교적
평범하게 자라던 중 2세 경 부모의 이혼으로 피고인의 모와 계부 슬하에서 성장함 /
고교 졸업 후 독립하여 객지에서 일하며 혼자 생계를 유지하다 만 19세에 결혼하여 딸
을 출산했으나 불상의 이유로 이혼하며 딸을 빼앗기는 경험을 했고, 현재 남편과 재혼
하여 피해 아동을 출산하자 아이에게 다소 집착함 / 남편의 부도 이후 친정으로 돌아
왔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남편과 거의 매일 부부싸움을 했고, 타인이 손도 대지
못하게 할 정도로 피해 아동에게 집착하는 등 과민반응과 우울증에 시달려 오다 충동
적으로 본 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임
다. 기록에 나타난 세부 정상
1) 진단서(○○대 병원)
: 일산화탄소 중독, 스트레스에 의한 심근병증 / 2018. 12. 17. 본원 응급실에 내원
하여 상기 진단명으로 입원 후 인공호흡기 치료를 포함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받았음 /
추후 외래 추적 관찰 요함 / 12. 17. 오전 5시 자택에서 방을 밀폐시키고 자녀와 함께
연탄을 피우고 의식소실된 채로 발견되어 병원 내원 / 초기 mental stupor / 본원 내
원 당시 mental coma, 1. 1. 1.로 내원 / 산소 mask하고 내원하여 본원에서 intubation
시행 / 우울증, 수면개시 및 유지 장애 불면증 2018. 12. 21. 초진 / 2019. 1. 7. 자살
위험성으로 정신과 진료
2) 전문심리위원 감정소견(I대 ○○○병원 신경과 전문의 김○○)
: 인지기능 검사에서 시공간 능력, 이름대기, 언어 및 비언어 기억, 전두엽 기능 장
애 소견이 보이고, 심한 우울증, 불안, 초조, 억제 기능 장애 등의 이상 소견도 나타났
으며, 중증도의 기억장애 소견 보임 / 언어능력 평가에서도 언어장애 소견 인지됨 /
MRI - 양측 담창구, 해마 부위에 다발성 T2/FLAIR 고신호 강도, T1 저신호 병변이 보
이고, 동반된 해마의 위축 및 촉두각의 확장, 뇌 위축 소견 보임 / 이러한 소견은 일산
화탄소 중독과 연관될 수 있음
3)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
: 피고인의 부 정○○ 입회 / (자세한 상황은 기억을 못함) 남편은 노가다, 일주일
에 한 번꼴로 싸웠다, 돈 때문에…, 돈은 벌었는데… 수입이 너무 적어… / 자살 시도
몇 번 했다 / 집근처 마트에서 번개탄을 구입했으며, 나머지 화덕이랑 가스렌지 등은
집에 있는 것으로… / 아들에게 자러 가자고 하면서 안고 들어갔다 / 재웠다, 침대 위
에…, 약을 먹인 사실은 없다… / 아들에게 미안하고… 정말로 죽고 싶은 심정밖에는…
4)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
: 기억이 나지 않아 더 이상 진술을 하지 못함 / (피고인의 남편) ‘아내가 자살을
시도해서 뇌세포의 70%가 죽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1시간 전에 있었던
일도 기억을 제대로 못하고 혼자 둘 수도 없다. 아직까지 아들을 찾는 것을 보면 자살
을 시도한 것도 제대로 기억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병원에서도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
는데 병원비가 비싸 정신과 치료는 못 받고 울산○○병원에서 우울증 등 관련 치료만
받고 나와 지금은 장모가 아내를 돌봐 주고 있다’
5) 발생보고(변사)
∘ 발생일시 : 2018. 12. 16. 22:00경 2018. 12. 17 04:50경
∘ 발생장소 : 울산 -- 주택 1층 내부
∘ 피해 아동 : 진아들 - 2016. 12. 2.생(남) / 발견자 - 부
∘ 조치 : 04:55경 현장 도착 / 119와 공동으로 현장 확인한 바, 변사자는 의식이 없
어 CPR 및 자동제세동기 실시 후 D병원 후송 / 변사자 모는 U대 병원으로 후송 /
05:20경 변사자는 D병원 응급실에서 사망선고 / 형사당직 감식반에 통보 / 05:40병 변
사자 모는 치료 중
6) 검시결과
∘ D병원 응급실에서 검시 / 오른쪽 엄지발가락쪽 그을음, 외상없음 / 기저귀 차고
편안하게 누워 있음/ 나비넥타이 한 호랑이 그림셔츠
∘ 현장상황 - 임장하여 확인한 바, 현장은 2층 주택의 1층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
고, 출입문 등 외부의 침입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으며, 변사자가 발견된 안방은 출입구
에서 정면에 위치하고 있었고, 미닫이문의 문틈마다 테이프를 발라놓았으며, 이용한 테
이프가 확인되었다 / 아기침대가 있고, 침대 안에는 커다란 펭귄 인형이 아기 대신 놓
여 있음 / 안방 한편에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화덕, 모두 연소된 착화탄이 발견되었으
며, 서랍장 위에 졸피뎀(수면유도제), 신경안정제가 물컵과 함께 놓여있었고, 수면유도
제 캅셀 1판(14개 들이)은 모두 사용하여 빈 껍질상태로 발견되었음 / 테이프가 안방
안쪽에서 모두 밀봉된 점, 현장을 최초로 발견한 남편 진○○이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들어간 점으로 보아 외부 출입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내부에서 테이프를 바르고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구조로 안에서 문을 닫고 밀봉한 후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판
단됨
6) 피고인의 남편 진술 진○○ 진술조서
: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어제는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면서 감기 때문에 약을 먹고
잠을 자다가 오후에 일어났다 / 처가 애를 데리고 키즈 카페에 놀러 가자고 하는데 내
가 몸이 아파 안 되니 다음 주에 가자고 했다 / 처가 애를 놔두고 처가에 김장하러 갔
다 왔는데 나는 계속 자고 있었다 / 처가 다시 오후 4시경 애를 데리고 처가에 갔다
왔다 / 장인이 술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다가 서너 시간 지나 돌아오니 처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 나를 보고 아프다는 인간이 술을 먹고 들어 오냐고 해서 다퉜고 장인과
도 언쟁을 벌이다 장인이 돌아가고 난 뒤 나는 잤다 / 잠을 잔 시간이 밤 10시 경으로
다음날 아침 알람이 울려 잠을 깼는데 안방 문을 여니 열리지 않았다 / 번개탄이 타는
냄새가 약간 나서 문을 강제로 여는데 열리지 않아, 문을 잡고 억지로 재껴 여는데 테
이프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방안으로 들어가니 바닥에 애기가 천장을 바라보고 누
워 있었고, 처는 숨소리를 거칠게 쉬면서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 아들을 보니 얼
굴에 다크써클이 있었으며 발바닥은 시커먼 검은 색이 묻어 있었는데, 아마도 가스를
먹고 돌아다니다가 그렇게 된 것으로 보였다 / 들어가기 전에 방안에서 꺼억꺼억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애를 급히 들고 119에 전화하고 심폐소생술을 했
다 / 평소 생활고를 비관하면서 서로 많이 다툰 사실이 있다 / 사업실패로 나를 많이
원망했다 / 자주 다투는 편이었는데 싸울 때 마다 애를 데리고 죽겠다고 말을 한 사실
이 있지만 번개탄을 피운 것은 처음이다
7) 검찰의 양형조사보고서
: 임신 후 4개월 무렵부터 우울증을 앓았지만 임신 중이라 약물치료는 하지 않음
/ 어리석은 판단으로 아이만 죽게 하여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아이한테 미안하다 / 뇌손
상,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집안에서 화장실도 못 찾을 때가 있다 / 친정어머니
도움을 받는다 / (피고인의 어머니) ‘혼자 생활이 어렵다. 겨우 주는 밥이나 먹는 정도
고 아무 일도 못한다. 하루 종일 거실에서 TV만 보거나 누워 자기만 한다. 그러나 TV
에 피해자 또래 아이들이 나오면 아이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울기만 한다.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워 피해자를 임신했을 때부터 가정불화는 심한 편이었다. 우울증
도 그래서 오고, 출산 후 바람까지 겹치자 이런 일이 일어났다’ / 이 일이 있기 전 평
범한 가정주부였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었다 / 공부에 취미를 못 느껴
고교 진학은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했다 / 중학교 졸업 후 독립하여 ○○ 고속도로휴게
소 호두빵 코너와 ○○ 일대 커피숍과 호프집 등에서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하다 30대
중반쯤 현 남편을 만나 동거했다 / 학교 성적은 나쁜 편이었지만 교우관계는 문제없었
고 말썽 부려 혼난 적은 없었다 / 이 사건 이후 외부활동은 일체 할 수 없어 집에서
요양만 하고 있다 / 정신과 병원에서는 뇌손상이 심하다며 입원치료를 권했지만 돈이
없어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냥 집에서 요양한다 / 왜 이런 무모한 선택을 했는
지 현재 많이 후회되고 반성하고 있다 / 아이한테는 평생 속죄하면서 살 생각이다, 선
처를 바란다
라.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의 원인과 대책2)
2) 이 항목은,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의 2019. 10. 8.부터 같은 달 18.까지의 ‘살해 후 자살’에 관한 일련의 기사(2009년 이후 발 생한 살해 후 자살 사건 가운데 미성년 자녀가 피해자인 사건의 수사 자료, 살해 자살 미수자 판결문, 언론 보도 등을 분석 하고, 경찰관 40여명과 유가족, 전문가를 상대로 한 인터뷰 등이 실림)에서 인용하였음
1) 실태
2009년부터 최소 279명(미수 포함)의 미성년 자녀들이 부모의 죽음에 동반됐다.
매달 두 명 꼴이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191건에서 드러난 살해 수법은 번개탄 사
용(66건, 34.5%)과 목조름(55건, 28.8%)이 가장 많았다. 흉기 사용은 22건(11.5%)으로
집계됐다. 이어 방화 및 투신 14건, 익사 10건, 음독 8건 등으로 나타났다. 흉기 사용
이 가장 많은 일반 살인 범죄와는 차이가 있다. 191건 중 생활고 및 빈곤, 채무, 사업
실패 등 경제적 영역의 문제가 가해자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확인된 사건은 97건
(50.7%)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일반 자살자의 동기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31.7%)가 가장 컸다.
2) 원인 및 대책
∘ 아동보호·자살예방 활동가 및 전문가 26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비극이 되풀이
되는 원인으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대한 온정적 사회 분위기가 지목됐다. 한 전
문가는 “관련기사만 봐도 궁지에 몰린 한 가정의 마지막 선택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시
각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며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무고한 자녀의 목숨을 앗아가
는 명확한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분석 보도 기
사에 달린 댓글 인식 조사에서는 32.3%가 가해자를 이해하거나 동정하는 것으로 집계
됐다. “혼자 못 죽는 부모 심정도 이해한다” 등 가해부모가 처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
택이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가해자 부모를 탓하면서도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
해한다는 복합적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얼마나 살림이 퍽퍽했으면 그랬을
까 심정도 이해는 하지만 애꿎은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식이다. 가해부모의 선택을 비
난한 독자들 사이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오롯이 부모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도
확인됐다. 사건의 책임을 지적한 반응 중에서는 53.3%가량이 가정이나 개인을 언급했
다. 원인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보는 댓글에서는 가해부모를 이해한다는 반응이 상대적
으로 높게 나왔다. 피해자인 아동이 언급된 경우는 전체 글 중 16.9%에 불과했다. 사
회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피해자인 아동보다는 가해자인 부모 관점에서 바라보
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무의식에 녹아든 가장 책임론 : 아동보호·자살예방 단체 소속 활동가들은 온정주
의 이면에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깔려있는 것으로 봤다. 한 활동가는 “살해 후 자살 사
건을 동정하는 사회인식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분
석했다. “‘오죽했으면’이라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자녀의 생명권을 부모에게 종속시켜
생각하는 부분이 크다”는 답변도 있었다. 다른 응답자는 “가부장적 가족 개념이 강해
가족의 주인은 가장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고, 상대적으로 아동(미성년)에 대
한 인권의식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살해 후 자살은 가족을 이끌 수 없는 가장이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일가족 자살, 동반자살’로 치부된 문제는 개인사가 아닌 사회·구조 문제에 가까웠
다. 실직, 사업 실패, 빚 등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변동하고 이를 수용하지 못
할 때 벼랑 끝에 내몰린다. 고립된 인간은 주변에 손을 내밀기보다 스스로 결정내리길
선호한다. 경제적으로 실패하고 회생하지 못한 이들은 ‘부모 없는 아이’의 미래와 운명
을 예단한다. 부모가 죽으면 아이도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그릇된 생각이 비극을 초
래한다. 부부 갈등으로 표출되는 분노도 어린아이에게 향하기 쉽다.
∘ 한 전문가는 “2019년 대한민국은 핵가족화로 가정이 해체됐지만 이를 보완할 공
동체는 아직 만들어 지기 전이라고 볼 수 있다. 위기를 감지할 가족 구성원이 줄어든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질병 등으로 위기를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물어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위기 신호를 감지하는 ‘게이트키퍼’를
양성해 해당 가정을 위한 전문 서비스 체계와 연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오죽했으면’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은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국민이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녀의 양육자는 오로지 부모라는
시각을 바탕으로, 본인의 돌봄 없이는 아이를 도와줄 곳이 없고 시설 등에서도 행복하
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제대
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부모가 없으면 자녀의 삶이 고되리라는 확신
으로 인한 안타까움”이라고 말했다. 한 자살예방 활동가는 “가족이 당면한 문제는 개인
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
다”며 “실업이나 경제적 문제, 정신과적 문제 모두 개인의 능력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병리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애를 가진 자녀가 제대로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부모가 예단하고 그런
고통을 덜어주는 게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실제
우리 사회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에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고 지적한
이도 있다. 살해 후 자살은 사회가 낳은 병리현상이고 우리가 함께 치유해야 할 문제
다.
∘ 이들을 제도 안에서 지켜내지 못한 사회 그리고 구조신호에 무신경했던 국가 역
시 아이들 죽음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사회에 안전망이 아예 없지는 않
다. 그럼에도 왜 부모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마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누군가와
상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아예 없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누군가 부모에게 안부만
물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사전 예방이 필
요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에서 끝나지 말고 심리적 부검 등 다양한 방식의 조
사를 통해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지금은 대부분 자살 사건으로 수사가 종료되면 거기
서 분석이 끝나고 만다. 이미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가정에서 참극이 벌어졌다면 국가
의 직무유기다.” 한 활동가는 “극단에 몰린 사람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와 공적 자원의 부족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빈번한 발생은 국가의 방치와 외면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저지르는 사람은 대부분 주변으로부터 고립돼 지내는 경우
가 많다. 일반 자살의 경우 가족 중에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자녀 살해 후
자살의 경우) 지켜볼 사람이 구조적으로 없다. 일정 기간 이상 월세가 밀린 세입자가
있는 경우 민간 주택 소유자도 신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식으로 주변에서 관심을 가
져주면 누군가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주변 사람의 사전 위기 신호를 인식해 관심을 가져주고, 전
문가에게 연결해주는 ‘게이트키퍼’ 교육이 보다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수
준이 갑작스럽게 하락할 때 그 변화의 순간이 곧 위기가 된다. 살해 후 자살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족이 극단적 변화에 놓이는 경우면 위기에 더 취약해진다. 경제적 위기
에 처했을 때 주변에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도움을 청하면 삶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확신을 정부와 관련 기관, 언론이 계속 줘야 한다. 쉽게 손 내밀 수 있
는 사회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비극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병원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가족과 다 같이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거의
매일 만났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 사망한 경우는 못 봤다. 살해 후 자살을 생각하는
것과 실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다르다는 의미다. 일단 병원과 같은 치료 서비스 안에
들어오면 자살률은 낮아진다. 병원에서 우울증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
체나 시민단체와 연계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현실의 문제가 당장 100% 해결되진 않아
도 누군가가 함께 방법을 찾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나 : “아이는 부모와 국가가 함께 길러야 한다. 부모
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다면 국가가 개입하는 게 맞다. 위험군 가정에 대해서는 주
기적인 전화나 방문 확인이 필요하다. 방문을 거부하더라도 설득해야 한다. 국가가 개
입해서 아이의 얼굴도 한번 보고, 집안 상태도 보고, 부모랑 얘기도 해야 한다. 이 과
정에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실제 살해 후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경
우에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강제적으로 분리할 필요도 있다.”
∘ 고위험군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 : “정부는 이미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해 고위험군의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영유아들의 정기적인 건
강검진과 예방주사가 대표적이다. 부모가 정해진 일정을 걸렀다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고위험군 가정일 확률이 크다. 현재 한 해 출생아 수가 30만 명 정도
로 떨어졌다. 이 정도면 모든 가정을 방문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출산
직후 1년 동안에는 방문이 이뤄줘야 한다.”
∘ 위기 가정에 당장 필요한 조치는 :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부모 스스로 해결
하려는 게 문제다. 대개의 위기 가정 부모들은 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모른
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 없이 129)로 전화해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실제로 상담을 받아
보면 다른 방법들이 분명히 있다. 부모들이 도움을 요청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먼저 나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 아동보호단체 관계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미수에 그친 가정에서 또다시
비슷한 선택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사건 직후에는 아동을 분리해 보호를 하지만
원가정으로 복귀하고 난 후에는 관련 단체나 기관들이 해당 가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
링하고 보호할 방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군 가정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개입과 집중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 전문가들은 법원이나 검찰 등이 동원할 수 있는 강제성을 연계해 보다 치밀한 관
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선 “관련 기관들이 사례를 충분히 깊게 관
리할 수 있도록 상담 및 관리 전문가 인력 확충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 “살해 후 자살 고위험군에게 심리치료, 경제적 지원을 해주기 위한 예산이 너무
적다”며 “적어도 우울증인 사람이나 자살 유가족, 자살 시도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이라도 국가의 개입을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살은 한 번에 완수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을 때가 제일 위
험하고 중요하다”며 “경찰, 검찰, 법원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가정이 회복될 수 있는
지) 논의하는 과정이 전면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지 말고 손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
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개인회생·파산 등 법적 구제책 이용을 부끄러워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살예방법 3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본인이 자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면 국가나 지자체에 구조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심리부검이나 사후 조사를 통해 ‘우
울증을 겪었구나’ 알지만, 그 당시 본인이나 주변은 우울증을 겪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신의학과 교수는 “가족 중 한 명이 설득을
해 병원이나 센터를 찾아 치료 서비스 안에 들어오게 되면 그 다음 자살률은 높지 않
다”며 “우울증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
하게 되는데, 외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마. 마치며
1) 아동은 특별히 보호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1. 12. 20.부터 아동권리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UNCRC))의 당사국이 되었다.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
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위 협약 제7조). 협약 당사국은 법률에 의해 인
정되는 아동의 국적, 성명 및 가족관계를 포함하여 아동의 정체성을 유지할 권리를 존
중하여야 하며(위 협약 제8조), 아동이 부모, 법정후견인 또는 기타 아동양육자의 양육
을 받고 있는 동안 모든 형태의 신체적·정신적 폭력, 상해, 학대, 유기, 방임적 대우,
성적 학대를 포함한 혹사나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사회적·교육적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위 협약 제19조).
위 협약의 근본정신에 기초하여 우리 아동복지법 역시, “①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
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아동복지법 제2조 제1항). ② 아동은 완전
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같은
조 제2항). ③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야 한다(같은 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성별과 국적, 피부색을 떠나 모든 인간이 천부의 인권을 갖듯, 나이 어린 인간 역시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권리를 갖는다. 모든 생명은 똑같이 존귀하므로, 나이 어린 사람
이 나이 든 사람보다 더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동을 특별히 더 보
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고 방어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생장하
는 상당 기간 동안 특별한 보호 없이는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어린 인간을 대상
으로 한 그 어떤 범죄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이유이다.
2)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은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 사회에서 살해 후 자살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자주 되
풀이되는 공통되는 원인으로, 자녀의 생명권이 부모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그릇된 생각
과 그에 기인한 온정적 사회 분위기가 꼽혔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러한 범죄
는 동반자살이란 명목으로 미화되거나 윤색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지 않
을 수 없다. 이런 유형의 범행은 동반자살이 아니다. 이 범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자
신의 아이를 제 손으로 살해하는 것이다. 살해 후 자살 또는 살해에 수반된 자살에 불
과하다.
동반자살이라는 워딩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온정주의적 시각을 걷어
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해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개인에게 책임을 온전히 묻기 어려운 정신질환
자 범죄의 경우에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음에도, 유독 부모라는 사정이 관
대한 처벌의 이유로 거론되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는 그 어
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는 중범죄다. 형사정책적으로 볼 때도 자녀 살해 후 관대한 처
벌을 노린 자살 시도와의 구별도 사실상 용이하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살해 후 자살
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 범죄다. 사회구조적 요인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하
더라도, 이 책임을 온전히 국가와 사회에게로만 돌릴 수 없다.
3)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가해 부모의 범행을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발생 원인을 가해 부모의 게으름, 무능력, 나약함 등에서 비롯된 개인적 문제로
만 치부해버리는 시각 역시 동의할 수 없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살해 후 자살 위험이 감지되
거나 시도가 이뤄졌을 때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
해야 한다. 범행에 이른 경위에 개인의 문제 못지않게 사회구조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
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가해 부모에 대한 단죄만으로 이런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중범죄임을 선언하고 단죄함과 동시에, 당신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면 우리가 맡아 키
우겠다고, 최소한 당신이 아이를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우리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자신 있게 공표하고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살해 후 자살 범행에 대한 온정주의의 기저에는, 부모 없는 아이들, 극도로 궁핍한
아이들,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앓는 아이들을 굳건하게 지지해 줄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불신과 자각이 깔려 있다. 과연 그러한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대한
민국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버팀목 역할도 하지 못할 만큼 형편없는 나라였는가.
우리 사회도 그러했는가. 지금도 그러한가. 많은 노력에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막지 못
했고 계속 재발된다는 점에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 개인
을 비난하면서도 중벌에 처할 수 없는 이유는, 결과에 상응한 적정한 형벌과 실제 선
고되는 형벌 사이의 차이만큼이 바로 국가와 사회의 잘못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이 우리 잘못이다. 선고되지 않은 나머지 형이 우리가 받아야 할 비난의 몫이다.
가정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극은 언제
든 재발될 우려가 있다. 아이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피눈물 흘
리고 울음 삼키며 슬퍼하는 일[허난설헌 ‘곡자(哭子)’ 중]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와 사회적 안전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안전망
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위험군 가정에 꾸준히 개입하고 감시하며, 이들
을 배려하고 치료해야 한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의 트리거를 당기게 했
는지도 면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요인들을
찾아 없애야 한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이런 조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가난과 장애와 타인의 불행을 조소하거나 절망 위에 또 절망을 한
짐 부리는 짓만은 그만둬야 한다. 당장 공감하고 행동할 수 없더라도 가난과 불행을
혐오하고 조롱하진 말아야 한다.
4) 마지막 호명이길 바란다
‘즐거울 ❍’와 ‘하늘 ❍’ 자를 이름으로 쓰는 두 살배기 아이가 친모에게 살해된 이
사건을 보며 당원은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한 아이의 돌이킬 수 없
는 애석한 죽음을 앞에 두고도, 피고인을 엄하게 단죄할 수만은 없는 여러 사정을 지
켜보며, 과연 무엇이 피고인에게 합당한 형벌인지, 이런 사건에서 가해의 궁극적 책임
은 누구에게 있으며 피해자는 과연 누구인지, 자살후유증으로 인지능력을 상당부분 상
실한 결과 피고인의 남편 말에 따르면 이제 거의 천치가 되어버린 피고인이 수형생활
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이 비극적 결과를 온전히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만 묻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피고인의 입장에 처해 보지 않은 우리가 섣불리 피고인을 비난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숱한 의문이 들어, 형의 정도와 피고인의 신병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
다.
그 고민의 끝에 당원은, 유리한 정상을 모두 참작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불행이 아
무리 견디기 힘들더라도, 아이를 살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음
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의 생명을 넘어설 수 있는 그 어떤 가
치도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자 한다. 아이
의 생명을 앗아간 이런 참혹한 범죄를 두고 참작할만한 사정이 될 수 있는 그 어떤 고
통도, 그 어떤 변명의 존재도 단호하게 부정한다. 자기 자식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인 동시에 반자연적 행위다.
아이들에게 출생의 자유가 없다고 죽음마저 그러하다 말할 수 없다. 행복이 담보
되지 않은 삶이라도, 불행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인생이더라도, 이들의 미래와 생
명은 그 누구도 좌우할 수 없다. 부모라도 그러하다.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지극히 개
인적 선택일지라도, 일단 태어난 아이는 한 부모의 자식에만 그칠 수 없다. 아들은 생
물학적 부모인 피고인의 아이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부모이다. 우리가 아들을 잃
었다.
당원은 참담한 심정으로 애통하게 숨져간 아들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이 이름이
아동학대로, 동반자살이라는 명목으로 숨져간 마지막 이름이기를 또 다시 희망한다. 그
것이 부질없는 기대임을 예감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는 끝까지 놓을 수 없는 희망이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최소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으로 쉬이
스러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희망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만 그런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의 무관심과 방임을 환기시키기 위해 얼
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살해되어야 하는가. 아직도 숫자가 부족한가. 그렇지 않다. 세
상을 일깨우기 위한 희생은 최초의 한 아이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부족한 건 언제나
공감과 행동뿐이다.
도대체 아이들의 목숨조차 온전히 지켜주지 못하면서, 무슨 복지를 논하고, 어떤
이념을 따지며, 어떻게 정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가. 다시 묻는다. 우리는 과연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5) 우리가 안전망이다
재판은 사회의 문제점을 미리 막아 내지 못 한다. 형사재판은 우물가에 서성이는
아이를 안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절차가 아니다. 아이는 이미 우물에 빠졌다. 형사재
판은 우물에 빠져 죽은 아이를 놓고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형사법정은 오직 한
사건, 한 개인만을 단죄할 뿐 국가와 사회를 단죄할 순 없다. 이 지점이 당원을 무력하
게 만든다. 아들의 검게 그을린 발을 보며, 아기침대에 아들 대신 놓인 인형을 보며,
호랑이 그림 티셔츠의 시커먼 자국을 보며 비통해 하고 또 비통해 하는 이유는, 우리
가 더 이상 아들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참혹한 기록을 상세하게 부기
하는 이유는, 우물가에 서 있는 또 다른 아들 때문이다. 가난하고 마음이 불안한 부모
를 둔 아이들이 그 부모를 의지하기는커녕 두려워해야만 하는 이 끔찍한 현실을 통렬
하게 비난하는 것 말고, 이제 와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가. IMF와 금융위
기를 겪으며 보았듯, 세상이 힘들면 힘들수록 이런 범행은 급격히 증가한다. 최근 팬데
믹으로 인한 경제의 급속한 붕괴는 우리에게서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앗아갈까 두
렵기 그지없다.
반복되는 이런 범행을 볼 때마다 당원은, ‘청테이프가, 번개탄이, 졸피뎀이, 수면유
도제가, 감기약이, 찢어진 약봉지가, 빨랫줄이, 둥글게 말아 쥔 손아귀가, 열려진 옥상
문이, 갑작스런 고급 햄 반찬이, 분에 넘친 장난감이, 예상치 못한 선물이, 계획에 없던
가족여행이, 혼자 남겨진 인형이, 발에 묻은 그을음이, 부러진 손톱이’ 두렵다. 우리의
망각과 무덤덤함이 무섭고 또 무섭다. 어떤 이의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
는 가 닿을 수 없는 이상이 되는 현실은 얼마나 서글픈가.
아이를 키우는 세상 모든 어머니가 아이에게 할 말은 응당 이러해야 한다. (…)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 보고 /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 잡고 /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어라 / 이 엄마 너
의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여야 할 피는 / 다름 아닌 너 자
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 네가 바라보는 하늘 / 네가 마음껏 뒹구는 땅이 / 네가 한생
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 사랑하는 법부터 너
에게 배워주련다 (…) (렴형미, <아이를 키우며>)
아들이 됐어야 할 눈사람도, 바라보고 뒹굴었을 하늘과 땅도, 평생 심장에 품고 살
았을 사랑도, 푸른 이 땅의 아름다운 모든 것도 아들의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엄
마가 아이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 ‘약 먹어라, 문 꼭 닫아라, 자자, 좋은 곳으로 같이
가자’가 되는 세상은, 얼마나 비통하고 또 비통한가.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순 있지
만, 일단 뛰기 시작한 심장은 그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다.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
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
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 가지 것이다(폴 오스터 <달의
궁전>).” 폴 오스터의 말처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타인에 대한 연민 외에는 이처럼 극
단적인 절망과 고통에 맞설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애로 서로 깍지 낀 두 손만이 최후이자 최선의 안전망이다. 우리가 안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