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22. 6. 10. 선고 2021고정1285 판결 [폐기물관리법위반]
판시사항
참조조문
참조판례
심판대상조문
판례내용
- 피고인
- A (59년 남)
- 검사
- 곽계령(기소), 김윤식(공판)
- 판결선고
- 2022. 6. 10.
피고인은 무죄.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시장·군수·구청장은 폐기물이 폐기물의 처리 기준과 방법 또는 폐기물의 재활용 원칙 및 준수사항에 맞지 아니하게 처리되거나 허가 또는 승인을 받거나 신고한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서 폐기물을 매립한 경우 그 폐기물을 처리한 자에게 기간을 정하여 폐기물의 처리방법 변경, 폐기물의 처리 또는 반입 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고, 폐기물을 처리한 자는 그 조치명령을 이행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B, C과 함께 2019. 3. 31.경부터 2019. 4. 23.경까지 경북 성주군에 있는 ㈜D의 사업장 폐기물인 폐어망등 약 250톤을 폐기물의 수집을 위하여 마련한 장소 외의 장소인 E이 임차한 경북 경산시에 투기하였다. 피고인은 2020. 3. 31.경 대구 달서구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F시장으로부터 위 에 방치된 사업장 폐기물 전량을 2020. 5. 31.경까지 적법하게 처리하라는 폐기물처리에 대한 조치명령을 받았음에도 위 기간 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1. 법리
구 폐기물관리법(2015. 7. 20. 법률 제134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폐기물관리법’이라고 한다) 제48조 제1호에 따라 행정청으로부터 폐기물 처리에 대한 조치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위반한 경우, 그로 인하여 구 폐기물관리법 제65조 제10호에 정한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조치명령이 적법한 것이라야 한다. 따라서 그 조치명령이 당연무효가 아니더라도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면 구 폐기물관리법 제65조 제10호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고, 조치명령이 절차적 하자로 인하여 위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4도12230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절차법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①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의 제목’, ‘당사자의 성명 또는 명칭과 주소’,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 ‘의견제출기한’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제21조 제1항). ② 의견제출기한은 의견제출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고려하여 정하여야 한다(제21조 제3항). ③ 다른 법령 등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을 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다만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제21조 제4항, 제22조). 따라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여기서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행정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상대방이 이미 행정청에 위반사실을 시인하였다거나 처분의 사전통지 이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41811 판결 참조).
2. 판단
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B, C과 함께 폐기물을 불법투기하였다. 피고인은 위 폐기물 불법투기 사실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 12. 1. 선고 2020고단910호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 ② 경산시장은 2020. 3. 11. 피고인을 상대로 위 제①항 기재 불법투기한 폐기물을 관련법에 적합하게 2020. 5. 31.까지 처리할 것을 명하는 행정처분(이하 ‘이 사건 조치명령’이라 한다)을 하면서, 폐물의 방치로 인하여 침출수의 누출, 화재 발생 등 주변환경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제1호에 근거하여 행정처분에 따른 사전통지를 생략하였다. 위 사전조치는 2020. 3. 16. 피고인의 사무실 동료에게 송달되었다(피고인은 2020. 4. 10. 위 조치명령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③ 피고인이 위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자 경산시장은 2020. 6.부터 3차례에 걸쳐 위 불법투기 폐기물을 처분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④ 이후 피고인은 위 조치명령 중 자신이 투기한 폐기물을 초과하는 조치명령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하였다.
나. 인정사실에 의하면, 경산시장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조치명령 처분을 하면서 사전통지를 생략하였는데, 그 사전통지 생략 이유는 다음과 같다(증거 목록 순법 99번에서 103번까지가 생략 이유에 대한 증거들이다). ① 폐기물이 투기된 경산시 인근 주민들의 폐기물 처분 민원이 발생하였다. ② 폐기물이 투기된 장소 인근에 주유소가 있어 화재 발생 위험이 있다. ③ 당시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들이 보도되며 문제 사항으로 지적된 사실이 있다(경주, 청주, 김포, 경산, 남양주, 인천, 화성시 화재 기사 등).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조치명령에 앞서 피고인에게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이 사건 폐기물 투기 현장에 주유소가 있고,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였으며, 그 당시 폐기물 처리장에서의 화재가 보도되면서 전국적 관심사가 되었다는 점 외에 이 사건 폐기물 투척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구체적으로 감지되었다거나 폐기물 오염으로 인하여 실제로 농축산업상의 피해(예컨대 생물들의 폐사 등)가 발생하였다는 등 피고인에 대한 의견청취 등 사전절차 진행하기에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사유가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앞서 본 법리 및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행정청인 경산시장이 침해적 행정처분인 이 사건 조치명령을 하면서 피고인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2조에 따른 적법한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조치명령의 성질에 비추어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제3호에 따라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할 수 있는 예외적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조치명령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특히 피고인이 이 사건 조치명령 이후 행정심판을 제기하였던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사전조치를 취할 실익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명령이 당연무효가 아니더라도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그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폐기물관리법 제65조 제23호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
라. 보론
피고인은 자신이 이 사건 조치명령을 받았을 당시 교도소 수용 중이어서 위 조치명령을 이행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선해가능한데, 피고인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5도10101 판결 참조), 피고인이 교도소 수용 중이었다는 점 내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다는 점만으로 피고인에게 조치명령 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한 조치명령에 대한 위반을 내용으로 하고, 달리 위 조치명령이 적법하다는 점에 관한 증거(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을만한 예외적이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